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아빠는 바쁘다. 그리고 외롭다. 마음은 있어도 막상 아이들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몰라 막막하기만 하다. 하지만 최근 아빠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적극적으로 육아에 나서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이미 경험을 해본 선배 아빠의 조언을 바탕으로 매달 한 가지씩의 활동을 제안한다. 어렵고 부담스럽지 않은 ‘보통’의 아빠 이야기들을 골랐다.
![[좋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9월 - 아빠와 함께 신체활동](http://img.khan.co.kr/lady/201309/20130917152044_1_good_dad1.jpg)
[좋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9월 - 아빠와 함께 신체활동
물론 무조건 몸을 움직이기만 한다고 해서 아이에게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이 과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 것인데, 이혁호씨(31)는 진작부터 그 필요성을 실천해온 ‘명랑한’ 아빠다. 매일 아침, 날이 밝으면 자연스럽게 곁에 누워 있는 아들 주원이의 발과 종아리를 조물조물 만지며 쓸어주고 가볍게 스트레칭해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태어나서부터 줄곧 아빠의 애정 어린 마사지와 스트레칭을 받아서인지 이제 8개월이지만 또래 아이들보다 월등히 빠른 발육 상태를 자랑하는 주원이는 아침 햇살만큼 밝은 웃음으로 아빠의 손길에 답을 한다. 부자의 스킨십이 늘어가는 만큼 주원이도 자라고 행복도 쌓여간다.
실제로 운동을 전공하고 어린이 스포츠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어린이 스포츠클럽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지 10년 정도 됐어요. 보통 4세 정도부터 초등학생까지의 아이들을 지도해요. 지금은 캠프 전문 회사를 차려 방학 때 스키 캠프 등을 진행하면서 유소년 스포츠 강습 및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고 있고요.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선수로 활동하다가 부상을 당하면서 체육 선생님을 꿈꿨거든요. 그러다 레저스포츠를 전공했고요. 원하던 대로 차곡차곡 공부하고 강사 생활도 하고, 이제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거죠. 제가 예전부터 워낙 아이들을 좋아했고, 성격도 개구쟁이 같은 면이 많아요. 지식적인 부분을 전달하는 수업 시간에는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지도하지만, 평소에는 아빠처럼 대하고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또 일부러 그러지 않아도 아무래도 아이가 있다 보니 저절로 그렇게 되더라고요.
운동을 잘하고 직업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아빠들보다 쉽게 아이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꼭 그렇지도 않아요. 저 또한 주원이를 처음 만났을 때, 예쁘고 신기했지만 한편으로는 낯설고 심지어 두렵기까지 했어요. 꼬물꼬물 작고 소중한 생명체가 움직이는데, 함부로 만지지도 못하겠더라고요. 보통 남자들은 아이를 어떻게 안아야 할지, 만져도 되는지 모르고 겁을 내서 제대로 손도 못 대는 경우가 많잖아요. 결국은 노력하는 수밖에 없어요.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배우고요. 주원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키가 187cm가 넘는 처남이랑 백화점에 젖꼭지를 사러 갔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 둘이서 얼마나 쩔쩔맸는지 몰라요. 그 상황이 얼마나 우스웠는지요. 그랬던 제가 이만큼 변화한 거예요. 저 또한 주원이에게 굉장한 것을 해준다거나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지는 못해요. 다만, 하루 10분씩만 투자해도 충분해요. 어릴 때부터 아이의 성장을 도와주는 마사지해주기, 이런 거 정말 하루에 10분밖에 안 걸리거든요. 사랑하는 아이에게 그만큼을 쏟기 어렵다는 건 핑계 아닐까요?
다른 어떤 것보다 아빠가 아이와 뛰어노는 등의 신체활동을 하는 것이 좋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요? 저는 아빠가 아이와 가까워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가장 쉬운 것이 신체활동이라고 생각해요. 또,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요즘 전반적으로 아빠들의 육아 참여가 많이 활발해졌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래도 엄마보다는 아이와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죠. 남자들의 성격상 아이와 있을 때 서먹해하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짧게 같이 있더라도 밀도 있는 기억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아요. 게다가 아빠는 엄마보다 힘이 세고 활동적이기에 몸을 움직이는 데 적합하죠. 또 아이들이 아빠랑 몸을 맞대고 노는 동안에는 자신이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해요. 그런 안정감이 아이의 정서 형성에나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좋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9월 - 아빠와 함께 신체활동](http://img.khan.co.kr/lady/201309/20130917152044_2_good_dad2.jpg)
[좋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9월 - 아빠와 함께 신체활동
아빠가 이렇게 매일 안아주고 같이 몸을 움직이면서 놀아주면 친해지지 않을 수가 없겠어요. 주원이는 아빠에게 매우 친밀감을 느끼겠는데요? 가끔 엄마가 자기는 필요할 때만 찾는다고 질투하기도 해요(웃음). 주변을 보면 아이와 서먹해서 걱정이라는 아빠들도 많던데, 주원이가 저를 보고 활짝 웃을 때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에요. 얼마 전 제가 가르치는 아이 중 한 명이 쉬는 날 아빠와 함께 잠깐 수업을 받으러 왔는데 아빠와 같이 손잡고 어떤 동작을 해보자고 제안을 했거든요. 그런데 “저 아빠랑 하기 싫어요. 선생님이랑 할래요.”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 아빠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런가 보다’ 하는 거예요. 옆에 있던 엄마도 아빠는 아예 육아에서 배제시켜둔 것 같았고요. 저는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 모두가 일정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대단한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함께하는 기억을 만들어줘야 하고요. 저는 주원이와 신체활동을 하면서 무엇보다 아이를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보고 자세히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아요. 눈을 한 번 더 마주칠 수도 있고, 그러면서 몰랐던 부분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요. 세상 아무도 모르는, 저만 아는 주원이의 모습, 표정, 몸짓이 있어요. 얼마 전에는 마사지를 해주다가 주원이 귀 뒤에 조그만 돌기가 있는 것도 발견했고, 제 발 옆에 조그만 점이 하나 있는데 아이에게도 똑같은 데 점이 있다는 걸 알고 진짜 신기해했어요. 하나하나 더 애착이 생기고, 하루하루 더 사랑하게 돼요.
앞으로 주원이에게 어떤 아빠가 되어주고 싶은가요? 저는 어려서부터 운동을 했고, 아내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에요.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다양한 경험과 자극이 필요하겠지만, 특히 저는 어릴 적에 예체능 분야를 재미있게 접할 기회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아이들은 인생을 즐겁고 풍부하고 건강하게 만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또 많은 경험을 쌓게 만들어주고 싶고요.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내에게 늘 얘기해왔던 건데, 아들과 둘이서 여행을 자주 다니고 싶어요. 아직은 주원이가 어리지만, 좀 더 크면 주말마다 같이 운동하러 다니고 좋은 일도 하고 늘 ‘함께하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아빠의 신나고 효과적인 신체활동 노하우
+아빠만의 다양한 ‘신체놀이’를 만들어봐요
운동이 지루한 활동으로 여겨지지 않도록 아빠만의 재미있는 규칙을 가미한 놀이를 만들어보세요. 이왕이면 꼭 처리해야 할 미션을 넣어 집안일까지 함께한다면 금상첨화죠. 예를 들어 그동안 장난감을 갖고 놀았다면 이제부터는 ‘장난감 제자리에 돌려놓기 경주’를 하는 식이에요. 출발 반응에 대한 훈련, 달리기 연습, 집 안 정리를 함께할 수 있어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어요.
+바른 자세가 우선이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 아빠가 먼저 마사지나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에서부터 신체활동을 시작해보자고 권유하는 이유는, 먼저 아이와 아빠 사이의 스킨십을 통해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과 함께 바른 자세를 만들기 위함이에요. 요즘 아이들을 보면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어릴 때부터 자세가 엉망이고 몸의 균형이 무너진 경우가 많아 안타까워요. 상담하러 오시는 엄마들께 제가 자주 드리는 말씀이 있어요. ‘흔들리는 둥지에는 성한 달걀이 없다’라는 말이에요. 나중에 열심히 공부하기 위해서라도 바른 자세, 튼튼한 체력이 중요하다는 걸 명심하세요.
+간단한 마사지로 친밀감부터
아이와 어떤 신체활동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마사지와 스트레칭이에요. 일단 무조건 어떤 활동을 제안하기 전에 서로의 몸을 마사지해주면서 친해지고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져보는 게 좋아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서로 손바닥을 가슴과 배에 놓고 부드럽게 쓰다듬은 뒤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듯 가볍게 쓸어내리면서 마사지하세요.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원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