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혁·장혁 아빠 최봉길씨

좋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

진혁·장혁 아빠 최봉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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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12월 - 아이와 함께하는 봉사활동

대한민국 아빠는 바쁘다. 그리고 외롭다. 마음은 있어도 막상 아이들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하지만 최근 아빠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적극적으로 육아에 나서는 아빠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인정받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이미 경험을 해본 선배 아빠의 조언을 바탕으로 매달 한 가지씩의 활동을 제안하고자 한다. 어렵고 부담스럽지 않은 ‘보통’의 아빠 이야기들을 골랐다.

[좋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진혁·장혁 아빠 최봉길씨

[좋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진혁·장혁 아빠 최봉길씨

느긋하게 뒹굴며 쉬고 싶은 마음에 이불 속에서 미적거리다가도 벌써부터 분주하게 외출 준비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들뜬 발소리에 이불을 박차고 나서는 최봉길씨(50). 온 가족이 함께 봉사활동을 하러 가는 주말. 지인의 소개로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과 따뜻한 식사를 나누는 ‘사랑의 밥차’ 활동에 참여하게 된 지도 벌써 5년이 다 돼간다. 이제는 한 달에 한 번, 아내와 두 아들까지 네 식구가 앞치마를 챙겨 들고 ‘밥하러’ 가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됐다.

처음에는 아빠가 권유하니까 별 생각 없이 따라나섰던 진혁(14)이와 장혁(9)이도 언젠가부터는 먼저 봉사활동 가는 날이 언제인지를 묻고 챙기더니, 당일이 되면 스스로 일어나서 오히려 아빠를 깨운다. 간혹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서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면 “왜 요즘엔 밥하러 안 가?” 하고 추궁하는 장혁이의 잔소리를 들어야 할 정도다. 그만큼 ‘사랑의 밥차’ 활동이 아이들에게 좋아하고 기대되는 일이 됐다는 사실이 아빠에게는 다행스럽고 뿌듯하다.

처음 아이들의 손을 잡고 봉사활동을 하고자 했을 때 거창한 목표가 있었다거나 특별한 무엇을 바랐던 것은 아니었다. 앞으로 내 아이들이 주변인들에게 먼저 손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앞만 보고 달려가지 말고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면서 풍요로운 마음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저 ‘어울려 나누는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던 것. 그 기대보다 훨씬 잘 적응하고 재미있게 지내는 아이들이 고맙고 대견한 아빠다. 그리고 고사리손으로 뭐라도 돕겠다며 식판을 들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면서 지금의 이런 행동 하나, 마음 하나가 훗날 아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한편으로 가족을 더욱 단단하게 이어줄 거라 믿는다. 이제 이들 가족에게 ‘나눔’은 행복과 같은 이름이 됐다.

많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에 뜻은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첫발을 떼게 됐나요? 평소에 늘 대단치는 않지만 제가 가진 것을 나누고 누군가를 돕고 싶단 마음을 갖고 있었어요. 몇몇 봉사 단체에 알아보기도 했는데, 방법을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같은 직장에 다니던 지인에게 초대를 받았어요. 장호원에 있는 ‘작은평화의집’이란 곳에서 조촐하게 공연을 한대요.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갔는데 ‘사랑의 밥차’에서 하는 거였어요. ‘사랑의 밥차’는 식사만 제공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문화 공연’이라고 해서 그곳에 계신 분들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 가지면서 교류와 소통을 한다더라고요. 그리고 따뜻한 밥을 나눈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어요. 중증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봉사자들이 한 명씩 옆에 앉아서 정성스레 밥을 떠먹여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였어요. 일손을 보태고 싶다고 했더니 환영해주셔서 그때부터 인연을 맺게 됐어요.

본인이야 원래 뜻이 있어서 선뜻 행동할 수 있었다지만 가족이 같이 참여하자고 한 건 누구 의견인가요? 아빠가 주도하신 건가요? 저희는 원래 무엇을 하든 넷이 뭉쳐서 움직이는 편이라 생각할 것도 없이 당연히…(웃음). 사실 제가 아이를 늦게 얻은 편이라 혹시나 아이들이 나이 많은 아빠를 어려워하면 어쩌나 걱정이 돼서 애들이 어릴 때부터 가능한 한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노력했어요. 등산을 좋아해서 큰아이와는 우리나라 웬만한 산은 다 올랐어요. 여행도 자주 다니고요. 그렇게 봉사활동도 아이들과 밖에서 함께할 수 있는 활동들 중 하나로 시작한 거예요. 그러다 점점 익숙해지고 재미있어지니까 규칙적으로 하게 된 거죠.

그래도 아직 아이들이 어린데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 그리고 힘들지는 않을지 걱정은 없으셨나요? 일이야 스스로 찾아서 하는 거죠. ‘사랑의 밥차’에서는 어느 누가 일을 주도해서 지시하지 않아요. 모두 자기 능력껏 자신이 필요한 곳을 찾아서 스스로 움직이죠. 그래도 정말 모두 열심히 제 몫을 해내요. 우리 아이들도 경험이 쌓여서 그런지 음식 만드는 것만 빼고는 다 잘해요. 음식 나르고 식판 닦고 뒷정리도 하고, 중증장애인 시설에 가면 음식을 먹여드리기도 하고요. 때에 따라 봉사자가 많이 와서 딱히 할 일이 없으면 음식 만드는 어른들 옆에서 이것저것 물어보며 배우기도 하고 재롱도 떨고요. 일단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하게끔 해서 그런지 기본적으로 뭐든 능동적으로 도우려고 해요. 저는 그 자세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눔이나 봉사에도 다양한 방식이 있겠지만, 일단 아이들이 직접 사람들을 만나고 작은 일부터 스스로 하면서 현장에서 교감하고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겠네요. 애들도 처음엔 좀 시큰둥했는데, 몇 달 지나서 인천에 있는 한 장애인 시설에 다녀온 뒤로는 뭔가 좀 달라졌어요. 장애가 심한 분들이 계시는 곳인데 아이들이 그렇게 아픈 분들을 직접 만난 건 처음이었죠. 밥 한 숟가락을 넘기는 것도 쉽지 않은 사람들, 혼자서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과 같이 웃고 떠들며 하루를 보낸 게 아이들에게는 꽤 강렬한 경험이자 계기가 됐나 봐요. 낯설고 자기랑 다르면 일단 경계하고 싫어하는 어른들보다 아이들은 훨씬 빨리 마음을 열고 친해지더라고요. 아직 사고가 유연할 때라 그런지 생각도 훨씬 자유롭고요. 그런 점에서도 봉사활동은 아이들에게 참 좋은 경험이라 생각해요.

아빠, 엄마가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남을 배려하는 행동을 배운 게 아닌가 싶어요. 아이들과 같이 봉사활동을 다닌 이후 달라진 점은 뭔가요? 평소에도 자신의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한다거나 집에서도 먼저 엄마를 도와요. 좀 어른스럽고 듬직해졌다고 할까요. 다른 사람의 입장을 배려하고 상황에 공감하는 법도 조금씩 배워가는 것 같고요. 그리고 일단 낯선 사람들과도 잘 어울려요. ‘사랑의 밥차’ 사람들이 워낙 정이 많고 재미있거든요. 같은 마음으로 온 사람들이라 그런지 그 안에서 서로 따뜻한 온기를 주고받게 돼요. 그런 사람 사이의 교류가 마음을 밝고 행복하게 만들어줘요. 덕분에 저와 아이들 사이도 훨씬 가까워졌고요.

그런 모습을 부러워하는 아빠들에게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할 이유를 말씀해주신다면요? 아빠가 아이와 친밀한 시간을 보내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에요. 봉사라고 해서 뭔가 거창한 걸 떠올릴 필요는 없어요. 여건에 맞게 가장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다른 어떤 것보다 아이들과 나눌 이야깃거리가 많이 생길 거예요. 특히 공부도 좋고 노는 것도 좋지만, 아이가 좀 더 편안하고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게 어릴 때부터 ‘함께 살아가는 경험’을 하게 해주자고요.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하잖아요. 나누는 경험은 일상에서 혼자 쉽게 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요.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일이라도 일단 꾸준히 힘을 보탠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큰 의미를 얻은 거예요.

아이와 함께하는 봉사활동, 알아둘 몇 가지

1 봉사활동 성격에 따라 주의할 점을 미리 알려주세요.
아이가 많은 일을 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자신이 어떤 곳에서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는지와 같은 기본적인 정보와 의미는 알고 있어야 한다. 봉사활동을 하기 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자원봉사 기본 교육 등을 받는 것도 좋다. 그리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시설을 방문할 경우 그 성격에 따라 주의해야 할 점을 미리 일러둔다. 예를 들어 아동 보육시설에서 엄마, 아빠에게 지나치게 응석을 부린다거나 어르신 보호시설에서 가족 이야기를 자꾸 묻는다거나 하는 행동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둘 것. 아이가 ‘잘 몰라서’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입히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2 규칙을 지켜주세요. 현장에서 불편하거나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곳의 규칙을 따르도록 한다. ‘아이가 어리니까, 힘들어하니까’라는 이유로 특별한 대우를 바라지 말 것. 또 봉사활동을 하기로 한 기관 혹은 단체와 정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참여 여부나 시간 등은 특히 철저하게 지키고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을 경우 아이가 보는 앞에서 사전에 충분히 설명할 것. 개인 사정에 따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으로 인식돼서는 안 된다.

3 단정한 차림과 넓은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할 땐 깔끔하고 단정한 옷차림을 한다. 화려하고 요란한 옷이나 장신구는 삼갈 것. 특히 아이들 또래가 있는 곳에 갈 경우 더욱 신경 쓰고, 지나치게 좋은 전자기기 등은 가져가지 않는 편이 좋다. 또 아이들에게 간혹 본인의 행동에 대해 날카롭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주지시키는 것이 좋다. 아이는 자신의 행동은 무조건 ‘착한 일’이고 상대방이 고마워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조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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