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원장이 싫어하는 진상 엄마 vs 엄마들이 기피하는 진상 원장

유치원 원장이 싫어하는 진상 엄마 vs 엄마들이 기피하는 진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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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우리는 적일까, 동지일까?

세상에 다시없을 천사 같은 미소를 주고받는 엄마와 유치원 원장. 그러나 선생님에게 아이를 건네는 엄마의 손은 가늘게 떨린다. 아이 손을 잡고 교실로 들어가는 선생님의 뒤통수는 가렵다. 믿고 맡길 수 있을까, 믿고 맡아줄까. 서로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유치원 원장이 싫어하는 진상 엄마 vs 엄마들이 기피하는 진상 원장

유치원 원장이 싫어하는 진상 엄마 vs 엄마들이 기피하는 진상 원장

대접까진 바라지도 않아
서울 영등포구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원장 A씨는 아침부터 학부모의 이해할 수 없는 셈법에 당황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다음주에 가는 현장 학습 비용 때문이다. 현장 학습 입장료와 버스 대절비 등 상세한 지출 내역이 적힌 통신문을 이미 학부모들에게 보냈고, 현장 학습비 1만6천원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입금 통장을 보니 한 엄마가 1만3천원만 보낸 것. 액수를 잘못 아신 것 같다고 전화를 하니 “내 아이는 현장 학습 장소까지 데려다 주겠다”라며 임의로 가는 버스 비용은 뺀 것이다. ‘정확한 자신의 계산’에 자랑스러움까지 내비치는 그 엄마에게 뭐라고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전화를 끊고 말았다. 이런저런 예기치 못한 비용들을 충당하느라 이달에도 유치원 운영 적자를 면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유치원 입학 추첨 일에는 “지방에 와 있으니 추첨을 대신 해달라”라고 생떼를 쓰는 엄마도 있다. 추첨의 의미를 모르는 것일까. 그럴 수 없다고 거절하니 “대기자가 많으니 아쉬울 게 없는 모양이네”라고 비아냥대더니 “운영 그 따위로 하지 말라!”라고 폭언까지 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한동안 유명 인터넷 사이트에 이르기까지 악의에 찬 비방 글을 올려서 결국 경찰의 도움을 받은 후에야 정리할 수 있었다.

유치원 원장이 싫어하는 진상 엄마 vs 엄마들이 기피하는 진상 원장

유치원 원장이 싫어하는 진상 엄마 vs 엄마들이 기피하는 진상 원장

자신의 아이가 무엇을 먹는지, 간식시간이나 점심시간마다 매일 인증 샷을 찍어 보내달라는 엄마도 있다. 인증 샷까지만 요구하면 그나마 다행이랄까. 전송된 사진을 보고 ‘튀김에 마요네즈 안 줬나요? 마요네즈 없으면 안 먹으니 어서 주세요’라는 식으로 일일이 문자메시지로 요구를 해온다. 매일 나가는 알림장에 특정 아이를 지목하며 ‘놀지 못하게 해달라’, ‘너무 못생기지 않았나요?’라는 식으로 감정적인 메시지를 계속 보내 선생님을 난처하게 만들 때도 있다. 운영시간 무시하고 24시간 개인 보모처럼 아무 때나 자신이 원할 때 아이를 맡기고, 볼 일 다 보고 나서 늦게 아이를 데리러 오는 엄마, 원비 상습 미납 후에 제법 목돈이 된 유치원비를 흥정하는 엄마, 아이 유치원 가방에 녹음기를 켜 넣어서 보내는 엄마도 있다. 심지어 크리스마스 행사에 원장이 분장을 하고 산타 역할을 했더니 “원장 선생님이 산타여서 아이가 충격을 받았다. 아이의 환상이 깨진 것을 어떻게 보상할 거냐”라며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한다. 이들 엄마 사이에서 원장은 괴롭기만 하다.

아이 맡겨놓은 마음 아는지?
사실 할 말이 많기로는 엄마들만 할까. 그야말로 자식을 볼모로 잡혀둔 심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맞벌이를 하는 엄마는 울며 겨자 먹는 심정과 처지에 놓이게 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쓰레기 죽’이니 ‘썩은 김치’ 니 하는 부실 식단 문제나 원장과 교사의 폭언과 폭행, 각종 사고로 인한 아이들의 피해 뉴스가 흘러나오니 불안감은 커져가다 못해 이제는 공포심마저 든다. 아이의 몸에 난 크고 작은 상처는 그저 모르는 일이라 발뺌하고, 선생님이 때렸다, 친구가 때렸다고 증언하는 아이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며 ‘유난스럽게 구는 엄마’라는 딱지를 붙이고 홀대한다. 유치원에 상의할 게 있어 찾아가면 “미팅 예약은 하고 오셨어요?”라며 그 흔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는 가볍게 생략해버린다. 아이가 반 친구에게 맞아도 시정이나 중재 역할은커녕 알아서 해결하시라며 상대방 엄마의 휴대전화번호만 툭 불러주고 끝이다. 엄마들의 모든 질문에 단답형인 퉁명스러운 선생님부터 아이들에게 반말에 비속어, 은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선생님, 이건 숫제 클럽에 가는 복장이라고밖에 여겨지지 않는 화려하고 야한 옷차림에, 완벽하게 네일아트 손질이 된, 못해도 1cm는 돼 보이는 긴 손톱을 한 선생님을 보고 있자면 엄마들은 할 말을 잃는다. 아이가 학습 능력이 떨어지느니, 기본적인 예의를 모르느니, 평균보다 한참 떨어지는 것 같으니 지능검사를 받아보라느니 하는 음해성 폄하는 엄마들의 가슴에 비수가 돼 꽂힌다. 영업과 상술에 도가 튼 능수능란한 웃음을 짓는 원장 앞에 서면 무서워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속마음은 같다
엄마들에게도, 원장에게도 결코 끝을 낼 수 없는 이야기다. 엄마와 원장은 자문한다. 자신들의 관계는 적일까, 동지일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점은 결코 만나지 못할 것 같은 끝과 끝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이 둘의 속마음은 놀라우리만치 똑같다는 것이다. ‘믿음’이다. 예쁘고 귀여운 아이들은 건강하고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유치원은 유치원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믿음을 가지고 교육하고, 보육하고, 양육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각자 위치의 권위와 전문성을 인정해주지 않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도통 서로를 믿으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속내는 믿음과 신뢰를 미치도록 갈구한다.

전문가들은 양쪽을 모두 보호할 수 있는 행정적인 안전장치가 단단하게 마련되는 가운데, 서로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각성해볼 필요가 있으며, 고유의 권한이라 할 수 있는 역할에 침범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엄연한 보육기관의 직원이자 근무자이자 교사다. 또 객관적으로 엄마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개방된 운영 방침도 필요하다. 아이들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닌 협력하는 사이에서 커야 한다. 유치원 원장과 엄마, 이들은 어쩌면 똑같은 목표를 가지고 똑같은 마음을 지닌 양육의 샴쌍둥이일지도 모른다.

“아가, 엄마 떨고 있니?” 유형별로 나눠본 천태만상 진상 원장

원장님! 아이들은 언제 돌보시나요?
커피 마시며 잡담 나누기에 바쁜 근무태만형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그도 아니면 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다. 간식시간인 것 같지만 아이들 앞에는 껍질을 까지도 않은 차갑게 식은 작은 고구마 1개씩뿐이다. 낮잠 자는 시간이어서 그럴 거라고 애써 진정시켜보지만 아이들은 이미 다 깨어 돌아다니고, 어떤 아이는 혼자 울고 있다. 그런데 선생님은 어디 가셨지? 분명 정규 휴식시간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선생님들은 삼삼오오 커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느라 아이들은 안중에도 없다. 엄마들은 순간 ‘내 아이가 하루 종일 저렇게 방치되는 건가?’ 싶은 마음에 가슴이 철렁한다. 빼곡히 적힌 수업 계획표는 무엇일까? 선생님들이 개인 휴대전화 들고 통화하고, ‘카톡’ 하고, 밀린 잡무 처리하느라 아이들은 방치돼 있다. 아이 말로는 어떤 날은 선생님이 아프다며 하루 종일 누워서 잔 적도 있다고 한다.

유치원 원장이 싫어하는 진상 엄마 vs 엄마들이 기피하는 진상 원장

유치원 원장이 싫어하는 진상 엄마 vs 엄마들이 기피하는 진상 원장

원장님! 아는 척도 안 하세요?
간단한 목례도 인색한 찬바람 쌩쌩 무표정형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필요 이상 과장되게 인사하는 것도 거북스럽지만, 그렇다고 아는 척하지도 않는다고 여겨질 정도로 찬바람이 쌩쌩 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자식 맡겨둔 부모 입장에선 선생님의 차가운 태도가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혹시 내가 무슨 실수라도 한 건가, 내 아이가 미움을 받기라도 하는 건가, 하고 불안한 상상이 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불만 사항을 얘기라도 했거나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경우라면 엄마 입장에서 선생님의 태도가 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눈이 마주쳤는데도 가만히 바라만 보다 하던 일을 하거나, 먼저 인사를 건넨 후에야 마지못해 까딱 목례만 하고 가버리는 선생님! 앞에선 살갑고, 뒤에선 욕하는 것보다 아이들에게 더 잘하는 진국일 수 있다고 애써 마음을 추슬러보지만 학부모와 간단한 인사도 하지 않는 선생님이 아이들의 예절 지도인들 제대로 시킬까 의심스럽다.

원장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아이가 다쳐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책임회피형
아이 얼굴에 난 상처, 목덜미의 붉은 자국, 뜯어진 바짓단, 그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알고 싶었을 뿐이다. 담임선생님이나 원장에게 전화를 하거나 찾아가 묻는다. 앗, 그런데 이게 웬일! 모르는 일이란다, 그러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양반이고, 고마운 일이다. 무례하다느니, 지금 자신을 의심하는 거냐며 화를 낸다. 하루 종일 어머니 아이 한명만 보고 있냐며 되레 큰소리다. 그럴 거면 개인 보모를 두란다. 유치원에서 생긴 상처는 맞느냐며 따져 묻기도 한다. CCTV 운운하며 무고죄로 가만두지 않을 거란 협박 아닌 협박도 한다.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 선생님 아니면 대체 누가 아나요?

원장님! 지금 협박하세요?
툭하면 나가라는 퇴원 압박형
이건 원장이 아니고 상전이다. 대단한 벼슬인 거처럼 엄마들 위에 군림하려 든다. 아이를 자꾸 때리는 친구 문제를 상의해도, 급식이나 간식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해도, 각종 특별 수업비니 활동비 등 지출 내역에 대해 확인하려고 해도 결국 ‘싫으면 나가라는 식’이다. 좋게 에둘러 “원하시면 퇴원 조치하겠다”, “어머님과 맞는 다른 유치원을 찾아보라” 하지만 그 또한 결국 ‘싫으면 나가라’이다. 한참 나이 어린 엄마가 뭘 아느냐는 태도, 꼬치꼬치 따져묻는 피곤한 엄마는 어디 가도 환영받지 못한다는 은근한 비아냥거림에 불쾌감을 넘어 어이가 없을 정도다. 학부모 블랙리스트도 있다는 걸 아느냐는 말까지 하는 원장도 있다.

유치원 원장이 싫어하는 진상 엄마 vs 엄마들이 기피하는 진상 원장

유치원 원장이 싫어하는 진상 엄마 vs 엄마들이 기피하는 진상 원장

원장님! 고운 말 모르세요?
험한 말 하는 고성 막말형
훈육을 빌미로 아이들이 겁에 질릴 정도로 매섭게 야단을 치거나 고성에 가깝게 소리를 지르며 혼을 내는 선생님도 있다. 엄마들 몰래 그렇게 해도 문제지만, 엄마들 앞에서도 “애를 너무 오냐오냐 하면 안 된다”라며 당당한 태도로 무섭게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님도 있다. 뿐만 아니다. “옷이 거지 같다”, “싸가지 없다”, “지랄하네”, “조용히 해! 귓구멍 막혔어?” 등 선생님이 입에 담았다고는 믿기지 않는 부적절한 언어들이 아이들을 통해서 확인된다. 선생님의 욕설 사용까지 의심되는 정황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선생님의 자질 문제가 절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아이들 훈육이라는 명목하에 동화책 모서리로 때리거나 귀를 잡아당기거나 머리를 손바닥 전체로 밀치기 일쑤라는 폭력형 선생님도 있다고 하니 겁이 날 지경이다.

“어머니, 저 떨고 있나요?” 유형별로 나눠본 기상천외 진상 엄마
어머니! 저희가 범죄자인가요?
무조건 교육청, 경찰서 신고부터 하는 상습 신고 응징형

이유 불문, 입장이고 사정이고 없다. 그나마 상부 기관에 가서 시시비비를 가려보자고 이야기하는 엄마라면 상식이 있다고 여겨질 정도다. 건의 한 번 해본 적 없고, 불만 한 번 제기해본 적 없는 엄마가 소리 소문 없이 신고했을 때는 원장이나 선생님의 배신감이나 상처가 더 크다. 신고 내용도 다양하다. 유치원 운영 시간이 너무 짧다는 불만 사항부터 유치원 추첨, 유치원비에 관한 내용에 선생님이 특정 아이를 편애를 한다며 자질을 문제 삼아 해고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는 글을 올리면 가장 많이 달리는 댓글이 ‘교육청에 신고하라’이다. “당신들, 신고할 거야”는 원장들이 흔하게 듣는 말이 된 지 오래다.

유치원 원장이 싫어하는 진상 엄마 vs 엄마들이 기피하는 진상 원장

유치원 원장이 싫어하는 진상 엄마 vs 엄마들이 기피하는 진상 원장

어머니! 여기는 식당이 아니에요!
아무 때나 와서 아이 밥 달라는 위풍당당 끼니 요구형
유치원에 늦을 수도 있다. 사정이 생겨 기왕 늦게 오는 거, 점심시간에 맞춰 와 아이 밥 먹일 수도 있다. 그러나 12시가 다 돼가는데 아침 안 먹었다고 점심 먹기 전에 간식 좀 달라거나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등원해서 점심 달라고 하면 선생님들은 당혹스럽다. 분명 간식시간도 있고, 점심식사도 제공된다. 하지만 보육시설은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기관이다. 오전 내내 자다가 누가 봐도 잠옷 패션으로 아이를 데리고 와서는 밥을 먹이라고 한다. 10시도 좋고, 11시도 좋다. 아침 안 먹었으니 밥 줘라, 점심 안 먹었으니 밥 줘라! 기왕 준비하는 간식과 점심밥, 아이 먹일 게 없다는 게 말이 되냐고, 아이 먹여달라는 게 무슨 실례냐고 되묻는 엄마들을 볼 때마다 유치원은 식당이 아니라고 외치고 싶다.

어머니! 저희도 존중해주세요!
반말은 기본, 야밤 카톡 게임 초대까지 무례한 사생활 침해형

밤 12시가 넘어 울리는 모바일 메신저 알림음. 놀라서 확인해보면 학부모가 보내온 게임 초대 메시지다. 어쩌면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는 일’로 넘어갈 수 있다. 아마도 전체 전송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사생활이 공유되는 친구 신청을 해오면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거절도 승낙도 모두 불편하긴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유치원의 일정, 행사, 준비물 등은 통신문을 통해 안내된다. 하지만 통신문을 잃어버렸다는 애교(?) 있는 거짓말조차 생략된 채 밤 10시고, 11시고 전화, 문자메시지, 모바일 메신저 등을 이용해 내일 체험 학습 가는지,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는지 물어온다. 야밤이 아닌 그저 퇴근시간 이후에 준비물이 뭐냐고 연락해오는 엄마는 양호한 축에 속할 정도다. 더욱이 반말을 하며 마치 아랫사람 대하듯 무례하게 대하는 엄마들도 많다. 미혼의 젊은 선생님에게는 더하다. 은근히 존댓말 같으면서 끝으로 갈수록 짧아지는 묘한 말! ‘애도 없는 게’ 뭘 알겠냐며 가르치려 들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까.

어머니! 지금 겁주시는 거예요?
가족, 친지 다 동원해 쫓아오는 세력 과시 난동형

엄마 혼자서는 힘에 부친 걸까. 사소한 불만부터 요구 사항, 아이들의 교우 관계까지 크고 작은 문제들에 무조건 세부터 불리고 보는 엄마들이 있다. 물론 최초 한 번은 엄마가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두 번째부터는 어림없다. 아빠에 할머니, 이모에 삼촌까지 동원돼 전화로 폭언을 하고, 쫓아와 난동을 부린다. 사돈의 팔촌이 어느 기관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인맥이란 인맥은 총동원된다. 다른 엄마들을 모아 세력을 만드는 엄마도 있다. 자신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다른 엄마들을 선동해 둘이고 셋이고 대동하고 나타나 선생님이나 원장의 눈물을 쏙 빼내야 직성이 풀린다. 가끔 수틀리면 무릎 꿇고 빌어야 용서(?)해준다. 해고나 해임은 이들의 전문 분야랄까?

어머니! 저희 말도 믿어주세요!
무조건 선생님이 거짓말을 한다는 적반하장 의심형
“우리 아이는 거짓말할 줄 모릅니다. 우리 아이가 거짓말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라며 그 누구의 말도 아닌 오직 ‘내 아이의 말’만 믿는다. 아이가 잘못을 했어도, 맞은 게 아니라 때렸어도 통하지 않는다. 되레 선생님을 의심한다. 거짓말은 선생님이 하는 거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선생님이 때렸어?”, “혼냈어?”, “뭐라고 했어?” 하며 끊임없이 교사를 의심한다. 자신의 아이에 대해서는 칭찬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접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낮 시간 대부분을 함께 보내는 선생님의 오늘 일, 당일 기억에 대해선 절대적으로 믿지 않는 엄마에게 선생님은 거짓말쟁이다.

*이 기사는 가정 어린이집과 일반 어린이집, 유치원의 사례를 취재한 것으로 기관을 구분하지 않고 ‘유치원’으로 통칭했습니다.

진솔한 대화로 엄마의 입장을 돌아보게 해준 군포시립수리동어린이집. 신현지 교사, 김숙정 교사.
이정원 원장, 김보라 교사(왼쪽부터).

진솔한 대화로 엄마의 입장을 돌아보게 해준 군포시립수리동어린이집. 신현지 교사, 김숙정 교사. 이정원 원장, 김보라 교사(왼쪽부터).

엄마 기자가 직접 들어본 현장의 목소리
선생님들의 생각은 어떠세요?

모처럼 포근한 겨울 아침이었다. 군포시립수리동어린이집은 오전 수업을 받는 아이들의 노랫소리와 이야깃소리로 활기찼다. 구김살 없이 웃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원장님과 엄마의 긴장 관계는 머나먼 우주의 어느 별 이야기만 같았다.

레이디경향(이하) 저는 오늘 엄마 대표예요(웃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전전하던 엄마였으니까요.

이정원 원장(이하 원장) 저도 원장이기 이전에 두 아들의 엄마예요. 이미 다 컸지만요(웃음).

김숙정 교사(이하 김숙정) 저는 어린이집에 딸을 보내고 있는 현직 학부모이자 현직 교사입니다.

김보라·신현지 교사(이하 김보라, 신현지) 저희는 현직 교사라는 타이틀 하나밖에 없네요. 그럼 저희는 선생님 대표를 해야 하나요?(웃음)

Lady ‘진상 엄마, 진상 원장’이라는 단어가 매우 수위가 높긴 해요. 그런데 취재가 이렇게 어려울지 몰랐어요. 엄마도, 선생님도 무척 조심스러워하시더라고요.

원장 취재하신 다양한 사례를 보니, 원장으로서 부끄러운 부분도 있고, 반성이 되는 부분도 있네요. 정말 민감한 주제인 것은 맞아요. 아무래도 공개적으로 말하기엔 큰 부담을 느끼게 되거든요. 원이나 어머님이나 모두요.

Lady하지만 꼭 생각해봐야 할 문제임은 틀림없어요. 관계 정립부터 희미해요. 갑을관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공받는 뭐 그런 사이로 아는 엄마들도 많았어요.

원장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내에서는 저희가 전문가잖아요. 그런데 저희 얘기보다는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 다른 엄마들의 입소문을 더 신뢰하실 때 많이 서운해요.

Lady 교사 입장에서도 미혼일 땐 이해가 안 됐는데, 학부모가 되고 보니 알게 된 것들이 있을까요?

김숙정 그건 제가 답을 해야겠네요(웃음). 아이를 어린이집, 유치원 모두 보내봤어요. 그런데 아이가 누구랑 싸웠거나, 맞았거나 하는 무슨 문제가 있을 때 그럴 수 있겠거니 하고 넘어갔어요. 교사 입장에서 교실 상황이 그려지니까요. 그런데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아이가 똑같은 일은 여러 번 이야기하면 속이 상하더라고요. 선생님이 개입이나 노력 없이 다른 일을 하고 계신다는 인상을 받게 되니까요.

전문 영역 인정해주었으면
원장
부모가 되면 내 아이를 좀 더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죠. 특히 아플 때는 말이죠.

Lady 엄마건 아니건 교사 입장에서 엄마들이 안타깝게 느껴질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도와드리고 싶은 상황이요.

원장 법정 수급자 아이들의 경우 저희는 법인이라 사회복지 측면에서 지원이 많이 되는 편이에요. 그래서 되도록 지원이나 편의를 더 받게 해드리려고 하는데, 그 부분을 자존심 상해하고 거부할 때 안타깝기도 하고, 이해도 되고 그래요.

신현지 특별 대우 같은 건 바라지도 않고 친구들과 잘 놀면 된다고 말씀하세요. 하지만 특별하게 대해주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서운해하는 것 같아요(웃음). 특별 대우를 바라지 않는 마음과 그래서 서운한 마음 다 이해돼요. 저는 그래요.

Lady 엄마들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내의 사정을 잘 모를 수밖에 없잖아요. 몰라서 생기는 오해는 뭘까요?

원장 취재하신 내용 중에 ‘근무태만형’ 있잖아요. 전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네요. 교사들에게 공식적인 휴식시간은 점심시간뿐이에요. 하지만 점심시간이라고 교사들이 어디 나가서 밥 먹고 쉬었다 오는 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먹고 정리하거든요. 점심시간은 교사에게 수업시간보다 더 바쁘고, 힘든 시간이에요. 사실상 휴식시간이 없죠. 그래서 아이들 낮잠 시간에 겨우 커피 한 잔 마시는데 엄마들이 이 모습을 보면 ‘자기들끼리 커피 마시고 있더라, 전화하고 있더라’가 되는 거예요(웃음).

김보라 인력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죠. 외국은 점심시간에 부모님들이 자원봉사를 해주는 곳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취지로요.

김숙정 제 입으로 말하기엔 참 서글픈 부분인데요. 어린이집은 보육시설, 그러니 교사는 보모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데 저희도 공부 많이 하거든요. 아무나 될 수 없어요(웃음). 그냥 애나 잘 봐달라는 식의 태도는 슬퍼요.

김보라 저도요. 유치원은 교육하는 곳, 어린이집은 먹고 자고 노는 곳, 애 맡기는 곳 이런 식의 이야기를 들을 때 힘 빠져요.

Lady 유치원 교사들에게는 어린이집 교사들만큼의 사랑이 없고, 아이들 케어를 잘 안 해준다고 탓한다고 하던데요.

원장 어려운 문제죠(웃음). 앞으로는 유아교육과 보육을 통합하는 유보통합 시범 사업이 시행돼요. 교사들 자격도 일원화된다고 하네요.

Lady 엄마들 편에서 얘기 좀 해주세요. 이런 선생님은 나라도 싫다!

김보라
엄마들이 계실 땐 친절하고, 안 계실 땐 다른 모습을 보이는 선생님들이 있어요. 다른 얼굴을 볼 때는 놀랄 때도 있지만 엄마들에게 인기가 좋은 경우가 많아요.

신현지 엄마들이 궁금해하는 부분들을 귀찮아하며 대충 얼버무리는 선생님이요.

김보라 제가 엄마라도 친절한 선생님이 좋겠네요(웃음).

아이들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아
Lady 여기 계신 선생님들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해 잘 아시는 내부 관계자 아니십니까?(웃음) 좋은 유치원, 좋은 어린이집 고르는 법이랄까요, 전문가로서 살짝 귀띔해준다면?

신현지 정말 가까운 게 최고예요. 멀리 사는 아이들은 등원 시간에 맞추려면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일어나야 하잖아요. 차도 오래 타고요. 그러면 오전에 아이가 힘이 없어요. “선생님 쉴래요. 힘들어요” 하면서 계속 하품해요. 참 안타까워요.

김보라 차량 운행을 하더라도 아이가 통원 버스를 얼마나 타게 되는지 시간을 살펴보세요. 이 집 저 집 돌면 1시간까지도 타더라고요. 어른도 힘든 일인데, 아이는 오죽할까요.

원장 원장의 교육철학이죠. 엄마의 지론과 맞으면 만족하며 오랫동안 아이를 보내더라고요. 상담할 때, 서로 대화가 잘 통하면 믿어볼 만해요. 그런데 상담 때부터 의아한 부분이 많았다면 결국 탈이 나더라고요.

김보라 시설이나 교구 같은 것보단 교사가 가장 중요해요. 교사의 성향이나 인품에 따라 아이들이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교사의 언행이나 태도도 유심히 살펴보세요.

Lady 저는 이번 취재에서 한 가지 의문이 풀린 게 있어요. 예전에 아이 유치원 상담 가면 무조건 ‘손님’ 왔구나 하고 반길 줄 알았는데, 무척 바쁘고 신경을 안 쓰는 거예요.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빡빡한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학교인데, ‘내 시간이 날 때 갈 테니 상담해주시오!’ 했던 거죠. 유명 유치원들이었는데, 사실은 제가 자격지심인지 ‘지금 날 무시하는 거야?’ 했다니까요(웃음). 학교를 아무 때나 찾아가 수업하는 선생님 보자고 하진 않잖아요.

원장 사전에 전화를 주고 오시는 게 제일 좋죠. 저희가 보다 성실하게 맞을 수 있거든요. 직장 맘 같은 경우는 시간이 나는 점심시간에 많이 오시는데, 저희는 점심시간이 가장 바쁘거든요. 제대로 응대해드리지 못해 죄송하죠.

김숙정 어린이집 같은 경우는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central.childcare.
go.kr)에, 유치원은 유치원 알리미(e-childschoolinfo.mest.go.kr)에 엄마들이 알고 싶어 하는 대부분의 정보가 나와 있어요. 방문 상담 전에 보시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Lady 민감한 주제인데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문제는 해답을 찾기 위해 이제 첫걸음을 뗐네요. 취재는 마무리지만 출발하는 기분이랄까요.

원장 적대적인 긴장 관계가 아니라 마음을 열고 대화해야 해요. 서로 돕고 이해해야 하는 육아의 동반자라는 생각으로요.

김숙정 주중에 잘 보살핀 아이가 주말을 집에서 지낸 후 긁히거나 멍들거나 다쳐서 오면 담임인 저도 속상해요. ‘어머님! 어쩌다가 아이가…’이런 말이 절로(웃음). 엄마도 선생님도 모두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아요.

김보라 믿음이겠죠.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할 거고요.

신현지 아이를 키우고, 가르친다는 것은 정답이 없는 문제일지도 모르겠어요.

원장 그래도 모두 힘을 내봅시다! 아이들 보면 얼마나 예뻐요. 애들 웃는 것 보면 그래도 복잡한 생각 싹 사라지잖아요.

교사 일동 그건 그래요. 고마운 직업병이죠!(웃음)

■글 / 강은진(객원기자) ■사진 / 김영길 ■촬영 협조 / 군포시립수리동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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