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서·민우 아빠 이진영씨

좋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

은서·민우 아빠 이진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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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8월 아빠와 빵&쿠키 만들기

대한민국 아빠는 바쁘다. 그리고 외롭다. 마음은 있어도 막상 아이들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하지만 최근 아빠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적극적으로 육아에 나서는 아빠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인정받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이미 경험을 해본 선배 아빠의 조언을 바탕으로 매달 한 가지씩의 활동을 제안하고자 한다. 어렵고 부담스럽지 않은 ‘보통’ 아빠 이야기들을 골랐다.

[좋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은서·민우 아빠 이진영씨

[좋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은서·민우 아빠 이진영씨

열한 살 은서와 여덟 살 민우 아빠 이진영씨(38)는 여느 아빠들과 다를 바 없는, 그야말로 ‘평범한’ 가장이다. 퇴근 후에는 소파에 누워 리모컨을 만지작거리고 휴일에는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이불 속에 파묻혀 뒹구는…. 딱히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아주는 재주가 있는 것도,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히 챙겨줄 만큼 의욕이 넘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보통’ 아빠는 앞치마를 두를 때면 세상에서 가장 다정하고 유쾌하고 멋진 아빠가 된다. 바로 아이들과 함께 빵을 굽고 쿠키를 만들면서 달콤한 시간을 보내는 것. 전문적으로 베이킹을 배운 것은 아니어서 서툴고 어설플 때도 많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아빠와 같이 반죽을 떼어 조물거리고 폴폴 밀가루를 날리며 장난치는 시간을 무척이나 즐거워한다. 아빠가 조금은 엉성한 솜씨로 재료들을 계량하고 준비해놓으면 반짝반짝 창의력이 빛나는 민우와 꼼꼼하고 야무진 은서가 멋지게 모양을 만들어낸다. 세 사람이 힘을 합쳐 만든 빵과 쿠키를 오븐에 넣고 구워지기를 기다리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또한 전에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설렘이다. 시중에 파는 것과 비교하면 맛도 모양도 부족할 수 있지만, 가족이 함께 직접 정성을 다해 만든 빵과 쿠키를 나눠 먹으면서 행복을 느낀다. 그렇게 아빠와 아이들의 맛있는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아이들과 홈베이킹을 하는 걸 보면 예전부터 빵이나 쿠키를 잘 만들었나 봐요.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빵을 원래 좋아하긴 했지만 먹는 거나 좋아했지(웃음) 만들 생각은 하지도 못했죠. 그런데 제가 원래 외식 관련 일을 해왔는데, 지난해부터 베이커리 카페에 근무하게 됐거든요. 직장에서 직접 베이킹을 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빵이나 쿠키를 자주 접하다보니 점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특히 회사에서 고집하는 100% 무방부제 빵을 알고 나서부터 우리 아이들에게도 좋은 음식을 먹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원래는 아이들이 소화가 잘 안 된다고 해서 빵을 잘 안 먹였는데, 무방부제 빵은 먹고 나서 속이 편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첨가제가 들어가지 않은 좋은 빵을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서 먹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집에서 베이킹을 해보게 됐어요.

그래도 꾸준히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둘째가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니 어느 날 문득 이제는 내가 원해도 아이들과 소통하고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학교생활을 시작하면 바빠지잖아요. 그리고 딸이 요즘 벌써 아이돌에 빠져서 제가 가끔 방에 가서 말을 걸면 귀찮아할 때가 있어요. 그걸 보면서 아내가 “이제 3, 4년 뒤면 둘 다 말도 잘 안 할지도 몰라. 그때까지만이라도 아이들한테 투자를 좀 해요”라고 하는데 그 말이 가슴속에 콕 박히면서 덜컥 위기감이 들었어요. 정말로 생각만 하지 말고 제 마음을 표현하고 아빠로서 다가가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가능하면 아빠의 일도 소개하며 이해시키고 싶었고, 아이들도 빵이나 쿠키 만들기를 좋아하니까 시간 날 때마다 함께 베이킹을 하려고 노력해요.

베이커리 카페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베이킹은 아빠들이 하기에는 어려운 분야일 텐데요.
저도 베이킹 경력이나 자격증이 있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요즘 웬만한 아빠들보다 요리 실력도 부족하고 센스도 더 떨어질걸요(웃음). 그저 약간의 관심과 아이에 대한 사랑만 있다면 대부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예요. 어차피 완벽한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게 아니니까요. 서툴더라도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아이와 나만의 빵과 쿠키를 만든다는 의미를 둔다면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요즘에는 집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도구나 세트 상품도 잘 나와 있으니 이를 활용하면 좋을 듯해요.

아이들과 함께 빵을 굽고 쿠키를 만들면서 훨씬 친해졌겠어요. 아이들도 즐거워하고, 그로 인해 집 안 풍경도 많이 달라졌을 듯해요.
저도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들이 훨씬 좋아해서 좀 놀랐을 정도였어요. 은서는 전부터 학교에 베이킹 실습 시간이 있어서 퇴근하고 가면 그때 만든 걸 내밀곤 했거든요. 그럴 때 좀 더 칭찬해줄걸 하고 미안해지더라고요. 우리 아이들이 뭔가 그리고 만들고 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동안 제가 잘 못 놀아주다 보니 그럴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베이킹을 하면서는 아이들과 대화도 많아졌고 가까워진 것 같아요. 손으로 만지고 살을 맞닿으며 교감을 하다 보니 한층 친해진 기분이에요. 예전엔 제가 거실에 앉아 있어도 본체만체할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퇴근해서 현관문을 열 때면 쪼르르 달려와 안기기도 해요. 아이들은 작은 것 하나에도 흥미와 관심을 보이고 또 달라지기도 하더라고요. 밀가루 반죽을 만지고 떼고 붙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이야깃거리가 많아지고 더 깊이있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어요.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빵이나 쿠키를 굽는 시간이 의미 있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아이들과 같이 베이킹을 하면서 귀찮고 힘들 때도 있지만 이렇게 친밀감이 형성됐다는 데 만족해요. 또 아이들에 대한 제 마음을 조금이나마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고요. 아이들도 이렇게 좋아하는 이유가 아마 저의 노력과 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이겠죠. 훗날 아이들이 자랐을 때 아빠와 보냈던 지금의 시간들이 따뜻한 추억이자 든든한 양분이 됐으면 좋겠네요.

아빠의 예쁘고 맛있는 빵&쿠키 만들기 노하우

정확한 계량은 필수예요
전문가처럼 모든 도구를 갖춰야 할 필요는 없지만 홈베이킹을 하기 전 최소한 계량 도구들은 꼭 준비해서 시작해야 해요. 제과제빵은 레시피를 따르는 것, 특히 정확하게 계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거든요. 얼마나 정확하게 계량했는지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극명하게 판명난답니다. 계량스푼과 계량컵은 물론이고 미세한 단위까지 측정하는 전자저울을 꼭 사용하도록 하세요.

스토리를 갖고 대화하며 모양을 만들어요
제과제빵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가 반죽을 만지고 주무르거나 장식을 입히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는 거예요. 따라서 그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하세요. 다만 매번 무작정 만들어보라고 한다면 금방 싫증을 내거나 아이에 따라서는 “뭘 할지 모르겠어”라며 손 놓고 있는 경우도 있겠지요. 그럴 때는 아빠가 먼저 주제를 제시해주거나 이야기를 만들며 같이 완성해보도록 하세요. 책에 나오는 캐릭터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고 TV에서 봤던 것을 소재로 해도 좋아요. 시기에 따라 선물해주고 싶은 사람을 정해놓고 만들어본다거나 왜 이런 모양을 만들었는지,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등에 대해 아이와 대화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다양한 재료와 색을 활용하세요
저는 아이들과 빵이나 쿠키를 만들 때마다 자신이 없더라도 매번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려고 해요. 사실 그래서 실패할 때도 많아요. 정말 엉망인 결과물이 나오거나 맛이 없을 때도 있지만, 어차피 아이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낸 뒤라 그건 큰 문제가 안 돼요. 그보다 아이들이 다양한 재료를 하나씩 맛보고 냄새도 맡고, 관찰하고 경험하면서 알아가게끔 유도해요. 또 형형색색의 천연 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하기도 하고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는 아이싱 등을 이용해서 예쁘게 꾸미기도 해요. 아이들이 풍부하게 느끼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확장시켜 나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죠.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김영길 ■장소 협찬 / 카페 두다트 연남점(02-334-3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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