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저희가 살고 있는 아파트 1층에 있는 프렌치 베이커리. 리아 덕분에 단골이 됐답니다. 2 중국 마트에 간 리아. 리아는 직접 카트를 끌고 장보는 걸 좋아해요.
저는 리아와 자주 한국에 다녀가는 편이에요. 그 이유 중 하나가 리아에게 더 나은 음식을 먹이기 위해서이기도 해요. 먹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음식 문화가 발달한 중국에 살면서도 아이의 먹을거리에 관해서는 깐깐해지는 게 엄마의 마음인가 봐요. 아무래도 저는 한국 음식이 더 믿음이 가다 보니 한국에 가서 먹는 것만으로도 리아에게 건강한 음식을 준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베이징에는 우리나라처럼 많은 대형 마트들이 있는데, 중국 로컬 마트로는 ‘징커롱(京客隆)’이 가장 많은 체인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프랑스계 ‘까르푸’, 미국계 ‘월마트’가 있고 백화점이나 쇼핑몰 지하에 입점한 프리미엄 슈퍼마켓으로 대만계 ‘BHG’, 홍콩계 ‘시티 숍’이 있지요. 몇 년 전부터는 한국의 ‘롯데마트’도 한인타운인 왕징을 시작으로 중국에 진출했어요.
![[육아 삼국지_중국 리아 맘 이야기]⑦다양한 음식을 통해 배우는 세상](http://img.khan.co.kr/lady/201307/20130718163045_2_riamam2.jpg)
[육아 삼국지_중국 리아 맘 이야기]⑦다양한 음식을 통해 배우는 세상
처음 베이징에 왔을 때는 어떤 채소들을 골라야 하는지 몰라서 당황할 정도로 중국 마트에는 한국에서 보지 못한 다양한 종류의 채소나 과일들이 많더라고요. 때문에 장볼 때 어려움이 컸어요. 세계 3대 과일이라 불리는 두리안, 망고스틴, 드래곤프루트 등은 신선하고 맛있는 것을 고르는 방법을 몰라서 잘 구별해낼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아예 먹지 않기도 했고요. 지금은 중국식 재료들도 대부분 익숙해져서 마트보다는 집 근처 재래시장을 찾아 더 신선한 채소와 과일 등을 공수해오고 있어요. 한인타운인 왕징에 거주하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아침 시장’이라 불리는 곳이 인기라고 하더라고요. 외국인들은 해산물이나 생선, 다양한 수입 식재료를 판매하는 ‘신원리 시장’을 선호하고요. 아직 중국 재래시장에서는 가격 흥정이 활발해요. 외국인들에게는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부르기도 해서 저도 처음엔 종종 곤란했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제는 쉽게 물가를 파악할 수 있게 됐어요.

밥 먹기 싫다고 떼를 쓰고 있는 리아. 종종 이래서 속상해요.
리아가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면서 질 좋은 쇠고기와 닭고기를 구하는 일이 문제였어요. 리아는 육수를 넣지 않고 만든 이유식은 잘 먹지 않으려 하는 데다 육수에서 누린내라도 나면 아예 입에 대질 않았거든요. 중국은 전통적으로 돼지고기 요리를 많이 먹기 때문인지 쇠고기보다는 돼지고기의 품질이 더 좋아요. 그래서 저는 로컬 마트보다는 한인타운에 있는 한국식 정육점에서 쇠고기를 구매한답니다. 리아가 주로 먹는 쇠고기 안심은 독일계 대형 마트인 ‘메트로’에서 진공 포장된 SS등급의 호주산을 사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중국 고급 레스토랑에 납품하고 있는 중국산 쇠고기 판매 업체를 알게 돼서 주변 엄마들과 아예 공동구매를 하기도 했어요. 베이징에서는 이렇게 어렵게 식재료를 구하다 보니, 가끔 한국에서 장을 보게 되면 모든 것이 다 좋아 보여서 선택하기가 더 어렵더라고요(웃음).
리아는 먹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이유식을 먹을 때도, 또 지금처럼 유아식을 먹을 때도 매 끼니 고민을 하게 만들어요. 아침을 간단하게 먹는 저희 부부와 같이 리아도 빵, 요거트, 과일 같은 간단한 음식으로 아침을 먹고 하루를 시작하죠. 밥보다는 빵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렇다고 모든 빵에 해당되는 건 아니에요. 식빵이나 바게트처럼 담백한 맛의 빵은 잘 안 먹고, 크루아상이나 머핀을 좋아해요. 어떤 아이들은 잼을 발라주면 다 잘 먹는다고 하던데, 리아는 오히려 너무 단 음식은 잘 먹지 않더라고요. 입맛이 까다로운 아이랍니다.
그런 리아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일본식 쇠고기 우동이에요. 밥을 먹지 않으려 할 때를 대비해서 늘 우동을 준비해둘 정도로 우동은 리아의 ‘안전 식단’이에요. 일본에 계신 시아버지께서 보내주신 오가닉 우동 면을 한국식 다시마 국물을 이용해 끓여내는데, 될 수 있으면 많은 양의 채소를 넣고 차돌박이 같은 얇게 저민 쇠고기를 함께 넣어요.
중국 음식 중에서는 대만식 쇠고기 탕면인 우육면을 좋아해요. 갈비에 각종 향신료를 넣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끓인 다음 수타면을 넣어 만든 요리로, 저도 중국식 면 요리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메뉴예요. 두꺼운 면에 간이 배야 하기 때문에 간을 세게 하기 때문에 국물은 어른이 먹기에도 좀 강하다 싶은 맛이에요. 그래서 리아에게 절대 국물은 먹이지 않아요. 또 한국 친정집에 방문했을 때는 친정엄마표 곰탕이나 삼계탕을 주기도 하는데 한국인들의 대표 보양식인 이 음식들이 리아에게도 잘 맞는지 한국에만 다녀오면 부쩍 살이 오르더라고요.

1 과자를 무척 좋아해서 엄마는 걱정이에요. 2 직접 먹고 싶은 걸 고르겠다며 메뉴판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리아. 3 한국 음식 중에서는 불고기와 곰탕을 잘 먹어요. 4 외식을 할 때는 까다로운 리아의 기분을 맞춰주는 게 중요해요. 리아 기분이 좋아지도록 열심히 놀아주고 있는 아빠.
간혹 리아가 감기에 걸려 입맛 없어 할 때는 배를 갈아서 죽을 만들어줘요. 한국식 배숙을 만들어주기도 하고요. 중국에서도 배는 목감기에 좋은 재료로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배와 오미자, 대추, 은이버섯을 넣은 차를 끓여 먹이기도 해요. 저희 친정엄마는 제가 어릴 때부터 감기에 걸리면 황태를 잘게 찢어서 한 컵 분량의 국물이 나오도록 달여서 마시게 하셨는데, 저도 리아가 감기에 심하게 걸렸을 때는 그 황태 국물을 먹여요.
중국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처럼 탕을 먹는 것이 몸보신에 좋다고 생각해요. 특히 홍콩 사람들은 식사 때마다 닭고기나 오골계, 돼지고기를 당근, 무, 연근 등 다양한 채소와 생강, 대추, 오미자 등을 넣고 끓인 탕을 먹곤 해요. 주식을 다 먹고 나서 후식처럼 마시는 것이 한국과 다른 점이죠. 또 가끔 ‘카오야’라는 북경식 오리구이를 먹기도 하는데, 오리를 다 먹고 난 뼈로 탕을 끓여 마시기도 해요.
한국 엄마들은 요즘 자녀들에게 좋은 음식, 건강한 음식을 먹이기 위해 여러모로 애를 쓴다고 하지요. 중국 엄마들도 역시 아이의 건강식을 잘 챙겨주려고 노력하기는 하지만, 한국 엄마들처럼 유기농 재료에 집착하거나 싱겁게 간을 하는 등 요리법을 달리하려고 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다양한 조리법을 적용해 음식 맛을 즐기게 해주거나 재료 간의 궁합에 더 신경 쓰는 편이죠. 외식 문화가 발달한 편이라 주말이면 레스토랑에서 아이와 딤섬 등을 즐기는 가족을 쉽게 볼 수 있고요. 저희 가족도 주말이면 미국식 브런치를 먹으러 가기도 하고 딤섬은 물론 파스타도 먹는데, 가능하면 리아가 더 다양한 음식을 즐기고 맛볼 기회를 많이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육아 삼국지_중국 리아 맘 이야기]⑦다양한 음식을 통해 배우는 세상](http://img.khan.co.kr/lady/201307/20130718163045_5_riamam5.jpg)
[육아 삼국지_중국 리아 맘 이야기]⑦다양한 음식을 통해 배우는 세상
결혼과 동시에 중국에 입성해 ‘베이징 주민’으로 산 지 5년. 독특한 맛의 중국 음식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등 많이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문득문득 낯설 때가 있다고. 홍콩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중국인 남편과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미국 국적과 홍콩 시민권을 갖고 있는 ‘인터내셔널 베이비’ 아밀리아(보통 ‘리아’라고 부름)와 알콩달콩 예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다.
■기획 / 이연우 기자 ■글&사진 / 임채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