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잘 키우는 정신과 전문의 정우열의 ‘육아빠’ 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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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빠들의 육아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 육아는 엄마의 몫이라는 생각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그러나 믿고 맡겨도 될까 하는 걱정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근심이 엄마의 발목을 잡는다. 연년생 두 아이를 키워내며 엄마보다 더 능숙해진 ‘육아빠’ 정신과 전문의 정우열에게 초보 아빠 육아 노하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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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함께하는 것
첫째도, 둘째도 아빠 정우열씨(35)의 행동 하나하나에 시선을 떼지 못한다. 아빠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둘째는 기어이 울음을 터뜨린다. 외출했던 엄마가 돌아온 뒤 잠시 평화가 찾아오는가 싶더니 다시 제자리. 보통 엄마와 친밀한 여느 집과는 다른 풍경임에 틀림없다.

“정신이 좀 없죠? 둘째가 태어나면서부터 큰아이의 질투가 더 심해졌어요. 게다가 이제 제법 힘이 생긴 둘째도 첫째를 경계하면서 둘 사이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아요. 그래도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걱정은 하지 않아요. 알고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는 거겠죠(웃음).”

한 아이를 안고 다른 아이를 토닥거리는 솜씨가 전문가 수준이다. 그 모습이 무척 자연스럽고 능숙해 육아하는 아빠, ‘육아빠’라는 호칭도 낯설지가 않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정우열씨만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요즘엔 아빠들도 출산휴가를 쓸 수 있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2, 3일 정도밖에 사용하질 못하잖아요. 3년 전 큰딸 은재가 태어났을 때 이직을 위해 휴직 중이었어요. 전 덕분에 아내가 출산을 하고 산후조리원에 있는 기간 동안을 가족과 함께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3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아내가 복직을 하게 됐는데, 아이를 누구에게 맡길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양가 부모님을 떠올려봤지만 연세도 많으신데 괜한 짐이 될 것 같고, 도우미를 쓰자니 신경 쓸 게 많고요. 아내와 달리 전 복직까지 시간적 여유도 있었고 첫돌 전까진 부모와 애착을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시기이니만큼 내가 육아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처음 며칠간은 큰 어려움이 없었다. 태어나서부터 늘 곁에 있던 아빠였기에 아이도 낯설어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났을까.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아내가 출근하면 아이 우유를 먹이고, 기저귀 갈고, 목욕을 시키고 그런 생활을 한 달 정도 반복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 거예요. 사실 육아가 힘든 것이, 아이를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집안일을 병행하기 때문이거든요. 아이 옷도 빨아야 하고 면역력이 약한 아이를 위해 청소도 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밥도 못 챙겨 먹고 잠도 설치고…. 이러다가 육아 우울증이 오겠구나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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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선택한 방법은 외출이었다. 물론 아이와 함께 집 밖을 나서기까지 많은 준비가 필요했지만 그만큼의 보람이 있었다.

“아파트 단지를 걸으며 바람도 쐬고 근처 공원도 걷고, 때로는 미술관도 다니고 그러다 보니 차츰 괜찮아지더라고요. 저뿐만 아니라 아이도 바깥세상 구경을 하면서 호기심이 발달하고, 자연을 보며 정서적으로 순해졌어요. 밖에서 잘 놀고 오면 좋은 컨디션이 유지돼 집에서도 잘 놀았죠.”

7개월 뒤, 그 역시 다시 직장으로 복귀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아이와 애착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던 그는 주 3일 출근으로 근무를 조정했다.
“제 직업이 다른 아빠들에 비해 좀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시기적으로 딱 맞아떨어진 운도 좋았고요. 때문에 다른 아빠들에게 저처럼 하라고는 못해요. 그러나 기본적으로 육아는 함께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해요.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아빠들이 있는데, 일단 처음부터 함께 시작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걸 강조하고 싶어요.”

Point 1
조기 신체 접촉이 중요하다

모유 수유 등 상대적으로 아이와 신체 접촉이 잦은 엄마에 비해 아빠는 아이와 친해질 계기가 없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아이와 신체 접촉을 해야 유대감을 키울 수 있다. 태어난 뒤 사흘 내로 아이를 안아보기를 권한다. 의학용어로 이를 ‘몰두’라고 하는데 이는 단순한 육아 참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아빠와 아이의 신체적 접촉이 늘어나면 서로가 서로의 신호에 민감해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한 번 몰두한 아빠는 그 후로도 적극적으로 아이를 돌보는 일에 동참하게 된다. 아빠가 분만 과정에 함께하는 것은 육아에 동참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아이가 태어난 뒤 빠른 시간 내에 안아보는 것이 생후 1개월 때 아빠와 아이가 상호 교감하는 정도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때 엄마들은 아빠가 다소 못 미덥더라도 무턱대고 아빠가 아이를 만지는 것을 막지 말고 주의사항을 자세하게 알려준 뒤 아이와 아빠의 스킨십을 적극 권장하도록 한다.

Point 2
아이 목욕은 아빠의 몫
엄마는 만 9개월 동안 배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많게는 20~30kg의 체중이 늘어난다. 또 출산 과정을 통해 골반이 벌어진 상태다. 출산 뒤 온몸의 관절에 통증을 느끼는 산후 관절통을 호소하는 산모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고령인 경우에는 최소 3개월간 몸조리를 하지 않으면 원인 불명의 관절통이 지속될 수 있다. 아이 목욕은 엄마의 관절에 큰 무리를 주는 행동 중 하나다. 체온 조절을 하지 못하는 신생아를 목욕시킬 때는 머리부터 감긴 다음 잘 말리고 그다음에 온몸을 물에 담가 씻겨야 하는데, 목을 받치면서도 눈과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등 신경 쓸 것이 많다. 온 정신이 아이에게 쏠려 있다 보니 자신의 팔목과 척추 관절에 무리가 가는 것은 생각할 겨를도 없다. 다행히 최근에는 산후조리원에서 주말마다 아빠들을 대상으로 아이 목욕시키는 방법을 교육한다. 육아 관련 서적만 보더라도 자세하게 소개돼 있다.

또 하나. 목욕을 시켜주는 동안 아이와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는 아빠가 신생아를 목욕시키는 것이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빠와의 신체 접촉과 따뜻한 목욕물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서 옥시토신 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돼 사회성 발달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실제로 비눗물을 조심스럽게 아이 몸에 발라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킨십이 형성되고 아이 역시 아빠의 존재와 감정을 읽게 된다. 여러 번 반복적으로 수행하고 나면 육아에 대한 자신감도 상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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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3
아이와의 놀이, 어려워하지 말라

아빠 육아의 긍정적 영향은 아빠 놀이의 효과와 큰 연관이 있다. 아빠가 해주는 놀이가 엄마의 놀이법과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이 가장 큰 차이점일까. 아빠의 힘과 과감함이다. 아빠와 활발한 신체 활동을 하게 되면 아이는 신체적으로 쌓여 있던 에너지를 발산하게 된다. 또 내면에 있던 부정적인 감정을 신체 활동을 통해 해소하는 과정은 추후 아이가 감정 조절을 잘하는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많은 엄마들이 놀이를 학습 수단으로 인식하고 놀이를 통해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자 욕심을 부린다. 이는 실수다. 놀이는 노는 것 자체가 목적이어야지, 학습을 병행한다면 아이는 놀이에 대한 부담감을 갖게 되고 놀이 자체의 흥미마저 잃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놀아야 할까. 아이가 원하는 대로 놀게 하고 아이의 행동에 호응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아이가 직접 장난감을 고르고 놀이를 주도하게 하고 그저 따라가주면 되는 것이다. 이미 몇 번이나 반복했기 때문에 아빠 입장에서는 싫증이 날 수도 있지만, 그럴 때도 다른 놀이를 유도하기보다는 아이 스스로가 그만두고 싶을 때까지 계속 같은 방법으로 놀아준다. 18개월 이하의 아이는 반복을 통해 세상을 배운다.

끝으로 아이와 놀아준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해준다’라는 표현에는 억지라는 뉘앙스가 포함돼 있다. 아빠 역시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와의 놀이를 즐기도록 한다. 억지로 놀아주다 보면 아빠도 지치고 아이 역시 아빠의 마음을 금방 알아챈다. 놀아주기보다는 함께 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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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4
아빠 육아의 최대 적은 엄마
아빠는 육아가 서툴 수밖에 없다. 엄마만큼 육아를 전담하지도 않을뿐더러 대개 여자에 비해 남자가 꼼꼼한 면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저귀를 제대로 갈았다고 했는데도 아이의 오줌이 밖으로 새어 나오고, 분유를 신경 써서 탔는데도 물의 온도가 맞지 않는다고 잔소리를 들은 아빠들도 여럿일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아빠 육아의 최대 적은 엄마’라는 말이 있다. 아빠를 육아에 동참하게 하려면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엄마는 본인보다 덜 섬세한 아빠를 이해하고 차근차근 방법을 알려주도록 한다. 때에 따라서는 서툰 실력에도 칭찬을 해줘야 한다. 엄마의 인정과 칭찬이 반복되다 보면 아빠는 적극적으로 육아에 나서게 된다.

나아가 아빠가 육아를 함께하는 것에 대해 미안해하지 말아야 한다. 전업주부들일수록 아빠의 육아 동참을 미안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부부에게도, 아이에게도 좋은 생각이 아니다. 육아는 당연히 함께하는 것이다. 부탁이 아니라 공동의 몫임을 인식하도록 한다. 여러 사례에 비춰봤을 때도 아내가 당당할수록 아빠의 육아 참여도가 높다.

물론 ‘초보’ 아빠의 수식어를 떼기 위해서는 아빠 역시 노력해야 한다. 인간의 뇌는 한 번에 많은 양을 학습하는 것보다 조금씩이라도 반복적으로 학습하는 것에 더 효율적이다. 육아도 마찬가지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반복하는 것이 최선이다. 매일 저녁 30분이 주말 3시간보다 효과적이다.

Dr. Jung’s Advice 1 아빠의 육아 참여, 이런 점이 좋다!
1 아빠 효과
어릴 적부터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면 추후 아이의 사회성이 좋아지고 자존감이 높아진다. 정서적인 안정과 지능 발달에 긍정적이며, 신체적으로도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2 양육 부담의 감소 양육 부담이 줄다 보면 엄마가 육아 우울증에 빠질 확률도 그만큼 줄어든다. 엄마의 좋은 감정이 아이에게도 전달되고, 이와 같은 선순환이 반복되다 보면 부부간의 애정도 깊어진다.

3 아빠 만족 아빠 스스로에게 큰 만족감을 안긴다. 아이와의 친밀한 유대감은 연인이나 부부 관계에서 얻지 못하는 특별한 감정이다. 대신 시간, 노력 등 투자에 정직하게 비례한다는 특징이 있다. 사회적으로도 외로운 아빠들이 많은데, 어릴 적부터 아이와 잘 지낸 아빠들은 중년 이후에도 가정으로의 융화가 수월하다.

Dr. Jung’s Advice 2 신생아 싱크대 목욕법
신생아 목욕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추천하는 방법 중 하나는 싱크대 목욕. 초보 부모의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자세 유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먼저 싱크대 위에 아이가 들어갈 목욕통과 여분의 물을 담을 통을 올려놓고 목욕통에는 미지근한 물을, 여분의 통에는 더 뜨거운 물을 받아놓는다. 그런 다음 싱크대 옆에는 아이용 큰 수건을 펼쳐놓는다.

아이를 한 팔로 잡고 머리부터 감기는데, 가제 손수건에 물을 묻혀 부드럽게 닦아준다. 이때 아이의 눈과 코,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수건으로 머리를 말린 뒤 목욕통 안에 아이가 놀라지 않게 천천히 몸을 담근다. 옷을 입힌 채 물에 담그면 아이가 좀 더 편안해한다. 가제 손수건으로 목, 겨드랑이, 팔꿈치, 사타구니 등 접히는 부분을 잘 닦아준다. 앞을 다 닦은 뒤에는 아이를 돌려 가슴 쪽을 한 팔로 지탱한 뒤 등과 엉덩이를 닦는다. 아이를 한 손으로 들고 다른 손으로 목욕통의 물을 버리고 여분의 물을 목욕통에 붓는다.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물의 온도가 적절하게 식었을 것이다. 아이의 몸을 구석구석 헹구고 미리 준비해둔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준다. 마무리는 보습 크림으로 한다.

Dr. Jung’s Advice 3 엄마와 분리되기
육아에 서툰 아빠를 단기간에 훈련시키는 방법은 엄마가 그 자리에 없는 것이다. 아빠에게 전적으로 육아를 맡기고 집을 나서거나 반대로 아이와 아빠만의 외출을 시도해본다. 때때로 적당한 긴장감은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할 기회가 된다. 아내 역시 재충전의 시간이 생기니 일석이조다. 단, 남편이 패닉 상태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휴대전화는 켜두도록 한다.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김정원 ■참고 서적 /「아빠가 나서면 아이가 다르다」(정우열 저, 중앙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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