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아이도 앉아서 봐라?

육아 삼국지_일본 하나맘 이야기

남자아이도 앉아서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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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일본의 배변 훈련 최신 트렌드

사회화되기 위한 인간의 첫 번째 훈련, 바로 배변 훈련이다. 인간이면 누구나 해야 하는 배변 훈련에도 한·중·일 나라별로 다른 점이 있을까? 일단 일본은 보다 엄격하고 철저한 분위기에서 배변 훈련을 시킨다. 국내에서 많이 팔리고 있는 아기 변기는 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또 요즘은 남자아이도 앉아서 소변을 보도록 가르친다.

가을 햇빛이 좋아 롯폰기 미드타운에 놀러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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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은 변좌와 발판, 두 가지뿐
대부분의 나라가 비슷하겠지만 일본의 배변 훈련은 생후 18개월에서 20개월 사이에 시작합니다. 일본에선 만 3세가 됐을 때 기저귀를 떼는 것이 일반적이며, 각 유치원들은 입학 전에 기저귀를 떼고 오라고 부모에게 신신당부합니다. 하나는 18개월 때부터 시작했고, 만 2세 때 기저귀를 뗐습니다. 기저귀를 떼고도 밤에 실수하긴 했습니다. 혼을 내지는 않았지만, 아이도 뭘 아는지 다음날 아침에 쉬해서 미안하다고 부끄러워했습니다.

배변 훈련을 위한 준비물은 첫째 유아용 변좌(성인용 변기에 올려놓는 변좌), 둘째 발판입니다. 이 두 가지만 있으면 됩니다. 성인 변기를 사용하기 전, 유아용 변기는 별도로 필요 없냐고요? 네, 굳이 따로 살 필요는 없습니다. 요강의 용도는 과거 화장실까지 거리가 멀고, 재래식 화장실에 혹여 빠지는 사고를 막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전등도 밝고 화장실이 코앞인 요즘 유아용 변기는 엄마의 수고를 더할 뿐 불필요합니다. 일본에선 별도의 유아용 변기를 사용하는 일이 매우 드뭅니다. 하나의 어린이집 친구들과 주변 아이들만 봐도 그 변기를 사용하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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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건강하고 규칙적인 배변의 기본은 운동이죠. 하나는 애니메이션 ‘프리큐어’에 빠져 살아요. 2 만 2세 때 배변 훈련 성공!
최신 배변 훈련에서는 화장실에 익숙하려면 처음부터 화장실이란 공간에 적응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때문에 별도의 변기 사용은 되도록이면 삼가는 것이 엄마도 편하고, 아이에게도 적절한 훈련이 됩니다. 사실 일본은 화장실과 욕실이 분리된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렇다 보니 물에 젖은 화장실이 아니어서 슬리퍼를 신을 필요도 없고, 화장실이 방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배변 훈련용 변기 사용이 더 줄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배변 훈련용 팬티는 필요하냐고요? 쉬한 것을 더 금세 느끼는 훈련용 팬티는 사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입니다. 일반 팬티를 입고 쉬해도 축축해지는 건 같아서 어느 팬티를 입건 아이들은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3시간에 한 번 간격으로 볼일 연습
어떤 엄마들은 아이가 쉬를 참지 못해 화장실에 가기 전에 볼일을 볼까 봐 유아용 변기나 남자아이용 소변기를 사용한다고 얘기합니다. 이는 아이가 극도로 마려울 때까지 참았다는 뜻입니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미리’ 볼일을 봐두는 것입니다. 일본 어린이집은 ‘미리 가기’ 훈련법을 철저히 고수합니다.

잘 먹는 것도 배변의 기본이죠. 하나의 도시락.

잘 먹는 것도 배변의 기본이죠. 하나의 도시락.

아침에 도착해서 한 번, 10시쯤 외출 전에 한 번, 점심 먹고 한 번, 낮잠 자고 한 번. 3시간에 한 번 간격으로 화장실에 가도록 합니다. 볼일 볼 마음이 없어도 우선은 앉아보게 합니다. 그렇게 해서 아이가 변의를 이해하고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또 미리 가는 것으로 아이의 실수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배변 훈련 권장 서적
하나의 배변 훈련은 서적보다는 시마지로(애니메이션 ‘내친구 호비’의 원작)의 DVD가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배변 훈련용 특별판을 보면서 같이 노래를 따라 하고 화장실도 다녀왔고요. 화장실에 다녀온 뒤에는 스티커를 주고 칭찬해주었더니 스티커를 하나씩 달력에 붙여나가는 것도 재미있어 했습니다. ‘거대한 코끼리는 거대한 똥, 자그마한 생쥐는 자그마한 똥’, 동물들의 배설물의 다양함을 노래한 고미 타로의 「누구나 눈다」, ‘고구마 먹고 뿡, 밤 먹고 뽕, 욕조에서 뽁’, 시인 타니가와 슌타로가 오로지 방귀 얘기만을 쓴 「방귀 노래」도 인기 있습니다. 이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이 자지러집니다. 권정생의 「강아지 똥」도 스테디셀러입니다. 아무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똥이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이 화려한 변신은 아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자, 배변활동에 자신감마저 가져다줍니다.

1 하루에게 분유를 먹이는 하나. 2·3·4 모유, 분유 혼합수유로 배변도 활발히 하며 쑥쑥 크고 있는 하루.

1 하루에게 분유를 먹이는 하나. 2·3·4 모유, 분유 혼합수유로 배변도 활발히 하며 쑥쑥 크고 있는 하루.

남자아이도 앉아서 봐라!
배변 훈련의 최신 트렌드는 남아, 여아 구분 없이 재래식 좌변기를 사용한다는 겁니다. 의자형 서양식 변기가 아닌 재래식 좌변기는 쇼핑몰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 다양한 장소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도 대부분 서양식으로 바뀌고 있다고는 합니다만, 언제 어디 있을지 모를 배변 훈련의 복병입니다. 아이들이 생활하는 집과 어린이집에서는 많이 없는 변기죠. 그렇다 보니, 어린이집에선 재래식 좌변기 교육을 시킵니다. 어디가 앞인지, 걸터앉는 건지, 쪼리고 앉아야 하는 건지 아이가 당황하지 않도록 알려줍니다.

1·2 시마지로 그림책. 변기가 입체적으로 펼쳐져서 아이들이 매우 좋아합니다. 3 고미 타로의 「누구나 눈다」. 4 권정생의 「강아지 똥」. 5 타니가와 슌타로의 「방귀 노래」. 6 일본 가정용 화장실은 욕실과 분리돼 있어 바닥이 일반 방처럼 돼 있어요. 슬리퍼를 신을 필요가 없어서 아이에게도 편합니다. 7 배변훈련 세트 세팅 완료!

1·2 시마지로 그림책. 변기가 입체적으로 펼쳐져서 아이들이 매우 좋아합니다. 3 고미 타로의 「누구나 눈다」. 4 권정생의 「강아지 똥」. 5 타니가와 슌타로의 「방귀 노래」. 6 일본 가정용 화장실은 욕실과 분리돼 있어 바닥이 일반 방처럼 돼 있어요. 슬리퍼를 신을 필요가 없어서 아이에게도 편합니다. 7 배변훈련 세트 세팅 완료!

한편 남자아이도 앉아서 볼일 보는 것을 배웁니다. 아니, 딱히 배우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남자아이의 경우 서서 보는 아이도 있는데, 대부분은 앉아서 볼일 보는 걸 자주 목격합니다. 일본 욕실용품 전문 업체 토토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 남자의 3분의 1이 앉아서 소변을 본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남아가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게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소변의 미세한 입자들이 90분가량 공기 중에 머문다는 한 과학자의 설이 TV에서 방영된 후 더 많은 남성들이 앉아서 소변을 보고 있습니다. 서서 보는 게 남자의 자존심이라고요? 당신의 소변이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아이를 더럽힌다면? 그렇게 생각한 아빠들은 당연히 앉아서 보게 됩니다.

2004년에는 약 24%가, 2009년에는 33%가 앉아서 본다고 대답하는 등 매년 증가 추세입니다. 스웨덴의 한 정당은 청결과 건강을 위해 남성 소변기를 모두 폐지하겠다고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고, 최근엔 회사에서 일하는 남성들이 스마트폰을 보려고 일부러 화장실 변기에 앉아 소변을 보는 일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같은 뉴스인데, 결론은 남자도 얼마든지 앉아서 볼일을 볼 수 있단 얘기죠. 배변 훈련은 미리 볼일 보는 원칙에 입각해서 아이의 속도에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중·일 엄마들 모두 파이팅!

하나 맘, 김민정은…
1976년생. 열여섯 살 때 가족 이민으로 일본행. 인생의 절반 이상을 도쿄에서 보낸 셈이다. 첫째 하나와 둘째 하루를 키우며 낮에는 대학원생, 저녁에는 라디오 방송 통신원, 밤에는 번역가로 열혈 활동 중이다. 마흔이 되기 전에 자신의 소설과 에세이집을 낼 꿈을 갖고 있다. 대학 연극 동아리 동기로 만난 남편은 교육방송 PD다.

■기획 / 이유진 기자 ■글&사진 /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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