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과정 우수 초등학교 탐방기
울산 삼정초등학교
Excellent! 1 적극적으로 사고하게 만드는 교육법
삼정초등학교(이하 삼정초)는 교사들이 특별히 고안한 학년별 교수법으로 교육을 한다. 학년별로 정서심리검사(1학년), 다중지능검사(2학년), 사회학습검사(3학년), 학습전략검사(4학년), 인성수준검사(5학년), 진로발달검사(6학년)를 실시하고 이를 근거로 만든 학년별 교수법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과정 우수 초등학교 탐방기
Excellent! 2 매월 특별한 하루 ‘인성덕목데이’
자기주도성 외에 삼정초가 중요하게 여기는 교육 목표는 ‘인성’이 갖춰진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다. 삼정초 정서영 교사는 “서로의 처지를 배려하고 입장을 존중하며, 민주적인 의사소통과 협력을 통해 문제 해결 방법을 찾을 줄 아는 성숙한 인성의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월신우월신(月新又月新) 인성교육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이름부터 흥미로운 이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길러야 할 10대 인성 덕목을 정하고 매월 하나씩 ‘이달의 인성 덕목’으로 선정, 해당 월마다 교과목과 창의적 체험 활동을 연계한 교육을 통해 집중적으로 그 덕목을 학습하는 인성교육법이다. 학생들은 그달의 인성 덕목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한다. 인성 덕목에 관한 동요 부르기, 인사말 주고받기, 매월 ‘인성덕목데이’ 활동하기 등이 그 예다. 삼정초는 이런 일관성 있는 교육 지도를 통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덕목을 내면화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특히 매월 열리는 ‘인성덕목데이’는 삼정초만의 고유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감사’를 주제로 한 ‘감사합니데이’, ‘배려’를 주제로 한 ‘다 똑같데이’ 등 이름부터 재미있는 이 특별한 날을 즐기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인성을 체득해간다. 이러한 교육 덕분인지 학생들은 여러 분야에서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학생자치회 중심의 ‘유네스코학교’를 통해 나눔 활동, 바자회, 지구사랑 프로젝트 등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혁신적인 교육 방식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응은 뜨겁다. 자녀 3명이 모두 삼정초에 재학 중인 박지애씨는 “요즘 학부모들이 자기주도 학습에 관심이 많은데 그걸 따로 고민하지 않아도 될 만큼 삼정초 아이들은 능동적이고 자발적이다”라고 평했다. 실제로 아이들은 학급 임원과 자원 학생들이 펼치는 교내 나눔 봉사활동 등을 통해 수업에서 배운 일련의 과정을 응용하고 있다. 어느 단체를 도울 것인가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주면 좋을까 하는 세부 내용도 학생들끼리 의논하고 실행하는 성숙한 모습도 이 학교에서는 익숙하다.
교과서 밖의 문제로 사고력 키운다
경남 김해 율하초등학교
Excellent! 1 시험지의 변신
“우리 학교의 시험문제에는 교과서 지문이 잘 나오지 않아요. 그래서 신문, 뉴스, 동화책, 그림책 등을 많이 읽어야 해요.” “교과서 대신 학교생활 중에 있었던 일들이 시험문제에 나와서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덕분에 책을 많이 읽게 돼서 지금은 어렵지 않아요.”
이곳의 아이들은 여타 학교 아이들과는 다른 시험공부를 한다. 율하초등학교(이하 율하초) 하연숙 교사는 “창의인성 수업으로 혁신해도 그에 걸맞은 평가 방법이 있어야 효과가 있다. 아무리 새로운 교수·학습 모형을 개발해도 평가가 30년 전처럼 구태의연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고 말한다. 율하초는 이런 고민 끝에 시험문제부터 대폭 손봤다. 교과서나 참고서에 나오는 지문으로 시험문제를 내지 않고 책 속의 이야기, 생활 속 소재들, 내 친구나 가족, 우리 학교의 이야기, 신문 기사 등에서 문제를 낸다.
이런 변화는 아이들의 공부 방식도 바꿨다. 시험지를 풀려면 교과서에서 외운 내용이 아니라 텍스트 자체를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평소에도 책을 가까이하는 학생들이 늘었고 생활 주변의 읽을거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변화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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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하초의 시험에서 서술 및 논술형 문제의 비중은 40% 이상, 교과서 밖 지문 활용 문제는 50% 이상을 차지한다. 이런 방식은 교사들에게 더 많은 연구를 요구하는 덕분에 율하초는 시험 출제 회의가 유난히 길기로 유명하다.
“얼마 전 뉴스에서 학생들의 73%가 매일 한 차례 이상 욕설을 한다고 나와서 사회적인 이슈가 됐는데, 아이들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뉴스였죠. 이 뉴스의 내용을 활용해 제안하는 글쓰기 문제를 내면 어떨까요?”, “그 뉴스의 지문을 이용해 잘못된 말을 알맞은 말로 고쳐 쓰게 하거나 문장 성분을 파악하게 하는 문제를 내는 것도 좋겠어요.”
교사들은 이런 식으로 다양한 주제의 시험문제를 논의한다. 얼핏 들으면 외국 학교의 에세이 시험을 떠올리게 할 정도다. 요즘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조리 있게 전달할 줄 아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요구되는데, 이런 시험문제 제출 방식은 아이들의 사고력을 키워주는 데 효과적이다.
Excellent! 3 꿈과 재능 키우는 학년별 프로젝트
시험지의 변신은 오롯이 교실 수업 개선을 위함이다. 교과서에 없는 지문이나 자료를 읽는 힘을 기르고 서술·논술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해 평소 수업의 방향도 변했다. 수업 시간에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금요일마다 하나의 주제로 3시간 동안 수업을 실시하는 ‘블록타임제’를 실행하고 있다. 다양한 토의 및 토론 활동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의견을 말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며 자신의 생각과 비교·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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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과 꿈의 싹을 틔우는 진로 탐색 프로그램
서울 전동초등학교
Excellent! 1 몽당연필 프로젝트
전동초등학교(이하 전동초)는 매주 목요일만 되면 온 학교가 들썩인다. 점심시간에 열리는 ‘나도 스타’ 프로그램 때문이다. 클래식 악기 연주부터 춤 공연까지 아이들이 각자 하고 싶은 공연을 만들어 친구들 앞에서 선보이는 프로그램인데 학생들의 참여도가 매우 높다. 특이한 것은 교사가 전면에 나서는 여느 교육 방법이 아닌, 전교어린이회 주관으로 철저히 아이들이 결정하고 실행하며 자율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자율권을 얻은 아이들은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자신의 재능을 알아보고 친구들의 반응을 얻는 기회로 삼기도 하지만, 자기주도적으로 결정하고 서로 논의하며 실행해갈 수 있는 방법도 자연스레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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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교육은 아이들이 스스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재능과 적성을 발견하도록 지도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교사들은 학교생활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에 유독 관심이 있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등을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특히 다양한 예체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공부 외에 관심사가 있는 학생들도 소외되지 않고 자신의 끼와 재능을 적극적으로 탐색할 수 있게 됐다.
Excellent! 2 시너지 효과를 내는 유기적 교육 방식
전동초 교육 방식의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교수법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각각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점이다. 전동초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인 ‘친환경(친구·환경·경애의 줄임말) 프로젝트’, 진로교육 프로그램인 ‘몽당연필 프로젝트’, 수업 방법 개선 연구학교 운영 주제인 ‘액션 러닝을 통한 협력적 문제 해결력 신장’ 프로그램 등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전동초의 인성, 진로, 협력 학습을 영역별로 심도 깊게 추진하는 점과 각 영역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체계적인 교육 운영 능력은 이번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 선정에서 교육부의 높은 평가를 얻었다.
‘친환경 프로젝트’는 전동초의 인성 프로젝트로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는 친구 사랑 주간, 우정 나눔 프로그램, 사과 편지 쓰기 등을 운영하고, 학교 텃밭 가꾸기, 모내기 상자, 배봉산 숲 체험 등을 통해 환경에 대한 관심을 키워준다. 이혜진 교사는 “이러한 프로그램은 남을 생각할 줄 아는 인성을 함양함은 물론 학교 폭력 예방에도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라고 밝혔다.
‘액션 러닝을 통한 협력적 문제 해결력 신장’ 프로그램은 협력 학습의 한 방법인 액션 러닝 기법을 학교 현장에 알맞게 도입한 것이다. 교실 수업에 알맞게 재구성돼 적용한 것으로 모든 학생이 중심이 되면서 배움이 있는 수업을 실천하고 있다. 학생이 주도적으로 사고해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학생들의 소통 능력, 창의성은 물론 문제 해결력이 더 발달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전동초는 협력 학습 과정을 평가할 때 일률적이고 경직된 평가 방법 대신 학습 내용은 물론 학습 태도 등을 점검하고 아이들에게 피드백을 해주는 등 소통의 교육법을 활발히 실행 중이다.
보듬고, 베풀고, 나누는 인성교육법
충남 아산 염작초등학교
Excellent! 1 작은 학교의 장점 살린 인성·소통 교육
“모, 모, 모 나와라!”
신나게 윷놀이를 하는 소리를 따라가보니 전교생이 다목적실에 모여 플라잉디스크 윷놀이를 하고 있다. 100명이 채 안 되는 전교생이 모여 청군과 백군으로 나눠 플라잉디스크를 던지며 윷을 놓을 때마다 모두의 시선이 한곳에 집중되며 웃음이 터져나온다. 학생 수가 적은 탓도 있겠지만 마치 대가족을 보는 느낌이다. 염작초등학교(이하 염작초)는 ‘작은 학교’의 특성을 장점으로 살려 아이들끼리 서로 긴밀하게 소통하고 배려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인성교육을 실시한다. ‘나를 보듬高, 서로 베풀高, 이웃에게 나누高’를 뜻하는 이른바 ‘3고(高)’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교육과정 우수 초등학교 탐방기
인성 함양은 다양한 경로로 이뤄진다. 매주 수요일 5교시에는 흥미로운 스포츠 체험 시간을 편성해 ‘전교생 이어달리기’, ‘사제 동행 축구 경기’, ‘장애 학생과 함께하는 스포츠 활동’ 등으로 다른 아이들과 함께 뛰는 가운데 배려심과 사회성, 관계 능력을 체화한다. 이 밖에 매월 격주 월요일 1교시는 ‘염작 어울림마당’ 시간으로 편성된다. 학생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 감동적인 이야기의 동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이다. 동영상 시청 뒤에는 소감문을 쓰는데, 학생들의 글에 교장선생님이 직접 댓글로 피드백을 해줘 학생들이 받은 감동을 내면화하는 작업을 돕는다.
Excellent! 2 6개 분야의 드리머 프로그램
다양한 분야를 체험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학년별 맞춤 교육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소규모 학교 맞춤형 교육인 ‘염작 드리머 되기’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교과와 창의적 체험 활동,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연계해 소설가, 미술가, 극작가, 환경운동가, 음악가, 연주가 6개 드리머 영역을 선정해 운영 중이다. 이 드리머 프로그램은 학년별 수준에 맞게 적용된다.
이 밖에 5, 6학년 국어 교과 시수를 늘리고 재구성한 독서 프로그램인 ‘내 생애 첫 책 쓰기’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평가가 좋았다. 스토리보드 작성하기, 이야기 쓰기, 삽화 그리기, 글다듬기, 책 출판하기 단계로 운영했는데, 내 생애 첫 책 쓰기로 출판한 책은 저작권 관련 동의를 구한 뒤 학생들 스스로 심사해 우수한 작품을 시상하기도 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염작 총동창회 및 방학식 때 친구들 앞에서 그동안 갈고닦았던 통기타와 사물놀이 실력을 뽐내기도 한다.
한편 교육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학부모와의 소통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매월 학부모에게 제공되는 학교생활 안내를 학급별로 특색 있게 개발해 모든 학부모에게 발송하고 있다. 학급별 특징에 따라 표현 양식도 다르고 같은 학급 내에서도 학생별로 사진과 내용이 다른 맞춤 안내서이다. 교사와 학부모는 이 안내서를 통해 수시로 소통한다. 안내서의 학부모 의견란을 통해 학급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의견을 받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염작초에는 2학년에 다문화 가정 학생이 특히 많다. 일상적인 대화는 가능하지만 한글을 못 읽는 학부모를 위해 그 나라 언어로 만든 학교생활 안내를 제작해 발송하기도 한다. 또, 아이들이 자신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자신 되돌아보기’란을 만들어 학생 스스로 학교생활 모습을 반성해 발전할 수 있는 생각의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란?
교육부가 지난 2003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선정 사업으로 매년 전국의 초·중·고교 중 교육과정이 우수한 100개교가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로 발표된다. 2014년엔 수업 방법 혁신을 통한 행복교육 실현이란 주제로 공모를 진행했으며, 전국 초·중·고 1만1,000여 학교 중 1,411개교가 응모했다. 교육과정 우수학교의 사례는 실제로 전국의 학교 교육법에 변화를 가져오는 등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정성민(프리랜서) ■사진 제공 / 각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