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아빠들은 바쁘다. 그리고 외롭다. 마음은 있어도 막상 아이들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하지만 최근 아빠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적극적으로 육아에 나서는 아빠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인정받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이미 경험을 해본 선배 아빠의 조언을 바탕으로 매달 한 가지씩의 활동을 제안하고자 한다. 어렵고 부담스럽지 않은 ‘보통’의 아빠 이야기들을 골랐다.
![[좋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서율 아빠 개그맨 이승환](http://img.khan.co.kr/lady/201310/20131016111154_1_leeshawn1.jpg)
[좋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서율 아빠 개그맨 이승환
이제는 ‘개그맨’보다는 ‘대표’ 혹은 ‘사업가’라고 불리는 것이 더 익숙할지도 모를 이승환씨(38)는 일치감치 음식이 지닌 이런 힘과 주방이 품고 있는 드넓은 세상에 주목했다. 본격적으로 외식사업에 뛰어든 것도 그 때문. 호기심 많고 활발한 아들 서율(7)이와 시간을 보낼 때도 주로 요리를 한다. 그 역시 마음으로는 늘 가족을 위한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바쁘고 피곤한 일상에 치여 서율이와 충분히 함께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늘 아빠와 조금이라도 더 놀고 싶어하는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큰 그는 최소한 주기적으로 아이와 맛있는 시간을 만들어보려 노력한다. 두 사람이 자주 만드는 메뉴는 목살스테이크와 샐러드. 언뜻 들었을 때는 ‘고난도 요리 아닌가?’ 싶어도 의외로 레시피가 간단하고, 사이드 메뉴 등을 아이가 원하는 대로 직접 만들 수 있어 아빠와 아이가 휴일 오후에 같이 완성해 엄마에게 ‘짠’ 하고 내놓기 좋은 메뉴다. 칼질을 하는 아빠 옆에 꼭 붙어서 ‘보조’ 역할을 자청하는 서율이는 전용 앞치마까지 준비해두고 이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때로는 직접 해보겠다고 나서기도 하고, “이건 뭐예요?”, “예전에 말이에요” 하고 쉴 새 없이 재잘거리기도 한다.
요즘 그는 조만간 출간될 요리책의 마무리 작업에 매진 중이다. 요리를 통해 아이와도 가까워지고 서로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아빠가 아이와 아내를 위해 할 수 있는 요리들을 소개하는 「만원의 희망밥상」이란 책을 펴낸다. 서율이와 시간을 보내며 쌓은 노하우를 이번 기회에 모두 공개할 예정이다. 책의 인세는 전액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어려운 가정에 기부할 계획인데, 이 또한 아들을 둔 아빠로서 내린 결정이었다. 아빠와 아들, 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 행복을 요리하는 지금, 꼴깍 군침 도는 맛있는 냄새와 함께 사랑이 무르익어간다.
![[좋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서율 아빠 개그맨 이승환](http://img.khan.co.kr/lady/201310/20131016111154_2_leeshawn2.jpg)
[좋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서율 아빠 개그맨 이승환
그나마 외식사업을 하는 아빠답게 가장 자신 있는 요리로 점수를 만회하는 건가요? 그런 셈이죠(웃음). 요즘 제 주변에도 워낙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는 아빠들이 많아 이런저런 조언도 많이 듣긴해요. 하지만 저는 이제껏 요리를 통해서 좋은 생활을 얻었고, 사람들을 만났고, 행복을 누렸어요. 그래서 제 아들에게도, 또 세상 많은 사람들에게도 요리를 통해 자신이 사랑하는 혹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그리고 같이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도요.
하지만 아직도 많은 남자들이 요리하는 것을 싫어하거나 귀찮아해요. 요리는커녕 밥 한번 지어본 적 없는 아빠들도 꽤 될 걸요? 물론 정말 싫은 일이라면 굳이 권할 수야 없겠죠. 하지만 요리는 대부분 처음에 부담을 느껴서 시도를 안 해보기 때문에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막상 만들어보면 별거 아닌데 말이죠. 사실 아이들이 아빠와 음식 만드는 시간을 좋아하고 또 아빠의 요리를 맛있어 하는 건, 완벽해서가 아니에요. 뭔가 어설프기 때문에 그게 재미있는 거거든요. 제가 이번에 책을 내려고 마음먹었던 것도 아빠가 평소 냉장고 속에 들어 있는 간단한 재료로 아이들과 같이 만들 수 있는 요리법들을 모아보기 위해서였어요. 또 책의 한 구성으로 ‘쿠킹 클래스’라고 해서 아이와 나눠서 할 수 있는 내용을 따로 모았어요. 아주 재미있게 따라 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동안 살아오면서 요리를 거의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해도 쉽게 할 수 있고, 대신 식탁에 냈을 때 가족이 “와” 하고 탄성을 지를 수 있을 만큼 멋있어 보이도록 보완하는 방법을 덧붙였죠. 물가도 비싼데 괜히 외식하지 말고 만원으로 맛있고 즐겁게 만들어 드시라고요.
외식사업 하는 분이 외식하지 말라는 건 좀 이상한데요(웃음)? 이 책을 통해 얻는 수익을 기부하는 건데, 정말 많이 팔려서 좀 더 많은 분들에게 기회가 주어졌으면 해요. 그렇게 소외받는 이들에게 기회가 생기고 희망이 늘어나면 결국 다 함께 발전하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같이 성장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사업 실패를 두 번이나 겪었고 말 못할 고생이 컸어요. 다행히 벌집삼겹살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체계적으로 운영하게 되면서 창업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새롭게 시작하려는 분들을 위해 좀 더 도움을 주고 싶어요. 사실 이런 사업과 관련된 구상도 대부분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동안 나온 것들이에요. 아빠라는 이름, 가장이라는 책임감이 자꾸만 주변을 돌아보게 만들고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네요.
아빠가 아이와 함께 요리를 하는 시간이 특별히 의미 있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요리는 접촉이잖아요. 만남이고요. 많이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이에요. 아빠와 아이가 함께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요리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해요. 또 요리할 때 아이의 얼굴을 한번 자세히 보세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집중력도 뛰어날 거예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정성과 섬세함을 다 쏟아 부어요. 근육 발달이나 창의력 발달에도 그만이고요. 무엇보다 맛있게 사랑을 나누는 거잖아요!
아빠의 맛있는 요리 만들기 노하우
+알록달록 다양한 식재료를 준비해요
제가 아이와 요리를 할 때 가급적 많이 사용하려고 하는 재료들이 있어요. 파프리카, 당근, 가지, 브로콜리, 오이, 방울토마토, 파인애플 등 색이 예쁘고 감촉이 다양한 채소와 과일 등인데요. 아이가 재료를 직접 만지고 눈으로 보면서 오감을 자극하고 정서를 발달시킬 수 있다고 해요. 또 흥미를 느껴서 재미있어 하고요. 물론, 건강에도 좋은 재료들이잖아요. 보통 편식하는 아이들이 이런 재료들을 싫어하는 편인데, 골고루 먹는 습관을 들이는 데도 도움이 되죠.
+정해진 레시피에 얽매이지 마세요
잘 만들어야 한다, 그럴듯한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나 강박관념을 버리세요. 그럴수록 아빠도 아이도 재미가 없어서 잘 하지 않게 돼요. 중요한 것은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고, 또 요리에는 정답이란 게 없어요. 요리책이나 방송에서 본 대로 만들려고 하니까 어려운 거예요. 망쳤다 싶으면 망친 대로 먹으면 되는 거죠. 아이한테도 절대로 “틀렸어”라면서 제약을 두지 마세요. 넣고 싶은 재료를 넣어서 마음껏 상상력을 펼쳐 만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전 일부러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얼마 전엔 도라지 블루베리파스타를 만들어봤는데, 색깔도 예쁘고 쌉쌀한 맛이 있어 어르신들도 좋아하시더라고요.
+최대한 간단하게, 최소한으로
제가 책을 쓰면서 가장 염두에 뒀던 것은 절대로 비싼 재료, 구하기 힘든 재료, 평소 보통 가정집 냉장고에 들어 있지 않는 재료를 사용하지 말자는 거였어요. 그리고 준비해서 조리하는 시간은 길지 않을 것. 남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뭐겠어요? 귀찮은 거 아닌가요? 아이랑 함께 시간을 보내야지, 아내를 위해 뭔가 만들어봐야지, 하고 마음먹었다가도 씻고 장 보러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 마음이 싹 달아나거든요. 그래서 늘 냉장고에 있는 재료와 그것들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만들 거니까 칼이나 불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완성할 수 있는 메뉴로 책 내용을 구성한 거예요. 또 아이들이 먹을 음식은 복잡한 조리법을 사용하기보다 간을 최소로 해서 재료 자체가 지닌 감칠맛을 느끼게 해주는 게 좋다고 해요.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김영길 ■장소 협찬 / 바까테813(02-3452-7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