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존재다. 그래서 육아의 길은 참으로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발걸음이다. 공들여 키우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다고 생각되면 엄마는 당황하게 마련이다. 어쩔 줄 몰라 고민하고 있는가? 어떤 문제라도 늘 해답을 들고 있는 육아 박사 손석한 선생님에게 SOS!!
Q 화장하는 중학생 딸과의 대화법

SOS! 우리 아이 행동 수정 프로젝트
Solution 사춘기 아이들은 어른의 흉내를 내고 싶어 합니다. 물론 대부분은 아이들에게 금지돼 있습니다. 술, 담배, 외박, 근로, 성적 행동 등이 그러하지요. 아이들은 이미 신체가 발달해 생식 능력도 갖추는 등 성숙했지만, 정신적 발달은 아직 미숙하기에 교육을 받아야 하고 금지와 제한을 두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아이들도 비교적 가벼운 정도의 어른 흉내를 내고 싶어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화장입니다. 남에게 큰 피해가 없고, 자신이 진짜 여성이 된 듯한 느낌이 들며, 친구들과도 서로 비교나 공유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엄격하게 혹은 절대로 ‘금지’해야 할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어머님 말씀대로 자신의 일을 다 하면서 화장을 하는 정도라면, “아직 피부가 다 성숙하지 않았으니 가볍게 하는 것이 좋겠다” 정도의 조언에서 그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화장을 하는 것과 옷매무새에 온통 정신이 팔려서 자신의 할 일을 소홀히 한다면 보다 엄격하게 훈육을 해야 하지요. 한편 아이들이 행동하는 데 가장 강력한 동기는 ‘친구들도 다 한다’입니다. 스마트폰도 그중 하나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을 학생이 소지한 경우는 드물었으나 점차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초등학교 고학년생들도 가지고 다닙니다. 시대의 변화를 한두 명의 부모가 막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결국 아이의 화장하는 행동에 대해서 나쁜 짓을 하는 것처럼 여기기보다 아이에게 신중하게 그리고 주의하면서 해야 하는 행동으로 인식시켜주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대응 방법입니다.

SOS! 우리 아이 행동 수정 프로젝트
다섯 살 된 아들이 밤에 잠을 자다가 깰라치면 정말 감당하기 힘이 들 정도로 울어댑니다. 평소에 쾌활하고 특별히 예민하지도 않은데, 갓난아이 때부터 지금까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요. 그나마 겨우 진정시킬 수 있는 사람은 엄마인 저밖에 없어요. 아빠는 결국 화를 내기 때문에 부부 싸움으로 번지기도 해서 정말 매일매일이 스트레스예요. 좋은 해결 방법이 없을까요?
Solution 아이의 수면 패턴을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먼저 아이가 편안한 상태에서 잠이 드는지 여부를 살펴보세요. 잠자기를 싫어하거나 잠들면서 불안해한다면 엄마가 옆에서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자장가를 불러주어 아이의 마음을 진정시켜주세요. 또 자는 중간에 깨지 않게끔 환경적 요인도 살펴보세요. 온도와 습도가 적절하고, 소음과 빛이 잘 차단돼 있어야 합니다. 낮 동안에 충분한 활동을 하게끔 하세요. 아이의 몸이 피곤함을 느낄 정도로 충분한 시간 동안 뛰어놀도록 해주세요. 그래야 숙면을 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아이에게 낮잠을 제한하고, 혹시 낮잠이 들더라도 1시간 이상 자지 않도록 중간에 깨우세요. 이와 같은 여러 가지 노력를 했는데도 아이의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소아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서 상담과 치료를 받아보세요. 부모가 모르고 있는 심리적 스트레스 요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를 찾아내어 치료를 해야 합니다. 혹은 특별한 스트레스 요인이 발견되지 않고 원인을 잘 모르는 수면장애라면 수면을 안정시키고 돕는 약물 치료를 시행하게 됩니다. 만일 아이 문제 때문에 부부 싸움이 잦아진다면, 차라리 아이와 엄마가 둘이서 함께 자고 아빠는 다른 공간에서 잠자는 것이 더 낫습니다. 부모의 불화는 아이에게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해 현재의 수면 문제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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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 남자아이인데 모든 걸 우는 것으로 표현해요. 요즘은 학교를 잘 가려 하지 않아요. “선생님이 무섭다”라며 울고불고 제게 매달려 억지로 떼어놓은 것이 벌써 세 번째입니다. 그 과정에서 선생님을 강하게 부정하고 밀쳐내고요. 선생님이 좀 엄격하신가 봐요. 몇 번 꿀밤을 맞고 꼬집혔다며 무섭다고 자주 얘기를 해요. 학교 가기 전보다 고집은 더 세지고 떼쓰는 강도가 심해졌습니다. 원래 소심하고 부끄러움을 타서 저한테 집착하는 편입니다. 주말을 지낸 월요일, 화요일이 제일 힘듭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Solution 초등학생이 등교하기를 거부하는 현상은 정신과적 응급 상황입니다. 중·고등학생과는 다르게 초등학생들은 심리적 어려움에 직면하더라도 대개 학교를 잘 다닙니다. 그러나 아이처럼 선생님이나 학교에 대한 공포 증상, 심각한 학교폭력 혹은 왕따 현상, 엄마와의 분리불안 증상 등이 있을 때는 학교 가기를 거부하거나 몹시 싫어합니다. 아이의 경우 선생님에 대한 공포 증상이 심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부모의 개입과 선생님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엄마는 아이의 현재 상태를 선생님에게 정확하게 알려서 도움을 요청하세요. 선생님은 아이에게 “이제부터 절대 꿀밤을 때리거나 꼬집지 않을 거야. 그러니 안심해”라고 아이를 다독여줘야 합니다. 여러 학생들 앞에서 하는 것은 곤란하므로 아이와 일대일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엄마도 아이에게 “선생님이 너를 미워해서 야단친 것이 아니야. 너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만 야단친 것뿐이야”라고 긍정적 재해석을 해주십시오. 아이는 선생님이 자신을 미워해서 혼을 낸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학교를 잘 다녀오면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등교에 대한 동기도 높여주십시오. 만일 아이가 스스로 학교 선생님이 무섭지 않다고 인정을 했음에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선생님이 무섭다’라는 생각이나 느낌이 반복적으로 떠오른다면, 이는 소아강박증에 해당하기 때문에 소아정신과 의사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SOS! 우리 아이 행동 수정 프로젝트
저는 중3, 중1 남자아이 둘을 둔 엄마입니다. 5년 전 이혼으로 싱글 맘이 되어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큰아이가 초등학교 때부터 보통의 아이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ADHD 검사를 했으나 정상이라고 나왔습니다. 아이는 한 해 한 해 커가면서도 거짓말을 많이 하고 자기는 무조건 피해자라는 생각을 하더군요. 얼마 전에는 흡연과 무단 외출로 학교에서 징계를 받았는데 개의치 않고 게임으로 밤을 새며 생활합니다. 이혼의 상처 때문일까요? 함께 살지는 않지만 아이 아빠와 가끔씩 얼굴도 보고 1년 전부터는 아이들 때문에 재결합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자기 마음대로 안 되면 소리부터 지르는 아이. 동생마저 형의 과정을 따라가려는 것 같아 두렵기만 합니다.
Solution 아이의 문제는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초등학교 때 ADHD 검사를 해봤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비록 정상 소견이 나왔지만, 분명 주의집중력이나 충동성 혹은 행동 조절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보입니다. 이러한 성향의 아이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잘못을 자주 지적받게 되는데, 그 결과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또 남의 탓을 하고 자신을 피해자로 여기는 ‘투사’라는 정신적 방어기제를 사용합니다. 그래야 자신이 덜 괴로울 테니까요. 그러다가 사춘기로 접어들면서 학업에 흥미를 잃게 되고 일탈 행동을 하게 됩니다. 흡연과 무단 외출 등의 일탈 행동을 통해서 아이는 짜릿함 혹은 쾌감이라는 자극을 추구하게 됩니다. 게임에 몰두하는 것은 현실의 어려움이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현실 도피 수단이자, 그 자체가 아이의 기분을 즐겁게 만드는 정신적 자극제입니다. 게다가 부모의 이혼은 아이의 심리적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켰을 것입니다. 현재 아이의 상태는 청소년 우울증이 의심됩니다. 청소년 우울증은 어른의 우울증과는 다르게 일탈 행동, 게임 몰두, 소리 지르기나 짜증, 공격적 행동 등이 자주 나타납니다. 필히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에게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우려하는 대로 동생이 형의 과정을 따라갈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치료를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SOS! 우리 아이 행동 수정 프로젝트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로 KBS-2TV ‘생방송 세상의 아침’, SBS-TV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긴급출동 SOS’, EBS-TV ‘육아일기’, 육아 방송 ‘손석한 박사의 1mm 육아’, ‘저출산 극복을 위한 육아 솔루션’ 등 다수의 TV 프로그램에서 자문을 맡거나 고정 출연하며 활발한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지금 내 아이에게 해야 할 80가지 질문」, 「빛나는 아이」,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아빠의 대화 혁명」 등이 있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조민정 ■도움말 / 손석한(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일러스트 / 박채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