아이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존재다. 그래서 육아의 길은 참으로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발걸음이다. 내 손으로 빚어내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생각되면 엄마는 당황하게 마련이다. 어쩔 줄 몰라 고민하고 있는가? 어떤 문제라도 늘 해답을 들고 있는 육아 박사 손석한 선생에게 SOS!!

SOS! 우리 아이 행동 수정 프로젝트
현재 36개월 된 아이입니다. 20개월까지 모유 수유를 했고, 사흘 만에 잘 끊었어요. 대신 잠이 들 때는 꼭 만지고 자야 합니다. 밖에서는 그러지 않지만 이렇게 내버려둬도 괜찮은 걸까요? 친정엄마는 “그것 때문에 애가 엄마랑 안 떨어지려고 한다, 내년에 유치원 보내려면 젖 만지는 걸 떼야 한다”라고 하십니다. 올 초에 어린이집에 보냈다가 몇 시간 내내 울기만 해서 사흘 만에 포기했거든요. 젖이 아프다고 밴드를 붙였더니 밤에 울고불고, “찌찌가 너무 좋은데,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너무 슬프다” 하면서 난리네요. 일단 그 자리에서 만지게 하는 건 아닌 것 같아 힘들게 재웠는데 앞으로 그냥 허용해도 무관한 건지요. 유치원 적응이나, 엄마가 안 보인다고 불안해하는 것과 관계가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오화자)
Solution 아이가 엄마의 젖을 만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도 흔한 현상입니다. 특히 집 밖에서는 그러지 않고 주로 잠을 잘 때만 그런 행동을 한다면 별다른 문제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만일 낮 동안에 엄마의 젖을 만지려고 한다면 향후 습관적 행동으로 굳어지거나 공공 장소에서도 이어질까봐 염려되기에 다른 놀이활동으로 전환해주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예컨대 “이제 OO는 네 살이어서 엄마 젖을 만지는 것은 부끄러운 행동이야. 대신에 엄마와 인형 놀이를 할까?”라고 말해주는 겁니다. 그러나 잠을 잘 때는 허용하셔도 됩니다. 아이는 잠들기 전 엄마 젖을 만짐으로써 더 어릴 적 과거의 편안하고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아이 스스로 보다 안정된 감정 상태에서 잠들기 위한 노력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숙면을 취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낮 동안에 엄마와 잘 떨어지지 못하는 분리불안 증상이 있는 아이라면 엄마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시도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억지로 못 만지게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아이에게 상실감을 강요하는 셈이니까요. 그 결과 아이는 더욱 불안해져서 오히려 그러한 행동이 장기화되거나 젖 만지기 행동을 강제로 그쳤다고 하더라도 다른 형태의 불안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당장은 허용하면서 점차 그리고 서서히 다른 대체적인 행동을 유도하고 제공하십시오. 즉 아이에게 부드러운 곰 인형을 안고 자게끔 하거나 엄마의 손을 잡고 자게끔 해보세요. 젖을 만지는 행동 때문에 엄마와 떨어지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와 잘 떨어지지 못하기 때문에 젖을 만진다고 이해하십시오.

SOS! 우리 아이 행동 수정 프로젝트
7세 남자아이인데 승부욕이 강해서 걱정입니다. 비슷한 기질의 친구와 게임이라도 하게 되어 지기라도 하면 화내고 울고불고 난리가 납니다. 이 나이 아이들의 성향이 그런 것 같긴 해서 일부러 승부욕 강한 아이와 좀 떨어뜨려보기도 하고 학원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평소에도 동생과 자신을 비교하는 등 남과 자신을 잘 비교합니다. 숙제 후 엄마랑 놀기로 했지만 너무 늦어 약속을 못 지키면 크게 화를 냅니다. 엄마 말을 잘 안 들어 결국에는 매를 들어요. (김수현)
Solution 승부욕이 강하고 비교를 많이 하는 것은 사실 상당 부분 아이의 타고난 기질에서 비롯됩니다. 어떤 아이는 다른 사람이 자신보다 더 앞서는 것에 대해서 잘 견디지 못하고, 또 어떤 아이는 다른 사람의 능력에 별반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어릴수록 다른 아이와 비교하고, 더 많이 가지려거나 이기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직 이성적인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승부욕이 강한 아이에게는 아이의 문제점을 곧바로 지적하고 비난하는 것보다는 상황을 올바르게 잘 유도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가령 아이가 승리를 원할 때는 가급적 그러한 상황을 많이 제공해준 다음에 “만일 네가 친구에게 져도 화를 내지 않는다면, 너는 정말 최고로 훌륭한 아이가 될 거야”라는 말로 아이가 변할 수 있도록 시도하세요. 부모의 칭찬을 통해서 아이가 더 큰 기쁨과 만족감을 얻게 된다면 아이는 서서히 부모의 바람대로 행동을 수정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아이가 승부에서 져서 울고불고할 때는 반드시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위로해주세요. “네가 져서 마음이 많이 아프구나. 엄마도 승부에서 지고 나면 많이 속상해.” 그런 다음에 아이의 흥분된 마음이 다소 가라앉으면 “네가 승부에서 져도 화를 내지 않으면 좋겠다”라고 일러주세요. “다음에는 꼭 이겨봐”라는 말은 금물입니다. 부모님 스스로도 다른 사람들, 특히 동생과 아이를 서로 비교하지 않고, 뜻대로 되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고 상황을 잘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아이는 부모님을 거울삼아 행동하게 되니까요.

SOS! 우리 아이 행동 수정 프로젝트
31개월 된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 맘입니다. 언어나 운동신경 등 발달은 또래 아이들과 비슷한 수준인데 몇 가지 좋지 않은 습관이 있어 고민입니다. 낮이든 밤이든 잘 자려고 하지 않고 피곤해서 지칠 때가 돼야 잠듭니다. 어린이집에서는 잘 잔다고 하는데 밤에 잘 때는 수건 모서리나 베개 모서리를 잘근잘근 씹어야 직성이 풀리고요. 베개를 바꿔도 마찬가지예요. 또 바닥에 떨어진 밥풀이나 음식 부스러기를 주워 먹어요. 더러운 것이라고 훈육했더니 몰래 합니다. 양육을 한 사람이 하지 않고 외할머니, 이모, 친할머니 그리고 엄마, 이렇게 몇 달씩 했더니 애착 형성이 제대로 안 돼서 그런 건지 걱정스럽고 미안해지네요.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장경진·가명)
Solution 집에서는 잘 자지 않으려고 하는 점과 수건과 베개 모서리를 잘근잘근 씹으면서 잠을 자는 점 등은 아이의 불안 심리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이는 자신이 충분하게 사랑을 얻고 보살핌을 받는다는 것에 대한 불안과 의심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선 가장 큰 요인으로는 한 명의 주된 양육자가 아니라 여러 명의 양육자를 거치면서 안정 애착을 형성하는 데 실패했을 것입니다. 애착을 형성할 만하면 이별을 경험했고, 새롭게 만나는 양육자마다 양육 태도가 조금씩 달랐을 것이므로 이에 대한 혼란과 적응하는 데 어려움도 있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엄마가 아이 옆에서 잠들 때까지 함께 있어주고, 베개 모서리를 씹는 대신에 엄마가 아이를 토닥여주면서 자장가를 들려주거나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잠들기 전의 의식을 대신해보십시오. 또 가급적 이른 저녁에는 엄마와 아이 둘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즐거운 놀이활동을 해보세요. 아이에게 질문을 많이 던지고, 엄마의 이야기도 많이 들려주는 등 대화 시간도 늘려보십시오. 이 모든 과정이 엄마와의 애착관계를 안정화시키고 공고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 아이에게 훈육을 하기 전에 아이의 행동 이면에 숨겨진 마음을 읽어주세요. 예컨대 더러운 것이라고 말하기 전에 “배가 고팠구나!” 혹은 “음식이 맛있어 보였구나!” 등의 말씀을 먼저 해주세요. 그런 다음에 “하지만 바닥에 떨어진 음식은 더러우니 먹지 마! 대신에 엄마가 깨끗한 음식을 줄게”와 같이 훈육을 하세요. 엄마가 자신의 마음을 잘 알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 아이는 추후 엄마 몰래 음식을 주워 먹으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SOS! 우리 아이 행동 수정 프로젝트
20개월 된 딸아이가 있는데, 유학 중 아이를 가졌고 공부를 마치기 위해 태어난 지 4개월째에 시부모님께 아이를 맞기고 다시 유학생활을 했습니다. 이제 공부를 마치고 아이를 데려가려고 하는데 아이가 저한테 오지를 않네요. 제게 오면 자지러지게 울기도 해요. 3주 뒤에 아이를 데리고 프랑스로 가야 하는데 맘은 급하고 방법은 잘 몰라 무척 답답합니다. 앞으로 3주간 최선을 다해 아이에게 제가 엄마라는 신뢰를 얻어야 하는데,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송옥렬)
Solution 애착 형성의 핵심 시기는 생후 6개월에서 24개월까지로 봅니다. 태어난 직후에는 누구든지 아이에게 음식을 주고 잘 보살펴주면 됩니다만, 생후 6개월이 지나면서부터는 한 명의 양육자가 일관적으로 아이를 보살펴주는 것이 좋습니다. 대개 엄마가 그 역할을 담당하지만, 많은 경우 조모나 베이비시터가 대신하는데 그분들이 일차 양육자가 되는 셈입니다. 현재 20개월이라면, 한창 할머니와 애착관계가 형성되는 시기이므로 엄마를 보고서도 가지 않으며 울기까지 하는 반응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아이는 마음속으로 엄마라고 여기지 않을뿐더러 엄마처럼 느끼는 할머니와의 사이를 방해하는 존재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할머니와 있을 때 아이에게 다가서고, 할머니와 가깝고 친밀한 모습을 보이면서 아이에게 접근해야 합니다. 말 그대로 아이에게 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아이에게 다가서는 것입니다. 이때 할머니가 옆에서 “OO의 엄마야! 엄마는 OO를 사랑해”라는 긍정적인 얘기를 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할머니가 그간의 정 때문에 엄마에게 경쟁심이라도 내비치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3주 동안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아이 셋이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엄마와 새로운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결국 프랑스에 간 뒤 둘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오히려 3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지나치게 무리를 하면서 엄마라는 인식을 아이에게 심어주려고 하면 아이는 거부감과 함께 두려움마저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아이가 할머니와 이별하는 것에 대해서 심리적 충격을 받을 수 있으므로 충분하게 설명해주고, 할머니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반복적으로 일러주세요.
손석한 선생님은…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으며 KBS-TV ‘생방송 세상의 아침’, SBS-TV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긴급출동 SOS’, EBS-TV ‘육아일기’, 육아 방송 ‘손석한 박사의 1mm 육아’, ‘저출산 극복을 위한 육아 솔루션’ 등 다수의 TV 프로그램에서 자문을 맡거나 고정 출연하며 활발한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빛나는 아이」,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아빠의 대화 혁명」 등이 있다.
우리 아이 육아 고민, 「레이디경향」에 맡겨주세요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육아 고민을 애독자 엽서 혹은 이메일(ladykh@khan.kr)로 보내주세요. 정성스럽고 속 시원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조민정 ■도움말 / 손석한(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일러스트 / 조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