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서우는 잘못했을 때 ‘생각하는 의자’에 앉아 몇 분 동안 반성을 해요. 2 채우는 벌로 ‘생각하는 방’에 들어가서 역사책 한 권을 읽고, 잘못한 일에 대해서도 뉘우치는 시간을 갖지요.
한동네에 살면서 가깝게 지내는 친구가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채우랑 네가 대화하는 걸 보고 있으면 꼭 친구 사이 같아. 우리 딸이 좀 더 크면 나도 그런 모녀 사이가 되고 싶어.”라고요.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친구를 보면서 도대체 어떤 모습이 그렇게 보였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최고의 칭찬을 해준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요.
사실 지금이야 초등학생이 돼 제가 손댈 일 하나 없이 혼자서 척척 잘해내는 기특한 채우지만, 미운 네 살이라 불리는 그 시기부터 일곱 살 때까지는 무척이나 예민한 아이였고 저 또한 서툴기만 한 엄마였거든요. 무작정 떼를 쓰거나 이유 없이 울 때가 많아 엄하게 훈육도 했고 심지어 매를 든 적도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어느새 이렇게 친구 같은 딸로 잘 자라주고 있네요.
‘아이가 밥을 입에 물고만 있고 씹지 않아요’, ‘화가 나면 마구 소리를 질러요’, 떼쓰기가 심하고 언제나 엄마만 찾아요’, ‘걸핏하면 울고 매사에 지나치게 소심하게 행동해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쉽게 들을 수 있는 각종 고민들이죠.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바로 우리 아이들의 일이기도 했답니다. 남의 이야기일 때는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여겼던 일들이 막상 내 아이의 문제가 되니까 다 엄마인 제 잘못 때문인 것만 같아 정말 눈앞이 캄캄하고 속상하더라고요. 특히 두 아이 모두 훈육을 처음 시작하게 되는 시기이자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려줘야 하는 3, 4세 때가 가장 힘들고 어려웠어요.

서우 맘은 아이와 친구처럼 이렇게 재밌는 사진 찍기 놀이도 즐긴답니다.
올바른 훈육을 위한 부부의 노력
저희 부부는 아이들을 다소 엄하게 훈육하는 편이에요. 특히 안전을 위해서 꼭 지켜야 하는 일 어기기, 예의 없는 행동, 거짓말에 관해서는 눈물을 쏙 뺄 정도로 혼을 낸답니다.
둘째 서우가 두 돌 무렵, 어느 날 갑자기 잘 타고 다니던 카시트에 안 앉고 떼를 쓴 적이 있어요. 서울에 있는 친정집에 가려던 길이었는데 남편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저와 채우를 내리게 한 뒤 무조건 울고 떼쓰던 서우에게 단호한 표정으로 “어린아이들은 차를 탈 때 반드시 카시트에 앉아야 안전하다”라는 걸 이야기해주더라고요. 워낙 고집이 세고 심하게 떼를 쓸 때라 과연 서우가 아빠 말을 수긍할지 반신반의했는데, 30분 뒤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채로 “카시트 탈래요”라면서 씩 웃던 서우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답니다. 그 후로는 차에 타기만 하면 항상 카시트에 앉아 자기뿐만 아니라 가족의 안전띠까지 꼭 챙기는 서우가 됐지요.
사실 아이들이 떼를 쓴다고 해서 한 번 두 번 허용해주다 보면 오히려 혼란스러워하고 점점 더 심하게 고집을 부리게 돼요. 결과적으로 ‘카시트 사건’을 통해서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모 모두 일관성 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훈육이라는 것을 배웠답니다.

1 채우는 어린이집에 다니기 전 미리 배변 훈련을 열심히 했더니 언젠가부터 능숙하게 사용하더군요. 2 종종 서점에 나가 전문가들의 육아 지침서를 찾아봅니다. 3 육아에 서툰 부모들을 위해 현명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육아 지침서들이 많지요. 4 요즘 판매되는 유아용 변기는 디자인도 예쁘고 신기한 기능도 많더라고요. 5 채우는 어릴 때 변기 의자를 무척 좋아해서 밥을 먹을 때도, 놀 때도 항상 사용했어요.
두 아이를 키우면서 제가 가장 조심하는 말이 바로 “넌 언니니까…” 그리고 “넌 동생이니까…”예요. 채우가 네 살 터울 동생이 생기면서부터 엄마, 아빠의 사소한 말이나 행동 하나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금방 섭섭해하더라고요. 그런 아이가 “너는 언니라서 의젓하게 행동해야 한다”라거나 “동생에게 양보하라”라는 말을 듣는다면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지. 아마 그렇지 못하겠죠. 동생인 서우 입장에서도 “언니 말은 무조건 들어”라거나 “동생이니까 네가 하지 마”라는 말이 상처가 될 수 있을 거고요.
훈육을 할 때도 둘의 입장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죠. 채우에게는 동생 앞에서 야단치거나 화를 내기보다는 둘만의 대화 시간을 많이 가지려 노력해요. “엄마는 채우가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솔직하게 말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엄마가 채우를 아주 많이 사랑하지만, 네가 말해주지 않으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마음인지 잘 모른단다. 채우가 기분이 좋을 때뿐만 아니라 속상하고 화가 날 때도 엄마에게 솔직히 표현해주면 좋겠어”라고 얘기하면서 채우가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꺼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하고요. 이런 대화를 할 때는 손을 잡거나 눈을 바라보거나 안아주는 등 스킨십도 더 많이 하려고 하지요. 덕분에 아이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엄마를 더 신뢰하게 됐고, 저는 아이와 소통하는 느낌이 들어서 점차 친구 같은 사이가 될 수 있었어요.
언니와 자주 싸우고 마음대로 안 되면 항상 울려고만 하는 서우에게도 울지 말고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언니가 이렇게 놀리면 난 속상해. 그렇게 하지 마!”, “이 장난감은 함께 갖고 노는 거니까 언니 쓴 뒤에 나도 빌려줘” 등 구체적으로 말하는 방법을 알려줬더니 이젠 울기보다는 곧잘 똑 부러지게 이야기하네요. 또래보다 말이 조금 늦는 편인 서우가 요즘엔 언니와 말싸움까지 하는 걸 보면 얼마나 웃음이 나는지 몰라요.

서우는 언니와 다투면 이런 표정으로 울먹이며 엄마에게 매달리곤 한답니다.
어린이집 가기 전 배변 훈련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기 전 엄마들이 가장 공들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배변 훈련이죠. 배변 훈련은 만 18개월부터 24개월 사이에 시작하는 것이 좋은데, 너무 일찍 시작하거나 엄마가 지나치게 간섭하면 아이 성격 형성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오히려 더 늦게까지 가리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해요.
저는 큰아이 채우가 13개월일 때부터 유아용 변기를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고 아이가 의자로 사용하거나 놀이할 때 쓸 수 있도록 했어요. 요즘 유아용 변기는 디자인도 깜찍하고 음악도 나와서 아이들이 참 좋아해요. 그런데 채우는 처음에 장난감으로만 가지고 놀다 보니 변기에 쉬할 생각을 안 하더라고요. 저도 급한 마음은 없어서 언젠가는 하겠지 싶어 기다리고만 있었어요. 그러던 채우가 23개월 즈음 되던 어느 날, 낮잠을 자고 일어나더니 혼자 유아용 변기에 쉬를 하고는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거예요. 그날의 감동이란…. 아이 배변 훈련을 해보신 엄마들은 다 공감하실 거예요.
그때부터는 순조롭게 배변 훈련이 진행됐어요. 채우는 스스로 한 번 해보고 칭찬까지 받더니 자신감도 생기고 재미도 있었던 모양인지 그 뒤로는 여름이라 기저귀를 채우지 않고 벗겨놓았더니 조금씩 변기에 쉬를 하더군요. 응가를 할 때는 얼굴까지 벌게질 정도로 힘을 주는데, 그때마다 변기에 앉혀놓고 손을 잡고 함께 “응가”라고 말하며 응원해주었죠. 밤에는 혹시라도 실수할까 봐 기저귀를 채웠는데, 네 살부터는 자기 전에 쉬를 하도록 시키고, 이불에 방수요를 깔아두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밤 기저귀도 뗄 수 있었어요.
서우는 언니가 있어서 그런지 유아용 변기보다는 화장실에 있는 일반 변기에 바로 쉬를 했답니다. 아이들은 무조건 유아용 변기를 사용한 뒤 일반 변기로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둘째라 그런지 19개월부터 언니가 하는 행동을 유심히 보고 그대로 따라 하더라고요. 바로 일반 변기를 사용하니까 치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 정말 편했어요. 큰아이 때도 아예 유아용 변기를 보여주지 말고 바로 일반 변기로 배변 훈련을 시켰으면 좋았겠다는 생각까지 했답니다.
![[육아 삼국지_한국 서우맘 이야기]올바른 훈육으로 형성된 친구 같은 모녀 사이](http://img.khan.co.kr/lady/201311/20131115170843_5_201311_lady_92_profil.jpg)
[육아 삼국지_한국 서우맘 이야기]올바른 훈육으로 형성된 친구 같은 모녀 사이
아홉 살, 다섯 살짜리 두 딸을 키우는 11년 차 주부. 둘째를 낳기 전까지는 초등학교에서 중국어를 가르쳤고, 지금은 4년째 전업주부로 야무지게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다. 남편은 평일에는 바빠 얼굴 보기 힘들지만 주말만큼은 꼭 딸들과 함께하는 대한민국의 ‘보통’ 아빠다. 초등학생이 되면서 한결 씩씩해진 예쁜 딸 채우와 통통한 볼살이 매력적인 꼬마 공주 서우가 가장 소중한 보물이다.
■기획 / 이연우 기자 ■글&사진 / 박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