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시작은 질문이다! 손석한 박사의‘질문 육아법’

대화의 시작은 질문이다! 손석한 박사의‘질문 육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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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조언을 구하기 힘든 초보 부모들은 검증되지도 않은 인터넷 정보에 매달리기 십상이다. 아이들은 각각 기질과 성격이 다른데 무작정 한 가지 방법에 대입하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위험한 것은 ‘내 아이는 부모인 내가 가장 잘 알아’라는 독단이다. 10년 넘게 꽁꽁 닫힌 아이의 마음속을 진단해온 소아정신과 교수이자 자녀 양육 전문가인 손석한 박사는 “아이는 이미 나에게서 독립된 하나의 인격체”라고 말한다. 문제적 행동에 대해서는 아이에게 직접 물어보고 답변을 듣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 완벽한 해결법을 찾는 데 가장 큰 정보가 되는‘질문 육아법’에 대해 알아본다.

대화의 시작은 질문이다! 손석한 박사의‘질문 육아법’

대화의 시작은 질문이다! 손석한 박사의‘질문 육아법’

모든 것은 대화로 풀린다
최근 소아정신학이 폭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한편으론 씁쓸한 일이다. 인간의 내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결국 아이들도 그만큼 살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는 뜻이다. 손석한(45) 박사는 아이들이 요즘 같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마음의 병을 얻기 쉽다고 말한다.

“소아정신학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정신적인 삶이 피폐해졌다는 뜻이죠.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과도하게 욕심을 내다 보니 불안증이나 틱 장애 등이 나타나는 겁니다. 시골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편하게 살아봐요. 마음의 병을 얻을 리가 없죠. 소아정신과가 대부분 강남 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알 수 있죠.”

이미 아이 앞에 놓인 경쟁 시스템을 바꿀 수도 없고, 우리 아이만 그 안에서 꺼낼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아이와 적극적인 대화를 시작하자. 많은 부모들이 기본을 놓치고 해답을 멀리서 심각하게 찾는 경우가 많다.

“요즘 부모들은 육아에 대한 관심이 많고 그만큼 고민도 많이들 해요. 서점에서는 그들을 위한 양육 관련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요. 그런데 대부분 양육자의 일관성, 인내심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저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좀 더 구체적이고 쉬운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저 단순한 이론에 치우치지 않는 기본에 충실한 육아서요.”

이미 다수의 육아 서적을 써온 그는 5년 만에 아홉 번째 책 「지금 내 아이에게 해야 할 80가지 질문」을 통해 양육 문제에 있어 ‘질문 육아’라는 새로운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모든 마음의 병은 대화로 풀리고 대화의 시작은 질문에서 비롯된다는 것에서 착안했다.

“제가 만든 ‘질문 육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연령은 4세 미만이에요. 어릴 때부터 부모와 대화했던 아이들은 예민한 사춘기도 쉽게 소통하며 평탄하게 지나갈 수 있어요. ‘질문 육아’라고 하니 마치 처음 듣는 육아법인 듯하지만 제가 상담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를 꺼낸 것뿐입니다.”

조금만 생각하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모든 부모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푼 양육법이다. 질문한다는 것 자체가 상대방의 의견, 마음을 알고 싶다는 의미다.

질문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아이의 반응으로 ‘우리 아이가 어디쯤 왔나’ 판단하고, 아이의 기질을 분류한 다음에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답변을 하며 육아의 방향을 잡는 것. 이것이 손 박사가 주장하는 ‘질문 육아’다.
“정신과 의사 수련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훈련은 열심히 듣는 것, 즉 적극적인 경청이에요. 엄청 주의를 기울이고 공감하면서 환자의 말에서 정보를 찾아야 해요. 환자 상태를 브리핑할 때 ‘그래서 그 환자는 당시 기분이 어땠대? 심정이 어땠대?’라는 교수님의 질문에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하면 당장 불호령이 떨어져요. ‘직접 가서 여쭤보고 와!’라고. 그럼 의국에서 병실까지 달려가서 물어보곤 했죠.”

결국 제일 중요한 교과서는 환자인 것이다. 아이를 양육할 때도 마찬가지다. 내 아이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는 아이에게 있다. 그것은 소통을 통해 알아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어떤 과목이 재미있어?’라고 물어보면 ‘몰라요’라고 대답할 수도 있어요. 이것도 하나의 정보라고 생각하세요. 지금 엄마랑 얘기하기 싫은 기분을 나타낼 수도 있고 공부를 싫어한다는 표현일 수도 있어요. 아니면 정말 아무 생각이 없을 수도 있고요. 질문 다음에 중요한 것은 대답이에요. 아이들이 한두 번 질문과 대답을 이어가다가 대답을 피하는 것은 대부분 엄마들이 아이를 비난하기 때문이에요. 그럼 대화가 단절되는 거죠. 아이의 마음을 읽는 시도를 하세요.”

질문을 할 때는 비난하지도 판단하지도 말아야 한다. 엄마에게 하지 않는 이야기를 손 박사와의 짧은 시간에 다 쏟아낸다. 그것이 전문가와 비전문가인 엄마의 차이다. 핵심은 그의 물어보는 기법에 있다. 질문은 개방형에서 점점 폐쇄형으로 좁혀가야 한다.

“‘기분이 어때?’는 개방형 질문이에요. 열린 질문이죠. 아이가 ‘글쎄요?’ 하면 ‘좋은 편이야? 나쁜 편이야?’라고 하며 ‘한두 가지 예를 들어줄 수 있어?’라는 식으로 답변의 범위를 좁히며 아이의 마음을 읽는 거죠. 보통의 아이들만 혼날 거 같은 분위기만 만들지 않으면 말을 쏟아내기 시작해요.”
손 박사는 학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낯선 환경에 맞닥뜨린 8세 아이를 기준으로 대화의 예를 들어주었다.

8세 아이에게 질문하는 법
대화의 시작은 질문이다! 손석한 박사의‘질문 육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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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니는 것 좋아?”
8~10세 아이들은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부모들도 학교생활은 잘하고 있는지, 교우 관계는 좋은지, 공부는 잘 따라가고 있는지 등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생활에 힘들어할 때 가장 중요한 부모의 역할은 아이의 힘든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네, 좋아요.”
학교에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는 아이의 답변은 부모에게 커다란 기쁨과 안도감을 안겨준다. 아이의 대답에 반갑게 화답한 뒤 학교생활에 대한 질문을 한다. 학교에서 제일 즐거운 일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라. 아이는 “공부하는 것이 재밌어요” 혹은 “선생님께서 칭찬을 많이 해주시고 잘해주세요” 등의 대답을 할 것이다. 이러한 대답은 아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준다. 어떤 대답이든 엄마는 다 인정해준다. 평가나 교정을 하지 말고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Good Reply “학교 다니면서 뭐가 제일 즐거워?”
Bad Reply “당연하지. 학교 다니는 게 제일 쉬운 법이지.”

“아니, 싫어요.”
아이의 대답에 아무리 놀랐다 해도 심하게 놀란 모습은 절대 보이지 말자. 먼저 아이를 달래주어야 한다. 사실 학교에 다니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가 매일 학교를 갔으니 그간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이제 엄마는 해결사가 돼야 한다. 아이가 쉽게 대답할 수 있도록 “선생님이 무섭니?”, “공부가 너무 어렵니?” 등의 객관식으로 질문하는 게 좋다. 아이의 대답을 들은 뒤에는 엄마가 실제로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학교에 알리고 교사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한다.

Good Reply “학교를 싫어한다니 엄마도 속상하네. 너도 무척 힘들었겠구나. 뭐가 제일 힘들어?”
Bad Reply “어떻게 학교 다니는 것이 싫을 수가 있어? 큰일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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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아요.”
보통 아이들은 학교를 좋다고 말하지만 예상외로 많은 아이들이 이렇게 대답한다. 어찌 보면 어른과 같은 대답이다. 그냥 다녀야 하니까 직장을 다닌다는 마음과 비슷하다. 잠시 여유를 두고 학교의 좋은 점과 싫은 점을 물어본다. 아이는 잠시 생각을 하고 난 뒤 대답할 것이다. 실제로 소아정신과에서는 면담 시간에 아이에게 연필과 종이를 주고 학교의 좋은 점과 싫은 점을 써보라고 한다. 그러면 아이가 무엇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알 수 있다. “좋은 것도 하나도 없고 싫은 것도 하나도 없어요”라고 대답하는 아이는 깊이 생각하기 싫어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재촉하기보다는 아이가 천천히 생각해보도록 도와준다.

Good Reply“좋은 점과 싫은 점을 하나씩만 말해볼래?”
Bad Reply“그런 대답이 어디 있어? 정확히 말해봐.”

“잘 모르겠어요.”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거나 자신을 잘 성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이 아이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실망하거나 야단치지 않는다는 부모의 마음이 아이에게 전달돼야 한다는 점이다. 종종 소아정신과를 찾은 아이들에게서 “(엄마에게) 괜히 얘기했어요”라는 말을 듣는데, 여기에는 엄마를 믿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Good Reply“그래도 다시 한번 잘 생각해봐.”
Bad Reply“잘 모르는 게 어디 있어? 학교가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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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히는 친구가 있어?”
내 아이를 괴롭히는 친구의 존재. 참 걱정되는 상황이다. 힘이 세거나 거친 아이들이 우리 아이를 괴롭힌다고 생각하면 화가 치밀고 속이 상한다. 중요한 것은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거나 뒤늦게 안다는 점이다.

“OO가 괴롭혀요.”
아이에게 자신이 괴롭힘을 당한다는 사실에 엄마가 많이 놀란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중요하다. 화를 내는 모습은 아이의 마음을 더욱 무겁거나 불안하게 만들고 죄책감을 유발할 수 있으니 자제한다.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듣다 보면 괴롭힘의 정도나 의미를 어느 정도 알아차릴 수 있다. 만일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하루 이틀 내에 학교로 찾아가야 한다. 그러나 아이가 다소 과민하게 받아들인다고 느껴지면 그 아이를 직접 살펴보거나 다른 아이들의 말을 들어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

Good Reply“OO가 어떤 아이지? OO가 너를 어떻게 괴롭혔는지 자세하게 말해줘.”
Bad Reply“OO가 괴롭혔어? 너는 그냥 당하기만 했니?”

“있지만 누군지 말 못해요.”
두 가지 의미가 숨겨져 있다. 엄마에게 더 많은 관심을 끌려는 의도거나 괴롭히는 친구의 보복이 두려워서다. 후자일 경우 아이에게 엄마가 어떻게 도와줄지를 미리 얘기해준다. “선생님을 만나서 얘기할게”, “엄마가 그 아이의 엄마를 만나볼게”, “아빠한테 얘기해서 도와달라고 할까?” 등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아이는 엄마의 진정성을 확인한 다음에야 얘기를 꺼낼 것이다. 괴롭힘이 지속적이거나, 폭력적이거나, 집단적이라면 반드시 부모가 개입해야 한다. 아이들끼리의 문제라고 방관하다가는 더욱 우려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Good Reply“누구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엄마에게 자세히 말해줄래?”
Bad Reply“누군지 말해봐. 엄마가 가만두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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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요.”
일단은 안도감을 표현한다. 하지만 정말 괴롭히는 친구가 없는지 한 번 더 확인해보자. 만약 “있어요”라고 대답한다면 당부의 말을 잊지 말자. “혼자서 속으로 끙끙 앓는 것보다는 엄마에게 힘든 점을 얘기하는 것이 좋아”라고도 말해준다. 마지막으로 “물론 너도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지 않지? 친구를 때리거나 괴롭히는 것은 나쁜 짓이야”라는 일반적인 훈육의 말을 덧붙인다.

Good Reply“괴롭히는 친구가 생기면 언제든지 솔직하게 엄마에게 얘기해줘.”
Bad Reply“너도 친구를 괴롭히지 마.”

“애들은 절대로 나를 괴롭히지 못해요.”
이런 아이는 대개 두 가지 경우 중 하나다. 하나는 예전에는 괴롭힘을 당했거나 조짐이 있었지만 이제 자신의 힘이 강해져서 절대로 다른 사람이 자신을 괴롭히지 못한다는 일종의 자기 선언이다.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의 힘이 무척 세기 때문에 아무도 자신을 괴롭히지 못한다는, 즉 오히려 자신이 다른 아이를 괴롭히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럴 때는 “다른 친구들을 괴롭히는 것을 친구의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하는 나쁜 행동이야”라고 일러준다. “다른 친구들보다 힘이 세다고 더 잘난 것이 아니야. 힘이 약한 친구들을 보호해주는 것이 더 훌륭해”라는 교훈적인 말을 들려주는 것은 부모의 중요한 책무다.

Good Reply“친구의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굉장히 나쁜 행동이야. 그치?”
Bad Reply“혹시 네가 다른 친구들을 괴롭히는 거 아니야?”

손 박사의 비법 노트
만약 아이가 대화에 응하지 않을 때, 이렇게 칭찬하세요

01 대화할 때 자주 칭찬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와 원활하게 대화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칭찬이다. 실제로 칭찬하지 않아도 칭찬받는 느낌을 주면 아이의 기분이 좋아져 대화가 원활해진다.

02 몸으로 표현하는 칭찬 기술을 이용한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볼을 비비거나 엄지를 치켜세우는 등 여러 가지 동작을 사용해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준다.

03 추임새를 즐겨 사용한다
대화 중간에 “잘하는구나”, “훌륭해”, “멋있다”, “좋은 생각이야” 등의 짧은 칭찬을 마치 추임새처럼 사용한다. 그렇게 하면 대화가 더욱 즐거워진다.

04 대화를 끝낸 뒤에는 한 번 더 칭찬한다
비록 완벽한 대화 혹은 엄마 마음에 드는 충분한 대화가 아니더라도 아이가 대답을 어느 정도 잘해주었다면 칭찬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엄마와 나눈 대화를 기분 좋게 끝내는 경험이야말로 이다음에 더 많은 대화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제공&참고 서적 / 「지금 내 아이에게 해야 할 80가지 질문」(손석한 저, 수작걸다) ■모델 / 김유민, 박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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