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금기사항 지키기
![[육아 삼국지_한국 서우 맘 이야기] 산모의 건강과 회복에 집중하는 한국](http://img.khan.co.kr/lady/201302/20130222113948_1_20130222_korea_1.jpg)
[육아 삼국지_한국 서우 맘 이야기] 산모의 건강과 회복에 집중하는 한국
임신을 하고 나니 이전에는 몰랐던 금기사항을 꽤 많이 알게 됐어요. 첫 번째로 접했던 것은 닭고기, 오리고기, 오징어를 먹지 말라는 거였죠. 임신부가 닭고기를 먹으면 태아가 닭살이 되고, 오리는 팔자걸음을 걷게 되고, 오징어는 뼈가 물러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더군요. 두 번째로 들었던 내용은 상갓집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사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는 아이를 가진 사람은 흉사 난 곳에는 가지 않는 풍습을 오랫동안 유지해오고 있죠. 임신부들에게 또 하나의 금기사항은 무거운 물건을 들지 말라는 거예요. 배에 힘이 들어가면 자궁이 수축해 태아에게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첫째 때와는 달리 둘째를 임신했을 때는 이런 금기사항들을 지키기가 쉽지 않았어요. 임신하고 나니 첫째가 더 저를 찾고 매달리며 안기는 바람에 막달까지도 아이를 안고 다녔고, 고기는 오히려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웃음) 가리지 않고 잘 먹었지요.
남편과 함께하는 새로운 출산 문화

다른 엄마들처럼 저도 만삭 때의 모습을 남기고 싶어 사진 촬영을 했어요. 지금도 가끔 꺼내보며 그때를 떠올리곤 해요.
두 번째는 남편과 함께 출산교실에 다닌 거예요. 요즘은 아빠들도 태교, 출산 그리고 육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됐잖아요. 저도 막달에 남편과 함께하는 무료 태교 출산교실 강의를 들으러 다녔는데, 출산을 앞두고 막연히 두렵기만 하던 마음이 많이 편안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출산을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답니다. 강의 내용 중 특히 “임신을 하게 되면 호르몬 변화 때문에 엔도르핀이 저하되어 심리적으로 불안해집니다. 하루에도 마음이 수십 번 바뀌고 히스테리도 부리고….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쉽게 말해 미친 여자(?)가 된답니다. 남편분들, 아내가 그럴 때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이해해주시고 ‘오냐오냐’ 해주세요”라는 강사님의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어찌나 마음에 와 닿던지, 옆에 있던 남편 팔을 쿡쿡 찌르며 눈물도 찔끔찔끔 흘려가면서 경청했답니다.

1·2 언니 채우는 동생이 귀엽다며 항상 이렇게 안아준답니다. 3·4 가끔 바깥 구경을 하러 나가기도 했어요. 외출 준비 완료!
출산보다 힘든 모유 수유
첫째 채우에게는 분유 수유를 했던 터라 둘째 서우에게는 꼭 모유 수유를 해야겠다고 처음부터 ‘다짐 아닌 다짐’을 했어요. 책에서 배운 대로 태어나자마자 젖을 물렸고, 병원에서도 아이와 병실에서 함께 지내며 분유는 주지 않도록 간호사들께 당부를 드렸지요.
![[육아 삼국지_한국 서우 맘 이야기] 산모의 건강과 회복에 집중하는 한국](http://img.khan.co.kr/lady/201302/20130222113948_5_20130222_korea_5.jpg)
[육아 삼국지_한국 서우 맘 이야기] 산모의 건강과 회복에 집중하는 한국
너무 힘들어서 이제는 포기해야겠다고 결심한 순간, 모유 수유에 성공한 동생이 와서 직접 젖을 물려가며 해준 한마디가 저에게 큰 힘이 됐어요. “언니, 아이가 젖을 먹을 때 정말 행복해. 난 첫째 모유 수유가 끝나서 얼마나 아쉬운지 몰라. 아직은 처음이라 언니가 많이 서툴러서 그렇지만 꼭 성공할 수 있어. 이 포근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은 말로는 표현 못해.”
그러다 우연히 모유 수유 전문가 방문 상담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바로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전화로 예약을 했죠. 전문가가 와서 제 모유 수유의 잘못된 부분을 알려주며 올바르게 수유하는 방법, 상처 치료하는 방법, 모유의 장점 등을 설명해주면서 꼭 성공하라고 격려를 해주었어요. 배운 뒤 조심스럽게 설명대로 아이에게 젖을 물렸더니 정말 거짓말처럼 하나도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모유 수유를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전문가는 역시 전문가더군요. 그렇게 해서 우리 서우가 13개월이 될 때까지 모유 수유에 성공할 수 있었답니다. 그러한 경험 이후로 저는 주변 산모들만 보면 당장은 모유 수유가 힘들더라도 바로 포기하지 말고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라고 조언해요. 모유 수유에 대해 출산 전부터 미리 공부해두는 것도 필요하고요. 동생이 그때 해줬던 말처럼 이제는 저도 모유 수유할 때의 그 행복감이 그리울 때가 종종 있답니다.
다양한 방법의 산후 관리
임신 중에는 출산이 가장 큰 ‘산’이라 생각하고 거기까지만 고민하고 준비했던 것 같아요. 사실 가장 거대하고 오르기 힘든 ‘산’은 출산 뒤 모유 수유와 육아, 산후조리라는 것을 미처 몰랐던 거죠.
막상 아이를 낳고 나니 출산 후유증과 함께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로 인해 기진맥진하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죠. 우울증도 조금 겪었는데, 저는 다행히 친정엄마께서 산후조리를 도와주셨고 항상 옆에 있어주셔서 마음도 편안해지고 금방 안정을 찾을 수 있었어요. 산모가 회복하는 게 먼저라면서 제가 젖 먹일 때 빼고는 밤낮으로 도맡아 아이를 돌봐주셨어요. 지금 생각해도 무척이나 감사하지요.

5 햇빛을 받으며 나들이하는 서우. 6 채우는 늘 안고 있어야지만 잠이 들었어요. 7 첫째 채우는 분유 수유를 했어요. 배부르게 먹고 만세를 부르며 ‘코~’ 자고 있는 채우. 8 시어머니께서 아이들을 자주 돌봐주셨답니다. 할머니와 눈 마주치며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서우.
한국에서는 아이를 낳고 나면 누구나 미역국을 열심히 먹잖아요. 미역은 자궁 수축과 피를 맑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산모들이 꼭 먹어야 하는 필수 음식이라고 해서 저도 매 끼니 한 냄비씩 먹었어요. 쇠고기, 굴, 조개 등을 번갈아 넣어가며 요리해 질리지 않고 맛있게 먹었지요. 모유가 잘 나오도록 꼬리곰탕도 먹고 족 우린 물을 간식처럼 마시기도 했어요. 또 우유도 하루에 5, 6잔을 마셨는데, 산후조리 때는 식성이든 소화 능력이든 온통 모유 수유에만 집중이 되더라고요. 원래는 제가 우유를 마시기만 하면 탈이 나서 전혀 못 먹었는데 신기하게도 이 시기에는 우유가 먹고 싶더군요. 새벽에 잠깐 모유 수유하려고 일어나서도 한 잔, 아침에 빈속에도 한 잔, 거뜬히 잘 마셔서 저도 무척 놀랐답니다.
수분 섭취를 위해 따뜻한 물과 과일도 충분히 섭취했고, 보건소에서 받은 철분제도 꼭 챙겨 먹었어요. 보건소에서 초기 임신부들에게는 철분제와 엽산을, 출산 뒤 2개월까지는 철분제를 무상으로 지원했거든요. 그리고 출산 뒤 회음부 회복을 돕고 산후 부기를 빼기 위한 좌욕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대야 모양의 좌욕기를 구입했는데 편리하기도 했고 효과도 좋았어요.
■기획 / 이연우 기자 ■글&사진 / 박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