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떠나는 캠핑

좋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

아빠와 떠나는 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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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동훈·지훈 아빠 이정용씨

대한민국 아빠는 바쁘다. 그리고 외롭다. 마음은 있어도 막상 아이들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몰라 막막하기만 하다. 하지만 최근 아빠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적극적으로 육아에 나서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이미 경험을 해본 선배 아빠의 조언을 바탕으로 매달 한 가지씩의 활동을 제안한다. 어렵고 부담스럽지 않은 ‘보통’의 아빠 이야기들을 골랐다.

[좋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 아빠와 떠나는 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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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푸르름이 짙어지는 요즘,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주말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는 이정용씨(47)는 자타 공인 ‘캠핑 마니아 아빠’다. 여행을 비롯한 바깥나들이를 좋아하는 아내 덕분에 캠핑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지 벌써 5년. 이제는 네 식구가 함께 떠나는 캠핑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처음에는 짐을 챙겨 움직이는 일이 귀찮기도 하고, 텐트 속 좁은 공간에서 가족이 부둥켜안고 잠을 청하는 일이 어색하기도 했지만 어느덧 틈만 나면 캠핑장을 검색할 만큼 아기자기한 캠핑의 묘미를 알게 됐다. 예전에는 소파에 누워 TV 리모컨을 붙잡고 있는 것이 주말의 전부였는데, 이제는 매주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게 된 것. 무엇보다 따뜻한 햇살 아래서 두 아들과 벌레를 관찰하며 만져보기도 하고, 모닥불을 피울 나뭇가지를 구하러 돌아다니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는 시간이 모여 생활의 활력소가 됐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큰아들 동훈(13)이는 아빠를 도와 장작을 패기도 하고, 수줍음 많던 둘째 지훈(7)이는 옆에 꼭 붙어 자분자분 이야기를 건넨다. 떠나면 떠날수록, 가족은 더욱 가까워지고 행복해진다.

그동안의 캠핑 사진들이 정리돼 있는 블로그를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가족의 캠핑 역사가 꽤 오래됐나 봐요.
본격적으로 캠핑을 즐기게 된 지는 5년 정도 됐어요. 사실 저보다 아내가 먼저 캠핑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캠핑 관련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정보도 알아보고 마치 대학 입시 준비하듯 공부를 열심히 하더라고요(웃음). 아내의 캠핑 권유에 솔직히 처음에는 싫은 마음도 있었어요. 평소 늦게까지 일하고 피곤한데 굳이 주말에 또 나가야 되나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클수록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더라고요. 학년이 올라가고 또래들끼리 연대가 생기면 엄마, 아빠랑 잘 어울리지 않으려 하잖아요. 아이들이 어릴 때 최대한 많이 얼굴을 맞대고 놀러 다녀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요즘 캠핑장에 가보면 가족 단위 캠핑객들이 많은데도,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된 아이들은 별로 없어요. 그만큼 함께할 수 있을 때 더 많이 노력해야겠단 생각에 본격적으로 캠핑을 시작했어요.

지금은 아빠 스스로 캠핑의 즐거움을 찾게 된 건가요?
물론이죠. 캠핑을 하면서 절로 그 매력에 빠지게 됐어요. 밖에 나가보면 뭐든지 새롭고 재미있어요. 탁 트인 경치도 감상하고 좋은 공기도 마시고 아이들하고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도 있고요. 집에서 놀아주는 것과는 또 달라요. TV나 컴퓨터가 아닌 자연을 친구 삼아서 같이 몸으로 부딪히며 놀 수 있어 더 좋아요. 캠핑을 다니면서부터는 정말 아이들과 가까워진 것을 실감해요. 그리고 일상 속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도 들고요. 몸이 피곤할 때도 있지만 오히려 답답했던 마음이 풀리고 편안해진다고나 할까요. 아내도 그렇고 저도 즐겁게 생활할 수 있게 되니까 아이들에게도 좀 더 여유를 갖고 대하게 됐어요.

지금은 이렇게 베테랑 캠핑 가족이 됐지만 초반에는 어려움도 많았겠죠? 첫 캠핑을 떠나던 날은 어땠나요?
맨 처음 캠핑하던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강원도 양양군 갈천이었는데 7월임에도 비가 억수같이 오는 거예요. 여름이라 별다른 준비를 안 해갔는데 어찌나 춥던지요. 계곡물에 발 담그는 건 고사하고 겨우겨우 피운 모닥불이 비바람에 계속 꺼져서 덜덜 떨기만 했어요. 아이들은 냇가에서 벌레에 물리고, 준비해간 보트도 금방 펑크 나고…. 그런데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도 처음이라 그런지 무척 재미있었어요. 힘들었던 기억이 오히려 즐거운 추억이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점차 캠핑에 적응해간 거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낯선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도 조금씩 알게 됐고요.

[좋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 아빠와 떠나는 캠핑

[좋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 아빠와 떠나는 캠핑

계속해서 캠핑을 다닌 지금은 달라진 점이 많겠네요. 다양한 경험이 쌓일수록 캠핑 스타일도 변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최소한으로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장비를 갖추게 됐어요. 캠핑 용품을 살펴보면 값비싼 것들이 많은데, 무작정 하나 둘 장만하다 보면 큰 부담이 되거든요. 처음에는 다 필요할 것만 같고 더 갖고 싶고 그래요. 또 캠핑장에서 만난 다른 가족들이 갖고 온 멋진 장비를 보면 부럽고, 나도 좋은 걸 사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렇지만 진정한 캠핑의 매력은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데서 나오는 거잖아요. 또 노하우가 쌓이다 보면 손쉽고 가볍게 떠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돼요. 저희는 뭐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은 피하는 편이에요. 음식도 간단하게 준비해서 먹고 텐트도 작은 걸 가져가서 세팅하는 데 힘을 빼지 않으려고 해요. 그리고 초반에는 다른 가족들과 자주 어울려 다녔는데 요즘엔 네 식구만 오붓하게 떠나요.

가끔 아주 친한 한 가족 정도만 함께하죠. 이웃들과 가면 왁자지껄하게 즐길 수는 있지만 때로는 너무 어른들끼리만, 아이들끼리만 지내게 되더라고요. 아빠들끼리 모여서 술 마시느라 가족들 얼굴 한번 제대로 못 보고 돌아오기도 하고요. 가족 간의 화합을 도모하는 게 첫 번째 목적이니까 최대한 서로에게 집중하려고 해요. 또 요즘은 캠핑족들이 많아져서 유명한 캠핑장은 너무 붐비더라고요. 시설이 좋은 곳은 지나치게 비싸기도 하고 예약 경쟁도 치열하고요. 그래서 조금 불편하더라도 여유롭게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녀요. 지난주에는 전기도 없고 온수도 나오지 않는 곳으로 떠났는데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조용하고 주변 경치도 아름다워서 호젓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고요.

캠핑을 다니면서 아이들과의 관계나 가족의 일상 풍경이 달라진 점이 있나요?
원래 아이들을 예뻐하긴 했지만 막상 어떻게 지내야 할지 몰라서 서먹했던 때도 있어요. 그런데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어 좋아요. 집에서는 각자 떨어져 시간을 보낼 때가 많지만 캠핑을 나오면 같이 붙어 있게 되잖아요. 한밤중에 비좁은 텐트 안에 누우면 대화도 많이 나누게 되고 다녀와서는 또 할 이야기가 생기고요. 마음에 담아두고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하게 돼요. 아이들이 제 옆에 꼭 붙어서 제가 하는 일을 돕거나 따라 하는 걸 보면 뭔가 뭉클한 마음도 생겨요. 새벽에 일어나서 청량한 공기를 마시며 아내와 커피 한 잔을 하는 시간은 또 어떻고요. 앞으로도 이렇게 캠핑을 통해 가족과의 오붓한 시간을 꾸려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빠와 떠나는 캠핑의 의미는 뭘까요?
평소 아이들에게 아빠의 역할을 제대로 보여줄 기회가 드물어요. 그렇다 보니 아빠는 그저 밖에 나가 돈 버는 사람에 불과한 경우가 많죠. 하지만 캠핑을 떠나서는 아빠가 가족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참 많아요. 텐트도 치고, 모닥불도 피우고, 음식도 만들고, 같이 놀 수도 있고요. 든든한 울타리 같은 존재가 돼줄 수 있는 거죠. 그 안에서 아이들은 아빠의 사랑을 느끼고 또 안정감을 얻을 수 있죠. 그러면서 더욱 돈독한 가정이 돼가는 것 아닐까요?

아빠와의 캠핑 노하우
# 장비에 집착하지 마세요
텐트부터 시작해서 각종 조리도구, 안전장비 등 캠핑 용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끝도 없어요. 저도 처음에는 장비 욕심이 나더라고요. 하지만 막상 떠나보면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것들이 더 많아요. 다니면서 차차 필요한 것들을 갖춰나가는 편이 좋아요. 저희 가족이 권해서 캠핑을 시작한 가족들이 꽤 있는데, 풀 세트로 캠핑 용품을 구입해놓고는 1년 내내 먼지만 쌓이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캠핑은 돈이 많이 든다’라는 선입견을 가진 이들도 많은데, 괜한 욕심만 버리면 얼마든지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캠핑을 할 수 있어요. 사실 어떻게 보면 캠핑은 ‘사소한 불편을 즐기는 일’이잖아요. 몇만 원짜리 컵에 담긴 커피라고 해서 더 맛있는 것도 아니고, 최고급 설거지 가방을 갖고 있다고 해서 정리가 더 잘되는 것도 아니고요. 남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최고급 장비를 과시하려는 마음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일상을 그대로 옮겨가요
캠핑에 지나치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매번 색다른 경험을 해야 하고, 특별 요리를 먹어야 하고, 대단한 이벤트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즐겁기는커녕 스트레스와 부담감에 시달리게 될 거예요. 캠핑은 자연 속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며 쉬고 즐기는 거예요.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며 웃고, 아내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중심이 돼야 하죠. 캠핑지에서 보면 많은 분들이 식사 시간이 되면 ‘상다리가 부러지게’ 음식을 차리곤 하더라고요. 한 끼를 먹기 위해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고, 굽고 끓이느라 몇 시간씩을 투자해요. 또 그걸 치우고 정리하느라 낑낑대고요. 저희 가족의 단골 캠핑 메뉴는 누룽지예요. 집에서 미리 만들어가서 물을 붓고 후루룩 끓여내면 돼요. 설거지하기도 쉽고요. 캠핑 장비도 따로 마련하지 않고 집에 있던 살림을 그대로 옮겨가는 편이라 챙기기도 편해요.

# 아이들과 함께할 놀이를 준비해요
밖에 나가보면 자연의 모든 것들이 아이들의 장난감이자 친구가 될 수 있긴 하지만, 그 재미를 두 배로 더 느낄 수 있도록 아빠가 미리 그림을 그려보고 준비를 해가는 것이 좋아요. 캠핑을 떠나는 곳이 어떤 곳인지,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등을 파악해서 자연 속 놀이를 계획해보고 텐트 안에서 할 수 있는 활동도 한두 가지 준비해가세요. 저는 웬만하면 아이들에게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가게 하는데, 캠핑을 하는 동안만이라도 작은 화면에서 눈을 떼고 더 넓은 세상을 보고 가족끼리 얼굴을 마주했으면 하는 바람에서지요. 대신 무조건 혼자 놀라고 하기보다는 같이 뛰고 구르며 시간을 보내려 하죠. 보통 말랑말랑한 원반, 작은 공, 배드민턴, 비눗방울 재료 등을 꼭 챙겨요. 스케치북이랑 크레파스를 가져가서 텐트 안에 엎드려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요즘은 동훈이가 좋아하는 프라 모델을 챙겨서 몇 시간씩 몰두해보기도 하죠. 보드게임을 하며 내기를 걸기도 하고요. 아이들이 크니까 이제 땔감을 구해오거나 도끼로 장작을 패는 일도 직접 해보려고 하면서 놀이처럼 즐기더라고요. 사실 뭐든 아빠가 친구처럼 함께하면 아이들도 금방 빠져들어요.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원상희 ■사진 제공 / 이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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