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출근하는 날](4) 바이올리니스트 엄마 김연진씨와 딸 하은이의 유쾌한 앙상블
피아니스트의 딸,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다
김연진씨는 어릴 때부터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꿨다.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를 둔 덕에 태어날 때부터 클래식 음악이 낯설지 않았다. 바흐, 드뷔시, 차이코프스키 등 거장들의 음악이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스며들었다.
김연진씨의 어머니는 딸이 끊임없이 연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음악가의 고된 삶을 살기를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의 의중보다 딸의 열의가 더 강했다. 어머니와의 싸움에서 이긴 딸은 예고와 음대를 거쳐 바이올리니스트가 됐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김연진씨는 딸이 음악을 전공하길 바라지 않는다. 자신이 바이올리니스트로 살아보았으니 딸은 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직업을 갖기를 내심 바랐다.
1년에 한 번씩 김연진씨는 독주회를 갖는다. 후학을 양성하는 일 외에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느슨해지지 않도록 자신을 다잡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무대다. 독주회 외에도 현재 소속된 앙상블, 챔버오케스트라 등을 통해 1년에 6~8개의 연주회를 소화하고 있다 보니 사실상 1년 내내 공연과 연습, 레슨이 반복되는 일정이다. 현역 연주자이자 지도자로 더없이 훌륭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지만,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엄마와 함께 출근하는 날](4) 바이올리니스트 엄마 김연진씨와 딸 하은이의 유쾌한 앙상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세운 원칙이 있다. 공연이 끝나면 바로 다음날 아이의 손을 잡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올리니스트에게는 자신의 공연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른 음악가들의 연주회에도 자주 참석해야 한다. 선후배의 공연에도 가야 하고 여기에 좋아하는 연주자의 공연까지 챙기다 보면 저녁 시간은 늘 바쁜 편이다. 바이올리니스트는 무대 위의 모습처럼 우아하게 생활할 줄 알았는데, 일과를 들여다보니 여느 워킹 맘과 다를 것 없이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음악, 평생의 친구가 됐으면
부끄러움을 타는 듯하다가도 조곤조곤 하고 싶은 말은 잘하는 열한 살 소녀 하은이는 자연스럽게 클래식 음악과 친해졌다. 김연진씨가 피아니스트 엄마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클래식 음악에 눈을 뜬 것처럼 말이다. 세 살 때부터 엄마의 연주회에 다니기 시작해 클래식 공연 관람도 익숙하다. 이제는 제법 즐기는 수준에 이르렀다. 보통 아이들이 경험하기 힘든 조기교육인 셈이다. 소리에 민감한 하은이는 요즘은 유튜브에서 관심 있는 오페라 영상을 찾아서 보는 데 빠져 있단다. 가요만 듣는 여느 엄마들과 달리 차 안에서도 라디오의 클래식 프로그램만 듣는 엄마도 더 이상 하은이의 친구들 사이에서 어색한 존재가 아니다.
이런 환경이라면 하은이의 음악 교육 입문도 남달랐을 것 같은데, 여느 아이들과 별다를 것 없이 다섯 살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단다. 다만 다른 점을 찾는다면, 어릴 때 반짝 하고 마는 악기 교육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악기 교육을 딱 끊더라고요. 중학교에 진학해야 하니 공부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게 이유죠. 하지만 저는 하은이가 고등학교에 가서도 음악을 취미생활로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공부 스트레스를 악기 연주하면서 풀 수도 있잖아요. 음악은 아이들 정서 안정에도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피아노를 배운 지 2년이 지나자 하은이는 다른 악기도 배우고 싶다고 청해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바이올린과 피아노 교습을 병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바이올린은 당연히 엄마에게?’라고 지레짐작했는데, 그렇지 않단다.
“제가 가르치면 아무래도 객관적이지 못할 것 같아서 후배에게 교습을 맡기고 있어요. 그래도 그동안 저와 함께 음악을 듣고 경험한 토양이 있어서인지 또래 아이들보다는 습득 속도가 빠른 편이라고 해요. 그래서 하은이에게 5년쯤 뒤에는 제 연주회 때 함께 무대에 서자고 제안했어요.”
피아니스트의 딸로 태어나 바이올리니스트가 된 김연진씨. 엄마의 영향을 받아 또래보다 음악을 즐길 줄 아는 아이로 자란 딸 하은이. 나란히 바이올린을 들고 있는 이 예쁜 모녀를 보고 있자니 엄마의 직업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새삼 느껴지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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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음악 교육 제안
1 아이의 신체 발달 단계에 맞게 악기를 선택하라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몇 살부터 악기를 배워야 하는지, 한다면 어떤 악기로 시작해야 하는지 궁금해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악기로 가볍게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사실은 악기마다 연주를 시작할 수 있는 연령이 정해져 있는 편이다. 피아노 같은 건반악기는 3세부터 배울 수 있다. 건반을 누르고 음을 들어보면서 악기와 친해지는 연습부터 시작하면 좋다. 바이올린, 첼로 같은 현악기는 6, 7세 때부터 시작하기를 추천한다. 음을 듣고서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6세 이하의 아이들은 어려워하고 진도도 잘 나가지 않는다. 플루트, 오보에 같은 관악기는 초등학교 3학년 정도부터 연주가 가능하다. 관악기는 상당한 호흡량을 필요로 하는 특성상 어느 정도 신체 발달이 이뤄진 뒤부터 제대로 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악기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된다면 우선 피아노로 시작하라. ‘도레미파솔라시도’를 한 음 한 음 들려주면서 아이의 청각을 자극해 소리에 대한 관심을 키워주는 정도로 들어서면 된다.
2 꼭 클래식 음악이 아니어도 좋다
음악 교육을 권하면 ‘클래식 악기만 연주하고, 클래식 음악만 들어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더러 있다. 물론 클래식 음악도 좋지만 아이가 어릴 때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균형감 있는 감성 발달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 하은이는 어릴 때부터 내 연주를 자주 듣고, 음악회도 자주 가면서 많이 접해서인지 클래식 음악을 아주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나도, 하은이도 클래식 음악만 고집하지는 않는다. 하은이는 다른 장르의 음악을 두루 즐겨 듣는 편이다. 특히 뮤지컬을 본 뒤로는 뮤지컬 음악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만일 부모나 아이 모두에게 일반 클래식 음악회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좀 더 쉽게 풀어내는 어린이 음악회에 가보는 것도 추천한다.
3 어린이 오케스트라를 활용해라
보통 아이들은 피아노 학원, 바이올린 학원 등에서 음악 교육을 받는 편이다. 이런 수업 말고 어린이 오케스트라에 입단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특히 요즘에는 동네마다 방과후 학교, YMCA 등에 어린이 오케스트라가 많이 개설돼 있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오케스트라 활동은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꼭 음악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무엇보다 오케스트라는 여럿이 모여서 연주하는 단체다.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서 연주 활동을 하다 보면 자신의 주장만 펼칠 수가 없다. 다른 아이들이 내는 음을 잘 들을 줄도, 지휘자의 말을 잘 듣고 이해할 줄도 알아야 연주를 따라갈 수 있다. 여럿이 함께하다 보니 책임감도 자연스레 배우게 된다. 혼자 악기 연습을 할 때는 기대할 수 없는 ‘사회성’이 길러지는 것이다.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난 동료에게 자극을 받아 선의의 경쟁을 할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다. 오케스트라에 입단하고 싶다면 어릴 때 찾아가는 편이 더 수월하다. 오디션이 없어 보다 쉽게 입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악기 교육은 공부에도 영향을 준다
사실 연주자에게 음에 대한 감각 다음으로 가장 필요한 요건은 인내심이 아닌가 싶다. 하나의 악기를 제대로 연주하기 위해서는 수백 시간, 수천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악기 교육은 힘들고 어려워도 ‘참고 하는 힘’을 기르는 데 최고다. 어릴 때부터 악기 연주를 가르치면 자연스럽게 끈기를 키울 수 있다. 정서적인 안정을 주는 데도 음악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 자아가 완성되지 않아 불안정한 성장기에는 특히 좋은 음악과 가깝게 지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성취감도 경험할 수 있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 결과가 바로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연습을 열심히 했다면 그만큼 소리가 달라지고 어려워서 머뭇거리던 악절도 물 흐르듯이 해낼 수 있게 된다. 그럴 때 아이들은 건강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악기 연주는 두뇌 기관을 자극해 두뇌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전공을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아이 혼자 악보를 보고 연주할 수 있을 정도까지는 배우기를 권한다.
[엄마와 함께 출근하는 날](4) 바이올리니스트 엄마 김연진씨와 딸 하은이의 유쾌한 앙상블
예중·고 아이들은 입시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연습량도 많고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보통 하루에 7, 8시간씩 연습하기 때문에 연주 수준에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의외로 승부를 가르는 요소는 몸 상태다. 사실 많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목 디스크를 달고 산다. 같은 자세로 오랜 시간 연주하다 보니 생기는 일종의 직업병이다. 목이 아프면 당연히 제 기량을 다 발휘하기 어렵다. 장시간의 연습에 대비해 몸을 유연하게 해주는 스트레칭, 요가, 필라테스 등을 해주면 도움이 많이 된다. 근력 운동도 꼭 해야 한다. 어릴 때는 잘 못 느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목을 못 움직여서 연주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많으므로 미리 대비하는 것을 권한다.
엄마와 하루를 보낸 하은이의 소감
“무대 위의 바이올리니스트는 정말 근사해 보여요”
우리 엄마는 정말 바쁜 바이올리니스트예요. 공연도 많이 하고, 해외에서 할 때도 있어요. 체코 프라하에서 오케스트라와 공연을 했을 때는 저도 함께 가서 봤어요. 그때 진짜 근사해 보였어요. 엄마는 공연 무대 위에 서면 늘 예쁘고 멋져 보여요. 하지만 전 음악가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웃음). 엄마를 보니까 바이올리니스트는 너무 힘든 직업인 것 같아서요. 연습도 정말 많이 해야 하고 잘 놀지도 못해요. 연주회도 많이 다녀야 하고, 수업도 많이 하시고요. 엄마가 바빠서 아쉬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저는 엄마가 정말 자랑스러워요.
[엄마와 함께 출근하는 날](4) 바이올리니스트 엄마 김연진씨와 딸 하은이의 유쾌한 앙상블
선화예고, 이화여대 음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을 거쳐 애리조나 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충남대 겸임교수에 이어 현재는 목원대와 백석예술대학, 선화예중·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체코 스메타나홀에서 모라비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 무대를 갖기도 했으며, 이화챔버오케스트라, (사)카메라타서울 앙상블, 콰트로이화의 단원으로도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글 / 정성민(프리랜서) ■사진 / 조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