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교육열을 자랑하는 중국 엄마들
‘맹모삼천지교’로 대변되는 유교권 국가의 엄마들은 교육열이 놓은 것으로도 유명하죠. 이곳 베이징의 엄마들도 아이가 어릴 때부터 언어나 수리, 인지 발달에 도움이 되는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 열을 올려요. 이러한 교육과 더불어 학교를 선정하는 것도 중요한 사항이지요. 취학을 앞둔 자녀가 있는 집은 좋은 학교가 밀집된 하이디엔취(海淀區)로 이사를 가기도 해요. 또 고위 공직자의 자녀들이 다니는 인기 있는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이른바 ‘시(系, 인간 관계나 인맥이라는 뜻)’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시를 통해 입학 전략을 세워주는 대리인을 고용하는 가족의 이야기도 종종 접하곤 해요. 이외에도 좋은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시험과 인터뷰를 통과해야 하고, 일부 인기 학교에서는 아이의 DNA 테스트를 통해 학습 능력을 가늠하거나 부모의 재력을 평가 요소에 반영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기도 했어요.

1 리아는 그림 그리는 시간을 가장 좋아해요. 2 드럼 수업을 받는 리아는 뭐든 드럼화해서 두드리며 놀아요. 3 수학 교구에도 흥미를 보이더군요.
아이들을 사로잡고 있는 다양한 캐릭터

1 중국 아이들이 열광하는 ‘중국의 뽀로로’, 시양양 캐릭터예요. 2 중국에 오픈한 토이저러스.
아파트 단지를 휩쓴 퀵보드 열풍
햇살이 좋은 요즘은 리아가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최근 중국 아이들이 주로 하는 야외활동은 어린이용 킥보드예요. 두 돌 정도 된 아이부터 초등학생까지 아파트 단지 내의 모든 아이들이 킥보드를 타고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핫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어요. 유럽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라는 미니 마이크로 킥보드는 이곳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랍니다. 리아는 아직 혼자서 탈 수 있는 나이는 아니지만 외출할 때마다 주변 친구들의 킥보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 좀 더 크면 리아도 킥보드를 탈 수 있게 해주려고 해요.

요즘 중국 아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미니 마이크로 킥보드예요.
저희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내에는 아이들이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또래의 아이를 둔 엄마들끼리 매주 정해진 요일에 만나 ‘플레이 데이트’를 한답니다. 저는 외국에서 온 엄마들이 대부분인 이 모임에서는 아이들의 일반적인 성장 발달에 관한 정보를 나누고, 대신 실질적인 최신 육아 정보는 리아 또래 한국 엄마들의 모임이나 블로그, 웹 사이트,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접하고 있어요. 인터넷 커뮤니티 ‘북경키즈맘(http://cafe.naver.com/bjkidsandmami)’에서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육아용품이나 교육 정보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기도 해요. 한국에 있는 엄마들처럼 손쉽게 교육용 교재나 장난감 등을 구할 수 없는 제한된 환경 탓에 이 커뮤니티에서는 육아 관련 중고 물품 거래가 활성화돼 있어요. 벼룩시장 게시판을 통해 아이가 크면서 정리하게 되는 장난감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팔거나 사기도 하죠. 선배 엄마들에게 장난감이나 교육용품 선택 요령을 배우기도 하고요. 리아 역시 벼룩시장에 나온 한글 동화책을 사서 읽기도 했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함께하는 공부
중국의 아이들은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중국 전통 시조나 성어를 암기하는 것을 당연시해요. 당나라 때 시조 3백여 편이 실린 「당시삼백수」나 7백 년 역사의 삼자성어를 엮은 「삼자경」 등의 책을 통째로 외우며 어휘력을 발달시키죠. 24가지 유교 일화를 통해 부모에 대한 효나 어른을 향한 공경심 등 유교사상을 배우는 「이십사효고사」와 같은 책도 인기 있고요. 또 전통적으로 꾸준히 팔리는 「서유기」나 「삼국지」와 같은 책들은 필독서로 분류되고 있죠.

1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주방놀이. 리아도 관심을 보이네요. 2 장난감 말을 타고 노는 시간도 즐거워해요. 3 리아가 좋아하며 즐겨 읽는 책들. 4 페이지원 서점에서 아빠와 함께 책을 읽고 있는 리아.
베이징 최대 규모 서점인 ‘시단투수다사(西單圖書大厦)’의 아동 서적 코너는 하교 후나 주말이면 교육용 책들을 읽거나 구매하기 위한 엄마와 아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지요. 이곳의 온라인 서점(www.bjbb.com)과 중국 최대 온라인 서점으로 손꼽히는 ‘당당왕(當當綱, www.dangdang.com)’, 미국 사이트인 아마존의 ‘아마존차이나(www.amazon.cn)’ 등에서도 책을 많이 구입해요. 이러한 사이트에서는 국내외 서적을 두루 구매할 수 있고, 해외의 유명 아동 서적을 중국어로 번역한 것을 구할 수도 있어요. 최근에 오픈한 싱가포르계 인터내셔널 서점인 ‘페이지원’도 자주 찾아요.
저는 리아가 책으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직접 체험하고 부딪쳐 익혀가면서 성장해나가길 바라요. 그래서 최소한으로 필요한 장난감과 책만을 구입하는 편이죠. 한국에서 유행하는 방대한 양의 전집류는 오히려 아이를 질리게 만들까 봐 피하는 편이고요. 가끔은 직접 집 근처 서점에 가서 리아가 좋아하는 책을 함께 보고, 다음번에 갔을 때도 또 관심을 보이면 그때 구매해 읽어주면서 더욱 흥미를 갖게 하는 방식으로 교육하고 있어요. 요즘은 리아가 책에 나오는 구체적인 단어나 문장, 내용을 이해해나가는 것 같더라고요. 짧은 단어를 사용해 제게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요. 그런 리아를 보면 무척 대견하고 예뻐 보여서 더욱 열심히 함께 책을 읽게 된답니다.
![[육아 삼국지_중국 리아맘 이야기]아이들을 성장시키는 좋은 장난감](http://img.khan.co.kr/lady/201303/20130321162337_4_ria4.jpg)
[육아 삼국지_중국 리아맘 이야기]아이들을 성장시키는 좋은 장난감
결혼과 동시에 중국에 입성해 ‘베이징 주민’으로 산 지 5년. 독특한 맛의 중국 음식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등 많이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문득문득 낯설 때가 있다고. 홍콩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중국인 남편과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미국 국적과 홍콩 시민권을 갖고 있는 ‘인터내셔널 베이비’ 아밀리아(보통 ‘리아’라고 부름)와 알콩달콩 예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다.
■기획 / 이연우 기자 ■글&사진 / 임채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