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병원비가 무료?!

육아 삼국지_일본 하나맘 이야기

아이의 병원비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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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사교육? 영어 유치원? 고가의 사립 어린이집? 한국 엄마들에게는 솔깃한 화제가 일본 통신원 김민정씨에게는 무척이나 생소한 이야기란다. 그녀가 현지에서 아이를 키우며 직접 체험한 육아에 있어서 일본에는 없는 것 그리고 일본에만 있는 것들에 대해 전해준다.

[육아 삼국지_일본 하나맘 이야기]아이의 병원비가 무료?!

[육아 삼국지_일본 하나맘 이야기]아이의 병원비가 무료?!

육아는 돈이다?
결혼을 생각하니 돈 걱정이 앞서고, 아이를 낳자니 역시나 돈 걱정이 앞선다는 얘기를 자주 듣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도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또 우리 선배들은 전쟁과 전쟁 직후의 가난 속에서도 아이를 줄줄이 낳아 키웠는데 왜 요즘 세대들은 모든 걸 금세 돈과 직결시키는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솔직히 꽁보리밥만 먹는 것도 아니고 넉넉한 먹을거리에 교육 잘 받은 부모가 있는데 왜 육아를 돈과 직결시키는지, 과연 돈이 없으면 아이를 키울 수 없는 건지 제대로 알아보고 싶네요. 한국의 출산율은 1.23%, 일본의 출산율은 1.39%(2010년 집계)라네요. 한국, 일본 모두 안 낳는다는 얘기죠. 즉, 하나만 키우는 데도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든다는 겁니다. 일본도 실상 엄마들 얘기를 들어보면 한국과 비슷하고요. 한 팩에 1천2백 엔짜리 기저귀며 이유식도 무농약 식재료로 먹이려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고, 아이 옷도 백화점에 가면 수만 엔짜리가 즐비합니다. 일본 내각부의 ‘저출산 사회에 관한 국제의식 조사’결과를 보면, 육아와 교육에 돈이 많이 들어서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사람이 남성 45%, 여성 40%였습니다(2011년 조사). 도대체 얼마가 있어야 아이를 키울 수 있는지 일본의 실상을 알아볼까요?

1 크리스마스 공연. 채 30명도 안 되는 하나네 어린이집엔 별도 강당이 없어서 교실에서 공연했어요. 2 저희 구에서 매년 발급하는 2만 엔권 티켓. 이 티켓은 유료 예방접종 및 어린이리듬교실 등에서 사용합니다. 하나는 수영교실에서 사용 중. 즉 2만 엔까지는 무료지요.

1 크리스마스 공연. 채 30명도 안 되는 하나네 어린이집엔 별도 강당이 없어서 교실에서 공연했어요. 2 저희 구에서 매년 발급하는 2만 엔권 티켓. 이 티켓은 유료 예방접종 및 어린이리듬교실 등에서 사용합니다. 하나는 수영교실에서 사용 중. 즉 2만 엔까지는 무료지요.

일본의 보육비 지원 현황
어린이집 얘기부터 해보도록 하지요. 한국의 어린이집은 등록제인데 비해 일본의 어린이집은 허가제예요. 정부의 방침에 맞게 설립된 어린이집을 각 지자체가 심사하고 허가합니다. 이렇게 허가받은 어린이집을 허가어린이집(정식 일본어로는 인가보육소)이라고 해요. 허가어린이집이 되려면 먼저 면적을 확보해야 해요. 0세, 1세아 1명당 기본 면적은 3.3㎡, 보육사 수는 0세아 3명당 보육사 1명, 1~2세아 6명당 보육사 1명, 3세아 20명당 보육사 1명입니다. 이 밖에 조리실이 있어서 매일 신선한 급식을 만들어야 하고, 조리사와 간호사를 두어야 합니다. 허가어린이집의 비용은 부모의 수입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연봉의 가정은 약 3만 엔입니다. 만 4세부터는 1만8천 엔으로 비용이 낮아집니다.

대기자가 많아 허가어린이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인정어린이집이나 허가 외에 등록 어린이집을 찾을 수밖에 없지요. 이런 어린이집은 더 비싸고 시설도 좋지 않으며, 보육사 수의 기준이 없어서 1명이 20명의 아이를 보건 30명을 보건 아무도 터치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지불하는 비용은 허가어린이집과 큰 차이가 없는데요. 바로 그런 경우를 위한 지자체의 보조금 때문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도쿄의 스기나미구를 기준으로 보면 부모 연 소득 7백만 엔 미만의 경우 매달 보조금 4만 엔, 7백만 엔 이상의 경우 매달 2만5천 엔이 나옵니다. 이 보조금으로 허가어린이집보다 비싼 어린이집 비용에 보태 쓸 수 있는 거죠. 지자체 보조금과 별도로 국가에선 매달 어린이수당이라고 해서 1만3천 엔이 나옵니다. 어린이집 비용이 평균 3만 엔인데, 1만3천 엔을 보태면 결국 1만7천 엔이 매달 어린이집에 드는 비용이지요. 단지 허가어린이집이 매우 적어서 들어가지 못하는 아이가 더 많다는 게 큰 문제죠. 한국처럼 아파트 단지 내에 어린이집이 있는 경우는 부촌을 제외하곤 없답니다.

하나의 모든 예방접종 기록과 체중, 신장 등 건강 정보가 담긴 모자수첩. 예방접종의 경우 칸이 모자랄 정도로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모든 예방접종 기록과 체중, 신장 등 건강 정보가 담긴 모자수첩. 예방접종의 경우 칸이 모자랄 정도로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공짜? 의료비 혜택
일본에서 아이를 키우는 데 가장 고마운 점은 의료비가 무료란 점이에요. 지자체에 따라 많이 다른데, 도쿄가 거주지이면 만 15세까지는 의료비를 내지 않지요. 병원 치료비는 물론이고 약값도 무료예요. 질병에 한해서만요. 혈액형 검사 같은 것은 유료입니다. 한국 엄마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는데, 저는 아직 하나의 혈액형을 몰라요. 일본의 출산 병원에선 아이가 크면서 혈액형이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알려주지 않아요. 얼마 전 병원에 물어봤더니, 검사하려면 비용 3천 엔을 내라기에 그냥 왔어요. 치료비가 무료인데 혈액형 검사비를 내자니 무척 아깝더라고요. 대부분의 백신도 제가 사는 구는 무료입니다. 폐렴구균, 폴리오, 뇌염, 풍진, 뇌수막염 등이 무료고, 수두, 인플루엔자 등은 유료로 맞습니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중학생들에게 권장하고 있으며, 중1부터 고2까지는 무료로 접종 가능합니다. 저희 구에는 육아보조권이라고 해서 아이에게 매년 2만 엔짜리 티켓이 나오는데요. 병원이나 아이리듬교실 등에서 사용할 수 있고, 저희는 수영교실에 사용하고 있어요. 병원비 무료는 참 유익한 제도예요.

1 하나네반 아이들. 2 크리스마스 어린이집 급식. 허가어린이집은 조리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채용해야 하고 매일 방금 만든 음식을 급식으로 내야 합니다.

1 하나네반 아이들. 2 크리스마스 어린이집 급식. 허가어린이집은 조리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채용해야 하고 매일 방금 만든 음식을 급식으로 내야 합니다.

아이가 아파도 돈 때문에 병원에 못 가는 일은 없으니까요. 덕분에 소아과는 아이들로 넘쳐납니다. 오래 기다려야 하긴 하지만 조금만 아파도 바로 가서 상담할 수 있어서 좋아요. 한편 아이 건강검진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매년 무료로 지자체가 실시하고, 어린이집에서도 한 달에 한 번 의사가 와서 체중이며 키를 재주고 아픈 곳은 없는지 확인한답니다. 이렇게 따져보면 아이 키우는 데 그렇게 큰돈이 드는 건 아니에요. 물론 학교에 들어가고 대학까지 생각하면 엄청나지만요. 그렇지만 남과 비교해서 더 좋은 거 입히고 더 좋은 거 먹이고 더 좋은 학원에 보내는 것만이 교육은 아닐 테니까 소신껏 알뜰살뜰 절약하면서 예쁘게 키우고 싶습니다. 도서관 열심히 이용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공원에도 자주 가고, 영어에도 관심이 있다면 근처에 한 엄마가 운영하는 작은 교실도 있으니 도전은 해봐야지요. 저는 우선 한국어와 일본어를 제대로 가르치고 싶어요.

[육아 삼국지_일본 하나맘 이야기]아이의 병원비가 무료?!

[육아 삼국지_일본 하나맘 이야기]아이의 병원비가 무료?!

하나 맘,김민정은…
1976년생. 열여섯 살 때 가족 이민으로 일본행. 인생의 절반 이상을 도쿄에서 보낸 셈이다. 첫째 하나와 배 속에 둘째를 키우며 낮에는 대학원생, 저녁에는 라디오 방송 통신원, 밤에는 번역가로 열혈 활동 중이다. 마흔이 되기 전에 자신의 소설과 에세이집을 낼 꿈을 갖고 있다. 대학 연극 동아리 동기로 만난 남편은 교육방송 프로그램 PD다.

■기획 / 이유진 기자 ■글&사진 /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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