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존재다. 그래서 육아의 길은 참으로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발걸음이다. 내 손으로 빚어내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다고 생각되면 엄마는 당황하게 마련이다. 어쩔 줄 몰라 고민하고 있는가? 어떤 문제라도 늘 해답을 들고 있는 육아 박사 손석한 선생님에게 SOS!!
SOS! 우리 아이 행동 수정 프로젝트
중학교 2학년 아들이 아직 너무 어리고 유치합니다. 만화책이나, 딱지, 스티커를 좋아하고 새벽이면 베개를 들고 안방으로 올 정도입니다. 남들은 사춘기다, 반항기다 하는데 저희 아들은 그런 말이 무슨 뜻인지조차 모를 지경이라 오히려 걱정입니다. 신체 발육이나 정신적인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제 나이에 맞는 사춘기 변화를 겪지 않으니 나중에 더 크게 터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Solution 아이들의 심리적 발달 수준은 개인별로 차이가 있게 마련입니다. 특히 사춘기 시절에는 신체 발달과 심리적 발달이 균형 있게 이뤄지지 않기도 합니다. 아이는 정신적 미성숙 상태인 것으로 보입니다. 만화책이나 딱지를 좋아하고 새벽에 엄마를 찾는 모습은 대개 초등학생의 행동 양상이지요. 정신적 미성숙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첫째, 아이가 무척 순수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순진하다는 표현과도 일맥상통하는데 보다 더 어릴 적의 순수한 모습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아마 또래 친구들도 아이의 이와 같이 순수하고 어린 모습을 인식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래 친구들에게 크게 놀림을 받지 않는 이상 큰 문제는 아니지만, 제 나이에 맞는 발달적 관심 사항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십시오. 예컨대 축구나 프로야구 등을 부모가 함께 시청하고 직접 경기장을 찾아 자연스레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입니다. 둘째, 성적 호기심 혹은 욕구의 부족입니다. 사춘기 시절을 특징 짓는 단어 중 하나가 성적 욕구입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이성의 몸에 관심을 보이며 음란물을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이의 경우 성적 욕구가 별로 크지 않기에 예전의 장난감이나 놀이를 여전히 좋아하지요. 이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 수준과 연관되는데, 지나치게 높은 경우 문제가 되지 낮은 경우에는 사실 큰 문제로 보이지 않습니다. 셋째, 부모와의 관계가 좋기 때문입니다. 사춘기 시절 반항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사춘기 본연의 호르몬 변화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부모와의 갈등으로 인해 증폭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게임을 그만하고 공부를 하라는 부모의 지시를 아이는 간섭과 억압으로 간주해서 반항을 합니다. 아마 아이는 이와 같은 문제로 부모와 승강이를 별로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중에 더 크게 터지지 않을까 염려하시는데, 이러한 특성의 아이는 대부분 조용하고 무난하게 사춘기를 넘기기 때문에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SOS! 우리 아이 행동 수정 프로젝트
이제 30개월 된 아이인데 흥분과 우울감이 극명해 고민입니다. 예를 들어 공놀이가 재미있으면 흥분해서 팔짝팔짝 뛰고 구르고 소파에 올라가고 난리가 납니다. 그런데 우울해지면 가만히 앉아서 멍하게 있어요. 집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어린이집에서도 그런 행동을 보인다고 하니 걱정이 큽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요?
Solution 30개월이라는 어린 나이임에도 감정의 기복이 크다는 것은 사실 타고난 기질적 요인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아이는 사소한 자극을 심각하고 중대하게 인식해 이를 감정으로 느낀 다음에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특성을 가진 것입니다. 즉 감정적 처리 과정이 무척 빠르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만 즐거운 자극이 있어도 곧바로 ‘재미있다’라고 인식한 후 감정 표현을 과도한 행동으로 나타냅니다. 또 조금만 심심하거나 자신에게 부정적 자극이 주어지면 ‘사람들이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인식해 감정 표현이 곧바로 위축적인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아이가 중간에 잠시 여유를 갖고 한 번 더 생각하고 느끼게끔 부모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공놀이가 그렇게 재미있어? 하지만 너무 흥분해서 뛰다가 넘어질 수 있으니까 조심해”라고 말씀해주세요. 그러나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 엄마는 하나도 재미없어”라는 말은 하지 마세요. 이는 아이의 감정 인식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므로 올바른 대응이 아닙니다. 또 “기분이 가라앉았구나. 어떻게 하면 다시 OO의 기분이 좋아질 수 있지?”라는 말로 아이에게 심리적 힘을 주십시오. 그러나 “아까는 그렇게 좋아하더니 지금은 왜 그래?”라는 말은 삼가십시오. 이는 아이의 감정 기복 문제를 직접적으로 지적해 비난하는 말이기 때문에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아이의 감성이 매우 발달해 있으므로 향후 이성을 발달시켜서 서로 조화롭게 만드는 부모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책을 읽게 한 다음 자신의 생각을 말하도록 하는 훈련이 도움이 됩니다.
SOS! 우리 아이 행동 수정 프로젝트
6세 아이를 둔 주부입니다. 제가 암수술 후 회복 중이라 건강상의 문제, 아이 육아 문제로 친정으로 이사 와 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대가족 속에서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될 줄 알았는데 아이가 더 산만해지고 할머니, 할아버지만 있으면 조금만 맘에 들지 않아도 소리를 지르고 잘 울고 삐쳐서 걱정이에요. 달래보기도 하고 혼내보기도 했는데 제 양육법이 잘못됐는지 갈수록 더하네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을 때 유독 심해지는데 뭐가 문제일까요? 고칠 수 있을까요?
Solution 5~6세를 전후해서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의 증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ADHD는 학령기 아동의 5~10%에 해당할 정도로 흔한 질병으로 특히 남자아이들이 여자보다 3~5배 정도 많습니다. 최근 과잉 진단의 의혹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으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실제 유병률의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 정도만 치료를 받고 있으므로 오히려 제대로 진단과 치료를 받지 않는 아이들이 더 큰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ADHD의 원인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 원인 중 하나가 부모의 지나치게 허용적인 육아 태도입니다. 아이의 경우 조부모님이 아이의 모든 행동을 귀엽다고 받아주고 적절한 훈육과 행동 제한을 하지 않아 소위 ‘버릇없는’ 행동이 산만함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이제라도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훈육과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삐치더라도 이에 휘둘리지 말고 차분하게 일관적으로 훈육시켜 나가세요. 또 중요한 생활 규칙을 아이에게 제시한 후 상벌 체계를 이용해 이를 지키게끔 해주세요. 즉 아침에 일어나서 자리를 정리하고, 씻고, 밥 먹고, 자신의 그릇을 스스로 정리하게 하는 등 규칙을 확립시켜주세요. 한편으로는 아이의 넘치는 신체적 에너지가 충분히 발산될 수 있도록 뛰노는 기회도 많이 제공해줘야 합니다. 운동장이나 공원에서 뛰어노는 시간을 갖게 해주세요. 가능하면 매일 일정한 시간을 정해서 시행하세요. 이러한 일련의 노력에도 아이의 산만함이 개선되지 않으면 소아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 ADHD 여부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SOS! 우리 아이 행동 수정 프로젝트
다섯 살 된 예쁜 딸내미가 자꾸 남자가 되고 싶어 합니다. 치마나 인형 등엔 아예 관심이 없고 파워레인저 얘기만 합니다. 또 자기도 남자라고 우기며 고추로 쉬한다고 서서 소변을 보려 하고 수염도 사달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그러한 말과 행동이 계속되니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가 “넌 남자가 아니야, 여자아이야”라고 하면 서럽게 울기도 합니다. 여성스러운 취미활동이라도 가르쳐야 할까요? 무척이나 걱정됩니다.
Solution 5세면 성 정체성이 확립된 시기입니다. 하지만 반대 성에 대한 동경과 부러움을 가질 수 있습니다. 남아는 여성의 예쁘고 화려한 특성을 좋아하고, 여아는 남성의 강하고 활동적인 특성을 좋아할 수 있습니다. 이는 타고난 기질적 개성일 수도 있고, 주변 환경의 영향일 수도 있습니다. 가령 남자아이가 제일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사촌 누나라면 누나를 흉내 내고 누나처럼 여성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가 자신의 성을 명확하게 아는가의 문제입니다. 즉 아이가 스스로 여자인 것을 분명하게 알지만, 단지 놀이나 옷 등에서 이성의 흉내를 낸다면 좀 더 지켜봐도 됩니다. 그러나 ‘성 정체성 장애’를 보이는 아이가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성을 지속적으로 부정하면서 반대 성이 되기를 갈망하는 병적인 상태입니다.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여자아이의 경우 남자아이들이 즐기는 놀이를 하고, 서서 소변을 보려 하고, 분홍색 대신에 파란색을 찾으며, 음경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부모님의 교육이나 훈육으로도 해결되지 않으며,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지속된다면 소아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엄마는 가급적 아이가 자신의 성에 맞는 놀이를 하게끔 유도하세요. 물론 지금 당장 반대 성 놀이를 못하게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의 놀이 방식을 그대로 허용하되 조금씩 그리고 점진적으로 다른 놀이나 활동으로 전환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만일 부모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소아정신과 전문의에게 놀이치료를 의뢰하면 보다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SOS! 우리 아이 행동 수정 프로젝트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으며 KBS-TV ‘생방송 세상의 아침’, SBS-TV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긴급출동 SOS’, EBS-TV ‘육아일기’, 육아 방송 ‘손석한 박사의 1mm 육아’, ‘저출산 극복을 위한 육아 솔루션’ 등 다수의 TV 프로그램에서 자문을 맡거나 고정 출연하며 활발한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빛나는 아이」,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아빠의 대화 혁명」 등이 있다.
우리 아이 육아 고민, 「레이디경향」에 맡겨주세요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육아 고민을 애독자 엽서 혹은 이메일(ladykh@khan.kr)로 보내주세요. 정성스럽고
속 시원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조민정 ■도움말 / 손석한(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일러스트 / 조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