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등학생 고학년 사이에서 가장 어려운 과목은 수학도, 영어도 아니다. 암기 과목으로 소홀히 했던 사회 과목, 정확히 한국사가 아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교과서를 읽어도 어렵고 지루하기만 하다고 아이들이 호소하는 한국사, 쉽고 재미있게 공부하는 방법은 없을까.

서울대 합격의 필수 조건, 이젠 역사도 조기교육 시대!
요즘 교육계의 핫 이슈는 단연 한국사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필수과목 지정이 유력하기 때문이다(2013년 8월 20일 기준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지정 여부 미정 상태). 사실 한국사는 2013학년도 수능에서 전체 수험생 중 고작 7%밖에 선택하지 않는 비인기 선택과목이었다. 그마저도 서울대에서 유일하게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간신히 나온 수치로, 상위권 소수 학생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한국사를 외면한 셈이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의 역사교육 강화 방안은 당연히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안팎의 많은 논란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부분 필수과목 지정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그렇게 해서라도 역사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국영수 위주의 빠듯한 수업 일수, 전문성을 갖춘 한국사 교사 인력 부족 등 현실적으로 실현이 힘든 정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볼 때 필수과목 지정을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혼란스러운 건 입시를 코앞에 둔 고등학생만이 아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한국사 때문에 당황스럽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갑자기 어려워지는 사회, 정확히 한국사 때문에 급하게 공부 계획을 수정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과목의 특성상 방대한 학습량과 어려운 용어 등 기초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수능에서 수험생들에게 외면을 받았던 문제가 지금 초등학생들에게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한국사 무엇이 문제일까. 초등 3, 4학년까지는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수준을 배우던 사회 교과가 갑자기 5학년부터 어려워진다.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내용을 한꺼번에 배우기 때문에 아이들이 힘들어한다. 5학년 1학기에는 선사시대부터 조선 전기까지, 2학기에는 조선 후기부터 근현대사까지 배운다. 1년 안에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사까지 모든 역사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부모 세대들이 중학교 때 배우던 교과 내용이 초등학교로 내려오면서 난이도도 대폭 높아졌다.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까지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를 보며 어려워하는 게 바로 이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흥미와 재미를 느껴야
지난 4월 SBS-TV 뉴스 내용 중 “야스쿠니 신사가 어떤 건지 알아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신사, 숙녀 할 때 그 ‘신사’ 아니에요?”라고 답한 한 청소년의 인터뷰가 충격을 주었다. 이렇게 기초 지식조차 없는 아이들에게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는 중앙관리, 정치원리 등 어렵게 설명하니 당연히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너무 모르고 교과서는 너무 어려워 그 간극이 크다. 그제야 현실을 파악한 부모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부랴부랴 박물관과 역사 체험학습을 떠나면서 ‘진작 역사 공부를 시킬걸’이라며 후회한다. 요즘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 사이에선 영어만큼이나 한국사 조기교육 열풍이 거세다. 어릴 때부터 이야기나 동화처럼 재미있게 한국사를 배워나가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다. 부모들이 어떻게 한국사를 지도해야 하는지 마땅한 매뉴얼이 없다. 책을 읽게 하고 박물관에 데려가는 게 해답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배경지식을 쌓으라고 조언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 수준을 고려한 책을 선정해 읽도록 하는 것이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고르는 것보단 아이와 함께 선택해야 흥미를 높일 수 있다. 또 책을 선정할 때 그림과 글이 조화를 이루는지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부서지고 녹슨 청동검 사진 아래에 ‘날카롭고 단단한 검’이란 설명이 붙는 경우다. 이렇게 글과 그림이 조화롭지 않다면 아이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어느 정도 이해력이 생길 때까지 정확한 그림이 그려진 책을 선택하는 게 낫다.
책을 통해 기초 지식을 쌓았다면 박물관이나 역사 유적지를 찾아 직접 보고 느끼는 생생한 체험학습을 해야 한다. 신석기 시대는 고인돌 유적지를, 백제 문화는 부여 유적지 등 읽고 있는 책과 체험학습을 연결해줘야 사고력의 폭이 넓어진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체험학습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기록하는 자신만의 체험 보고서를 쓰도록 한다. 특히 미리 책이나 자료를 통해 접했던 내용이 실제 체험과 어떻게 달랐는지, 어떤 점이 같았는지 비교 분석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단순히 ‘좋았다’, ‘싫었다’라는 말보단 ‘어떤 점이 어떻게 해서 왜 좋았는지’ 구체적으로 적어놓으면 나중에 교과 진도에 맞춰 확인하기 쉽다. 책에서 체험으로, 다시 교과 내용으로 이어지는 역사 공부를 3단계에 걸쳐서 하는 셈이다. 한국사는 단순한 암기과목이 아니다. 이해력을 밑바탕으로 통찰력과 사고력이 필요한 교과다. 그래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배우는 아이들은 어렵게 느낄 수밖에 없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라고 해도 아직 늦지 않았다. 정말로 더 늦기 전에 아이 손을 잡고 한국사와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이 유형별에 따른 한국사 공부 처방전
유형 1 한국사를 싫어하는 아이 역사 학습만화 추천 도서
부담 없이 접근하기 위해선 학습만화가 제격이다. 재미와 학습의 균형을 맞춘 역사 학습만화서가 많다. 그중 되도록 역사를 왜곡하지 않되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책으로 선정하는 게 좋다. 부모가 책 선정을 강요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니 주의하자.
이이화 선생님이 들려주는 만화 한국사
이이화 원저 / 김영훈 구성 / 서석근 그림 / 삼성출판
50여 년간 우리나라 역사 연구에 몰두한 대표적인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의 역사 해설이 함께 있어서 바른 역사관 정립에 좋다. 사건을 과장하거나 축소하지 않고 철저한 고증을 토대로 책을 구성했으며 사건 속에 숨겨진 속뜻까지 친절하게 풀어 설명했다. 정치 중심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삶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 읽듯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만화 한국사 신문
장석훈 글 / 김영민·정중구 그림/ 아이세움
만화와 신문을 합쳐놓은 독특한 구성이다. 한눈에 내용 파악이 쉬워 역사의 흐름을 익히는 데 좋다. 2면을 한 호로 총 50호로 구성해 그 안에 고조선부터 대한민국 정부 수립까지 모두 담았다. 5천 년에 걸친 우리 역사를 마치 직접 겪은 사실인 듯 생생하게 담아내 아이들로 하여금 역사를 아주 먼 과거가 아닌 가까운 현재처럼 친숙하게 느끼도록 한다.
Why? 한국사_신화와 전설
(박연아 글 / 극동만화연구소 그림 / 예림당)
학습만화의 스테디셀러 Why 시리즈라는 것만으로도 부모와 아이에게 신뢰를 주는 책이다. 동화로 익숙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부터 바리공주, 연오랑과 세오녀 등 시대를 초월한 신화와 전설을 다루고 있다. 또 각 이야기에 맞는 역사상식, 사진 자료, 주요 정보 등을 함께 첨부해 학습적인 효과도 높였다.
사건과 연표로 보는 만화 교과서 한국사
(예영 글 / 김정한 그림 / 아이세움)
만화가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건의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교과서처럼 첫 장에 제목, 학습목표, 주제 등을 적어놓아 핵심적인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다. 큰 틀은 교과서를 따르지만 만화에 잘 녹여내 아이들의 재미를 이끌어내며 아이들이 궁금할 법한 내용은 책 하단에 적어놓아 바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유형 2 한국사 실력이 늘지 않는 아이 조상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추천 도서
기초를 다졌음에도 역사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다면 방법을 바꾸는 게 좋다. 아이가 흥미를 느낄 만한 주제를 함께 읽으면서 역사적 관심을 확장하는 것이다. 사건이나 정치에만 집중하지 말고 놀이문화, 유물, 생활방식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뤄보자.
우리 민속놀이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서찬석 글 / 한창수 그림 / 채우리
연날리기, 씨름, 널뛰기 등 우리 조상들의 민속놀이문화 13가지 유래를 다뤘다. 또 민속놀이를 통해 조상들의 생활과 풍속은 물론 전쟁을 승리로 이끈 원무 강강술래, 김유신 장군이 적을 물리치는 데 사용한 연 등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도 함께 읽을 수 있다. 특히 이 책은 3학년 2학기 사회 교과서에 실려 내용의 우수성을 증명했다.
한국사 편지
박은봉 글/ 류동필 외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어린이 역사책 부문에서 10년 동안 1위를 지켜온 스테디셀러다. 게다가 초등학교 5학년 사회 교과서 참고 도서로 수록돼 학부모와 아이는 물론 교사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저자가 딸과 실제 대화를 나누면서 집필해 철저히 어린이 눈높이에 맞췄다. 균형감 있는 서술을 통해 저자의 주장이나 관점을 강요하지 않고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한다.
만화보다 재미있는 한국사 왕자와 공주 100대 일화
(김영숙 글 / 박종호 그림 / 삼성출판사)
위인에만 국한되던 역사 속 인물 접근 방식을 왕자와 공주로 바꿔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공주와 왕자들의 이야기를 다뤘으며 일대기가 아니라 일화 중심인 것도 특징이다. 또 왕자와 공주의 의식주 등 왕실의 모든 것을 담아 아이들의 역사적 상상력을 배가시킨다.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조은수 글·그림 / 창비)
김흥도, 신윤복이 그린 풍속화 61점을 통해 우리 조상들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한쪽에는 재치와 해학이 가득한 풍속화를, 다른 쪽에는 시대상을 알려주는 설명과 용어 풀이, 사진 자료와 삽화를 곁들였다. 또 화가들의 에피소드와 함께 깊이 있는 가이드가 첨부돼 전통 미술을 보는 안목까지 넓혀줄 수 있다.
유형 3 신체활동이 뛰어난 아이 역사 체험활동 프로그램 추천
집에서 책을 읽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고 오감을 사용해 공부하는 게 더 수월한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곳곳에서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의 취향, 프로그램 특성을 고려해야 교육적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수원박물관 내 어린이 체험관
자유롭게 유물을 만지고 옛날 생활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수원박물관 내에 마련한 체험관이다. 임금님의 도장인 옥새 스탬프 찍어보기, 돌을 들어 올리는 소형 거중기 체험, 탁본 뜨기, 조선시대 관리가 돼 임명장을 받아보는 교지와 호구단자 체험 등 다채로운 10가지 체험이 준비돼 있다. 관람 시간은 한 회당 40분씩 하루 6회가 진행된다.
매일 개관(매달 첫째 주 월요일 휴관) 오전 10시~오후 5시 40분 / 어른 2천원, 어린이 무료(체험 재료집 가격 1천원) *사전 예약 필수 / 경기 수원시 영통구 창룡대로 265 수원박물관
문의 031-228-4150, swmuseum.suwon.ne.kr
일일탐방 현장학습
전국적으로 유서가 깊은 지역을 직접 찾아가 그곳의 대표 유적지를 직접 보고 선조들의 지혜와 솜씨를 느껴보는 현장학습이다. 고려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강화, 백제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공주, 백제의 문화를 품고 있는 부여, 조선의 성군 세종대왕릉이 있는 여주를 탐방하게 된다. 날짜에 따라 다른 지역을 탐방하게 되며 초등학교 3학년 이상부터 신청 가능하다. 9월 28일에는 강화도 탐방을 떠나며 다음 회차는 10월 5일로 예정돼 있다.
매달 둘째, 넷 째 주 토요일 오전 8시 30분~오후 5시 30분 / 1회 참가비 5만6천원 / 서울 종로구 내자동 128-1 한국역사문화학교 / 문의 02-730-4796, www.koreaschool.co.kr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이선희(프리랜서)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