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홍콩의 전통 대중교통인 트램을 빌려서 트램파티도 해요. 2 그동안 효재가 받았던 각종 생일파티 초대장과 구디 백, 학교에서 만들어 씌워준 생일 왕관이에요. 기사 투구도 카드예요. 이때 파티의 드레스 코드가 기사와 공주였거든요.
홍콩은 과거 오랜 기간 영국의 통치를 받았기 때문에 서양과 동양의 문화가 적절히 섞여 있어요. 그렇다 보니 기념할 일도 많고 생일 같은 날도 특별하게 보내는 편이에요. 사회에서도 학교에서도 크고 작은 이슈들을 만들어 참 많은 파티를 열고, 거기에 홍콩 고유의 전통 행사까지 더해지니 1년 내내 파티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우선 아이들이 유치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파티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지요.
보통 한 달에 한두 번은 생일파티 초대장을 받게 되는데 카드에서 파티의 성격까지 참 다양해요. 카드에는 보통 행사에 대한 각종 내용(예를 들면 날짜, 장소, 시간, 드레스코드 등)이 적혀 있고 마지막에는 꼭 R.S.V.P(Repondez,s’il Vous Plait-프랑스어로 ‘참석 여부를 알려주세요’라는 뜻)를 덧붙이죠. 파티는 주로 클럽하우스(거주지에서 공동으로 쓰는 문화시설)의 다목적 룸을 빌려 음식을 케이터링하고 각종 놀이기구를 빌려 설치해놓거나 광대를 초청해 버블쇼나 매직쇼, 댄스파티 등을 기획하기도 해요. 혹은 볼링장을 몇 시간 빌려 볼링파티를 하거나 남자아이의 생일일 경우에는 축구파티를 하기도 하지요. 날씨가 좋을 때면 야외 놀이터의 잔디밭 등에서 풍선을 가득 불어 공간을 꾸미고 친구들은 물론 친구의 형제자매, 부모들까지 모두 모여 온 가족의 교제의 장을 마련하기도 해요.
1 효재가 초대받았던 친구의 생일파티. 2 하우스 댄스파티. 특별한 형식이 정해져 있다기보다 자유롭게 춤추는 거예요. 3·4 광대를 초청해 생일파티를 진행하기도 해요.
중요한 것은 이곳의 파티는 음식 중심이 아니라 이벤트 중심이라는 거예요. 매우 큰 규모의 파티에 가더라도 한국인의 기준에서 볼 때는 깜짝 놀랄 정도로 음식을 간단히 차리는 편이에요. 닭날개, 쿠키, 캔디 등 핑거푸드 몇 가지와 음료, 가끔 어른을 위한 와인 혹은 피자 몇 판과 주스가 전부일 때도 비일비재해 홍콩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한국 아이와 부모들은 파티를 기대하고 배를 비우고 갔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생기기도 하죠.
하지만 정크선(해적선 모양의 범선)파티나 홍콩의 전통 대중교통인 트램을 빌려 하는 트램파티 등 색다른 파티는 그 독특한 컨셉트만으로도 멋져서 어른들조차 카드를 받는 순간부터 마음이 설레요. 확실히 일상 속에서 재미있고 화려한 파티를 자주 접하게 되거든요. 저희 아이도 만 3, 4세였던 킨더 1학년 때 하우스 댄스파티와 풀장파티에 초대받아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고 좀 놀랐어요.
해변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물총싸움을 했던 생일파티.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파티
아이의 생일이 돌아올 때쯤 엄마들은 고민을 시작하게 돼요. 아이가 커갈수록 각종 파티에 다니면서 보는 것이 많아지게 돼기대치와 눈이 높아져서 그 수준을 어떻게 충족시켜줄지 걱정이 되기 때문이죠.
물론 모두가 그렇게 크게 생일파티를 하는 것은 아니에요. 가장 친한 친구 몇 명만 초대해서 함께 영화를 보거나 스포츠 게임을 하고 슬립오버(친구 집에 모여서 같이 잠을 자는 것)를 하면서 알차게 보내기도 해요. 혹은 반 아이들 수만큼 컵케이크를 만들어 학교에 가서 나눠주면 다 같이 손뼉을 치며 축하를 해주기도 하죠.
1 핼러윈파티 때. 2 효재가 사람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있어요. 3 코스튬파티에 가기 전, 집에서 주제에 맞는 복장을 준비해 입어보고 있었어요.
이처럼 이벤트에 대한 부모의 고민과 부담에 비해 정작 아이들은 그저 그날 자신이 주인공이 돼 친구들과 하루 종일 신나게 뛰어논 것만으로도 크게 만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이곳의 생활에 익숙해질수록 부담이 커지기도 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 오히려 쉬운 일 일 수도 있는 일인 것 같아요.
1 친구와 함께 유치원 코스튬파티 때. 2 유치원에서 열린 코스튬파티 때 신이 난 효재예요.
유치원에서는 거의 매달 각종 코스튬파티를 열어요. 주제(예를 들면 특정한 색이나 동물, 각 나라의 의상, 이야기의 주인공 등)를 정해주면 그날은 교복 대신 그에 맞는 옷을 입고 유치원에 가요. 그리고 그날은 선생님께 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놀이를 하고, 과자도 먹는답니다. 그런 날이면 아침에 각종 재미난 옷을 입은 아이들이 한가득 거리를 메우고 있어서 마치 놀이공원 퍼레이드를 보는 것 같아 참 재미있어요.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은 핼러윈파티도 아주 성대하게 치르지요. 온 마을의 축제가 돼요. 그날은 마을의 중심 광장에 어린이공원에서나 볼 수 있는 호러 캐슬 같은 것을 꾸며놓기도 하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특이한 의상을 일상복처럼 입고 다니죠. 주택가에서는 대문을 예쁘게 꾸며놓고, 사탕을 받으러 다니는 사람들을 위해 과자와 음료 등을 바깥에 비치해놓기도 해요.
또 초여름에는 ‘드래곤 보트 페스티벌’이라는 홍콩 전통 행사가 열려요. 홍콩 전통 행사라 해도 각 나라의 팀이나 학교, 사회단체들이 팀을 꾸려 대부분 드래곤 보트를 젓는 시합에 출전하기 때문에 응원을 겸해 온 도시 전체가 마음껏 먹고 마시며 파티 분위기를 누리지요. 특히 이날은 공휴일로 지정돼 있어서 모두가 편안한 마음으로 실컷 즐긴답니다.
[육아 삼국지_홍콩 효재맘 이야기]1년 내내 신나는 축제의 연속
홍콩에 입성한 지 7년째, 훤칠한 열네 살 큰아들과 다섯 살 늦둥이 아들을 키우는 전업주부다. 큰아이를 키울 때는 일과 학업으로 바빠 육아가 뭔지도 모르고 지냈는데, (첫째에게는 미안하지만) 뒤늦게 아이 키우는 데 푹 빠져 지내고 있다. 작년에 말로만 듣던 길거리 캐스팅이 돼 국영기업 이미지 광고에 출연했다. 홍콩 전역이 인정하는 멋진 아들을 둔 엄마인 셈이다.
■기획 / 이연우 기자 ■글&사진 / 정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