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 다니는 것이 선택 사항 중 하나였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 전 다양한 유아 교육기관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얻게 되고,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을 배우게 되고, 또래 친구들을 사귀며 사회성을 기르게 된다. 또 앞으로 학교에서 배우게 될 교육의 기초를 다지고 더 나아가 삶의 기본적인 자세와 가치관을 형성하는 각종 활동을 접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작정 남들이 좋다는 유명 유치원만 선호할 것이 아니라 아이의 성격이나 현재 처한 환경 그리고 교육기관의 이념과 정서 등을 세세하게 따져보고 선택해야 할 것이다.
세부적으로 기관별 차이는 있지만 유아교육기관은 대체로 11월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신입생 모집 일정을 발표한다.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 난 유명한 곳들은 서둘러 움직이지 않으면 지원조차 힘들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점찍어둔 곳이 있다면 미리 정보를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작년의 경우, 황금돼지띠인 2007년생들이 유치원 입학 연령이 되면서 다른 해에 비해 아이들 수 자체가 대폭 늘어난데다, 정부의 교육비 지원 정책 시행으로 인해 입학 희망자가 많아지면서 몇몇 지역에서는 이른바 유치원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극심한 경쟁은 없을 것으로 보이나 선호도가 높은 국공립유치원 등은 지원자가 대거 몰려 입학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Part 1 선택 전, 유치원 바로 알기}
의외로 많은 부모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차이를 그저 다니는 아이들의 연령대가 다른 정도로만 알고 있다. 그래서 어린이집의 연장선상에서 유치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두 기관은 주관하는 부서부터가 다르다. 유치원은 유아교육법을 근거로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이 주관하고,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에 근거해 보건복지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어린이집은 만 0세부터 입학 가능한 2세 미만 영아반과 3~5세 유아반을 운영하는데 교육보다는 보육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교사 대 아이의 비율이 낮은 편이고, 운영 시간도 상대적으로 길다. 따라서 맞벌이 부부 등 아이를 오래 맡기고자 하는 경우 3세 이후에도 유치원보다 어린이집을 선택하기도 한다.
영어유치원 및 놀이학교
최근 들어 일반 유치원에 비해 특정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특성화된 유아 교육기관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영어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영어유치원은 이제 상당히 보편화됐고, 창의력 및 상상력 계발에 중점을 두는 놀이학교도 엄마들의 큰 지지를 얻고 있다. 외국의 선진 교육을 표방하는 발도로프 유치원, 몬테소리 유치원이나 대안 교육 형태의 유치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영어학원 유치부 및 놀이학교가 일반 유치원과 가장 다른 점은 교육과정에 대한 부분으로, ‘3~5세 누리과정’을 채택하고 있는 국공립 및 대다수의 사립유치원과는 달리 기관별 자체 프로그램을 시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관별 일과 및 교육 활동이 천차만별이며, 이에 따른 교육적 효과 또한 가장 확연히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정부의 지원금 및 수업료, 교사의 자격 등에 대한 부분도 큰 차이가 있다.
{Part 2 분류별 유치원 특성 살펴보기}
국공립 유치원
국립대학교에서 부설로 유치하는 국립유치원은 한국교원대학교 부설 유치원, 강릉원주대학교 부설 유치원, 공주대학교사범대학 부설 유치원이 있다. 시도에서 운영하는 공립유치원은 다시 단독 설립된 단설 유치원과 초등학교 내 병설 유치원으로 나뉜다. 국공립유치원은 비용이 매우 저렴하면서도 유아교육을 전공한 뒤 오랜 경력을 갖춘 교사들이 많은 편이라 인기가 높다. 초등학교 교육과의 연계가 원활하며 기초 교육에 대한 꼼꼼한 지도가 이루어진다. 공립유치원의 대다수인 병설 유치원은 초등학교 교장이 원장을 겸임하며 학교와 같은 일정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국가공휴일 등을 모두 쉬며 통학 차량 등 편의시설에 관한 제공은 거의 없는 편이다.
사립유치원
개인 및 법인 단체가 운영하는 곳으로, 현재는 국공립유치원과 동일한 ‘3~5세 누리과정’을 기본으로 하면서 그 외 시간에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수업료를 자체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국공립에 비해서 비용이 많이 들지만 영어, 예체능 등 특성화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집에서 가까운 곳을 선택해 다닐 수 있고, 시설이 편리하고 현대적으로 잘 갖춰진 곳이 많다.
대학 부설 유치원
유아교육과나 아동학과 등이 있는 대학에서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대학 내 교수가 원장을 맡고 해당 학과 학생들이 실습생으로 수업에 참여하기도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는 이화여대사범대학 부속 유치원 등은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어 해마다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다. 시설이나 환경이 쾌적한 편이라는 것도 큰 장점이다.
사회 변화에 따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과 친환경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태·숲 유치원이 각광받고 있다. 유치원의 발상지인 독일을 비롯해 스웨덴, 덴마크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유아기 아이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환경교육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한글, 수학, 영어 등 지식을 습득하는 공부 대신 자연 속에서 어울리는 놀이교육을 통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빡빡하게 짜인 프로그램 대신 대체로 숲길을 산책하며 자연을 탐구하는 활동을 한다. 나무를 만지고, 새의 소리를 듣고, 그림을 보고 해당하는 식물을 찾는 등 자연물을 활용한 놀이를 진행하고 텃밭에서 직접 채소를 길러 수확하는 활동도 한다. 유기농 식재료로 식단을 구성하고, 부모들도 함께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하는 생태교육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한국숲유치원협회 사이트에서 각 시도별 생태·숲 유치원을 찾아볼 수 있고, 친환경 급식과 생태교육 활동을 펼치는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에서도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영어유치원
원어민 교사가 수업을 맡는 등 대부분의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며, 영어에 여러 과목과 아이들의 관심사를 연계해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할 수 있게 한다. 보통 5세부터 입학이 가능하나 점차 연령대가 낮아져 최근에는 3세 반이 있는 곳도 많아졌다. 일반 유치원에 비해 적은 수인 10명 내외로 한 반을 운영하며 영어는 물론 외국의 문화도 함께 배우게 된다. 대체로 일반 유치원 정규과정의 교육목표와 프로그램 내용을 미국 유아 프로그램에 접목한 몰입교육 형태로 이루어지며 요즘엔 영어뿐 아니라 언어, 신체, 사회, 인지 등 아이들의 전반적인 성장과 발달 부분을 아우르는 전인적 교육을 실시하는 곳이 많아졌다. 원어민 교사와 한국인 교사가 함께 반을 맡아 운영하며 핼러윈 파티, 현장 학습, 뮤지컬 공연 등 시기별로 다채로운 특별활동이 이루어진다는 것도 특징이다. 수업료가 일반 유치원에 비해 배 이상으로 비싸다는 것이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 영어유치원은 무엇보다 강사의 자질과 품성을 신경 써서 살펴봐야 하는데, 일반 유치원 교사와 마찬가지로 교사로서의 책임감, 성실성, 아이에 대한 이해와 애정 등은 기본으로 하고 영어 숙련도와 그것을 전달하는 능력이 어떤지를 따져보도록 한다. 특히 원어민 교사의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E-2 비자 소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할 것. 주입식 학습보다 다양한 활동을 통한 고른 의사소통 영역 발달이 이루어지는 곳이 학습적 효과가 크다.
놀이학교
놀이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미술, 음악, 체육, 언어 등을 통합적으로 교육하고자 한다.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하고 풍부한 감성을 키워준다는 점에서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즐겁게 참여할 수 있다. 요즘에는 기존의 놀이 감성 위주의 교육에 유치원 정규 교육과정 및 초등학교 대비 학습을 접목시켜 운영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프로그램마다 특정 과목을 전공한 선생님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종합적인 관리는 소홀할 수도 있다. 아이의 발달 정도나 성격에 따라 각각 적용되는 프로그램이 다르기 때문에 맞춤교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에 따른 교육 비용의 차이도 크다.
{Part 3 좋은 유치원, 이렇게 따져보고 고르자}
1 부모의 교육관과 맞는 곳을 선택한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기 전, 가장 먼저 부모로서 ‘내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탐구와 고민이 필요하다. 아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아이의 어떤 점을 키워주고 싶은지,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주고 싶은지 등을 곰곰이 생각해보고 부모만의 교육관을 세우도록 한다. 그리고 기관별로 중점을 두고 있는 교육목표가 무엇인지 살펴 가정의 교육철학 및 가치관과 일치하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 만약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아이가 자연 속에서 놀면서 어울리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고 싶다면 생태·유치원 등이 적합할 것이다. 가정과 유치원의 교육 성향이 일치해야 아이도 혼란을 느끼지 않고 효과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다.
유아기는 특정 능력보다 전반적으로 고른 발달이 필요한 시기이므로 신체·정서·언어·인지·사회 발달이 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구성돼야 한다. 어느 한 부분에 치우치기보다는 연령대에 맞는 전반적인 성장과 발달을 도모하는 전인교육 프로그램 시스템을 갖춘 곳을 추천한다. 공통 프로그램인 누리과정을 시행하는 곳이라면 세부적인 부분을 살펴서 일방적인 주입이 아닌 아이들이 주체가 된 적극적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특히 식사 시간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놓치지 말고 살펴볼 것. ‘밥상머리 교육’이 각광받을 만큼 식사는 생활적인 측면에서도, 교육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급식을 자체적으로 시행하는지, 어떤 식으로 식사 시간을 운영하는지, 위생적으로 조리되고 있는지, 식단표와 실제 제공되는 음식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식단의 영양 균형은 적합한지 등도 같이 따져볼 것.
3 기본 시설이 잘 갖춰진 곳, 심리적 환경까지도 고려한다
어린아이들이 긴 시간을 보내게 되는 곳인 만큼 유치원 시설이 기본적으로 잘 갖춰져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것처럼 보여도 의외로 아이들이 생활하기에 불편하고 심지어 안전사고에 대한 아무런 대비가 돼 있지 않은 곳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시설의 규모, 내부의 쾌적성, 부대시설의 편리성 등을 우선적으로 살펴보고 특히 아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화장실과 사고 위험이 큰 계단은 꼭 점검해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가능한 한 집과 가까워 통학 거리가 짧은 곳이 좋다. 또 배상책임보험과 화재보험 등에 가입돼 있는지, 보험료를 잘 납부하고 있는지 등도 놓치지 말자.
4 제2의 부모, 선생님의 교육관 등을 살펴본다
아이와 직접적으로 마주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사가 ‘믿을 만한지’는 유치원을 선택하는 데 있어 아마 부모들의 가장 큰 고려 대상이 아닐는지. 하지만 부모가 직접 확인하고 어느 정도 판단이 가능한 시설이나 프로그램 등과 달리 교사는 같이 생활해보지 않으면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어 어려움이 크다. 일단 원장의 교육관은 어떠한지, 필요한 자격을 충족한 교사진으로 꾸려져 있는지 등을 확인해보도록 한다. 지나치게 이직이 잦거나 경력이 적은 교사들만 있는 유치원은 피하는 것이 좋다.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얼마나 되는지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므로 교사가 가능한 한 아이를 적게 맡는 편이 좋다. 어느 정도 마음을 둔 곳이 있다면 직접 방문해 교사들의 눈빛, 표정, 억양, 말투 등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5 실질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한다 일정 비용의 국가보조금이 시행된다고는 하지만, 유치원에 따라 예상보다 큰 비용이 드는 곳도 많다. 특히 사립유치원이나 영어유치원 등의 경우 수업료는 물론 교재비나 급식비, 간식비, 현장체험 학습비 등까지 더해서 지출이 꽤 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추가비용을 포함해 실질적으로 1년간 드는 비용을 두고 고려하도록 한다.
우리 동네 유치원 살펴보기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위치한 유치원들의 기본 정보를 쉽게 찾아보고 싶다면 ‘유치원 알리미 사이트(e-childschoolinfo.mest.go.kr)’에 접속해보자. 유치원의 원아 수, 학급 수, 기본 프로그램, 비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김영길 ■도움말 / 교육부, 서강SLP 영어교육연구소 ■장소 협찬 / 서강SLP 송파학당(02-2202-7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