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생명을 불어넣는 선생님…초등학교 혁신 수업 사례

교육에 생명을 불어넣는 선생님…초등학교 혁신 수업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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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의 위기는 하루 이틀에 생긴 말이 아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교육 정책에 심혈을 기울이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불행하고 가정경제의 사교육비 지출률은 줄지 않는다. 가장 큰 공교육의 문제점은 획일화된 교육과정과 주입식 교육방식. 그러나 희망은 있다. ‘수업이 바뀌어야 미래가 바뀐다’라는 생각으로 노력하는 선생님들이 있다. 사그라져가는 공교육의 불씨에 입김을 불어넣는 이들이다.

교육에 생명을 불어넣는 선생님…초등학교 혁신 수업 사례

교육에 생명을 불어넣는 선생님…초등학교 혁신 수업 사례

“‘거꾸로 교육’으로 배움에 대한 책임감 심기”
부산 서명초등학교 김영배 선생님

김영배 선생님의 밤은 일과의 끝이 아니다. 퇴근을 한 뒤에도 교실용 SNS인 ‘클래스팅’에 학급 아이들이 남겨놓은 고민에 대해 비밀 메모로 상담해주기도 하고, 또 채팅을 통해 아이들과 학교생활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아이들은 표현하지 못했던 친구관계라든가 집안 문제, 학교 성적 등 개인적인 고민을 선생님에게 말하는 데 서슴없다. 김 선생님은 “도구의 발달로 환경은 변했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직접 아이들과 상담하는 것보다 서로 훨씬 편해요. 아이들도 대낮에 면전에서 고민을 털어놓는 것보다 혼자만의 시간인 밤에 글로 털어놓는 것이 훨씬 수월할 거라 생각해요. 그렇다고 생활지도를 SNS에 전부 의존하지는 않아요.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부분이라고 생각이 된다면 방과 후에 잠깐 이야기를 나누죠.”

김선생님은 기술의 발전으로 가장 편리해진 점으로 학생 지도를 꼽는다. 컴퓨터를 비롯한 IT기기에 능숙한 디지털 신인류인 아이들은 선생님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기보다 SNS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 더욱 익숙하다. 오히려 쉽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도구는 계속 변하지만 교육의 본질은 불변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김선생님은 기술의 발전으로 가장 편리해진 점으로 학생 지도를 꼽는다. 컴퓨터를 비롯한 IT기기에 능숙한 디지털 신인류인 아이들은 선생님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기보다 SNS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 더욱 익숙하다. 오히려 쉽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도구는 계속 변하지만 교육의 본질은 불변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경력 15년 차인 김 선생님은 언제나 수업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자의 표현치고는 좀 강하지만 ‘재밌게 하려면 미쳐야 한다’라는 것이 그의 지론.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대응하는 것은 선생님 나이의 문제가 아닌 의욕의 차이다. 김 선생님은 최근 미국과 유럽 교육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플립드 클래스룸(Flipped Classroom, 우리나라에서는 ‘거꾸로 교실’이라고 부른다)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이 기본 개념은 집에서 익히고 학교에서는 수업활동을 하며 익힌 개념을 체득하는 방식의 수업이다.

“제가 만든 스크린 캐스팅(강의 동영상 만들기 프로그램) 영상을 아이들이 집에서 보고 궁금한 점을 노트에 써오죠. 저는 퀴즈를 내서 아이들이 개념을 알고 있는지 확인한 뒤 바로 활동에 들어가요. 아이들에게 하나의 미션을 주면 활동 주제에 맞게 그룹이나 개인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거죠.”

이렇게 하면 머리로 익힌 객관적인 지식이 아닌 몸이 체득한 지식으로 오랫동안 유지된다고. 무엇보다 좋은 점은 아이들이 수업시간을 즐긴다는 점이다. 개념을 이해하면 자존감이 커지고 다음 수업도 자연스레 기다리게 된다.
“아이들은 일단 숙제가 없어서 좋대요. 다음 수업을 위해 개념을 숙지하는 것을 ‘숙제’가 아닌 ‘준비’라고 생각하더라고요. 그건 학습에 대한 책임이 생겼다는 뜻이거든요. 배움에 대한 책임,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학교 교육은 과거 산업화 시대, 짧은 시간 내 인재를 만들어내는 ‘컨테이너’ 구조와 다를 바가 없다. 개인의 이해력과 상관없이 학교 수업에서는 여지없이 매일매일 진도를 나가야 한다. 김 선생님은 과정을 통해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배움, 이것이 지식 습득보다 중요한 가치일 것이라 말한다.

김 선생님은 기술의 발전으로 가장 편리해진 점으로 학생 지도를 꼽는다. 컴퓨터를 비롯한 IT기기에 능숙한 디지털 신인류인 아이들은 선생님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기보다 SNS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 더욱 익숙하다. 오히려 쉽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도구는 계속 변하지만 교육의 본질은 불변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혁신 교육, 최신 기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대구 월암초등학교 유동욱 선생님

유동욱 선생님의 생각은 단호하다. ‘학교가 지식 매개체의 역할에 한정된다면 학교가 필요하지 않다’라고 여긴다. 세상은 이미 지식의 바다, 정보의 보고다. 교실은 최신식 기자재가 설치되고 꽤 예뻐졌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면 1960년대 교육방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과거와 비교해 가장 변하지 않은 것은 아이들이 학교 오기를 싫어한다는 점이다. ‘변화하는 교실’을 위해 유 선생님은 ‘아이들의 꿈’으로 출발점을 찍었다. 꿈이라는 목적의식을 갖게 되면 수업시간이 즐겁지 않을까?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었다. ‘스카이프’라는 인터넷 화상전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유선생님은 다양한 직업군의 현직 종사자들을 섭외해 아이들에게 화상교육을 해왔다. 초등학교 수업을 위해 선뜻 나서는 전문가들이 많지 않아 섭외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큼 수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섭외가 잘 되지 않을때는 해당 회사의 고객센터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 성공 확률이 크다는 자신만의 노하우도 있다.

유선생님은 다양한 직업군의 현직 종사자들을 섭외해 아이들에게 화상교육을 해왔다. 초등학교 수업을 위해 선뜻 나서는 전문가들이 많지 않아 섭외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큼 수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섭외가 잘 되지 않을때는 해당 회사의 고객센터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 성공 확률이 크다는 자신만의 노하우도 있다.

“처음에는 한 번만 하려고 했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좋아서 여섯 번까지 했어요. 한국MS, 인텔 대만, 네이버, 유네스코 사무국 등 다양하게 접촉했고 많은 분들이 흔쾌히 섭외에 응해주셨어요. 문제는 수업을 진행할 때마다 아이들 꿈이 해당 직업으로 매번 바뀌는 거예요(웃음).

유 선생님은 혁신 교육을 위해 필요한 것은 최신 기자재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작은 웹캠 하나만 있으면 얼마든지 다양한 교육이 가능하다. 웹캠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주 의당초등학교 학생들과 실시간 교류 학습을 진행하기도 했다. 각각 자료를 준비해 서로가 접해 있는 환경을 설명해주는 시간으로, 농촌 지역에 위치한 의당초 아이들은 자신의 집에 있는 트랙터, 경운기 등을 직접 촬영해 농기구에 대한 설명을 했다. 월암초는 불법 쓰레기장, 불법 주차에 관한 자료를 모아 도시 문제를 이야기해줬다.

“교류 학습 등 혁신 교육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선생님들이 관심을 조금만 가지면 충분히 교실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도 만족감이 크고 자기계발도 충분히 될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강조할 부분은 수업의 주인공은 선생님이 아니라 학생이라는 점이다. 단순히 지식 학습이 아닌, 학생들이 힘을 합쳐 수업을 끌어가며 그 안에서 협업을 배우는 것.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학습이다.

“한국은 경쟁 공화국이라고 하는데 아이들이 여럿이 같이할 수 있는 것을 익히고 접하면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들의 작은 아이디어와 활용 노력만 있으면 작은 기계 하나로 아이들이 변할 수 있어요.”

선생님에게 가중된 수업 외의 업무가 많은 것도 혁신 교육에 큰 걸림돌이다. 수업을 디자인하고 준비할 시간이 늘 부족한 점은 선생님들이 한 목소리로 토로하는 부분이다. 혁신 교육은 패러다임의 문제다. 최신 디지털 교과서 등 단순히 콘텐츠 도구의 변화로 교육이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 선생님은 다양한 직업군의 현직 종사자들을 섭외해 아이들에게 화상교육을 해왔다. 초등학교 수업을 위해 선뜻 나서는 전문가들이 많지 않아 섭외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큼 수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섭외가 잘 되지 않을 때는 해당 회사의 고객센터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 성공 확률이 크다는 자신만의 노하우도 있다.

“학습자가 직접 체험해야 진짜 교육”
광주 극락초등학교 김황 선생님
김황 선생님의 과학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은 학교 주변 토양 산성화 지도를 완성했다.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한 간이 정수기 제작 유인물도 뚝딱 만들어냈다. 전교생 2백여 명의 소규모 학교 아이들은 대도시 못지않은 혁신 교육을 받고 있다. 김 선생님은 교육의 혁신은 ‘체험 중심의 수업’이라고 강조했다.

“지식이 아닌 지혜를 얻기 위해선 경험이 필요합니다. 저는 ‘배웠으면 해봐야 한다’라는 교육철학을 갖고 있어요. 이를 실천하기 위해 IT 기술을 적극 이용했지요.”

김선생님은 1980년대와 비교하면 지금의 교실은 겉보기에는 큰 발전이 있었지만 변하지 않는 점은 선생님들은 여전히 칠판앞에서 수업하고 아이들은 앉아서 지켜본다는 것이다. 21세기 교실에서 19세기 방법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 지금의 교육 현실이라며 그는 교사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선생님은 1980년대와 비교하면 지금의 교실은 겉보기에는 큰 발전이 있었지만 변하지 않는 점은 선생님들은 여전히 칠판앞에서 수업하고 아이들은 앉아서 지켜본다는 것이다. 21세기 교실에서 19세기 방법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 지금의 교육 현실이라며 그는 교사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Rescue Earth Project’. 김 교사가 과학 수업과 IT 융합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산성과 알칼리성에 대해 공부한 아이들은 학교 주변을 돌아다니며 ‘토양 산성화 지도’를 만들었다. 지식으로만 그치지 않고 주변 토양을 채취해 성질 분석 후 ‘산성화 지도’를 만들었다. 책으로만 배운 지식을 직접 생활에 적용시키는 과정에서 나온 김 선생님의 아이디어였다.

“평소 소극적이고 의욕이 없던 아이들이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모습이 돼갈 때 저 역시 놀랐고 큰 보람이었어요.”

지도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다음 스카이뷰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했다. 극락초 아이들은 토양 산성화 지도뿐만 아니라 가상 태양광 발전소, 간이 정수기 등을 만들었다. 또 구글 번역기를 활용해 여러 나라 언어로 관련 유인물을 완성하기도 했다.

학급의 학생 수가 적은 학교는 체육 수업을 진행하기가 가장 힘들다. 인원수에 맞춰 마땅히 할 만한 스포츠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김 선생님은 소규모 학급을 이점으로 활용해 동작 인식 기기인 ‘키넥트’로 교실에서 권투, 스케이트 등 다양한 스포츠를 아이들이 체험하도록 했다.

“20원짜리 A4 용지로 볼 수 있는 시험을 1백70만원짜리 노트북으로 보게 해서는 안 됩니다. 교육 콘텐츠와는 무관하게 최신 기술만 강조하면 안 된다는 말이죠. 교실에 변화가 일어나려면 교사들이 먼저 변해야 해요.”

교육 혁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선생님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제 수업은 ‘Teaching Design’이 아닌 ‘Learning Design’이 돼야 한다. 어떻게 가르쳐야 효과적일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학습자가 어떻게 학습하도록 도와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 선생님은 1980년대와 비교하면 지금의 교실은 겉보기에는 큰 발전이 있었지만 변하지 않는 점은 선생님들은 여전히 칠판 앞에서 수업하고 아이들은 앉아서 지켜본다는 것이다. 21세기 교실에서 19세기 방법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 지금의 교육 현실이라며 그는 교사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Mini Interview 세종시 한솔초등학교 허두랑 선생님
혁신 교육 선생님에게 들어보는 ‘수업 디자인하는 법’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거꾸로 교실’ 같은 혁신 교육에 대해 다소 낯설어 하는 것 같아요.

스마트 교육은 모두 최신 디바이스를 활용해야 한다는 오해 때문인 것 같아요. 교육의 핵심은 기계를 능숙하게 다뤄 수업에 이용한다는 것이 아니라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선생님은 혁신 교육의 선두주자인데, 수업 준비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는 않나요?

스크린 캐스팅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간단하게 할 수 있어요. 선생님이 교과서를 찍어서 패드에 불러온 뒤 줄을 그어가면서 설명하면 그만이에요. 마치 인터넷 강의처럼 말이죠. 중요한 부분은 사진을 확대하면서 추가적으로 필기를 하고요. 그렇게 만들면 20분 내외로 완성할 수 있어요. 처음부터 ‘거창하게 만들어야지’ 하면서 파워포인트 제작하다 보면 결국 지쳐요.

아무리 간단해도 매번 수업을 인터넷 강의로 만드는 건 힘들 거 같은데요?
아, 모든 강의를 다 만들지 않아요. ‘사이버 가정 학습’이라는 교육부에서 만든 사이버 인터넷 강의 사이트가 있어요. 그것도 종종 활용해요. 내용이 알차고 잘 만들어졌어요.

학부모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학생들이 재밌어하니까 매우 좋아하시죠. 학부모님들은 보통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다고 하면 중독 위험을 우려해 거부반응을 보이세요. 혁신 교육은 굳이 기계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니까 일단 안심하시고요.

수업 방식이 아무리 좋아도 그걸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가 있으면 어떻게 하나요?

학습지 문제를 통해 아이들 개개인의 수준을 가늠해요. 못 따라오는 친구를 따로 불러서 보충시키기도 하고, 이해도가 높은 아이들은 심화 학습 문제를 풀도록 합니다.

학생 참여 수업을 다들 강조하는데, 특별히 적합한 과목이 있나요?
진행해본 결과 사회과 수업이 가장 도움이 많이 돼요. 사회 수업은 선생님이 설명하거나 영상 자료를 보는 정도로 끝인데, 예를 들어 우리나라 경제 특징을 ‘자유와 경쟁’이라고 하면서 아이들에게 경매를 해보게 하는 거예요. 실제로 물건을 팔아보고 돈을 전달하면서 몸으로 체험하는 식으로 말이죠. 사실 이런 활동들이 교과서에 다 담겨 있고 권장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가르치다 보면 시간이 없어서 활동을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죠.

혁신 교육을 주장하는 선생님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커뮤니티가 있나요?
‘인디스쿨’이라는 곳이 있어요. 초등 교사가 가입하는 곳인데 자신이 한 다양한 수업 활동들이 올라와요. 그럼 그런 것들을 참고해서 저도 실제로 수업에 적용해보기도 해요.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안지영 ■자료 제공 / 김영배, 유동욱, 김황, 허두랑, 애플코리아, 한국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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