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을 다니는 시기는 아이의 성장 발달에 중요한 때이니 만큼 좋은 어린이집을 알아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미리 준비하고 알아볼수록 좋은 어린이집에 보내게 될 확률은 높아지는 법. 어린이집은 불만이 있어도 바꾸기 쉽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 선택한 뒤에는 믿고 신뢰해야 한다. 좋은 어린이집은 원장이나 교사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부모 역시 노력해야 한다.
A 어린이집 이렇게 고르세요
평가인증 점수 확인하기 정부는 어린이집을 관리하기 위해 2005년부터 평가인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제 어린이집을 알아볼 때는 평가인증 여부뿐만 아니라 점수까지 확인해야 한다. 평가인증 점수로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95점 이상이면 운영, 프로그램, 영양, 안전 등 모든 영역에서 믿을 만하다고 볼 수 있다. 90점 이상인 어린이집 리스트는 보육정보센터(central.childcare.go.kr), 서울시보육포털(iseoul.seoul.go.kr), 보육진흥원(www.kcpi.or.kr)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90점 이상의 어린이집에는 금메달이 표기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95점 이상인지는 어린이집에 직접 문의해야 알 수 있는 정보다. 전화나 방문시 “어린이집 이름에 금메달이 달린 것을 봤는데, 평가인증 점수가 몇 점인지 알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 꼼꼼하게 확인한다.
피해야 할 어린이집 좋은 어린이집을 알아보는 안목만큼 중요한 것은 피해야 할 어린이집을 알아보는 눈이다. 객관적으로는 평가인증 점수가 너무 낮거나 평가인증을 받지 않은 곳, 부채가 많은 곳은 피해야 한다. 부채가 많은 곳은 보육료 수입으로 이자를 내거나 빚을 갚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부채 상환액이나 이자 지출이 많으면 인건비, 급·간식비, 교재교구비 등 운영비가 줄어들어 보육의 질을 보장할 수 없다. 아이사랑보육포털(www.childcare.go.kr)에서는 시설의 소유 형태와 초과 보육, 선생님들의 자격과 근속 기간 등 전반적인 운영 현황에 대해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자격증 대여, 보조금 횡령, 특별활동비 유용 등 행정명령을 받은 곳도 피해야 한다. 어린이집은 행정조치 이후에도 운영되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곳에 아이를 보내서는 안 된다. 이에 대해서는 시·군·구청 관할 부서에서 확인할 수 있고, 보육정보센터에 사실 유무를 공식적으로 확인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B 어린이집 에티켓을 지키세요
어린이집 일과 지키기 어린이집은 운영 시간대로 움직인다. 그런데 반에 불규칙하게 등원하는 아이가 있다면 산책이나 바깥 활동 등 어린이집 활동에 방해가 된다. 간혹 예기치 못한 일로 등원 시간이 늦어질 수는 있지만, 부모의 필요나 불규칙한 생활 패턴 때문에 등원 시간이 들쭉날쭉한 경우도 있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다. 등원 시간을 지키며 규칙과 약속을 준수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보여줘야 한다. 불규칙한 등원은 반 운영에도 지장을 주지만 아이에게도 이롭지 않다. 활동에 집중한 친구들 사이에 끼는 것도 아이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어린이집에 처음 적응하는 시기라면 등·하원 시간은 철저히 지키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등원은 아이 스스로 하루 일과를 예상할 수 있게 하고, 결과적으로 어린이집을 편안하게 느낄 수 있게 만든다. 특별한 사정으로 등·하원 시간이 변경될 때는 담임교사에게 미리 말을 하는 것이 좋다. 아이에게도 미리 알려두어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한다.
교사를 존중할 것 어린이집 교사들에게서 흔한 질병이 바로 방광염이다. 일종의 직업병으로 아이들 보육 때문에 제때 화장실을 가지 못해 생긴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이렇게 최선을 다하는 교사가 많은데, 최근 일부 교사들의 비인간적인 행동으로 인해 비난을 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부정적인 여론 때문에 자긍심을 잃었다고 고백하는 교사들도 늘고 있다.
우리 아이의 양육은 교사를 통해 이뤄진다. 교사를 존중하는 일은 아이를 존중하는 일이기도 하다. 교사는 자신을 신뢰하는 부모의 아이와 더 편하고 자연스러운 관계를 형성한다. 왜 그랬는지 사사건건 묻고 따지는 부모의 아이에게는 방어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다. 불편한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교사의 판단보다 부모의 지침을 앞세우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교사와 상호작용하는 횟수가 더 줄어든다. 어린이집을 ‘양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처’로 인식하면 갑과 을의 불편한 관계가 시작된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공동체로 인식하면 교사와 부모 모두 노력하게 된다. 교사에 대한 부모의 말과 행동은 아이의 태도에도 영향을 끼친다. 명심하자. 어린이집에서 우리 아이의 부모는 선생님이다.
C 최고의 어린이집으로 만들어요
일일수첩을 소통 창구로 활용 어린이집에서는 일일수첩에 아이의 수면과 대소변 상태, 특이할 만한 에피소드 등을 기록해 매일 가정으로 보낸다. 부모도 아이가 집에서 관심을 가진 놀이, 주말에 놀러 간 곳, 걱정되는 점 등을 적어 어린이집에 보낸다. 음식과 관련해서도 “골고루 먹여주세요”, “억지로 먹이지 마세요” 등 일일수첩을 통해 부모의 생각을 어린이집에 알리는 것이 좋다. 메시지를 받은 선생님은 답변을 하기 위해서라도 아이의 일상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오늘 밥 먹을 때 어떤 반찬을 잘 먹었지?’, ‘어린이집에서는 무슨 놀이를 좋아하지?’ 등 관심 있게 살펴보게 된다.
부모가 정책을 바꾼다 어린이집 운영 시간, 보육료 지원, 급·간식 단가, 교사의 자격과 처우 개선, 조리사의 채용 기준, 보육 프로그램까지 어린이집과 관한 거의 모든 것이 보건복지부에서 결정된다. 민원에 답을 하는 공무원들이 법의 초안을 만들고, 이는 법과 지침으로 정해진다. 영·유아와 어린이집의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여전히 많다. 어린이집 운영 정책에서 개정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면 관련 부처 홈페이지에 적극적으로 건의하자. 부모는 어린이집을 지원하고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사람이다.
“어린이집과 가정은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전가일(장안대 유아교육과 교수)
가까운 어린이집이 나은가, 멀어도 믿을 만한 어린이집이 나은가? 정답은 없다. 하지만 1~2세 연령의 아이들에게는 가까운 어린이집이 좋다. 매일 오가야 하는 등·하원이 지나치게 고되면 아이에게 무리가 된다. 이것은 영아들의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이의 월령 수준을 보고, 그만한 가치가 있는 어린이집인지 부모가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고 입소문이 난 어린이집이라도 도보나 차로 20분 이상은 권하지 않는다.
어린이집은 언제 보내는 것이 가장 좋은가?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은 엄마와 아이의 인생이 결부된 선택이다. 발달 이론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내 아이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부모밖에 없다. 각 가정의 상황과 아이의 기질을 고려해 결정했다면, 그때가 적기다.
어린이집 선택에 대한 팁을 준다면? 평가인증 지표에서 ‘교사의 상호작용’ 점수가 높은 어린이집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평가 항목 점수가 모두 높으면 좋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항목은 아이와의 상호작용이다. 아울러 교사의 이직률이 높은 어린이집은 피해야 한다. 교사의 높은 이직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사가 제대로 처우를 못 받거나 경영에 문제가 있거나 원장의 철학에 문제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어린이집을 옮겨야 할 경우는? 아이들의 발달이나 행동에 있어 가장 좋은 것은 정서적인 안정감이다. 학대나 횡령과 같이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어린이집은 가급적 옮기지 않는 것이 좋다. 문제가 일어났을 때 교사와 시설의 문제는 원장과 소통하며 해결해야 한다. 소통의 문제를 벗어나는 사안은 구청이나 보육정보센터의 도움을 받도록 하자.
부모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부모가 고객처럼 ‘갑’으로 군림하면 어린이집에서도 부모를 ‘고객’으로 대하게 된다. 교사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교사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이는 아이에게도 좋지 않다. 어린이집과 가정은 함께 아이를 키우는 공동체로 인식돼야 한다. 같은 배를 탔다는 생각을 해야 서로 존중하고 노력할 수 있다. 선택하기 전에는 이리저리 살펴봐야 하지만 그다음부터는 믿고 맡겨야 한다. 부모는 내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을 가장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협력하고 참여해야 한다.
Profile 전가일 교수는…
서울대 부설 어린이집에서 교사로 근무했고, 한국은행 어린이집 원장을 거쳐 현재 장안대에서 예비 보육교사들을 양성하고 있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보라(프리랜서) ■사진 / 김성구 ■일러스트 제공 /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도움말 / 전가일(장안대 유아교육과 교수) ■참고 서적 / 「어린이집 이용 학부모 에티켓」(서울시 여성가족재단), 「대한민국 어린이집」(유수연 외 저, 르네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