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올바른 식사법, 아이 때부터

육아 삼국지_일본 하나 맘 이야기

⑦올바른 식사법, 아이 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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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국가 일본의 이미지는 건강한 식생활도 톡톡히 한몫했을 것이다.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를 가르치는 것이 일본의 중요한 식사교육법 중 하나라고 한다. 도쿄에 사는 어린이 하나는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고 있을까.

[육아 삼국지_일본 하나 맘 이야기]⑦올바른 식사법, 아이 때부터

[육아 삼국지_일본 하나 맘 이야기]⑦올바른 식사법, 아이 때부터

일본의 식육 기본법
어린이의 건전한 마음과 신체 성장을 위해 일본은 2005년 ‘식육(食育) 기본법’을 마련했습니다. 식육이란 단어는 1896년부터 써왔고, 일부 학자들은 공부나 체육보다 음식을 통한 교육이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바른 영양 지식이 지적 향상과 건강 증진은 물론 인생을 좌우한다는 교육론이 식습관을 통해 아이를 기르자는 ‘식육 기본법’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우리말로 하자면 ‘식사교육’쯤 되겠죠.

이 ‘식육교육’은 밥 먹기 전 손 씻기부터 시작합니다. 손 씻는 법을 노래와 함께 가르치고 손톱 밑이며 팔뚝까지 씻도록 하죠. 저희 딸 하나도 어린이집에서 배운 대로 손가락 하나하나부터 손등, 손바닥까지 아주 깔끔히 씻는답니다. 손을 씻으면 식사가 시작됩니다. 식사 전에 고기는 뼈와 살이 되고, 밥은 에너지가 되며, 채소는 몸의 컨디션을 조절해준다고 가르쳐줍니다. 밥 먹기 전에는 “잘 먹겠습니다”라는 인사를 하지요. 먹고 나면 물을 마시고, 자기가 먹은 컵은 알아서 정리하도록 배우고 있습니다. 위생과 식사예절, 영양교육까지 종합한 교육이 ‘식육교육’입니다. 일부 어린이집에선 감자나 콩을 키우고 나중에 수확해서 나눠 먹기도 하지요.

[육아 삼국지_일본 하나 맘 이야기]⑦올바른 식사법, 아이 때부터

[육아 삼국지_일본 하나 맘 이야기]⑦올바른 식사법, 아이 때부터

생명수업 ‘식사란 자고로 죽음을 의미한다’
‘식사’란 살아 있는 생명을 어떤 방식으로든 죽음으로 몰아 먹는 행위입니다. 생각할수록 잔혹한 행위입니다. 이 잔혹성을 배우는 교육법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2003년 서적과 영화로 알려진 ‘돼지가 있던 교실’이란 작품이 있어요. 한 초등학교의 학생들이 교정에서 돼지를 키워 잡아먹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지요.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기 위한 시도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마다 달걀을 주고, 그 달걀을 부화시켜 닭을 키우도록 한 뒤 마지막에는 직접 죽이고 요리해 먹는 수업을 시행해 충격을 주었습니다. 과격한 발상이란 반발과 더불어 자살을 생각했던 한 학생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이는 “이 프로젝트에 참석한 학생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면 닭을 먹지 않는 선택을 했을 수도 있을 텐데, 전원이 닭을 먹었다니 정말 잔인하다”고 말하기도 했지요. 어떤 의견을 갖고 있든 식사가 동물과 식물의 생명을 먹는 행위란 점을 아이들이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겠지요.

1 하나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키우는 토마토. 식육교육의 일환으로 음식을 통해 자연과 생명에 대해 배우고 있습니다. 2 부침개 반죽을 섞고 있는 하나.

1 하나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키우는 토마토. 식육교육의 일환으로 음식을 통해 자연과 생명에 대해 배우고 있습니다. 2 부침개 반죽을 섞고 있는 하나.

하나는 무얼 먹고 사나?
일본 허가 어린이집은 기본적으로 급식실이 있어야 하고, 영양사를 두어야 하며, 그날 만든 음식만 제공해야 합니다. 하나는 지난 4월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통합된 형태의 ‘통합 어린이집’을 배정받았습니다. 원래가 유치원이었기 때문에 급식 시설이 없어서 매일 도시락을 싸고 있어요. 도시락의 기본은 상하지 않게 간을 좀 짭짤하게 만들 것, 아이가 많이 흘리지 않도록 되도록이면 김밥이나 주먹밥 형태로 만들 것, 과일은 서너 점으로 한정할 것 등이 어린이집이 요구한 사항입니다. 그래서 주먹밥과 김밥을 번갈아가면서 싸고 있고, 1주일에 한 번은 샌드위치를 만들어요. 하나의 요구사항은 키티나 호빵맨 도시락입니다. 그림에 영 소질이 없는 저는 김을 오려서 간신히 키티와 호빵맨을 만들고 있고요. 아침마다 “엄마, 오늘은 호빵맨!” 하고 소리치는 하나가 귀엽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합니다. 하나 도시락을 만들면서 세대 차이도 느껴요. 제가 어릴 땐 구경도 못했던 브로콜리! 그런데 하나가 가장 좋아하는 채소가 브로콜리랍니다. 요즘은 군것질도 늘었어요. 사탕은 하루 하나로 정했고, 초콜릿을 많이 먹으면 곰이 된다고 말해두었더니 어느 날 초콜릿을 많이 먹는 저를 보고는 “엄마, 많이 먹으면 큰일 나. 내일 아침에 곰이 되어 있으면 어쩌려고 그래?”라며 초콜릿을 빼앗아가기도 합니다.

잘 안 먹는 하나, 밥 먹이기
만 세 살인 하나는 현재 키 97cm, 몸무게 13.6kg입니다. 날씬한 편이고, 먹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해서 먹으라고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밥을 먹느냐고요? 제 경험상, 첫 번째는 엄마가 먼저 맛있다고 먹기입니다. 하나한테 주기 전에 제가 먼저 먹어요. “우와, 이거 진짜 맛있다, 맛있어” 하면서 호들갑을 떨어주면 하나가 식탁에 철썩 달라붙어서 “엄마, 나도 하나!”라고 소리칩니다. 부모가 모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야 아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답니다. 그러니 부모의 편식부터 고쳐야겠지요. 두 번째는 아이들끼리 같이 먹기입니다. 하나는 집에서는 잘 안 먹어도 어린이집에서는 매우 잘 먹어요. 친구들끼리 먹으니까 재밌기도 하고, 잘 먹으면 칭찬을 받으니 경쟁심도 생기나 봅니다.

하나의 도시락입니다. 일본의 어린이집은 원래 급식을 제공해야 하지만 하나가 다니는 곳은 유치원과 통합된 형태의 ‘통합 어린이집’으로 급식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림에 영 소질이 없는 엄마가 만든 키티와 호빵맨, 미키 마우스 도시락.

하나의 도시락입니다. 일본의 어린이집은 원래 급식을 제공해야 하지만 하나가 다니는 곳은 유치원과 통합된 형태의 ‘통합 어린이집’으로 급식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림에 영 소질이 없는 엄마가 만든 키티와 호빵맨, 미키 마우스 도시락.

세 번째는 같이 요리하기입니다. 하나는 달걀을 깨거나 핫케이크와 부침개의 밀가루 풀기를 즐기며 채소 씻기도 도와줍니다. 아이를 식탁에 앉히는 마지막 비법은 밥 안 주기입니다. 이건 저희 어머니가 자주 쓰시던 방법인데, 입맛이 없거나 안 먹겠다고 하면 아예 밥을 안 주셨답니다. 그렇게 한 끼 굶으면 그 다음 식사 시간이 엄청 기다려지지요. 저녁을 안 먹으면 아침으로 보충하게 되고, 점심을 거르면 저녁을 많이 먹게 돼요. 참! 아이에게 남기지 말라 혹은 편식하지 말라는 요구는 가능한 한 안 하는 게 좋다고 하네요. 일본의 식육교육에선 아이에게 먹는 것을 강요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강요해서 억지로 먹이면 평생 그 음식을 안 먹게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안 먹는 음식은 ‘한 입’씩 늘려갈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좋다고 합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살기 위해 먹고, 먹기 위해 삽니다. 다른 동물과 식물의 생명을 매일같이 소비하고 삽니다. 그건 그 생명이 주는 사랑입니다. 그리고 밤낮으로 일하고 식탁을 마련하는 부모의 사랑이기도 하고, 어디선가 그 동물과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 그걸 가공하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 곁으로 운송해주는 사람들, 그 모두의 사랑이 바로 오늘의 우리가 마주한 ‘식탁’이지요.

하나가 좋아하는 생선구이와 된장국, 멸치볶음. 먹는 게 기본이라 가공된 비타민을 별도로 챙기지는 않습니다.

하나가 좋아하는 생선구이와 된장국, 멸치볶음. 먹는 게 기본이라 가공된 비타민을 별도로 챙기지는 않습니다.

[육아 삼국지_일본 하나 맘 이야기]⑦올바른 식사법, 아이 때부터

[육아 삼국지_일본 하나 맘 이야기]⑦올바른 식사법, 아이 때부터

하나 맘, 김민정은…
1976년생. 열여섯 살 때 가족 이민으로 일본행. 인생의 절반 이상을 도쿄에서 보낸 셈이다. 첫째 하나와 막 세상에 나온 둘째를 키우며 낮에는 대학원생, 저녁에는 라디오 방송 통신원, 밤에는 번역가로 열혈 활동 중이다. 마흔이 되기 전에 자신의 소설과 에세이집을 낼 꿈을 갖고 있다. 대학 연극 동아리 동기로 만난 남편은 교육방송 PD다.

■기획 / 이유진 기자 ■글&사진 /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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