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존재다. 그래서 육아의 길은 참으로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발걸음이다. 공들여 키우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다고 생각되면 엄마는 당황하게 마련이다. 어쩔 줄 몰라 고민하고 있는가? 어떤 문제라도 늘 해답을 들고 있는 육아 박사 손석한 선생님에게 SOS!!

SOS! 우리 아이 행동 수정 프로젝트
21개월 첫째 아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배고픔을 못 참았는데 그것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우유를 달라고 하고 주면 먹고는 치즈를 달라고 합니다. 아침을 먹고 나서는 또 우유를 달라고 합니다. “우유는 아까 마셨으니 그만”이라고 하면 다시 치즈를 달라고… 한 30분 놀고 다시 우유, 치즈를 반복하다 어린이집에 가는데 거기에서도 가끔 이와 같은 행동을 반복합니다. 안 주면 짜증을 계속 부리고 조금 놀다가 또 먹을 것을 달라고 합니다.
제 고민은 이때 먹을 것을 주어야 하는지입니다. 약간 마른 편이라 걱정돼 소아 당뇨도 확인했는데 다행히 소아 당뇨는 아니라고 합니다. 저희 아이가 활동량이 많은 편인데 이 때문인가도 싶고, 아니면 다른 집착인가도 싶고, 아니면 이 시기 남자아이들의 특성인가요? 궁급합니다.
Solution 아이는 자신의 욕구 불만을 먹는 행동으로 표현하곤 합니다. 그러한 욕구 불만은 엄마에 대한 부정적 감정(불안, 공포, 적개심 등), 친구 혹은 형제자매와의 갈등(경쟁심, 시기, 질투, 따돌림, 미움 등), 과제에 대한 스트레스(지나치게 많은 학습 양, 새롭게 배우게 되는 기술의 어려움, 과제의 성취 혹은 진도의 부진 등)를 포함합니다. 따라서 최근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환경적 요인이나 사건을 면밀하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식은 비만 등의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 자기 인식이 더욱 문제가 됩니다. 특히 주변에서 “너는 왜 그렇게 많이 먹니?”, “너는 먹는 것밖에 모르냐?” 등의 부정적인 피드백이 이루어짐으로써 아이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손상 및 스스로에 대한 자기비하로 빠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아이처럼 활동량이 매우 많은 경우에는 비록 과식을 해도 표준체중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과식의 해결 방법으로는 아이와 엄마의 사이가 좋아지는 것입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즉 엄마와 아이 간에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애착이 이루어진다면 아이는 더 이상 먹는 행동을 통해서 심리적인 위안을 얻으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가 많이 먹을 때마다 잠시 주의를 환기시켜서 그만 먹게 한 다음에 아이가 좋아할 만한 놀이 활동을 함께 해보세요. 아이는 금세 먹는 것에 대한 욕구를 잊어버린 채 놀이 활동에 몰두할 것입니다. 또 식사를 반드시 엄마, 아빠, 형제자매 등 가족과 함께 즐거운 분위기에서 해보세요. 서로 얘기도 하면서 먹게 되므로 과식을 줄일 수 있습니다.

SOS! 우리 아이 행동 수정 프로젝트
30개월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저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고, 아이는 태어난 그날부터 현재까지 부산 시댁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저는 겨우 한 달에 한 번 정도 아이를 만나고 있어요. 처음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대동하지 않고서는 외출조차 상상할 수 없었는데, 25개월부터는 조부모 없이도 아이가 저희 부부를 따라 외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이렇게 서서히 부모를 따라오는구나’ 하는 생각도 잠시, 30개월에 들어서자 아이는 “엄마 싫어”, “엄마 가”를 무한 반복하며 저를 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없이 잘 놀다가도 “엄마 가”라며 손으로 저를 밀칩니다. 포옹, 뽀뽀는 상상도 못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아빠 좋아”, “아빠 같이”, “안아”, “놀아”를 연발하며 아빠와는 친근하게 지낸다는 것입니다. 제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한참을 고민해봤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아들과 다시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Solution 아이가 엄마를 싫어한다기보다는 아빠를 더 좋아한다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 아빠와 아이가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강렬해서 엄마보다는 아빠를 찾는 표현을 “엄마 가!”라고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엄마가 아이와 즐겁게 놀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서 아이에게 ‘재미’를 안겨다주면 해결될 것입니다.
그러나 혹시 아이가 엄마를 무시하고 깔보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러한 아이의 엄마는 한마디로 이랬다저랬다 하는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한 얘기와 반대되는 얘기를 지금 하고 있는 엄마라면, 아이는 엄마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엄마에 대한 존경심과 특별한 느낌도 없어지게 되지요.
엄마가 아이에게는 하지 말라고 한 행동을 정작 엄마 자신은 스스럼없이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길거리에서 침을 뱉지 말라고 한 엄마가 그러한 행동을 보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빠를 비롯한 다른 어른들, 예컨대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삼촌 등이 엄마를 무시하는 태도를 자주 보인다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엄마한테 그렇게 대해도 된다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따라서 엄마는 자신의 말과 행동을 스스로 먼저 돌아보십시오. 엄마는 아이에게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항상 아이를 의식하고 신경 쓰면서 ‘본받을 만한 엄마’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남편 등 가족에게도 협조를 구해서 아이 앞에서는 더 이상 나를 무시하는 발언과 행동을 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십시오.

SOS! 우리 아이 행동 수정 프로젝트
4세 남자아이를 둔 직장 맘입니다. 아이가 올해 3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곳에서 친구를 자꾸 문다고 합니다. 무는 정도는 심할 때도 있고 약할 때도 있는데, 횟수가 좀처럼 줄지 않네요. 얼마 전에도 한 아이의 등을 물어서 피가 났다고 해 아이 엄마께 사과의 편지와 조그만 선물까지 보낸 일이 있어요.
매일이 조마조마합니다. 오늘은 간만에 일찍 퇴근해보니 친구와 싸우려는 걸 말리려는 보조 선생님을 물었고 다른 엄마들에게서 항의도 들어왔다고 하더군요. 도대체 왜 그럴까요? 아이에게 물어보면 “친구가 밀었어”라고 말하는데 작든 크든 트러블이 생기면 때리거나 물거나 해요. 집에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Solution 아이들도 화가 나면 때리거나 무는 등의 공격적 행동을 보입니다. 이는 타고난 본능적 행동에다가 주변 어른들이나 친구들 혹은 영상매체를 통해서 학습되어진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을 보일 때 부모님은 결코 용납하지 말고 단호하게 “안 돼”라고 주의를 줘야 합니다. 이 아이처럼 집에서가 아니라 밖에서 유달리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친구들을 무는 것은 다른 아이들보다 자신이 더 힘이 세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 정말 난감하지요. 맞은 친구들뿐만 아니라 그 엄마들의 화난 반응이 분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결국 ‘폭력적인 아이’로 낙인찍히게 됩니다.
사실 여건이 허용된다면, 어린이집을 그만 보내고 집에서 지내게 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친구 사귀기의 기회는 폭력적인 성향을 어느 정도 고친 다음에 갖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린이집을 계속 다녀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이의 폭력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처함과 동시에 아이가 폭력적 행동을 보이는 심리적인 요인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엄마와의 관계에 대한 불안, 애정욕구에 대한 결핍감(예: 동생의 출산으로 인한 스트레스), 부모의 불화, 주변 사람의 폭력적 행동 모방, 언어 능력의 부족, 질투심 혹은 경쟁심이 지나치게 강한 것 등을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공격적 에너지를 운동으로 승화시키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즉 아이를 공원 등에서 마음껏 뛰어놀게끔 하는 경험을 많이 만들어주세요. 아이가 친구들에게 관심을 보일 때 집에 초대해서 한 명씩 한 명씩 사귈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주세요. “친구는 네가 때리는 것을 싫어할뿐더러 아파할 거야”라는 말을 들려준 다음에 말입니다.

SOS! 우리 아이 행동 수정 프로젝트
24개월 남자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저는 아이가 22개월 때까지 직장에 다니다가 지금은 휴직해서 전업주부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전까진 시어머니께서 봐주셨고요. 아이가 젖병으로 분유나 모유를 먹을 때부터 워낙 잘 안 먹어서 시어머니가 먹일 때도 애를 많이 쓰셨어요. 이유식도 먹는 양이 적었고요. 그래도 밥을 거부하는 일까진 없었는데 최근 중이염 등으로 내내 아프고 저랑 같이 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밥 먹는 것을 거부합니다. “밥 안 먹어. 맘마 안 먹어~”라고요.
식사 시간엔 당연히 제자리에 있지 않고 돌아다니고 책을 읽어주거나 장난감을 갖고 놀면서 정신 팔려야 고작 몇 번 받아먹습니다. 밥알은 아예 뱉어내고 겨우 두부나 달걀 등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먹어요. 20개월쯤에는 스스로 먹으려고 열심히 숟가락질도 하더니 요즘엔 아예 반대의 행동을 하니 난감합니다. 그나마 어린이집에서는 죽이나 밥을 먹긴 하는데 역시 돌아다닌다고 하네요. 집에서도 식판에 먹을 양을 정해서 줘보기도 하고 자리에 앉아서 먹는 거라고 따끔하게 얘기도 하는데 영 나아지지 않습니다. 식사 시간이 전쟁 같아요. 어쩌면 좋을까요?
Solution 가장 핵심적인 대처 방법은 부모가 억지로 먹이는 대신에 아이 스스로 ‘먹고 싶기 때문에 먹는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엄마들이 저지르는 실수가 ‘밥을 먹으면 …을 해주겠다’라는 식의 보상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습관처럼 굳어지면, 아이는 나중에 엄마의 말을 듣기 이전에 요구 조건을 먼저 내걸게 됩니다. 즉 아이의 바른 식생활 습관을 위해서는 배가 고프면 먹고 싶은 것을 원하는 양만큼 먹게 하고, 먹기 싫어할 때는 나중에 먹겠다는 의사표현을 할 때 먹이는 것이 낫습니다. 이것은 몇 끼를 굶기는 것과는 달리 아이의 식사 욕구를 인정해주자는 뜻입니다.
식사가 마치 즐거운 놀이와 같다는 인식을 아이에게 심어줄 수 있도록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며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세요. 한자리에 있지 못하고 계속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쫓아다니며 밥을 먹이는 엄마들이 종종 있습니다. 올바른 식습관의 기본은 바로 식탁 앞에서 밥을 먹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부모님이 식탁에서 즐겁게 밥 먹는 모습을 아이에게 자주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식탁 의자를 사용할 경우엔 아이 의자의 높이와 식탁의 높이를 맞춰 아이와 눈높이를 같게 해주세요. 아울러서 식사 시간에는 다른 가족도 TV를 보지 않아야 합니다. 아이가 밥을 먹다가 TV를 보려고 하면 차라리 밥을 그만 먹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시간에는 되도록 식사 시간을 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요. 또 식사 시간 직전에는 아이의 주의를 끌 만한 장난감을 치워버리는 것 역시 기억하십시오.
손석한 선생님은…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로 KBS-2TV ‘생방송 세상의 아침’, SBS-TV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긴급출동 SOS’, EBS-TV ‘육아일기’, 육아 방송 ‘손석한 박사의 1mm 육아’, ‘저출산 극복을 위한 육아 솔루션’ 등 다수의 TV 프로그램에서 자문을 맡거나 고정 출연하며 활발한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지금 내 아이에게 해야 할 80가지 질문」, 「빛나는 아이」,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아빠의 대화 혁명」 등이 있다.
우리 아이 육아 고민, 「레이디경향」에 맡겨주세요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육아 고민을 애독자 엽서 혹은 이메일(ladykh@khan.kr)로 보내주세요. 정성스럽고
속 시원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도움말 / 손석한(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일러스트 / 박채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