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초등학교 1, 2학년에게 도입된 스토리텔링 수학이 올해부터는 5, 6학년까지 확대된다. 지난 12월 교육부는 2014 초등학교 스토리텔링 수학 수업 우수 사례를 뽑아 시상했다. 최우수상이자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한 최정요(28) 선생님은 지난 4년 동안 스토리텔링 수학을 통해 아이들의 수학적 흥미가 높아지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 스토리텔링 수학은 이전과 전혀 새로운 방식의 교육법이라 학부모들 사이에선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특히 수학이 어려워지는 초등학교 고학년에게도 이 방식이 적용되기 때문에 걱정이 더욱 많다. 부모 세대와 다른 방식의 교육법이기 때문에 오해도 많다. 그중 가장 많은 것이 스토리텔링법 적용으로 인해 수학 내용이 확 바뀐다고 생각하는 것.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스토리텔링 수학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수학 원리와 개념을 스토리텔링 방식을 빌려 쉽게 설명하는 것이다. 즉, 스토리텔링은 수단일 뿐이다.
또 한 가지는 아이의 언어 능력이 부족하면 수학을 못한다는 오해다. 그래서 부랴부랴 독서논술학원에 보내거나 책을 많이 읽게 하는데, 언어 능력이 심각하게 떨어지지 않는 이상 지문을 이해하지 못해 문제를 못 푸는 아이는 거의 없다. 평가 방식도 예전처럼 사지선다형이 아니라 서술형으로 답을 쓰는 것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 역시 언어 능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답을 쓰는 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학교를 가는 방법 A와 B의 속도와 거리를 각각 제시한 뒤 둘 중 어느 길로 가는 것이 더 빠른가’라는 식으로 문제가 출제된다. 그러면 A로 갈 때 걸리는 시간과 B로 갈 때 걸리는 시간을 계산한 뒤 어디로 가는 것이 더 빠르다고 서술형 방식으로 답을 적는 것이다. 원리를 이해하지 못해 틀리는 경우는 있어도 지문을 못 읽어서 틀리는 경우는 없다. 스토리텔링 수학 대비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부모들이 새로운 교육법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데 있다.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와 싫어하는 아이
초등학교 때는 아이의 수학 성적에 연연하는 것보단 수학적 흥미를 갖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수학 성적이 높으면 무조건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반대로 수학 성적이 낮더라도 흥미도가 높은 아이도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땐 수학을 잘하다가 고학년 혹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수학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수학이 어려워지더라도 흥미가 있는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파고들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일찌감치 손을 놔버린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을 포기하는 일명 ‘수포자’들이 많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토리텔링 수학의 도입 역시 이런 수포자들을 막기 위한 교육부의 노력이다.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특징은 학교 수업시간에 수학이 다른 과목으로 대체되는 것을 싫어한다. 예를 들어 외부 행사로 인해 수학 수업을 쉬게 되면 싫어하는 아이들이 바로 이런 타입이다. 또 본인이 직접 문제 푸는 것을 즐기며 친구들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해 스스로 ‘또래 선생님’을 자처한다. 초등학교 때는 대부분 수학을 좋아하면 성적이 잘 나오는 편이며, 간혹 위와 같은 특징을 보이는데도 성적이 낮은 아이들이 있다. 원리와 개념을 제대로 이해했지만 계산에서 실수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은 마지막까지 차분하게 계산하는 연습을 하면 금세 성적이 오른다.
문제는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이다. 아예 수학을 안 하는 경우보다 눈속임으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경우가 더 심각하다. 이런 아이들은 아주 쉽거나 어려운 문제만 풀려는 경향이 있다. 어려운 문제를 풀어서 정답을 맞힐 경우 어른들은 수학을 잘하는 아이라 칭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 실력이 들통날 수 있는 중간 난이도의 문제를 풀려 하지 않고 복습도 싫어한다. 선행학습을 해서 수업시간에 개념을 안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공식을 외워 문제를 푼다. 과거엔 공식만 외우면 어느 정도 수학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스토리텔링 수학에선 통하지 않는다. 선행학습을 금지하고 있지만 남들이 하니 불안한 마음에 시키게 된다. 하지만 부모들이 모르는 선행학습에 대한 부작용이 아이의 수학 흥미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일상생활에서 수학을 연계시키는 노력 필요
3월 새 학기까지 이제 한 달여 남았다.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준비해야 아이가 스토리텔링 수학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선행학습 대신 지난 학기를 복습하는 게 좋다. 단계별로 개념을 확대하기 때문에 지난 학기에서 약한 부분은 다음 학기에도 약할 수밖에 없다. 수학익힘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풀어보게 해 개념을 다시 한번 잡아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혹은 중간 난이도 정도의 문제집을 풀어보게 하는 것도 좋다.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의 경우엔 난이도가 높은 문제집을 풀며 지난 학기를 복습하게 한다.
스토리텔링 수학은 일상생활에서 수학적 지식을 적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종종 “수학을 배워서 나중에 어디다 써요?”라고 볼멘소리를 할 때가 있다. 그동안 수학을 학문으로서 접근하고 배웠기 때문에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스토리텔링 수학 기법이 적용되면서 물건을 살 때 가격, 집에서 학교까지 걸리는 시간 등 실생활과 연계되는 실용적인 수학을 배울 수 있다. 이는 부모 역시 수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다.
아이에게 수학 동화책을 읽히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재밌게 읽지만 고학년의 경우 흥미에 따라 책 선호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수학 동화책을 읽지 않으려 할 수 있다. 그럴 땐 무조건 읽게 하는 것보단 다른 방법으로 우회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영화 중 한 장면을 보고 수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혹은 배운 내용을 친구와 가족에게 알려주는 ‘수학편지’를 쓰게 하거나 하루 일과를 나열하는 일기 대신 일상에서 수학 개념을 발견해 적게 하는 ‘수학일기’도 있다. ‘과일을 산 뒤 며칠 동안 나눠 먹어야 할까,’ ‘장난감을 사기 위해선 용돈을 얼마나 모아야 할까’ 등 일상생활에서 수학을 연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집을 빨리, 많이 풀게 하는 것보단 아이의 수학적 흥미를 높이되 수학 사고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최정요 선생님이 추천한 수학 동화책
「신통방통수학」(서지원 저, 좋은책어린이)
서지원 작가의 책은 재미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신통방통수학 시리즈는 곱셈, 나눗셈, 받아올림, 도형 등 수학의 기본 개념을 다뤄 저학년 아이들에게 좋다. 이야기 속에 수학 기본 개념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어 수학 동화를 처음 시작하는 아이들은 물론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세상 밖으로 날아간 수학」
(이시하라 기요타카 저, 파란자전거)
십진법, 원주와 원의 면적, 비례, 확률, 넓이 등 중요한 수학 기본 개념을 5가지 이야기로 구성했다. 여기에서 다뤄지는 기본 개념들은 초등학교는 물론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이어져 매우 중요하지만,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다. 이 책을 통해 흥미 유발은 물론 기본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고학년 아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경인교대 졸업 후 안산 석수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주관한 ‘2014 초등학교 스토리텔링 수학 수업 우수 사례’에서 교육부장관상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5학년 2학기 6단원 ‘자료의 표현과 해석’ 단원을 암행어사가 수학 문제를 풀어 백성을 돕는다는 내용으로 스토리텔링 수학을 적용해 지도한 것이 큰 호평을 받았다.
■글 / 이선희(프리랜서) ■사진 / 안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