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에게도 다이어트 권하는 일본

육아 삼국지_일본 하나 맘 이야기

임신부에게도 다이어트 권하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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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임신부들이 일본 산부인과에 간다면 많은 수가 권고 대상자로 분류될 것이다. 임신부의 몸무게 증가량을 최대 12kg으로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임신 중 다이어트 식단을 권유하는’ 일본의 출산 문화를 현지에서 열혈 육아 중이며 둘째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는 주부 통신원 김민정씨가 전한다.

임신 중의 몸관리, 다이어트는 필수?
[육아 삼국지_일본 하나 맘 이야기]임신부에게도 다이어트 권하는 일본

[육아 삼국지_일본 하나 맘 이야기]임신부에게도 다이어트 권하는 일본

일본 신생아의 평균체중은 남아 2.98kg, 여아 2.91kg이랍니다(2010년 후생노동성 조사). 3kg이 정상이던 아이들의 평균체중이 줄어들고 있어요. 아이가 작아지면 황달 등의 위험성이 높아지기도 하지만, 일본 산부인과에선 2,500g 이상이면 크게 문제가 없다고 여기지요. 하나는 2,560g으로 태어났는데 황달도 심하지 않았고 매우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요. 작게 낳아 크게 키우자는 것이 일본식 출산법입니다. 그런데 작게 낳기 위해선 엄마의 노력이 필요해요.
단지 체중을 줄이기 위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건강한 몸을 위한 체중 조절이란 본래 의미의 다이어트에 돌입해야 해요. 국민의 건강을 담당하는 후생노동성은 삼시 세끼를 정해진 시간에 먹을 것을 권고하며 또 하루 필요 권장량은 2,000kcal~2,200kcal로 정해놓았어요. 임신 말기엔 여기에 450kcal를 더해도 상관이 없다고 해요. 단, 임신 초기부터 중기까지는 임신 전과 같은 양을 섭취하도록 하며 임신 중기에는 과일 섭취를 약간 늘려도 좋다고 합니다. 날것이나, 수은을 많이 포함한 다랑어 같은 거대한 생선은 2주일에 한 번으로 섭취를 줄이라고 해요.

임신 당시 체중 조절이 가장 큰 과제였어요. 산부인과에 갈 때마다 체중계에 오르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었거든요. 일주일에 0.5kg 이상 증가하면 안 된다는 얽매임은 임신 중 가장 큰 스트레스였죠(한국 산부인과는 스트레스 안 주나요?).

보통 체중이었던 제게는 7~12kg까지가 허용되는 셈이었는데, 담당 간호사는 12kg까지 몸무게가 늘어도 된다고 생각해 마음을 놓으면 그보다 더 살이 찔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았죠. “많이 쪄도 10kg까지를 목표로 하세요. 더 이상은 안돼요”라고. 당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던 저는 경제적으로도 풍족하지 않아 산모를 위한 운동 교실엔 다니지 못했어요. 수영이나 요가 클래스가 있었는데 일단 ‘산모’란 단어가 붙으면 일반 클래스보다 비쌌기 때문이죠. 저는 인터넷으로 산모를 위한 요가 DVD를 구입해 저녁마다 따라 했다. 그러나 그런 노력에도 임신 6개월이 되자 일주일에 체중이 2kg이 증가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산모에게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어디 있으랴. 무엇보다 창피했어요.

[육아 삼국지_일본 하나 맘 이야기]임신부에게도 다이어트 권하는 일본

[육아 삼국지_일본 하나 맘 이야기]임신부에게도 다이어트 권하는 일본

물론 ‘내 몸인데 도대체 왜 창피해야 하는가’라는 의문도 들었지만, 팔다리는 가늘고 배만 볼록한 ‘레전드’ 산모들이 주변에 수두룩한 탓에 짐짓 패배감까지 들기도 했어요. 결국 체중이 늘어나는 것을 막지 못해 결과적으로 최대 허용 범위인 12kg을 다 채우고 말았죠. 마지막 달에는 혈압은 120을 넘겼고, 소변검사에서는 단백질이 나왔으며 다리가 붓는 등의 경험을 했어요. 임신중독증까지는 아니었지만 여하튼 퉁퉁 부은 다리를 보는 건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었어요.

참, 임신 중에 쥐가 여러 번 났어요. 개인적인 추천 방법은 지압 스타킹. 시중에 판매되는 다리 형태를 잡아주는 지압 스타킹보다 병원에서 판매하는 수술 환자용 스타킹이 훨씬 효과가 있었어요. 이 지압 스타킹은 혈액이 다리에 뭉치는 걸 방지해주어 쥐가 나는 걸 피할 수 있었죠. ‘강추’ 아이템이에요.

산모를 가만히 두지 않는 병원
4시간 15분에 걸친 산고 끝에 태어난 하나의 몸무게는 2,560g. 출산 직후 제 몸무게는 고작 5kg이 줄었었죠. 그럼, 나머지 7kg는 다 어디에 숨어 있는 거야? 옆구리가 부대끼는 걸 보니, 허리로 온 게 분명해. 쇄골이 보이지 않으니 쇄골로 온 게 분명해. 속옷이 끼는 걸 보니 엉덩이로 온 게 분명해. 자주 가던 마사지 숍 언니 말로는 허벅지에 셀룰라이트가 늘었다며 마사지를 자주 하라 했어요. ‘아주 골고루 온몸으로 왔구나. 아, 지방이여!’

1 하나가 태어난 신주쿠의 한 대학병원. 아쉽게도 무통분만이 되지 않지만 간호사들이 매우 친절했고 의사 선생님도 신뢰가 가서 선택했다. 내부 시설은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렇게 커튼을 치고 지내서 같은 병실에 있어도 다른 산모들을 볼 수 없었다. 2 하나 출산 후 받은 병원식. 간소하지만 배가 고파서 싹싹 비웠다.

1 하나가 태어난 신주쿠의 한 대학병원. 아쉽게도 무통분만이 되지 않지만 간호사들이 매우 친절했고 의사 선생님도 신뢰가 가서 선택했다. 내부 시설은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렇게 커튼을 치고 지내서 같은 병실에 있어도 다른 산모들을 볼 수 없었다. 2 하나 출산 후 받은 병원식. 간소하지만 배가 고파서 싹싹 비웠다.

그런데 이 고민을 병원이 해결해줬요. 아이를 낳으면 누워서 주는 밥을 받아 먹으며 행복해하는 산모, 아, 그건 꿈이었죠. 병원에서 소화해야 할 일정은 빠듯했어요. 태어난 아이를 24시간 엄마가 보도록 해요. 면회 시간은 오후 3시부터이기 때문에 아이를 낳자마자 엄마는 혼자 아이를 감당해야 해요. 게다가 매일 2시엔 강의도 들어야 했어요. 모유 수유에 관한 가이드, 아이의 건강에 관한 이야기, 엄마의 건강에 관한 조언, 아이 목욕법 등 출산 후 일주일간 입원해 있는 동안 매일 이 강의를 들어야 했죠. 가장 힘들었던 건 모유 수유였어요. 딱딱하게 굳어서 얼얼한 가슴에서 모유가 나오도록 마사지하는 일도 물론 엄마의 몫이었어요. 게다가 병실에선 아이에게 모유를 주지 못해요. 혹시나 아이에게 이상한 걸 주입하는 엄마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모유 수유는 반드시 간호사가 있는 수유실에서 해야 했어요. 병실에서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처음에는 아이를 안고 수유실까지 가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모유가 적게 나오다 보니 2시간에 한 번은 수유실에 가서 40~60분 간 모유를 먹이고 이어서 분유도 먹여야 했어요. 스파르타식 병원 일정에 눈물이 나올 정도로 피곤한 일주일을 보냈죠. 종일 아이와 수유실을 왔다 갔다 했더니, 퇴원시에는 몸무게가 7kg가량이 줄어 있었어요. 아, 그래도 5kg이 남은 셈이지만.

일본에서는 출산을 축하하는 의미를 담아 마쿠노우치 도시락을 제공한다. 스테이크와 장어가 특별 메뉴다. 스파르타식 일본 병원의 스케줄에 맞추려면 이 정도는 먹어야 한다.

일본에서는 출산을 축하하는 의미를 담아 마쿠노우치 도시락을 제공한다. 스테이크와 장어가 특별 메뉴다. 스파르타식 일본 병원의 스케줄에 맞추려면 이 정도는 먹어야 한다.

일본에는 조리원이 없다
나머지 5kg은 출산 후 3개월쯤 지나자 서서히 빠졌어요. 처음엔 모유가 나오지 않아 분유와 혼합해서 먹였는데, 구청에서 파견된 보건사가 “모유가 안 나오더라도 매일 마사지하고, 물리다 보면 나올 것이다”라고 귀띔해줬어요. 그렇게 했더니 한 달쯤 지나자 모유가 솟기 시작했죠. 하나가 너무 작게 태어나 모유를 잘 먹지 못한 까닭도 있었어요. 한 달쯤 지나 하나는 모유를 잘 먹게 되면서 체중이 3kg을 넘어섰고 그 덕에 제 체중도 크게 줄었죠.

일본엔 조리원이 없어요. 집에서 부모님이나 남편의 도움을 받으며 산후조리를 해요. 조리해줄 사람이 없을 땐 구청에 신청을 하면 파견 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요. 도우미 비용은 가계 형편에 따라 구청이 책정해요. 저소득층은 거의 무료로 제공받기도 해요. 제 경우 산후조리는 남편과 남동생이 도와줬고, 파견 도우미 서비스를 일주일에 2, 3회 하루 2, 3시간씩 이용했어요. 도우미는 주로 청소와 빨래를 해줬고 식사는 남동생이 한국식으로, 남편이 일본식으로 해줬죠.

4 가지와 버섯볶음, 돼지고기볶음, 잡채. 한국보다는 간소하지만 임신 중 영양 균형을 생각하며 차리던 밥상이다. 5 무조건 채소를 많이 먹으라기에 임신 중에 자주 만들었던 라타투이. 6 나의 ‘소울푸드’로 꼽는 갈비 우동. 집에서 차로 무려 1시간이나 걸리는 곳에 있는 한식당을 찾아가야만 먹을 수 있는 메뉴. 7 2010년 당시 시부모님께서 출산한 며느리 먹으라고 보내주신 직접 농사지은 감자와 당근.

4 가지와 버섯볶음, 돼지고기볶음, 잡채. 한국보다는 간소하지만 임신 중 영양 균형을 생각하며 차리던 밥상이다. 5 무조건 채소를 많이 먹으라기에 임신 중에 자주 만들었던 라타투이. 6 나의 ‘소울푸드’로 꼽는 갈비 우동. 집에서 차로 무려 1시간이나 걸리는 곳에 있는 한식당을 찾아가야만 먹을 수 있는 메뉴. 7 2010년 당시 시부모님께서 출산한 며느리 먹으라고 보내주신 직접 농사지은 감자와 당근.

미역국도 없다
일본은 출산 후 미역국이 아닌 ‘마쿠노우치’라고 불리는 생선과 고기, 채소가 적절히 들어간 찬합에 담긴 음식을 먹어요. 생선으로는 장어를 많이 먹는데, 모유 수유를 위해서는 기름진 음식을 피하라고 해요. 일본 모유 수유 관련 엄마들의 해결사로 불리는 오케타니식 모유 수유법에 따르면 산모가 배고플 때마다 오니기리(주먹밥)를 먹을 것을 권하죠. 모유를 먹이기 위한 준비는 임신 당시부터 시작됩니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 좋은 모유를 만드는 것과 더불어 모유 마사지를 해서 모유가 잘 나오도록 해주는 거예요. 유엔세계건강기구에선 만 2세까지 모유 수유를 권장하는데 하나는 만 1년 7개월간 모유를 먹었어요. 모유 수유 덕분이었는지 출산 6개월 후에는 임신 전보다 몸무게가 4kg이 더 줄었어요.

천성이 게으른데다 아이를 낳고 바로 석사 논문을 써야 했기 때문에 운동을 다니지 못하고 임신 당시 하던 요가조차 할 수 없었음에도 살이 빠진 걸 보면 모유 수유의 효과가 컸던 듯해요. 그러나 모유 수유가 반드시 정답은 아니죠. 동일본 대지진 이후엔 모유에 대한 불신도 드러나고 있어요. 모유에서 방사능이 나온다는 보고도 있기 때문에 모유 수유를 100% 신뢰할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 산모에 따라서는 모유가 잘 나오지 않거나, 여러 여건 때문에 모유 수유를 할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해요. 이런 엄마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면서까지 모유 수유를 강요할 수는 없지요. 모유면 어떻고 분유면 어떤가. 중요한 건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요. 이건 아이도 분명 느낄 거예요.

■기획 / 이유진 기자 ■글&사진 /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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