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삼국지_일본 하나맘 이야기]일본 하나네 가족 연말연시 풍경](http://img.khan.co.kr/lady/201312/20131211182241_1_201312_lady_122_01.jpg)
[육아 삼국지_일본 하나맘 이야기]일본 하나네 가족 연말연시 풍경
일본 며느리들은 시댁과 교류가 드뭅니다. 저희 집은 1년에 많아도 다섯 번 이상 보는 일은 없습니다. 주변 주부들의 경우 1년에 두 번 정도 찾아뵙는다고 합니다. 설과 추석이지요. 자주 만나지 않으니 아이들에게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생소합니다. 연말연시엔 아이가 할머니, 할아버지와 만나서 같이 온천도 가고, 식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으며 함께 보내지 못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메워봅니다. 한편 하나에게 나스는 ‘겨울 나라’입니다. 도쿄와는 달리 눈이 많이 내려 나스에 가면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할 수 있어요. 근처에 스키장이 있어서 눈썰매와 스키도 즐길 수 있습니다. 스키를 타고 온천에서 몸을 따뜻하게 녹일 수도 있지요. 하나가 좋아하는 놀이는 도토리 줍기와 고드름 떼기입니다. 바구니에 도토리를 가득 담아서 개미가 지나가는 곳에 먹으라고 놓아줍니다. 개미 취향까진 몰라도, 아이 딴에는 이보다 더 좋은 게 없는 훌륭한 먹이입니다. 개미 먹이 주기가 끝나면 낮은 처마에 달린 고드름을 떼어서 요리조리 돌려보고 만져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아빠에겐 1년에 한 번 효도하는 날

하나가 새해 첫날 입을 기모노설빔을 미리 입어봤어요.
엄마에겐 1년에 한 번 편지 쓰는 날
![[육아 삼국지_일본 하나맘 이야기]일본 하나네 가족 연말연시 풍경](http://img.khan.co.kr/lady/201312/20131211182241_3_201312_lady_124_01.jpg)
[육아 삼국지_일본 하나맘 이야기]일본 하나네 가족 연말연시 풍경
일본만의 연말연시, 홍백가합전과 메밀국수
12월 31일은 시댁에서 보냅니다. 오후에 도착하면 시부모님이 따뜻한 물을 받아주시고는 목욕부터 하라고 하십니다. 짧은 여독이나마 풀라는 뜻이죠. 목욕을 하고 저녁 준비를 시작합니다. 특별한 음식은 없습니다. 깔끔하게 청소를 하고, 문 앞에 대나무 장식을 걸어둡니다. 신이 대나무에 머무른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저녁을 먹고 나면 온 가족이 거실에 둘러앉아 NHK의 ‘홍백가합전’을 봅니다. 오후 7시부터 11시 45분까지 남녀 팀별로 나뉘어 승부를 겨루는 가요 프로입니다. 무려 4시간 동안 50여 명의 가수가 나오는데, 그해에 활약한 가수들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자극적인 내용이 없고, 내내 노래만 나와서 온 가족이 보기에 적절한 방송입니다. 오랜만에 시부모님과 만나 대화의 화제를 찾지 못할 때 이 프로그램만 틀어놓으면 그런 걱정에서 해방됩니다. 조용히 앉아만 있어도 되고, 화제가 필요할 땐 가수 얘기를 하면 되거든요. 한국은 섣달그믐에 일찍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고 하죠? 일본은 머리가 하얗게 센다고 합니다. 그래서 밤늦게까지 깨어 있어야 하고, 밤에 도시코시소바(한 해를 넘기는 메밀국수)를 먹습니다. 0시 이전에 먹어야 하는데 저희는 자정 직전에 먹어요. 한 해를 무사히 보낸 걸 감사하며 새해에도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저희는 집에서 새해를 맞이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밖에서 새해를 맞이합니다. 신사나 절을 찾아가 행운을 비는데, 12월 31일 밤새 신사나 절 앞에 줄을 서서 안으로 들어가길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합니다. 일본에서 방문객이 가장 많은 메이지 신궁에는 무려 3백만 명이 한 해의 소원을 빌러 온답니다.

1 설음식은 포장된 걸 주문 배달해 먹습니다. 2·3 일본에서는 설에 찬합에 넣은 찬 음식을 먹어요. 불을 쓰면 신이 노여워한다고 합니다. 4 12월 31일에 꼭 먹는 메밀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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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삼국지_일본 하나맘 이야기]일본 하나네 가족 연말연시 풍경
1976년생. 열여섯 살 때 가족 이민으로 일본행. 인생의 절반 이상을 도쿄에서 보낸 셈이다. 첫째 하나와 둘째 하루를 키우며 낮에는 대학원생, 저녁에는 라디오 방송 통신원, 밤에는 번역가로 열혈 활동 중이다. 마흔이 되기 전에 자신의 소설과 에세이집을 낼 꿈을 갖고 있다. 대학 연극 동아리 동기로 만난 남편은 교육방송 PD다.
■기획 / 이유진 기자 ■글&사진 / 김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