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이제 아이들의 주된 활동 중 하나가 됐다. 권장 도서, 추천 도서, 필독 도서는 제쳐놓고서라도 당장 학교 수업을 마치고 온 아이가 건네는 통신문에는 학교 추천 도서 리스트가 적혀 있다. 그 책으로 독서퀴즈대회도 열고, 독서 골든벨도 하고, 독서감상문대회도 열어 점수도 주고, 상도 준단다.
Off the Record 1 추천 도서, 필독 도서, 권장 도서? 그 기관부터 알아봐라!
정리를 하자면 추천과 권장, 필독은 실제 같은 말이다. 다만 필독이라는 표현이 강제성을 띠고 더 자극적이어서 상업적인 목적을 가졌을 때 더 선호된다. 추천 도서나 권장 도서, 필독 도서 리스트를 참고할 때는 추천 기관이 어딘지부터 살필 것을 권한다. 출판사의 영향력이나 압력이 작용되는 곳이라면 리스트 신뢰도는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기관의 성격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교사들의 모임에서 추천한 리스트는 아무래도 수업과 연관되거나 수업하기 좋은 책이기 쉽다. 독서, 논술 수업과 관련된 곳이라면 논술 문제를 뽑기 좋은 책 위주일 수밖에 없다. 또 독서 교실이나 지도자 중심의 리스트는 아무래도 영리 관계가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추천 기관의 성격이나 리스트의 이면을 조금만 살펴보면 어떤 것을 참고해야 좋을지 한결 수월하게 판단할 수 있다. 또 모든 도서리스트는 단체의 이름을 걸게 마련이다. 최소한 그 단체가 믿을 만한 곳인지 정도는 확인해보자. 정체불명의 모임, 급조된 모임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Off the Record 2 내 아이에게 이런 책은 절대 읽히지 않겠다!
특정 영역 발달을 돕는다는 전집 동화는 형태를 볼 때 책이라기보다 실상 ‘교재’에 가깝다. 대개 교재는 학습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내면의 성장’과는 무관하다. 되레 전집이라는 틀로 사고를 제한하기 쉽다. 습관을 바로잡는다는 기획 동화와 인성 동화도 얄팍한 이야기와 강요된 교훈으로 멀리 보면 오히려 책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릴 수 있다. 생활 동화에 나오는 내용은 가족 간의 의사소통을 통해 부모님에게 야단을 맞아가며 배워야 하는 것들이지 책을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다. 또 어린이용 성인 소설도 반대다. 유명한 성인 소설을 아동용으로 각색해 만든 책들이 많은데, 심플하게 생각하자. 어른 책은 어른이 돼 읽는 것이다. 드라마로 방영된 내용의 역사 동화도 우려된다. 역사 드라마의 인기에 편승해 급조된 동화는 출판사의 상혼이 만든 기획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이 많이 보는 짜깁기식 책이나 지식 나열식 책도 읽으라고 할 수 없다. 짜깁기식 책은 누가 봐도 하루 이틀 만에 만든 것 같은 조악함을 숨길 수 없다. 세계문학이나 고전 등을 ‘간추린’이란 단어로 편집해놓은 책도 말이 안 된다. 문장 하나하나에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을 텐데 내용을 요약해놓았다? 그건 사실상 책이 아니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도만 보고 여행했다고 하는것과 같으니까.
Off the Record 3 학습 만화는 아이를 산만하게만 할 뿐이다!
만화라는 것 자체가 학습 정보를 전하는 데 적합한 매체가 결코 아니다. 학습 만화 덕분에 과학을 좋아하게 됐다는 아이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해보면 이해는커녕 단편적인 답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연하다. 왜냐하면 학습 만화를 보는 시기의 아이들은 독서의 기초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어른이 봐도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운 지구과학이나 물리 등을 초등학교 2, 3학년이 학습 만화로 읽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때문에 만화는 자극적이고, 겉핥기식의 낮은 수준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진짜 학습적인 내용은 정보 페이지 한두 장에 욱여넣는다. 어쩌면 진짜 봐야 하는 정보 페이지는 정작 아이들은 보지 않을 수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만화 그림 장면이나 스토리 구성이다. 학습 만화는 한마디로 당의정이다. 아이들에게 학습이라는 목표를 가졌을 때 조금 쉽고, 재밌고, 달콤하게 접할 수 있게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 학습 만화를 통한 학습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아이가 만화를 좋아한다면 차라리 장르로 즐길 수 있도록 훌륭한 ‘진짜’ 만화를 보게 하라. 기발한 사고, 발상의 전환, 접목적 사고가 가능한 것이 만화다. 학습 만화는 고학년의 지식을 저학년으로 끌어내리다 보니 단편적이다. 진짜 나쁜 점은 실제 그 학습을 해야 할 고학년이 되면 그걸 안 읽는다는 것이다.
Off the Record 4 텍스트 이해 능력은 읽기가 아닌 의사소통 능력이다!
책을 많이 읽어야 공부를 잘한다고 믿는다. 영어와 수학 공부를 시키듯 아이들에게 독서를 강요한다. 이미 아이들은 독서를 공부라 생각하고 있다. 물론 읽기를 못하면 공부를 못한다. 시험의 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질이 좋지 못하고, 수준이 낮은 전집들을 읽으면 스스로 텍스트 이해 능력이 떨어진다. 텍스트 해석 능력은 책을 통해 키울 수 있다고 믿지만 아니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어도 공부 못하는 아이가 있는 것이다. 읽기란 결국 의사소통 능력을 말한다. 이것은 사람과의 대화다.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이 없는 아이가 책 읽기가 잘될 리 만무하다. 어떤 아이가 “워터 플리즈~” 하면 뭔가 영어를 하는 것 같지만 아무것도 아니다. 추상적 개념이 발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어 능력이 선행돼야 한다. 국어 능력을 향상에는 대화를 통한 의사소통이 필요한데 이것은 바로 독서를 통해 이루어진다. 대단히 상호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읽기와 의사소통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다. 옳고 그름도 아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이야기에 근거가 있는지, 의견 차이와 의견 존중의 자세가 있는지 대화를 통해 키워주자. 일단 부모와 대화를 시작하는 것으로부터!
Off the Record 5 모든 독후 활동이 독서를 싫어하게 만든다!
기본적인 독후감 외에도 독서 삼행시, 제목으로 오행시, 인터뷰하기, 대본 쓰기 방식 등 대여섯 가지의 독서기록장이 아이들 숙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또 책 읽고 그림 그리기, 연극해보기, 주인공에게 편지 쓰기 등 독후 활동은 무궁무진하다. 취지는 좋으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독후 활동이 아이들이 책과 멀어지게 하는 지름길이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아이들의 독서를 결과로 확인하고자 하게 됐다.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들어간 ‘어떤’ 것이 언제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하나가 들어갔으니 하나의 소득을 기대한다. 증거를 원한다. 하루 종일 책을 읽는 것을 봤으면서도 ‘책을 읽었구나’로 끝내지 못한다. 책을 읽고 나면 무엇을 해야 한다는 숙제가 기다리고 있는 한 아이들은 책 읽기를 싫어할 수밖에 없다. 독서 리스트를 없애고, 독후감도 없애고, 몇 권 읽을지 정한 목표치도 없애고, 읽어온 책 권수도 세지 말자. 나쁜 책이든, 좋은 책이든 아이가 읽는 동안 무슨 작용이 일어나는지 아무도 모른다. 얄팍한 지식만 습득 중인지, 자신의 일상적인 경험을 떠올리는지, 그냥 보는 척만 하는지… 그건 본인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가 알려고 하고, 확인하고 기록으로 남기려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음을 명심하자.
Off the Record 6 읽는 즐거움, 듣는 즐거움이 다르니 원할 때까지 소리 내 읽어줘라!
아이에게 책을 직접 읽어주는 것은 중요하다. 유·아동은 물론이고, 저학년의 경우 글자를 읽는 건지, 내용을 읽는 건지 모를 때도 많다. 아이들은 눈으로 읽을 때보다 들을 때 더 높은 수준의 이해가 가능하다. 많은 엄마들의 궁금증 중 하나가 ‘언제까지 읽어줘야 할까, 읽기 독립의 적절한 때는 언제일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가 원할 때까지다. 글을 읽는 것은 추상화 과정이다. 난이도에 따라 어렵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엄마가 읽어주거나 오디오북으로 들으면 같은 내용의 같은 책도 난이도가 내려간다. 또 책을 읽어주는 행위 자체는 의사소통, 상호 공감을 하는 것이다. 중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아이가 원하면 읽어주자. 읽기 독립과 책을 읽어주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읽는 즐거움과 듣는 즐거움도 다르다.
Off the Record 7 많이 읽는다고 능사가 아니다!
엄마들은 일반적으로 무조건 많이 읽혀야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좋은 글은 책을 읽은 것이 오래 쌓이고 서로 얽히고 생활의 경험과 결합돼 감상이 풍부해지면서 나온다. 독서는 인생에서 언제 어떻게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는 큰 투자다.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려줘야 한다. 남들이 많이 읽는다고 해서 혹은 추천을 많이 받았다고 해서 내 아이에게 반드시 좋은 책은 아니다. 내 아이가 특별히 재미있어 하는 책, 내 아이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의 책이 가장 좋은 책 아닐까. 아이가 특정 책만을 보는 것에 대한 걱정도 많이 하는데 그 책을 ‘보는’ 것보다 그 책에 ‘꽂혔다’는 것이 중요한 거다. 많이 읽힐 생각하지 말고 즐기도록 두어라. 일정 기간이 지나면 어차피 다 졸업한다. 엄마 눈에는 같은 책이겠지만 실제 읽는 아이에게는 읽을 때마다 다르게 보일 것이다. 차라리 학년마다 똑같은 책을 읽게 하고 얘기해보자. 아마 다 다른 느낌을 이야기할 것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기획편집위원 일문일답
이런 분야, 이런 책은 꼭 읽혔으면 한다면?
김소영 아이들은 ‘웃는 것’을 좋아한다. 책을 읽으면서 웃는 유쾌한 경험이 쌓이면 독서에 대한 호감도 높아지게 마련!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꼬마 할머니의 비밀」 같은 즐거운 모험담을 권한다. 지식 책으로는 유머와 정보가 결합된 「킁킁이가 간다 1, 2」 같은 그림책이 좋다. 관심이 생긴 다음부터는 읽기 영역을 넓히도록 거들어야 한다.
곽현주 우리 동화 중에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 외로운 아이끼리 마음을 터놓고 친구가 되면서 장애를 가진 동생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됐다는 「내 동생 아영이」 같은 작품 말이다.
김선희 우리나라 고전. 내용은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잘 모르는 게 고전이다. 고전은 재미도 있지만 읽어두면 나중에 학습과도 연계된다. 고전을 원전으로 읽히면 힘들 수도 있으니 최소한 원전에 가깝게 쓴 책은 꼭 읽히겠다.
김경연 이 세상에 꼭 읽어야 할 책은 없다고 본다. 처음엔 관심 가는 것부터 시작해 점차 분야를 넓혀 다른 새로운 세계가 있음을 확인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모든 것은 궁극으로 통하는 법. 한 분야의 마니아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윤소희 초등학생은 물론 대학생까지(엄마 말을 잘 듣는다면) 보고 또 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은 종합 예술적 가치가 있는 그림책들이다. 꽤 많기 때문에 특정 그림책을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예술 장르로서의 그림책은 절대 유아용 학습 도구가 아니다. 텍스트와 이미지가 유기적 관계를 맺고 긴밀한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아름답고 심오하며 경이롭다.
아이들에게 권할 만한 좋은 독서 습관이 있다면?
곽현주 재미있는 구절이나 이야기가 있으면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말해주거나 읽어주기. 나아가 토론하기. 한 작품을 읽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내 생각이 더 분명해지고 내가 보지 못했던 면도 발견하게 된다. 즉, 책을 깊고 넓게 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
김선희 매일 읽는 습관. 밥을 매일 먹듯, 책도 매일 읽는 게 좋다. 조금씩이라도 매일 읽다 보면 습관이 돼서 늘 책을 가까이 할 수가 있다.
김경연 읽고, 느끼고, 의문이 나면 관련 사항(작가, 작가의 다른 작품, 비슷한 주제를 다룬 책, 다른 견해를 다룬 책, 과학, 역사 등 책 안의 정보와 관련된 여러 분야)을 다각적으로 알아보며 관심을 넓히는 사람들을 보면 감탄스럽다.
가장 신뢰하는 도서 추천 기관은 어디?
김소영 어린이도서연구회. 사익을 추구하지 않고 공정하고 심도 깊은 회의를 통해 권장 도서를 발표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소비자 권익’이 아니라 ‘독자의 권리’를 위해 노력하는 어린이도서연구회의 활동에도 많이 공감하고 있다.
곽현주 내가 활동하는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들의 기본 활동은 어린이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다. 목록위원회 갈래별 모임에서 신간을 읽고 평가해 달마다 소개하고, 연말에 평가 결과를 다시 살펴 ‘어린이도서연구회가 뽑은 어린이·청소년 책’에 소개할 책을 결정한다. 많은 사람이 토의하고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거치면서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큰 장점이다.
김선희 책따세(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현직에 계신 선생님들이 아이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을 공정하고 엄정하게 선정한다. 출판사나 작가와는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순수하게 작품만 보고 여러 분야의 책을 선정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공정성은 보장돼 있다고 생각한다.
윤소희 유감이지만 추천 도서 기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책을 좋아하게 만들어준 내 인생의 책 한 권은?
김소영 4학년 때 용돈을 아껴서 「꼬마 니콜라」 시리즈를 사서 모았다. 당시는 해적판이었다. 프랑스 어린이들의 말썽담이지만 얼마나 생생하고 재미있었는지, 새 책이 나왔는지 보려고 틈틈이 동네 서점을 들락거렸다. 그때는 ‘책을 좋아한다’라는 생각도 안 했고 그저 니콜라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가장 중요한 계기였던 것 같다. 지금도 정식 계약된 책을 사서 읽고 또 읽고 있다.
곽현주 초등학교 때 읽은 책은 손에 꼽을 정도. 그 기억의 몇 조각들이 존재한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도서실 청소를 하러 갔다가 읽은, 계림문고에서 축소판으로 나온 「비밀의 정원」의 느낌이 아련하게 남아 있다. 어른이 돼 완역본으로 다시 읽었지만 그 느낌과는 별개로 「비밀의 정원」은 막연히 마음 설레는 환상적 공간으로 남아 있다. 그것이 책으로 얻은 정서의 충만함 아니었을까 싶다.
김경연 어렸을 때부터 독서에 호의적인 환경에서 자랐기에 특별한 한 권을 꼽기 어렵다. 각각이 다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다만 문학을 전공하고 연구를 하면서 열병을 앓듯 한 시기를 바쳐 옮긴 책들을 내 인생의 책으로 꼽고 싶다. 가장 최근의 작업은 「그림형제 민담」이다.
윤소희 나는 책을 그다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노는 게 훨씬 더 좋다). 어릴 때도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 따라서 ‘책을 좋아하게 만들어준 내 인생의 책 한 권’이라는 성립은 불가능하다. 다만, 내 삶의 방향이 흔들릴 때마다 자주 손이 가는 책을 한 권 꼽으라면 「스콧 니어링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인 석가모니가 있다면 바로 스콧 니어링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들을 위해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김소영 권정생의 「몽실언니」. 6·25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세대를 뛰어넘어 감동을 주는 한국 아동문학의 고전이다. 쉽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쓰여 있어 누구나 읽을 수 있으며, 슬프지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책으로 온 가족이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길 권한다. ‘옛날 책’으로만 알고 계신 분들도 많은데, 1백만 부 돌파 기념 개정판에는 이철수 선생님의 아름다운 새 판화 작품이 실려 있다.
곽현주 현덕의 「너하고 안 놀아」. 노마, 똘똘이, 영이, 기동이의 놀이 세계가 펼쳐지는데, 현덕의 언어로 표현되면서 놀이 하나하나가 예술이 되는 느낌이다. 그것을 느끼려면 반드시 소리 내어 읽어야 한다. 그들의 놀이는 자연과 사람들에게로 열려 있다. 그 느낌을 아이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선희 「빨강머리 앤」. 세상을 바라보는 앤의 시각이 따뜻하면서도 초긍정적이다. 어려움을 씩씩하게 극복해가는 앤의 성장기를 통해 세상을 따뜻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키울 수 있다.
김경연 「책 먹는 여우」. 책을 대하는 태도의 핵심을 재미있게 짚고 있으므로.
윤소희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가족의 의미, 각 가족 구성원의 역할, 사랑과 배려, 남녀평등, 가족과 개인의 삶에 대한 균형, 희망과 화해 등 무척이나 다양한 메시지를 이 한 권의 책에 쉽고 간단하게 담아냈다. 게다가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듯한 재미와 유머가 가득 담긴 그림들이 눈을 즐겁게 하면서 묵직하게 주제를 드러낸다.
■글 / 강은진(객원기자) ■사진 / 김영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