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로 알아본 울퉁불퉁 사춘기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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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의 서막을 알리는 자녀의 행동은 무엇일까? 바로 반항이다. 착하고 예쁘기만 했던 우리 아이가 내 말을 듣지 않기 시작했다. 부모들은 이 예상치 못한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이자 ‘성장학교 별’의 교장인 김현수 교수가 ‘부모공감’ 강연을 통해 자녀 고민에 대한 직선적이고 명쾌한 답을 들려줬다.

Q&A로 알아본 울퉁불퉁 사춘기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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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놓아주세요
사춘기 아이들은 공포를 느낀다. 내 몸의 변화와 걷잡을 수 없는 성적 자극을 조절하기에도 벅찬 시기다. 게다가 저출산 시대에 부모의 기대마저도 한 몸에 받고 있으니 그 압박감과 두려움은 매우 클 것이다. 김현수 교수는 아이들의 일탈 행동의 대부분은 부모의 기대를 낮추기 위한 의도적 행위일 것이라 말한다.

“아이들이 이런 말을 해요. ‘나 때문에 사는 엄마에게 나는 기쁨이 돼줄 수 있을까? 내 성적표를 보면 엄마가 우울해지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라고요.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부모의 기대에 열심히 부응하든지, 아니면 기대를 깨주든지 둘 중 하나만 남게 되는 거죠.”
사춘기 자녀와 잘 지낼 수 있는 마법 같은 비책은 없다. 부모의 마음가짐에 따라 자녀와 편하게 혹은 아주 힘들게 지낼 따름이다. 결국 우리에게 달린 문제다. 김 교수는 고민 Q&A에 들어가기 전에 부모들에게 마음에 담아야 할 두 가지 메시지를 전한다. 첫 번째 메시지는 사춘기 아이를 놓아줄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조금은 과격하고 실천하기 힘든 일이지만 그래야 그들은 조금씩이라도 부모의 말을 듣는다.

“사춘기 자녀와 행복해지는 방법이요?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 것이 일상이고 가끔 들어주면 ‘웬일이야’ 하고 기쁘게 받아들이는 것을 기본으로 마음에 깔아야 해요. 요즘 현실을 말씀드리면 중학교 2, 3학년만 되면 부모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나마 태도가 좋은 아이들은 듣는 척하는 것뿐이에요.”

두 번째 메시지는 15세 아이가 갖고 있는 습관을 고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15세 아이의 습관을 반드시 고치겠다고 전쟁을 하지만 아쉽게도 패배가 더 많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특히 부모인 내가 살아왔던 잣대로 아이를 고치겠다는 것은 이미 실패가 예정된 일이다.

“진료를 하다 보면 이런 분들이 있어요. 가장 힘든 케이스죠. ‘나는 더 어려운 것도 해냈는데 아이는 더 쉬운 상황에서도 못해낼 이유가 없다. 왜 못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하시는 분들이요.”

김 교수는 사춘기 자녀와 겪는 모든 문제에서 ‘그들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은 기본’이며, ‘그들의 습관을 고치는 일이란 매우 힘든 것’이라는 두 가지 명제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자녀와의 갈등을 풀어내는 해답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실전 고민 Q&A
“내 아이, 도대체 왜 이러나요?”


Q 제 고민은 아이의 남자친구입니다. 저희 아이는 중1 때부터 남자친구를 계속 사귑니다. 남자친구와 헤어지면 또 새로운 친구를 사귑니다. 이렇게 계속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이 아이가 마음의 결핍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걱정이 됩니다. 왜 남자친구를 사귀냐고 물었더니 외롭다고 합니다. 제 딸이 외동이라서 그럴까요? 아니면 부모와 교감이 부족한 걸까요?

요즘은 모든 아이들이 애정 결핍이에요. 그만큼 아이를 돌보는 어른들의 손길이 부족한 시대입니다. 어른이란 존재는 부모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은 착각입니다. 형이나 언니 등 아이와 속 깊은 대화를 나눠줄 상대가 필요해요. 아마 형제 같은 존재가 필요해서 이성 친구를 사귀는 경우도 있겠지요. 또 이성 친구가 없는 아이가 비정상이라고 여기는 것도 그들의 한 문화입니다. 다만, 남자친구와 지내다 보면 또래 여자친구와는 덜 어울릴 수도 있어요. 혹시 아이가 여자친구와 노는 것을 불편해하는 건 아닐까요? 특히 여자친구끼리는 더 깊고 복잡한 감수성을 나누거든요. 그것을 따라가지 못해 이성의 남자친구만을 고집해서 만날 수도 있어요. 문제 해결을 위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이참에 딸에게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부모님들처럼 데이트 교육을 해보는 것도 좋겠지요. 이성 친구 선택에 대한 지혜나 남녀 간의 차이, 자신을 소중히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이죠.

Q&A로 알아본 울퉁불퉁 사춘기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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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이가 평소 반항은 안 하지만 무슨 일이든 꾸물거립니다. 어떤 일을 시키면 한다고 대답은 하면서 실제로는 안 합니다. 미룰 수 있는 데까지 미루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하는 척합니다. 정말 화가 나요. 씻는 것도 몇 번씩 말해도 들은 척도 안 하고 이런 일이 매일 반복됩니다. 고칠 수 있을까요?

아동, 청소년들은 본질적으로 또 생물학적으로 게으르기 어렵습니다. 아마 엄마가 시키는 일이 하고 싶지 않거나 또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겠죠. 즉 습관이 돼 있지 않다는 건데, 이 경우 포기하는 게 낫습니다. 부모님들의 오해 중에는 미리미리 하는 것이 굉장히 쉬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초등학생 시기에 몸에 배어 있지 않은 일은 평생 고쳐지지 않습니다. 잔소리를 줄이세요. 싸움을 거는 존재가 아닌 도와주는 존재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세요. 정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기준을 대폭 줄여서 접근해보세요. 습관은 언젠가는 고쳐질 수도 있어요. 그러나 부모의 의해서는 아니죠. 군대에 다녀오거나 아니면 애인에 의해 고쳐질 수 있으니 그때를 기대해보세요.

Q 중1 아들이 지극히 정상적으로 사춘기를 겪고 있어요. 친구, 스마트폰, 컴퓨터 게임을 즐기고 있죠. 이런 부분에서는 참을 수 있지만 학생으로서 공부를 하지 않는 부분은 갈등의 요인이 됩니다. 그런데 이런 아이를 옆에서 지켜만 봐야 하는지, 공부하는 데 개입을 해야 하는지가 고민입니다.

요즘 ‘부모를 기쁘게 하기 위해 공부한다’라는 아이들은 없죠. 그럼 요즘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공부에 대해 동기부여를 해야 할까요? 바로 재미예요. 공부도 재미있으면 하는 게 아이들입니다. 사교육을 권장하는 건 아니지만 재미있게 가르쳐줄 선생님이 필요해요. 요즘 가장 인기 없는 선생님이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해요. 끝까지 진지한 사람…. 공부는 재미있는 과정이 분명 있어요. 이것을 체험해보도록 하는 것이 우선인 것 같아요. 그리고 두 번째 당부 말씀은 아이에게 성취감을 맛보도록 해주세요. 25등에서 23등이 됐을지라도 주목하고 칭찬해주세요.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작은 변화는 무시하죠. 작은 변화가 무시당하면 큰 변화를 기획하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아이가 꿈을 찾게 도와주세요. 공부할 목표를 갖게 하는 겁니다. 꿈이 없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아이가 뭔가 하고 싶다고 말한다면 다행으로 받아들이고 아이의 말에 호응해주세요.

Q 아이가 매일 스마트폰에 집착해서 싸우고 있어요. 스마트폰을 뺏어보기도 했는데 이러다 아이와 관계가 틀어질 것 같아 다시 주고 사용 시간을 조정하는 것으로 합의를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네요. 매번 아이 옆에서 감시할 수도 없고 어찌 해야 할까요?

스마트폰을 어떤 계기로 어떻게 사주셨는지 모르겠지만 아이와 잘 지내는 부모들은 스마트폰을 사줄 때 많은 규칙을 맺고 사줍니다. 소액결제를 막거나 데이터 사용량을 줄이고 청소년 보호용 차단 시스템을 이용하죠.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는 게 제일 좋겠지만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SNS에 끼지 못하면 왕따가 될 수도 있으니 문제입니다. 스마트폰을 사주되 그 한계를 잘 설정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입니다. 아이들의 조절력은 저마다 달라서 때론 문제가 일어날 수 있지요. 가족회의나 협상을 통해 정기적으로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점검하면서 아이에게 피드백을 줘야 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조절을 했을 때는 칭찬을 해주세요. 단, 스마트폰을 점검하는 것은 아이들의 일기장을 보자는 것과 같은 행동이니 삼가주세요.

Q 아이가 욕을 심하게 합니다. 집에서는 잘 하지 않는 편인데 친구들과 전화 통화하는 것을 듣고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대화가 욕에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납니다. 잔소리를 하긴 했지만 다른 아이들도 다 이런다며 오히려 화를 내더라고요.

부모님이 걱정하시는 마음은 알겠지만 그것이 현실입니다. 중고등학생, 심지어 대학생들도 욕을 해요. 말끝에 욕이 아니라 욕 끝에 말이 나오죠. 저는 아들만 둘인데 둘 다 욕을 합니다. ‘ㅅㅂ’, ‘ㅈㄴ’은 욕이 아닌 감탄사예요. 안타깝지만 아이들의 문화가 그렇게 형성됐습니다. 진짜 화가 났다기보다 아이들 사이에 끼기 위해 욕을 하죠. 부모한테 욕하는 아이도 많아요. 그 정도는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아이가 상황에 맞게 구분해서 대화를 한다면 크게 걱정하지 마세요.

자녀의 문제는 그들의 편에 서서 생각해보는 것이 첫 번째 해결 방법이다. 아이를 이해하면 부모가 편해지기 때문이다. 나아가 요즘 아이들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아이들을 위한다면 부모와 자녀 둘 다 편해질 것이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사춘기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한다. 그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고 인생을 살아가는 지금도 힘든 일과 싸우고 있을 것이다. 그저 힘들지 않은 척 오늘을 참고 지내는 건지도 모른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 힘든 것을 알고 위로하는 분위기가 되면 어떨까? 아이들은 혼나서 변하는 것이 아니라 격려와 위로를 통해 변한다.

부모공감이란?
가정에서 좋은 부모의 역할로 아이들 성장 발달을 돕는 교육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는 부모 교육 전문 사이트(www.bumoschool.com)로 교육기업 테크빌닷컴에서 운영한다. 온라인과 모바일, 실천변화 앱, 오프라인, 클리닉 등을 통해 부모 자아 이해, 부모 자녀 관계, 자녀의 성장 지원을 제공 중이다. 사춘기 관련한 교육 정보는 김현수 교수의 '요즘 사춘기 아이들 이해하기' 온라인 학습 과정을 통해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도움말 / 김현수(서남의대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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