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들려주는 과학이야기]영화 ‘그래비티’ 속 과학
“아이와 영화를 보며 우주과학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최근 극장가 화제작인 영화 ‘그래비티’. 관객이 마치 우주 속을 유영하는 듯한 영상미를 보여준다기에 아들과 함께 보러 갔습니다. 줄거리도 비교적 단순하고 아이들에게 과학적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는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우주선이나 우주 정거장들의 명칭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이기도 하고요. 영화 감상 전에 관련 상식을 아이에게 알려주면 더욱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 될 것 같아 이번 호에서는 영화 ‘그래비티’ 속에 나오는 우주 과학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이 뭐예요?”
허블 우주 망원경은 사람이 우주로 쏘아 올린 망원경이라고 볼 수 있어. 영화 속에서 주인공 라이언 박사를 포함한 우주왕복선 승무원들이 이 망원경을 수리하다가 위기를 맞게 되지. 실제로 허블 우주 망원경이란 1990년 4월 24일 NASA가 쏘아 올린 것으로 길이가 13m나 되고 렌즈 지름만 해도 2.4m나 된단다. 96분마다 한 번씩 지구 궤도를 돈다고 해. 발사한 지 23년이 지난 지금도 우주의 다양한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지구로 전송하고 있어. 처음 발사했을 때는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하고 뿌연 사진만 전송돼서 영화와 똑같이 과학자들이 우주왕복선을 타고 가서 몇 차례 수리를 했다고 해. 덕분에 현재는 선명한 사진을 지구로 보내고 있지. 가끔 네가 책에서 보는 우주 사진들이 바로 이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찍은 것들이야. 그야말로 천문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참고로 미국 NASA는 허블 우주 망원경보다 1백 배 또렷한 망원경을 만들어냈다고 해. 조만간 새로운 망원경을 우주로 쏘아 올리겠지?
“우주 쓰레기, 정말 있나요?”
영화에서는 러시아가 수명이 다 된 인공위성을 파괴하는 바람에 그 잔해들이 우주 쓰레기가 돼 주인공을 덮치게 되지?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이런 파편들은 실제로도 존재해. 이걸 ‘케슬러 신드롬’이라고 부른단다. 옛 소련이 처음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한 이후 세계 각국에서 4천여 회가 넘게 발사가 되고 또 엄청 많은 파편이 발생하고 있대. 대부분의 파편들이 대기권으로 떨어지면서 불타 사라졌지만, 그래도 4천5백 톤을 넘는 양이 남아서 지구 주변을 돌고 있어. 영화에서처럼 이 파편들이 돌고 있는 속도는 초속 3km로 매우 빨라서 인공위성, 우주선, 우주 정거장 등에 충돌하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어. 그러나 다행히 영화 같은 큰 사고는 아직 없었어. 참고로 1999년에 발사된 우리나라 최초의 위성 아리랑 1호도 그 기능을 잃고 우주 쓰레기가 됐단다. 다른 발사체와 부딪혀 피해를 줄 가능성이 남아 있는 거지.
[아빠가 들려주는 과학이야기]영화 ‘그래비티’ 속 과학
영화 속에서 주인공 라이언 박사가 우주복을 벗는 장면이 나와. 우주복을 벗으니 민소매 셔츠와 반바지 차림을 하고 있었지.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우주비행사들은 속옷 위에 바로 우주복을 입는 게 아니고 -270℃인 우주의 온도나 낮은 기압을 이겨낼 수 있도록 90m나 되는 튜브가 둘둘 말린 장비복을 입은 다음 우주복을 입지. 거기다 화장실이 따로 없으니 성인용 기저귀도 차야 하고 또 우주선에 들어왔다고 금방 우주복을 벗을 수 있는 게 아니고 몇 시간 동안 옷 속의 압력을 낮추는 과정을 거쳐야 해. 우주로 나갈 때 역시 몇 시간 동안 압력을 높인 뒤 나가야 하고. 우주복은 맞춤복이라서 다른 사람의 것을 입을 수 없도록 돼 있어. 영화는 이 모든 과정을 보여줄 정도로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그 정도는 이해하고 봐야겠지?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가 뭐야?”
우주 개발이라고 하면 미국의 NASA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지금까지는 러시아의 기술이 한 수 위라고 볼 수 있어. 국제정거장(ISS)에 있는 우주선은 러시아가 만든 소유즈가 유일하기 때문이야. 미국도 과거에 ‘스페이스셔틀’이라는 우주선을 개발했지만 탑승 비용이 무척 비싸고 사고가 끊이질 않아서 2011년에 전부 폐기시켜버렸어. 반면에 소유즈는 오랜 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그래서 미국은 우주에 사람이나 화물을 보내거나 할 때 몇십 억원씩 지불하고 소유즈를 빌려 타고 있단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도 이 소유즈를 타고 우주로 나갔지. 이번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의 성화 봉송 때는 소유즈를 이용해 우주로 나간다고 해. 우주인들이 그곳에서 봉송 퍼포먼스를 준비했다고 하니 기대할 만하지? 여러모로 소유즈는 러시아의 자랑이자 보물인 거야.
“우주정거장 텐궁, 실제로 있어요?”
주인공이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가려 했던 우주정거장 텐궁 1호는 실제로 존재한다고 해. 그러나 현재는 실험용 우주정거장이야. 중국에서 만들었고 ‘하늘의 궁전’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을 갖고 있지. 2011년에 발사됐고 2012년에는 3명이 탑승한 우주선 선저우 9호가 무사히 텐궁 1호와 도킹(우주선이 우주 공간에서 결합하는 것)에 성공하고 중국 우주인들이 13일간이나 머물면서 이곳저곳 손을 봤단다. 이로써 중국은 러시아와 미국이 주도권을 갖고 있는 국제정거장을 쓰지 않고 자신들만의 우주정거장을 만들게 된 거지.
‘아빠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는 이달을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모 광고 카피처럼 과학자를 꿈꾸는 어린이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또 아나요? 당신의 자녀가 노벨상의 주인공이 될지. 그동안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기획 / 이유진 기자 ■글 / 서상수(한국전기연구원 선임연구원) ■참고 서적 / 「우주선의 역사」(팀 퍼니스 저, 아라크네), 위키백과 일러스트 박채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