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아이용품 구입하기

1 리아를 안고 있을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는 남편. 딸을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요. 2 종종 리아와 밖에 나가 많은 것들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어요. 외출 준비를 마치고 한 컷.
무엇보다 ‘출산 준비’ 하면 기저귀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 중국에도 하기스나 팸퍼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중국 공장을 통해 생산·유통되고 있지만 요즘 중국 엄마들 사이에서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생산된 기저귀의 인기가 높아요. 그리고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시티슈퍼마켓’ 같은 곳에서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생산된 오가닉 기저귀가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데, 트렌디한 중국 엄마들이나 유럽 엄마들이 자주 구매한다고 해요. 주변을 살펴보니 많은 중국 엄마들은 ‘타오바오(www.taobao.com)’나 ‘360buy(www.360buy.com)’ 등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더 저렴한 가격으로 아이용품을 마련하더군요. 저는 중국의 인터넷 쇼핑이 익숙하지 않아서 발품을 팔아 ‘솔라나(Solana)’ 같은 대형 쇼핑몰에 가서 아이용품을 장만했어요.
한국 예비 엄마들의 출산 준비에 놀라다
지난호에서 소개했듯이 저는 리아를 한국에서 출산했어요. 임신 중에 직장 본사가 상하이에 있는 남편을 따라서 상하이나 홍콩 같은 도시에 가끔 다녀오기도 했지만, 임신부의 비행기 탑승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36주까지 대부분의 임신 기간을 베이징에서 보냈어요. 보통 항공사에서는 임신 32주에서 36주 사이의 산모들에게 비행기를 탈 때 의사의 소견서를 제출하도록 해요. 사실 중국에 거주하는 엄마들 사이에서는 항공사 직원이 배만 보고 정확하게 임신 몇 주인지 알 수 없으니 소견서는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있어서 꼭 준비를 해야 하나, 잠깐 고민도 했었답니다. 소견서를 작성할 때는 의사가 내진을 해야 하므로 불편하다는 이유에서죠. 하지만 저는 출산 전보다 23kg이나 체중이 증가하는 바람에 누가 봐도 만삭 임신부라는 것을 알 정도였기에 불편해도 소견서를 발급받은 뒤 무사히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어요.

1 점점 이목구비가 또렷해지는 리아. 가만히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정말 행복해요. 2 임신 중에 몸무게가 20kg 넘게 늘어났기 때문에 지금과는 좀 달라 보여요.
태교의 시작이 고대 중국이었다고는 하지만, 사회구조적 특성상 현대 중국 여성들은 대부분이 직장을 다니고 있기 때문에 임신을 했다고 해서 크게 신경 쓰지는 못해요. 대체로 자신의 신체 컨디션을 잘 관리하고 심신의 안정을 꾀하는 정도로만 태교를 하죠. 산후조리도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준비하는 정도로만 하는 것이 현실이에요.
참기 힘든 매운 음식의 유혹
낯설기만 한 육아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저는 임신 기간 중 특별히 태교를 하거나 임신부 요가를 해서 몸매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못했답니다. 대신 가장 신경 쓴 건 음식이었어요. 중국인들은 한국 사람들보다 식재료가 가진 본연의 성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차고 뜨거운 성질, 음과 양의 조화, 같이 먹으면 서로 흡수를 돕는 것 등을 염두에 두고 음식을 먹죠. 무던한 성격의 리아 아빠도 제가 임신 기간 동안에는 항상 주의해서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했어요. 시어머니는 커피와 술은 물론이고 게와 새우 등의 갑각류, 회, 수박, 망고를 피하라고 충고해주셨고요. 임신부는 몸에 더운 기운이 많기 때문에 찬 음식을 먹으면 아이에게 해롭다는 이유에서였어요. 가끔 식당에 가서도 직원이 어떤 음식은 임신부가 먹으면 좋지 않으니 주문하지 말라고 조언해주기도 했어요.

큰 어려움 없이 9개월 동안 꾸준히 모유 수유를 했어요.
순조로운 모유 수유
제왕절개로 리아를 낳고 4일간 병원에 입원했어요. 그동안 신생아실 간호사들 사이에서 리아는 눈썹이 진하고 엄마 젖을 가장 잘 빠는 신생아로 유명했답니다. ‘젖 먹던 힘’을 낸 리아 덕분에 저는 젖몸살이라는 것을 겪지 않고 수월하게 9개월간 모유 수유를 할 수 있었어요. 배가 고프면 리아가 ‘켁, 켁, 켁’ 이런 소리를 내며 우는 바람에 수유 간격을 미리 조정하기도 쉬웠고요.
리아가 태어난 서울아산병원은 모유 수유 권장 병원이라 모유 수유에 관한 교육이 철저했어요. 배웠던 내용 중 기억에 남는 건 모유는 아이가 원하는 만큼 자연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일부러 유축을 해서 모유 양을 늘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죠. 유축을 하지 않으면 모유 양이 줄어들어 모유 수유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들었던 저로서는 의아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리아가 배가 고플 때마다 2~3시간 간격으로 수유를 하고 유축은 따로 하지 않았어요. 퇴원한 뒤에는 친구들의 추천을 받아 산후조리 업체의 도움을 받았어요. 경험이 많은 산후조리사께서 한 달 동안 저와 리아를 돌봐주었는데 제가 유축을 하지 않는 것을 걱정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젖이 불면 수유를 하고, 밤에도 유축해놓은 모유를 먹이지 않고 직접 수유했기 때문에 다른 엄마들에 비해 큰 어려움 없이 모유 수유에 성공한 것 같아요.

리아와 언제나 눈을 맞추고 교감하려고 노력해요. 엄마와 나누는 따뜻한 교감은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해요.
몇 년 전 중국에서 분유에 멜라민을 섞어 판 사건이 발생해 분유 파동이 일어났었죠. 중국 내 분유를 신뢰하지 못하는 중국 엄마들이 슈퍼마켓이나 아이용품점에서 판매되는 수입 분유를 사재기하고 선전을 통해 홍콩으로 건너가 수입 분유를 대량 구매해오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정부에서는 1인당 2통 이상의 분유를 사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기도 했어요. 이때 인터넷에서는 모유를 유축해 판매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나기도 했죠.
체계화·고급화되는 산후조리 서비스
중국 엄마들은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하는 기간 동안 대추와 구기자를 넣어 푹 끓여 만든 닭고기탕, 잉어탕과 같은 생선탕, 돼지족탕을 마치 약처럼 먹어요. 이런 음식들은 모유 수유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요즘에는 산후조리 음식을 집에서 준비하기 힘든 산모를 위해 집으로 배달해주는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삼칠일이라고 해서 21일 정도를 산후조리 기간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중국에서는 산모들이 30일 정도 찬바람을 쐬거나 씻지 않고 집에서 머물며 몸을 회복해요. 산후조리원이 아직 대중화되어 있지 않은 대신 인건비가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에 직접 산후도우미를 고용하죠. 가격은 1개월에 40만원에서 4백만원까지 천차만별이라고 해요. 다만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후도우미 업체를 찾기 어려워 주변 지인들의 소개를 통해 구하는 것이 보편적이에요. 최근 상하이에는 부유층 산모들을 타깃으로 하는 초호화 산후조리원이 오픈해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산모를 위한 최고급 보양 음식은 물론이고 온수 수영장, 요가 교실, 산책로 등의 시설이 마련돼 있는 것을 비롯해 산모의 가족이나 방문객을 위한 골프연습장이나 테니스장 등도 있어 휴양지 리조트를 방불케 한다는군요. 이용 금액이 1백20만원 정도라는데, 언제나 예약이 꽉 차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앞으로 중국에서도 한국처럼 산후조리원 서비스가 체계화되면서 계속해서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해요.
■기획 / 이연우 기자 ■글&사진 / 임채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