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좋아 학교 다니기 즐겁다는 자녀가 있다면? 당신의 자녀는 행복한 1%에 속한다. 사단법인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에서 수학 교과 관련 학부모들의 의식 조사를 했는데, 무려 99%가 “아이들이 수학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라고 답한 것. 그렇다. 학생들의 학교 생활을 가장 지치고 힘들게 했던 과목은 단연 수학인 것이다. ‘고통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첫 번째, 배워야 할 것이 많아서, 두 번째, 수학 내용이 어려워서, 세 번째, 선행학습으로 인해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인 학습 능력이 떨어져서 순으로 응답했다. 이것이 어느 동네나 수학 학원이 즐비한 대한민국 수학 교육의 현실이라 생각하면 참담할 뿐이다.
이런 현실에도 수학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미국 상위 고액 연봉자 중 25%가 수학과 출신이라는 통계자료가 있다. 또 제3차 산업혁명을 내다보고 있는 미래학자들도 향후 30년 동안 수학과 관련된 직종이 인기를 끌 것이라 예측한다. 빅 데이터 분야에서 심리검사까지 많은 분야에서 수학적 분석이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3D프린터의 작동 원리에도 미분이 적용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과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그 바탕이 되는 학문인 수학의 중요성도 나날이 커질 것이다. 수학이란 단어만 들어도 뒷걸음치는 자녀가 있다면, 친근한 숫자 놀이로 시작해보면 어떨까? ‘수포자’였던 엄마도 아이와 함께 수학 개념을 익히다 보면 백기를 흔들었던 과거를 후회하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수학과 놀자, 다비수란?
수학 콘텐츠 개발 회사인 EBBstudy의 최갑숙 대표는 강남에서 15년간 7곳의 학원을 운영한 수학 강사다. 학원에서 아이들을 지도했던 노하우로 ‘다양한 비법 수학(이하 다비수)’을 개발했다. 그 원리는 최 대표에게서 나온 것은 아니다. 그녀가 강남 등지에서 강의를 하다 보니 상위 1%의 수학 영재 아이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는데, 그 아이들의 독특한 연산 방법을 보며 착안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다비수다. 계산법 자체를 공식화해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1%의 아이들처럼 암기로 연산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기초 수에 대한 개념을 튼튼하게 하는 수학 놀이다. 최 대표의 경험에 의하면 다비수는 양의 개념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6세부터 가능하며 초등학교 저학년에 시작해야 그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고 한다.
“다비수 시작의 관건은 ‘0부터 9까지 10개의 숫자를 이용해 어떻게 하면 창의적이고 다양하게 놀 수 있는가’입니다. 저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학습 교구 특허 3개를 갖고 있어요. 그럼 이제 어머니들이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할 수 있도록 가장 기초적인 5가지 다비수 학습법을 먼저 알려드릴게요.”
“아이들이 10개의 숫자를 더하고 쪼개다 보면 자동으로 수의 분해, 결합, 배열까지도 눈으로 익힐 수 있게 됩니다. 반복적으로 놀면서 나중에 자릿수의 개념만 알면 백, 천, 만 자리 숫자 연산도 쉽게 할 수 있게 돼요. 어머니들은 아이들 기죽이면서 공부 가르치지 마세요. 늘 놀이 속 학습 방법을 고민해주세요.”
숫자 놀이 하는 법을 생각하자면 무궁무진하다. 최 대표가 제안하는 한 가지는 ‘5 만들기’ 주사위 놀이다. 우유갑에 종이를 붙여 주사위를 만든다. 6면에 0에서 5까지 차례대로 숫자를 표시한다. 엄마가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숫자를 보고 아이가 합이 5가 되는 짝꿍 숫자를 맞히는 놀이다. 예를 들어 주사위에서 1이 나오면 ‘4’라는 짝꿍 수를 말해야 한다. 놀이를 거듭할수록 익숙해지는 숫자 놀이에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이렇게 아이는 숫자를 몸으로 익히게 된다.
“저 주사위 놀이를 수학 공식으로 표현해볼까요? 3+X=5, 바로 방정식이에요. 방정식을 아이들의 언어로 표현한 것뿐이죠. 아이들이 무언가를 기억할 때 몸을 통해 습득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에요. 주사위는 다양한 숫자를 이용해 10 만들기로도 확장 응용이 가능하고요. 이렇게 한 달을 놀게 하세요. 단, 양의 개념이 없는 6세 미만 아이들에게는 숫자보다는 점 같은 그림을 그려서 해주는 게 효과적이에요.”
놀이를 이어나가다 보면 교구를 이용하지 않아도 엄마와 말로 주고받으며 게임을 할 수 있다. 엄마가 4를 외치면 아이가 6을 외치면서 10 만들기를 한다. 단계적으로 100 만들기 게임, 1,000 만들기 게임도 할 수 있게 된다.
다비수의 응용, 1%의 계산법
단순히 계산하는 행위는 좌뇌의 영역이다. 그러나 ‘어떻게 풀까?’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우뇌의 영역이 작동한다. 상위 1%의 영재 학생들은 좌뇌와 우뇌를 골고루 이용하며 수학 문제를 푼다. 사고의 힘만 키우면 일반 학생들도 가능하다. 최 대표는 실제 초등학교 3학년 수학경시대회 문제를 제시했다.
“이런 방식으로 곱셈도 가능해요. 두 자리 수끼리의 곱하기도 3초 안에 계산할 수 있어요. 다시 말하지만 제가 개발한 것이 아니에요. 초등학교 6학년짜리 학생이 제게 가르쳐준 방식입니다. 13x12=? 바로 계산할 수 있나요?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다비수는 하나의 숫자를 놓고 여러 가지 각도로 생각하게 만드는 학습법이다. 숫자를 쪼개고 더해서 사칙연산이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사고력을 키워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비교적 간단한 연산의 예를 보여드렸지만 어떤 숫자 하나를 던져주면 그걸 이용해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분수, 소수점까지 자유자재로 변형시킬 줄 아는 아이가 돼야 합니다. 억지로 공식을 외우며 하는 선행학습이 아니에요. 원리대로 차근차근 하다 보면 어느새 할 줄 아는 아이로 자연스럽게 키워야 해요. 그것이 진정한 선행이 아닐까요?”
총신대학교 유아교육학과를 졸업했다. 대기업에서 7년간 일하다 그만두고 1980년부터 강남 등지에서 보습학원을 운영했다. 이후 이스턴영어 사업본부장과 가림토학습 사업본부장을 거쳐 현재 수학 콘텐츠 전문 기업인 EBBstudy 대표를 맡고 있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안지영 ■도움말 / 최갑숙(EBBstudy 대표, www.ebbstud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