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공부’ 어떻게 시켜야 잘할까?

우리 아이 ‘공부’ 어떻게 시켜야 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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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부모 멘토 김영훈 박사 vs 육아 멘토 오은영 박사의 공부 끝장 토론!

엄마들의 영원한 고민 보따리가 있다면 바로 아이의 공부다. 잘하면 잘하는 대로 더 잘하기 위해, 못하면 못하는 대로 잘할 수 있게끔 만들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문제는 아이도, 성적도, 자신의 마음도 뜻대로 되질 않는다는 거다.

우리 아이 ‘공부’ 어떻게 시켜야 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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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왜 해야 하나?’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부모 세대
레이디경향(이하 Lady) 두 분 모두 비슷한 시기에 공부 관련 책을 내셨어요.

김영훈 저는 본격적인 공부를 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공부 의욕을 높일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런데 오은영 박사님의 책은 영유아 시기인 만 3세의 공부력에 주목한 것을 보고 대단하다 느꼈습니다. 대개 공부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쓰게 마련인데, 영유아 시기와 연계시킨다는 것은 정말 현실감각이 뛰어나신 거죠. 예리하고요.

오은영 고맙습니다. 과찬을 해주셔서…. 저도 뭐라고 답례를 해야 할 것 같네요(웃음). 김영훈 선생님이야 워낙 뇌 발달 분야의 전문가이시니까요. 공부라는 주제로 다양하게 풀어낸 거죠. 저희끼리 자찬했나요?(웃음)

Lady 그럼 본격적으로 ‘공부’ 이야기를 해볼까요. 궁금한 점은 많지만 제일 먼저 묻고 싶은 건 요즘 엄마들의 생각이에요. 선생님들은 공부에 관한 책을 쓸 정도로 체감을 하셨다고 볼 수 있잖아요. 요즘 엄마들은 어떤가요?

오은영 요즘 엄마들은 애들을 예전보다 훨씬 잘 키워요. 굉장히 열심히 하죠. 아이들 육아나 공부에 대해 어른들은 옛날엔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다 잘 컸다고 하시지만, 안 그래요. 아이들은 공을 들여야 잘 크는 거예요. 그런데 요즘 엄마들 특성이 있어요. 부모들의 부모들, 그러니까 지금 50, 60대 어른들이요. 자식을 잘 키우려고 굉장히 노력하셨죠. 딸도 공부를 많이 시켰어요. 그러니까 엄마들도 자식 교육이 무척 중요하다는 걸 아는 거예요. 아빠들도 그래요. 또 사회생활 하다 보면 공부가 무척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기도 하고요.

김영훈 제가 느끼는 가장 큰 문제랄까 특징은 의욕이 없다는 거예요. 이것은 단순히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 성적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닌 거죠. 만사에 의욕이 없는 아이는 지금 당장은 성적이 좋더라도 어느 순간 무너질 수 있거든요. 아이의 공부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님들의 가장 공통된 특징이라면 아이의 공부 의욕의 유무죠. 의욕이 없는 아이들은 욕심도 없고, 하고자 하는 꿈도 없고요. 게임하면서 노는 것조차 무기력하게 대응하는 거예요.

오은영
맞아요. 김영훈 선생님의 말씀을 이어가자면, 요즘 부모들은 ‘내가 좀 열심히 할걸’ 하면서 후회하고 갈등을 겪는 세대예요. 그래서 부모의 역할이 자식 교육시키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그 역할에만 치중을 한다는 거예요. 공부는 정서적인 상호작용에 의해 내용이 전달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역할에만 치중하면서 ‘왜 이 아이를 가르치는가?’라는 고민을 안 해요. 거기서 문제가 시작되는 거예요.

Lady 공부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더 절감하는 세대인데 그걸 어떻게 효과적으로 아이에게 적용하고 가르쳐야 하는가는 서툴다는 말씀이군요.

오은영 그런 셈이죠. 전반적인 사회 특성이기도 한데, 깊이가 없죠. 빨리 적응을 하는 반면 숙성을 잘 시키지 않아요. 산업혁명을 겪지 않은 세대라 그런지 공부를 하더라도 물리학의 기본 등을 이것이 어떠한 역사적 개념을 가지고 확립됐는지 생각하지 않고 마지막 정리만 효과적으로 해서 어떻게 머리에 쏙 집어넣느냐 하는 데만 집중하죠. 아이들 연산만 봐도 마찬가지예요. 쉬운 것 같지만 사실 십진법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거예요. 그런데 십진법만 가르치지 원리를 가르치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막히는 거예요.

공부? 사랑받는 느낌부터
김영훈
공부 두뇌나 뇌 발달에 대해 연구를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아요. 공부 잘하는 머리로 만들 수 있냐고요.

Lady 네! 저도 그걸 막 질문할 참이었어요(웃음). 엄마들이 가장 궁금해할 것 같고요. 한때 그야말로 ‘뇌’ 열풍이 불었는데, 사실 책을 읽으면 ‘아, 그렇구나’ 하고 알겠지만 막상 내 아이에게 적용하려면 막막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김영훈
결론부터 말하면 일정 부분 네, 만들 수 있습니다(웃음).

Lady 선생님들은 다 공부를 잘하셨고, 심지어 공부를 못해본 경험도 없으니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공부 못하는 심정을 모르셔서?(일동 웃음)

김영훈 결국 자기주도성이 관건이라고 볼 수 있어요. 심리학자들이 세계적인 음악가들은 언제 시작해야 성공하는지, 그 시기에 관해 조사를 한 적이 있었어요. 처음 가설을 세웠을 땐 조금이라도 이른 시기인 영유아기에 시작한 아이들이 성공했을 거라고 생각했대요. 그런데 결과를 보니 초등학교 때 시작한 아이들이 결과가 더 좋았다는 거예요. 이건 뭘 말하느냐면, 영유아 시기에는 자기주도성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Lady 자기주도성이라면 요즘 한창 말하는 자기주도학습, 즉 스스로 하는 공부쯤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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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그렇죠. 영유아 시기에는 부모에 의해서 하는 거죠. 초등학교 아이들 정도 돼야 자기가 좋아하는 부분에 대해 자기주도성이 생깁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재능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시기적으로 너무 일찍 시작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오은영 선생님도 공부가 시작되는 시기를 만 3세로 보고 책을 쓰셨지만 그 내용은 결코 그때 공부 많이 시키라는 게 아니거든요(웃음).

오은영 어릴 때 한글 많이들 깨우치게 하잖아요. 그때부터 엄마들 공부 고민이 시작되는데요. 한글은 소리글자예요. 부모들은 빨리 가르치고, 많이 가르치는 데 치중하다 보니 소리를 내고, 쓰는 절차를 밟지 않아요. 그러다 보면 한글 공부도 막혀요. 어린아이들이 공부를 왜 하는지 아세요? 부모에게 사랑받기 위해서예요. 그런데 어느 순간이 되면 공부 때문에 미움을 받는다고 생각해요. 공부에 대한 본질을 모르게 돼요. 부모도 왜 가르치는지 생각 안 하고요. 서로 좋은 상호작용을 하지 않다 보니 아이는 사랑받는 느낌을 가지지 못해요. 사실, 아이 공부에 대해 문제라고 고민하는 부모들은 좋은 부모예요. 뭐가 문제일까,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하고 고민하시는 거니까요.

김영훈 맞습니다. 고민하는 분들은 문제를 아는 분이니까요. 개선의 여지도 많고, 좋은 부모죠. 말하기나 읽기 등은 경험 의존적인 발달입니다. 많이 읽고 노출될수록 발달하게 돼 있어요. 억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아셨으면 좋겠어요. 재능이 있든, 의욕이 있든 경험 기대적인 발달을 해야 자기주도성이 생겨요. 요즘 3, 4세 엄마들은 경험 의존적 발달만을 가르치는 경향이 있어요. 3, 4세부터 리딩을 가르쳐요. 논리력이나 기억력 등은 모두 언어를 기반으로 하는데 어머니들은 당장 경험 의존적 발달을 먼저 가르치고 시켜요. 영어 공부가 대표적이죠. 공부할 수 있는 기초 환경은 만들어놓지 않고 실용적인 것부터 개입하다 보니 어느 순간 무너지는 거예요.

재미있어야 스스로 한다
Lady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특징이랄까요, 그런 게 궁금하네요. 공부도 재능이라고 아예 타고나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유전적일까, 후천적일까 분분하잖아요. 그래서 자식은 랜덤이란 말도 있나 봐요(일동 웃음).

오은영 책에서도 강조했지만요, 공부를 너무 협의의 의미로 보지 말았으면 해요. 공부 잘하는 아이의 특징이라. 꼴등하는 아이라도 해야 할 공부가 있는 거예요. 공부는 뇌를 발달시키는 과정이에요. 적절한 자극으로 빠른 시간에 많은 효과를 보는 게 공부고요.

김영훈 저도 비슷한 얘기인데요, 가치관이 가장 중요해요. 이는 실제 공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답니다. 유대인 아빠들은 꿀맛교육을 시킨대요. 아이들에게 「코란」을 읽게 하는 데 책에 꿀을 묻혀놓고는 학문이란 게 이렇게 꿀맛처럼 달콤하다고 가르치는 거죠. 요즘 부모들이 배워야 할 점이에요. 학습이 아니라, 배움이란 게 재밌다는 걸 가르쳐야 해요. 대학만을 목표로 하는 공부는 강하지 못해요. 그걸 차지한 다음 더 이상 앞으로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많이 봅니다.

오은영 부모님뿐 아니라 선생님, 언론도 잘못 생각하는 게 오로지 대학 입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예요. 학습의 종점은 대학이 아니거든요. 과목을 넣고, 빼고 한다고 요즘 난리더라고요. 사실 뇌 발달을 위해서는 모두 필요해요. 중학교 2학년 때 가장 시험을 잘 봤던 때의 성적, 기억나세요?

Lady 네? (당황하며)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기억이 안 나요(웃음).

오은영 안 나죠?(웃음) 그럼 공부 좀 해야겠다 하고 마음먹고 새벽 2, 3시까지 공부했던 기억은 나시나요? 밤을 새웠다거나.

Lady 네, 그런 기억은 있죠.

오은영 그게 바로 공부를 통해 자기 효능감을 획득한 것인데요. 내가 마음먹고 새벽 몇 시까지 공부를 했다, 하고 느끼는 것 그게 자기 효능감이에요. 이걸 획득해야 학습이라는 과정이 효과적으로 흐르게 되는 거예요. 공부의 목표를 성적과 등수에만 맞추면 대부분 실패한 인생이 돼요. 나중에 어른이 돼 공부만 하는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요. 자기 신뢰감과 효능감을 획득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지금은 자기 효능감 대신 ‘나는 루저다’라고 생각하는 실패자만 양성하는 실정이에요. 공부는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해요. 1등이 되기 위해 해야 하는 공부도 있지만 꼴등도 해야 하는 공부가 있는 거예요.

김영훈 오은영 선생님이 좋은 말씀해주셨는데요. 저도 거기에 덧붙이자면,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재밌다고 느껴야 해요. 그러니까 공부 재미를 가르쳐줘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려면 정서가 만족해야 해요. 정서는 뇌의 문지기 역할을 하거든요. 제가 중학교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 아이들에게 물었어요. 너희들은 엄마가 아군이냐, 적군이냐고요. 그랬더니 모두 적군이래요. 엄마가 지시해서 하는 공부는 재미가 있어 하는 게 아니라 적군이 하라니까 하는 공부거든요. 뇌가 잘 작동하겠어요? 엄마와 아이는 서로 같은 아군이 돼야 해요. 그래야 공부와 학문에 대해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요.

오은영 그래서 영유아 시기가 중요한 거예요. 그 시기에 내가 왜 아이를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 확립해놓지 않고 정신없이 살면서 학원 보내고, 학교 보내는 데 집중하다 보면 공부의 목표를 잃게 돼요. 요즘 아이들에게 왜 공부하느냐고 물으면요, 잘 살려고 한대요.

사랑으로 하는 말, 아이에게 화살일 수 있어
김영훈 아이들은 엄마를 만족시키는 게 1순위예요. 그런데 현실은 그런 엄마가 적군인 거예요. 엄마가 바라보는 꿈과 아이가 바라보는 꿈이 다르기 때문이죠. 엄마들은 보통 좋은 확률을 가지고 있는 미래에 아이를 맞추려 하죠. 그런데 아이는 아니란 말이에요. 자녀 주변을 끊임없이 맴돌면서 간섭하고 감시하는 ‘헬리콥터 맘’이 그래서 생기는 것 같아요. 가장 좋은 건 엄마가 아이의 스파링 파트너가 돼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선수와 파트너는 꿈은 같지만 파트너가 절대로 선수 대신 뛰진 않잖아요. 가끔 엄마가 불쌍해서 공부한다는 아이도 있지만 이건 둘의 관계가 매우 좋을 때나 가능한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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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공부하는 이유는 그 과정을 통해서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를 배우는 것이라 가르쳤으면 좋겠어요. 그게 사실이고요. 책상 앞에 앉는 연습이 돼 있어야 나중에 과일가게를 하더라도 과일을 닦고 성실하게 운영할 수 있거든요. 사교육비를 쏟아 부은 현실은 어떤가요? 수학을 포기했다는 ‘수포자’, 공부를 포기했다는 ‘공포자’만 양산됐어요.

Lady 공부와 관련돼 많은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가장 문제다’ 하고 절감하는 부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김영훈 아이가 어떻게 자라는가는 부모의 비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일본 부모들은 남에게 폐 끼치지 않는 것을, 유대인 부모는 남과 다른 사람이 되라는 것을 최고의 비전으로 여긴다고 해요. 그런데 우리나라 부모들은 언제나 1등 하라는 비전만 제시해요. 리더의 비전이죠. 그런데 그 비전이 지금 사회와 맞는가, 맞지 않는가를 생각해봐야 해요. 이전까지는 맞았어요. 그러나 지금은? 맞지 않다고 보거든요. 아이들에게 제시해줄 비전부터 바꿔야 할 때라고 봅니다.

오은영 어떻게 해야 아이를 잘 키우느냐고 많이들 물으세요. 그때마다 제 답은 한결같아요. 좋은 대학이 아닌, 아이가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고요. 부모님들이 조심해야 할 게 하나 있는데, 부모와 자식은 사랑으로 이루어진 관계라는 거예요. 부모들은 본인이 열심히만 하면 그 사랑이 아이에게 전달되고, 아이가 자신들을 이해해줄 거라 믿어요. 하지만 착각이에요. 아무리 부모의 사랑이라 하더라도 아이가 받아들일 때는 사랑이 아닌 화살일 수 있어요.

Lady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오은영 이런 거죠. 아이가 공부를 안 하면 걱정도 되고 불안하잖아요. 그걸 전해야 하는데 비난으로 한단 말이에요. “너 이따위로 해서 ‘인서울’은 하겠니?”, “내 손에 장을 지진다” 뭐 이런 말들로요(웃음). 아이들이 그 말을 듣고 깨달을 거라 생각하는 건 착각이에요. 아이들은 그저 ‘왜 나한테 악담해?’ 하고 생각해요. 아이에게 사랑이 잘 전달되고 있는지 살펴보세요.

김영훈 그렇죠. 부모가 ‘열심히’ 말할수록 아이는 상처받고, 자존감이 떨어집니다. 아까 말했듯이 부모가 아군이 돼야 하는데, 악담을 하는 적군인 거예요.

오은영 아이를 임신했을 때를 떠올려보세요. 세상 다 얻은 것 같았죠? 아이들은 만 3세 때 효도의 90%를 합니다(웃음). 3세 이후부터 공부를 시작하면서 훈육부터 기본적인 한글 같은 걸 가르치면서 갈등이 생기죠. 그 전에는 100% 예쁘기만 했는데 말이죠. 3세에 공부 시작하면서 실망은 시작되고, 그러면 그럴수록 부모들은 더 열심히 많이 가르치죠. 그리고 문제가 시작되는 겁니다.

김영훈 그저 열심히 하는 게 맞는 시대가 있었죠. 그런데 지금 시대는 그렇지 않잖아요. 정보를 가지고 있더라도 스토리가 없고, 감동을 주지 못하면 인정받기 어려워요. 성실한 사람만으론 더 이상 안 돼요.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사람, 사회성이 뛰어나고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 이런 지금의 인재상에 맞는 직업을 부모들이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요.

똑똑한 걸로는 성에 안 차는 요즘 부모
오은영 네, 공감합니다. 영유아 시기 아이들 공부를 가르치면서 엄마들이 한 번쯤 ‘우리 아이 영재 아니야?’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영재란 어느 한 분야만 뛰어나고, 어느 한 분야는 낮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가장 바람직한 것은, 뇌가 평균이나 평균 이상으로 골고루 발달하는 거예요. 뇌 발달이 약간 떨어지더라도 사회성이 높은 게 훨씬 좋고요.

Lady 영재 이야기가 드디어 나왔네요(웃음). 이전에는 수재라는 말은 있어도 영재라는 말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야말로 영재 열풍이에요. 여기저기 영재가 넘쳐난다고나 할까요?

오은영 너무 자극적인 세상이어서 그래요. ‘우리 애가 똑똑해요’ 이걸로는 성에 안 차는 거예요. 육아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아주 긴 여정이에요. 최소 20년이요. 너무 몰입하고, 애를 쓰면 문제가 많이 생겨요. 부모가 되레 육아 중독, 학습 중독이라고 할 정도로요. 전반적으로 우수한데 조금 떨어지는 어떤 부분을 메우지 못하면 굉장히 불안해하시는 거죠.

김영훈 처음에 제가 발달 쪽, 소아 신경에서 뇌 발달을 전공했어요. 그리고 칼럼을 연재했는데, 그거 모아서 책 만들자고 제의를 해 첫 책이 나왔어요. 그 책은 두뇌 발달에 맞춰서 양육에 대해 쓴 거였거든요. 영재라는 말은 한 마디도 안 나와요. 그런데 책 제목이 떡하니 「김영훈의 영재 두뇌 만들기」라고 나왔죠. 편집자가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제가 거기에 빚이 있어요(일동 웃음).

오은영 그거 뭔지 잘 알아요(웃음).

우리 아이 ‘공부’ 어떻게 시켜야 잘할까?

우리 아이 ‘공부’ 어떻게 시켜야 잘할까?

김영훈 어쨌든 결론은 뭐냐 하면, 이전부터 영재라 하면 아이큐 3% 이내, 창의력이 뛰어나고 과제 집착력이 있어야 한다는 기준이 있었어요. 그런데 전문가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이 창의력이나 과제 집착력은 영유아 시기에 생기는 게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요즘은 영재 판단을 너무 이른 시기에 해요. 최소 초등학교 5, 6학년이나 중학교 1학년쯤 돼야 가능하거든요. 영유아 영재는 영재가 아니에요. 영재 가능성을 가졌을지는 몰라도요. 그 판단도 나중에야 가능하고요. 지금의 영재 열풍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오은영 영재 판정을 받는 게 각종 지능검사 같은 것인데요. 사실 이 아이큐 검사는 타당해요. 문제는 부모가 그것을 더 발달시키기 위한 쪽으로 너무 몰입한다는 데 있어요. 영재든, 우수하든 모든 부분에서 완벽할 순 없어요. 부족한 부분을 메워줘서 균형 있게 발달시켜줘야 하죠. 전 되도록 영재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우수한 아이는 우수하다고 말해요.

Lady 자극적인 사회라는 말이 참 와 닿네요. 그리고 그것이 아이들 교육으로 오니 영재 열풍을 낳고 말이죠. 사실 영재를 판가름할 수 있는 시기도 아닌데 영유아 아이들도 검사를 참 많이 받는다고 알고 있거든요.

오은영 우리나라 부모님들은 영재 교실에 보내려는데 잘 안 되면 그걸 위해 선행학습도 시켜요. 이거 굉장히 해로운 거예요. 너무 상업적으로 흐르는 것도 조심해야 하고요. 영재 클래스에 들어가기 위해 지능검사를 연습시켜서 보냈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어요. 그 타당해야 하는 지능검사는 절대 노출시키면 안 되거든요. 학습력이 생기니까요. 심정적으로 부모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데 빠져들면 안 되는 거죠.

정서적 교류 통해 공부 두뇌 발달
Lady
전두엽이 공부를 담당하는 뇌라는 사실은 웬만한 부모들은 다 아는데요. 거기만 발달하면 혹은 발달시키면 공부 잘하는 건가요? 질문이 좀 이상한가요?(웃음)

김영훈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입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뇌의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두뇌는 3층으로 돼 있는데, 1층이 부실하면 2층이 제 기능을 못하고, 그렇게 되면 3층도 기능을 잘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기초가 중요한 거고, 아이들 본능에 대해 충족시켜주라는 거예요. 안전의 욕구가 해결돼야 2층, 3층이 제 기능을 하거든요. 욕구 충족 후 정서를 거쳐 전두엽으로 가요. 가치가 있다고 판단돼야 전두엽이 받아들이고요. 적군의 정보라고 하면 조금만 보내요(웃음). 그래서 엄마가 적군이 되면 문제가 해결이 안 되는 거예요.

오은영 뇌는 활동성을 가지고 있어요. 뇌의 활동성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숙제할 때도 오래 걸려요. 그러니까 몸을 움직여줘야 해요. 피지컬 액티비티를 해야 뇌가 깨어나거든요.

Lady 공부 얘기, 정말 많이 했는데요. 두 분도 부모시잖아요. 두 분의 자녀들은 공부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독자들이 궁금해할 거예요(웃음).

오은영 김영훈 선생님 댁 자제분들은 공부 잘해요!

김영훈 아니, 뭐…, 그렇지도 않아요(웃음). 애들 키우는 건 다 똑같이 힘들어요. 아들이 둘인데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요. 첫째는 성실하고 규칙적이고 익숙하고 오래된 것을 좋아하고요. 둘째는 반대로 누가 옆에 있어야 하고, 혼자 공부 못하는 시각 학습자였어요. 학교 공부보다는 집에서 누가 가르쳐줘야 하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요. 첫아이에게 하던 대로 둘째 아이 대하다가 시행착오 좀 겪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깨달았는데, 부모가 아이 특성에 대해 잘 알아야만 한다는 거였죠.

오은영 중3 아들 한 명 있어요. 공부는 아주 잘하진 못해요. 우리 부부도 고민은 많이 하죠. 하지만 전문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 아이는 참 똘똘하고 인성이 좋은 아이예요. 굉장히 착한 아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100점이에요. 공부까지 잘하면 200점이고요(웃음). 아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 많이 합니다. 매 순간 나는 어떤 부모인가, 생각하고요.

Lady 짓궂게 느끼실 수도 있는데요. 육아와 교육 전문가인 선생님들도 어떤 때 ‘아! 부모 노릇 어렵구나!’ 느끼는지 궁금해요(일동 웃음).

우리 아이 ‘공부’ 어떻게 시켜야 잘할까?

우리 아이 ‘공부’ 어떻게 시켜야 잘할까?

김영훈 저는 미리미리 준비하는 스타일인데요. 둘째 아이가 사춘기가 와서 변화가 많은데 제가 그걸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애를 윽박지르기도 했어요. 둘째 아이가 저랑 성향이 다르거든요. 근데 이 아이가 한 번 삐쳐서 토라지니까 저랑 6개월 이상을 말을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내에게 조언을 구하니 “사과해!” 딱 한마디 해주더라고요. 사과했죠(웃음). 그 다음부터는 관계도 좋아지고, 아이 성적도 나아지고. 사실 아이에게 사과하는 건 제 스타일은 아니었어요(웃음). 그런데 부모라도 필요하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도 해야죠.

오은영 김영훈 선생님, 정말 잘 대처하셨네요. 저도 열심히 사는 스타일입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시험 기간에 시험 범위를 다 공부 안 했는데도 자는 시간이 되면 자야 해요. 내일 컨디션이 좋으려면 자야 한대요. 제가 “시험 범위는 다 봤니?” 하고 물으면 못 본 게 있지만 자야 한대요. 그럴 때 이해가 안 되죠. 저랑 참 달라서요.

Lady 대단하게만 느껴지던 선생님 두 분이 갑자기 가깝게 느껴집니다(일동 웃음). 마지막으로 아이 공부로 고민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에게 당부의 한마디를 해주세요.

김영훈 아이와 친해지세요. 아이가 볼 때 부모님이 절대적인 아군이어야 해요. 그것부터 돼야 다른 걸 말할 수 있어요.

오은영 공부는 과정을 통해 단단해지는 거예요. 공부에 대해 실패자 같은 느낌을 갖지 않도록 해주세요. 그리고 이 인터뷰나 제 책이 자식을 잘 키우려고 애쓰는 부모님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영훈 박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현재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병원장 및 한국발달장애교육치료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EBS-TV ‘60분 부모’, ‘브레인 스캔들-두뇌 발달’ 등에 출연하며 뇌 발달 분야의 전문가로 많은 부모들의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다.

오은영 박사 현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이자 아동학대예방센터 전문위원, 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및 학습발달연구소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SBS-TV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진정성 있는 육아 멘토로 자리매김했다.

■기획 / 이연우 기자 ■글 / 강은진(프리랜서) ■사진 / 김영길 ■참고 서적 /「가르치고 싶은 엄마, 놀고 싶은 아이」(오은영, 웅진리빙하우스), 「공부 의욕, 공부가 하고 싶다」(김영훈, 베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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