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엄마, 우리 집은 몇 평이야?”라고 물어올 때 부모들은 흔들린다. 혹여 다른 집보다 뒤처지진 않는지 불안한 마음이 고개를 드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는 부모가 절제된 삶을 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제적 차이가 사람의 차이라 부추기는 세상에서 아이에게 경제적인 부가 곧 행복이 아님을 알게 하려면 좀 더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경제 교육이 필요하다.

시험 성적보다 중요한 우리 아이 경제 교육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세상의 자극에 더 민감하고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아이들이 돈에 대한 질문을 할 때 “너는 아직 몰라도 돼”라고 말하거나, 돈에 관심을 가지는 아이에게 “아이답지 않다”라고 면박을 준다면 한창 자라나는 아이의 날개를 꺾는 것이다. 구김 없이 키우고 싶은 생각에 아이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우는 것이 부모의 의무라는 발상도 위험하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은 중요한 수단이다. 돈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운용하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의 경제 교육은 꼭 필요하다. 돈이 단순한 교환의 가치를 넘어 삶의 전반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부모와 함께하는 경제 교육 입문
부모의 경제 교육은 생활과 연관된 돈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된다. 냉장고 문을 자주 여는 아이에게 같은 돈이라도 전기 요금으로 지출할 수도 있고, 그 돈을 아껴 여행 경비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일깨워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저축과 절약에 대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돈의 가치에 대해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장을 보러 가서도 약속된 액수의 돈을 주고 그 범위 안에서 과자를 사보게 하는 것도 좋다. 그렇게 하면 아이는 욕구를 조절하며 예산 안에서 원하는 것을 고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스스로 물건을 고르고 돈을 지불하는 과정을 통해 지혜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을 아이가 이해하기 쉬운 가치로 환산해서 알려주는 것도 좋다. “이 운동화 값은 아이스크림 20개를 살 수 있는 것과 같아”, “이건 아빠가 하루 종일 일해야만 살 수 있는 가격이야”라는 식으로 돈과 노동에 대한 인식을 길러줄 수도 있다.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에 대한 이야기도 좋다. 넓고 멋진 아파트 광고를 보며 “저렇게 집이 넓으면 정말 행복할까? 광고처럼 구석구석 반짝이게 청소하려면 정말 힘들겠다”라는 식으로 가볍고 유쾌하게 광고의 이면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비판을 하거나 지나치게 교육적으로 다가가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우고 성장한다. 경제 교육 역시 그렇다. 그런데 부모가 돈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인 상황이라면 돈에 대해 부정적인 말들을 쏟아낼 위험이 크다. 부모가 돈과 경제력에 대해 비하하고 부정적으로 말하며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이 역시 그렇게 생각하기 쉽다. 돈에 대해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은 돈을 좇지도, 숭배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돈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이다. 그것은 행복을 이뤄나가는 근원적인 힘을 준다. 지식이 아닌 가치와 철학을 가르친다는 점에서 경제 교육은 인생 교육과 맞닿아 있다.
인터넷으로 배우는 경제 교육 심화
가정에서 기초 교육을 튼튼히 쌓았다면 좀 더 다양하고 실질적인 경제 교육에 들어가자. 다음에 소개되는 경제 관련 사이트에서는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서 세밀하고 섬세한 교육이 가능하다.
●한국은행 경제 교육(www.bokeducation.or.kr) 대표적인 온라인 경제 교육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이곳에서는 어린이를 비롯해 청소년, 대학생, 일반인 등 누구나 수준에 맞는 경제 공부를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어린이 경제마을’에서 경제와 생산, 소비, 화폐, 저축, 자산 관리 등의 개념을 플래시 영상과 애니메이션, 만화 등을 통해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 홈페이지 회원을 대상으로 낱말 맞히기 이벤트 등도 준비돼 참여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학부모온라인교육센터(edu.parents.go.kr)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곳으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며, 자녀 경제 교육의 시작과 올바른 경제 시민으로 키우기 등에 대한 노하우가 담겨 있다. 초기 경제 개념 익히기(미취학), 자기 돈에 대해 책임지기(초등 1~2학년), 가계관리협조자로서 내 경제생활 돌아보기(초등3~6학년) 등으로 나뉘어 필요한 부분을 선택할 수 있어 편리하다.
●금융감독원(edu.fss.or.kr)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교육 콘텐츠가 준비돼 있다. 특히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경제 교실이 인기인데, 이 사이트 내 검색어 1위는 늘 ‘용돈기입장’이다. 온라인 용돈기입장을 다운받을 수 있어 가장 실용적인 교재로 평가받고 있다. 이 밖에 금융교과서도 다운받아 볼 수 있다.
●경제 교육 종합포털(www.econedu.or.kr) 경제 교육 관련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정보 공유 공간이다. 이곳의 경제 배움터에서는 경제 NIE(신문활용교육) 활동이 초등, 중등, 고등으로 나뉘어 눈높이 교육이 가능하다. 최신 경제 용어를 습득할 수 있고 직접적인 사례로 흥미 있는 교육을 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 어린이 · 청소년 경제 교실(kids.mosf.go.kr) 경제 교육의 소주제로 나눠진 플래시 콘텐츠가 제공된다. 특히 이곳에서 연계되는 ‘아하경제’ 서비스는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짜인 경제 이슈로 가득하다. 실제 사례가 필요하다면 들러보자.
Mini Interview
“경제 교육이 주체적인 삶을 만든다.”
제윤경(㈜에듀머니 대표)

시험 성적보다 중요한 우리 아이 경제 교육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 생활의 모든 이야기가 경제 교육의 소재가 된다. 넓은 평수의 친구네 집을 부러워하는 아이와 한 발짝 떨어져 생각해보고 대화하는 것이다. 꼭 넓은 아파트에 살아야 하는지, 좋은 아파트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큰 빚을 안고 대출이자로 매월 100만~200만원씩 지출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구체적인 사례에 관심이 높다.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할 수 없다는 것. 그 이면에 많은 내용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교육이다. 그렇게 되면 사고의 지평 자체가 넓어진다. 또 사회문제나 어른들의 세계에 끼워주고 토론하는 것 자체가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 좋은 계기가 된다.
효과적인 교육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나? 가장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경제 교육은 용돈을 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용돈을 통해 예산을 세우고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용돈 교육에서 절대 빠지면 안 되는 것이 바로 용돈기입장이다. 경제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일수록 용돈기입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아이의 용돈기입장을 보는 것은 자녀 교육에도 큰 도움이 된다. 아이의 지출을 알면 요즘 어떻게 생활하는지,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용돈기입장을 보면서 아이의 일상을 공유하면 대화의 폭도 넓어지게 된다.
아이의 용돈은 얼마나 줘야 할까?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녀에게 용돈을 주지만 용돈의 액수와 주기, 목적에 대한 원칙이 없는 경우가 많다. 풍족하게 주는 것은 적게 주는 것보다 위험하다. 빠듯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적정한 용돈 액수를 부모와 아이가 함께 정해야 한다. 필요 지출과 욕구 지출을 예측해보고 기록하면서 원칙을 정하고 그 과정에서 용돈 액수를 결정하면 된다. 아이 용돈으로 할 것, 부모가 해줄 것 등을 점검하고 실제 용돈의 규모를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실질적이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보라(프리랜서) ■사진 / 박재찬 ■참고 서적 /「돈에 밝은 아이」(제윤경 저, 한겨레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