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모든 것이 하나의 장난감

육아 삼국지_일본 하나맘 이야기

주변 모든 것이 하나의 장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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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장난감이란 놀이인 동시에 발달에 필요한 교구다. 그래서 개월 수에 따라 좋다고 소문난 장난감은 모두 사서 안기는 ‘장난감 과잉 부모’가 나오기도 한다. 과연 장난감은 다다익선일까, 과유불급일까? 특별한 장난감 없이 주변의 물건을 활용한 일본 하나 맘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육아 삼국지_일본 하나맘 이야기]주변 모든 것이 하나의 장난감

[육아 삼국지_일본 하나맘 이야기]주변 모든 것이 하나의 장난감

하나의 나이별 장난감
하나는 장난감이 많지 않은 편이에요. 누구와 비교해서 많은지 적은지 객관적인 데이터는 없지만요. 블록 장난감은 호빵맨 블록과 제가 어릴 때 쓰던 레고를 가지고 놀아요. 호랑이 인형, 호비는 평소에 안고 자고, 멜이란 여자아이 인형은 목욕할 때 같이 씻는답니다. 장난감에도 나이가 있잖아요. 하나의 첫 장난감은 시각에 영향을 준다는 흑백 그림책이었고, 이후엔 이가 나기 시작하며 간지러운 치아를 위해 천연 고무 기린 장난감을 준비했죠. 그럼 하나의 장난감 변천사를 소개할게요.

장난감 변천사 1_만 0세, 물고 빠는 시기
뭐든지 물고 빠는 게 일이었던 시절입니다. 하루 종일 집 안을 기어 다니며 손에 잡히는 대로 물고 빨았습니다. 천연 고무 기린을 준비해줬는데도 TV 리모컨과 스마트폰 빨기를 더 좋아했어요. 가짜 리모컨을 준비해봤지만 역시나 가짜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고, 진짜 리모컨에만 사족을 못 쓰고 물고 빨고 했습니다. 덕분에 모든 리모컨은 소독해두어야 했고요. 그리고 엄마, 아빠 손도 물고 빨고 하는 장난감이 되던 시절이었죠.
<STRONG>1·2</STRONG> 무엇이든 물고 빨던 시절. <STRONG>3 </STRONG>책 너머로 엄마 보기.

1·2 무엇이든 물고 빨던 시절. 3 책 너머로 엄마 보기.

생후 3개월부터는 아동관에 다녔어요. 일본의 아동관은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아이를 위한 시설로 놀이터와 건물이 합쳐진 곳입니다. 건물 안에는 체육관과 음악실 등이 있고, 오후에는 초등학생을 위한 방과 후 수업이 열립니다. 오전에는 나이별로 아이들을 모아 수업을 해주고요. 하나는 1주일에 한 번씩 0세 반에 다녔어요. 수업은 무료로 이뤄집니다.

아동관에도 아이를 위한 장난감이 있긴 하지만 장난감으로 노는 시간보다 엄마와 아이가 접촉을 하며 같이 노래를 부르고 율동하는 시간으로 채워져요. 아이를 엄마 무릎에 앉히고 엄마와 강사가 함께 율동을 하고 노래를 부르면 아이도 신나한답니다. 신체적 접촉을 통해 엄마와 아이의 애착관계를 깊게 하는 프로그램이지요. 아동관에서 배운 노래들은 집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하나가 커가고 그 노래들을 익히면서 같이 율동을 즐길 수 있게 됐고요.

장난감 변천사 2_만 1세, 언어 익히기와 집중기
<B>1</B> DVD도 요즘 아이들에겐 빠뜨릴 수 없겠죠. 매달 오는 호비 그림책과 DVD. <B>2</B> 집에서 놀 때 자주 하는 놀이는 퍼즐. 집중력도 키워주고 손도 사용하고 두뇌 개발도 되죠. 호빵맨이던 퍼즐이 요즘은 프리큐어로 변했어요. 소녀가 돼가고 있습니다.<B> 3</B> 장난감이 필요할 때는 외부로 나갑니다. 친환경 목재 장난감만 있는 장난감 미술관.

1 DVD도 요즘 아이들에겐 빠뜨릴 수 없겠죠. 매달 오는 호비 그림책과 DVD. 2 집에서 놀 때 자주 하는 놀이는 퍼즐. 집중력도 키워주고 손도 사용하고 두뇌 개발도 되죠. 호빵맨이던 퍼즐이 요즘은 프리큐어로 변했어요. 소녀가 돼가고 있습니다. 3 장난감이 필요할 때는 외부로 나갑니다. 친환경 목재 장난감만 있는 장난감 미술관.

하나는 만 1세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집에는 장난감이 넘쳐나지요. 똑같은 모양의 인형들이 10개쯤은 있고, 블록도 일반 블록의 3배는 큰 것들이어서 아이가 갖고 놀기에 좋은 모양이었어요. 이 밖에도 소꿉놀이를 위한 장난감, 기찻길과 수많은 기차도 있었지요. 기차는 남자아이, 소꿉놀이는 여자아이 놀이라고 하는 분들도 계신데, 어린이집에 가서 잘 살펴보면 그렇지도 않아요. 여자아이여도 기차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고, 남자아이여도 인형을 등에 업고 소꿉놀이를 즐기기도 합니다. 남녀의 역할은 환경에 따라 규정되는 것이지, 아주 어릴 때는 그런 구분 없이 잘 논답니다.

만 1, 2세 아이들은 같이 놀기보다 자기만의 놀이에 푹 빠져 있어요. 하나가 이 시기에 가장 좋아했던 놀이는 단추 끼우기와 퍼즐 맞추기입니다. 다른 아이들이 소란을 떨건 말건 하나는 하루 종일 단추와 퍼즐에 심취해 있었죠. 어찌나 집중력이 좋은지 어린이집 선생님이 놀랄 정도였습니다. 하나가 끼운 수십 개의 단추들이 어린이집 벽에 전시되기도 했고요. 손을 움직이고 집중하는 시기였습니다. 두뇌 개발의 시기라고 볼 수 있겠죠.
<STRONG>1</STRONG> 만 3세. 하나가 제일 좋아하는 모래놀이예요. 모래놀이 장난감이 지금까지 구입한 장난감 중에서 가장 유용했던 장난감입니다. <STRONG>2</STRONG> 놀이터 모래밭에서 또래와 같이 모래를 만지며 노는 걸 가장 좋아합니다. 하나의 관심사는 친구 그리고 친구와 함께 놀기로 변하고 있어요.

1 만 3세. 하나가 제일 좋아하는 모래놀이예요. 모래놀이 장난감이 지금까지 구입한 장난감 중에서 가장 유용했던 장난감입니다. 2 놀이터 모래밭에서 또래와 같이 모래를 만지며 노는 걸 가장 좋아합니다. 하나의 관심사는 친구 그리고 친구와 함께 놀기로 변하고 있어요.

또 그림책 읽기에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책을 소리 내서 읽어줘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에릭 칼의 「배고픈 애벌레」, 「오늘은 월요일」처럼 노래가 딸린 그림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노래를 부르며 책장을 넘기는 걸 좋아했고, 발음이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노래를 따라 하기 시작했지요.

장난감 변천사 3_만 2세 반, 타인에 대한 관심기
만 2세 반이 되면서 하나는 점점 타인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 어떤 장난감보다 친구와 놀고 싶어 하는 시기가 온 것이죠. 어린이집이 끝나고도 한참을 어린이집 앞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뛰어놀았고, 친구나 조금 나이 많은 아이들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기 시작했지요. 요즘은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보면 “같이 놀자”라고 말을 먼저 건네고, 사탕을 가방에 넣어가 나눠주기도 한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과자로 환심을 사려고 하다니! 아이들은 참 영악해요. 아마 놀이터에서 놀던 언니가 과자를 준 적이 있는데, 그 행동을 따라 하는가 봅니다.
자전거의 나라 일본. 하나가 자전거를 처음 탄 것은 만 2세였습니다. 요즘은 제법 신나게 페달을 구릅니다.

자전거의 나라 일본. 하나가 자전거를 처음 탄 것은 만 2세였습니다. 요즘은 제법 신나게 페달을 구릅니다.

하나가 가장 많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은 바로 모래놀이 완구예요. 놀이터에 갈 때마다 가져가 신나게 모래성을 쌓고 거북이, 나비 모양의 틀에 모래를 넣어 찍어내는 놀이도 합니다. 손과 몸을 모두 사용하고, 아이디어도 내고, 또 친구들과도 어울릴 수 있는, 요즘 하나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랍니다. 또 자전거 타기도 만 3세가 되면서 즐기게 된 놀이예요. 세발자전거도 타고, 좀 큰 자전거도 탄답니다. 또 아빠와 축구를 하기도 하고요. 발로 차는 일은 던지는 일보다 좀 어려운지 제대로 차기까지 시간이 걸렸는데, 요즘은 제법 차는 일에도 익숙해졌습니다.

낮에는 어린이집에서 보내고 저녁에야 집에 오는 하나에게 많은 장난감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어요. 집에선 주로 퍼즐을 맞추거나 점토를 주물럭거리거나 그림을 그리고 놉니다. 같이 요리를 하기도 하고요. 주말엔 주로 밖에 나가 놀아요. 그렇다 보니 장난감보다는 몸을 움직이며 뛰어다니는 일이 대부분이죠. 그래서 장난감을 구입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겐 모든 게 장난감이 되지요. 0세 땐 TV 리모컨이 장난감이었고, 1세 땐 퍼즐을 즐겼고, 3세 땐 모래가 최고의 장난감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과 어울리는 걸 가장 좋아하고요. 인간관계가 이렇게 어릴 때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저도 아이를 키우며 배운답니다.

[육아 삼국지_일본 하나맘 이야기]주변 모든 것이 하나의 장난감

[육아 삼국지_일본 하나맘 이야기]주변 모든 것이 하나의 장난감

하나 맘,김민정은…
1976년생. 열여섯 살 때 가족 이민으로 일본행. 인생의 절반 이상을 도쿄에서 보낸 셈이다. 첫째 하나와 배 속에 둘째를 키우며 낮에는 대학원생, 저녁에는 라디오 방송 통신원, 밤에는 번역가로 열혈 활동 중이다. 마흔이 되기 전에 자신의 소설과 에세이집을 낼 꿈을 갖고 있다. 대학 연극 동아리 동기로 만난 남편은 교육방송 PD다.

■기획 / 이유진 기자 ■글&사진 /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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