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친아 중의 엄친아 ‘고교10대천왕’ 신원식

엄친아 중의 엄친아 ‘고교10대천왕’ 신원식

댓글 공유하기
민족사관고등학교 졸업 후 오는 9월 프린스턴대 입학을 앞두고 있는 신원식군. 고교생들이 모여 사회적 이슈를 놓고 토론하는 tvN ‘고교10대천왕’의 반장으로 출연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은 그는 지금껏 봐온 여러 ‘엄마 친구 아들들’ 중 가장 완전체에 가깝다. 만화책을 찢고 나온 듯한 외모에 지덕체까지 고루 탑재한 이런 아들. 갖고 싶다!

엄친아 중의 엄친아 ‘고교10대천왕’ 신원식

엄친아 중의 엄친아 ‘고교10대천왕’ 신원식

목동에서 아이비리그까지
인터뷰를 위해 전화를 걸었을 때 신원식군(19)은 상하이에 있었다. 2월 민족사관고등학교(이하 민사고) 졸업 후 대학 입학 전까지 주어진 6개월 남짓한 시간. 입시의 속박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때지만 그는 중국어를 공부하며 자신을 부지런하게 채우고 있었다. 알고 보니 상하이 푸단대로 단기 어학연수를 떠나기 직전 tvN ‘고교10대천왕’에 합류하게 됐고, 2주에 한 번 한국에 들어와 녹화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었다.

“담당 PD님의 섭외 전화를 받고 고민을 많이 했죠. 토론 프로그램인데, 요즘은 말 한마디 잘못하면 큰일 나는 시대잖아요(웃음). 고사할까 싶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 같아요. 민사고에서 본 세상은 한정적이었는데, 다양한 모습으로 사는 여러 친구들을 만나고 나니 시야도 더 넓어진 듯해요.”

화보를 처음 찍어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던 그가 머쓱하게 카메라 앞에 서 있다. 10분쯤 지났을까. 몸이 풀렸는지 능숙하게 이런저런 포즈를 취해본다. 역시 머리 좋은 청년은 다르다고 물개 박수를 쳐가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축구를 무척 좋아해 공의 역사를 담은 책을 번역해 출판했고, 교내 밴드부에서는 리드 보컬을 맡고 있으며, 2014년에는 그해 우수 인재 100명을 선정해 수여하는 ‘대한민국 인재상’까지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무렵, 누나 기자의 칭찬은 칭송으로 변해갔다. 어디서 이렇게 범상치 않은 소년이 나타난 걸까?

“목동에서 초·중학교를 졸업했어요. 초등학교 때 1년 반 정도 미국에서 지냈던 것 말고는 별다른 특이 사항이 없어요. 중학교 입학 전까지는 두각을 나타낼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요. 책 많이 읽고 운동 열심히 하고. 그냥 제 어린 시절은 그랬어요.”

길지 않았던 미국 생활이지만 영어의 기초를 닦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복병은 두 나라의 물리적 거리만큼 멀고도 다른 교육 시스템.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 준비를 하는 친구들 틈에서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공부를 해나가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했다.

“한국과 미국의 교실 분위기가 전혀 다르잖아요. 돌아왔는데, 친구들은 다들 학원에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거예요. ‘이러다 뒤처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승부욕이 강해서 지는 걸 싫어했거든요. 영어는 그런대로 곧잘 했으니까 수학이나 역사 위주로 공부했어요. 그렇게 공부에 재미가 붙었던 것 같아요.”

요즘 중학생들 사이에서 특목고(특수목적고등학교)를 가기 위한 경쟁은 대학 입시를 방불케 한다. 그중에서도 민사고에 들어가는 것은 서울대 가기보다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 일반 중학교 출신이 특목고 입시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까지, 열다섯 살의 신원식군은 누구보다 절실하고 치열하게 공부했다.

“한 문제도 놓치지 말 것. 이게 제 나름의 공부법이에요. 참고서 귀퉁이에 있는, 별로 중요해보이지 않는 문제라도 꼼꼼하게 풀고 이해하고 넘어갔어요. 시험문제는 어디서 나올지 모르는데 귀찮다고 안 보고 넘어가서 틀리면 아깝잖아요.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 농담까지 다 받아 적었어요. 그런 식으로 학교 수업을 집중해서 듣다 보면 어느 순간 교과서를 읽는 속도가 빨라져요. 수업 때 이걸 강조했으니까 시험에 나오겠구나, 하는 눈치도 생기고요(웃음).”

신원식군의 공부 스타일은 단거리 스프린터보다는 풀코스 마라톤을 뛰는 마라토너에 가깝다. 대단한 사교육 없이도 아이비리그 입학이라는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 역시 독야청청 제 길을 가겠다는 뚝심과 끈기 덕분일 테다. 졸업 전 프린스턴대와 스탠퍼드대, 케임브리지대, 버클리대 등 유수의 대학으로부터 받은 합격 통지서들. 그건 아마도 많은 이들이 요행을 바라는 사회에서 원칙대로, 정석대로 뚜벅뚜벅 걸어온 노력을 인정받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엄친아 중의 엄친아 ‘고교10대천왕’ 신원식

엄친아 중의 엄친아 ‘고교10대천왕’ 신원식

결국 가장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오래가는 것
아이비리그의 여러 대학 중에서도 프린스턴대의 엄청난 공부량은 소문이 자자하다. 가서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투정 어린 고민을 내비치지만, 민사고 국제반 시절부터 끊임없이 자신과 싸우며 크고 작은 승리를 쟁취해온 그다.

“주변 환경에 잘 휘둘리지 않는 편이에요. 타고난 성격이 좀 덤덤한 편인가 봐요. 그리고 이것 아니면 할 게 없다고 생각하면 뭐든 끝까지 버티게 돼요. 주변 친구들은 안 되면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는 것 같은데, 저는 공부 말고 다른 선택지가 별로 없었어요.”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 사실, 아이비리그의 명문 대학은 공부만 잘한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수능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 최고의 대학에 입학하는 우리의 현실과 달리, 미국에서는 SAT 만점자가 입시에서 떨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프린스턴대 에서는 그의 어떤 면모를 눈여겨본 걸까?

“아이비리그에서는 합격 안정권에 드는 성적은 기본이고 에세이, 추천서, 교내·외 활동 등 학생 생활 전반의 것들을 꼼꼼하게 확인해요. 제 경우에는 고등학교 3년 내내 사회학과 인류학 분야를 꾸준히 연구해왔어요. 스스로 현장 리서치를 해서 관련된 책을 출간하기도 했고, 예일대에서 그 분야의 서머 세션도 들었어요. 여러 방면에서 한 가지 학문을 위해 집요하게 노력하고 시간을 투자한 게 인상 깊었다고 했어요. 미국 대학은 합격 통지서에 손글씨로 선발 이유를 써주는데, 대부분 이 얘기를 하더라고요.”

지독하리만큼 연구하고 공부했던 원동력은,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는 마음가짐이었다. 만약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더라도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하지 않았을 거라는 대답에서 어른스러움이 묻어났다. 대학이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는 것. 더욱 중요한 건 인생의 방향이라는 걸 그는 또래보다 일찍 깨달은 편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이비리그를 가야 한다고, 원하는 대학에 못 가면 실패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저는 그런 건 아니었어요. 미련 없을 만큼 최선을 다했고 결과는 담담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죠. 공부를 열심히 했던 건 주어진 과정에서 제일 잘하고 싶은 마음에 욕심을 부렸던 것뿐이에요. 힘든 입시도 재미있게 잘 버틸 수 있었던 것도 그런 가벼운 마음이 한몫한 것 같아요.”

듣고 있노라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소년의 대답을 마주하니, 부모님은 어떤 분들일까 궁금해진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가르치는 아버지와 주부인 어머니는 공부도 좋지만 인성이 먼저라고 가르쳐온 점잖은 분들이다.

“아이들의 인성을 1순위로 생각하고 교육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요즘은 지나치게 과도한 경쟁 사회잖아요. 내 것 빼앗기지 않으려 갖은 수를 다 쓰죠. 하지만 공부도 세상과의 소통 속에서 쓸모 있는 게 아닐까요? 타인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뜻이에요. 아이를 키워놓고 보니 작은 일에 양보하는 게 결국엔 이기는 것이더라고요. 때로는 지고 빼앗겨서 만들어진 결핍이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되기도 하고요.”

신원식군의 어머니는 자신이 따라다니며 시키지 않아도 해야 할 일들을 혼자서 척척 해낸 아들이 기특하다고 말했다. 자식이지만 노력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울 정도라는 어머니의 말이 공간을 따뜻하게 감쌌다.

“어떤 영재 교육을 받았느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것 하나도 없어요(웃음). 아이 어릴 때는 저도 맞벌이를 하느라, 어린이집에서 종일 눈치보게 만든 게 미안했던 기억뿐이에요. 제가 신경썼던 것은 딱 한 가지! 예체능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서 수영부터 축구, 스케이트, 피아노까지 조금씩이라도 배우게 했어요.”

새로운 출발을 위한 숨 고르기
미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한국에서 한 달 정도 휴식 시간을 갖는 요즘, 그는 스무 살 또래와 별반 다르지 않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중이다. 중국어 능력 시험을 볼 예정이고 운전면허 학원에도 다니고 있다.

“면허를 꼭 따야 하는데, 하필 1종을 선택해서 좀 어려워요(웃음). 미국 가기 전까지는 벌여놓은 일들을 잘 마무리해야죠. 중국어 자격증도 따고 방송도 잘 끝내고요. 참, 미국 생활 하면서 자주 못 볼 친구들도 만나서 인사해야 해요.”

tvN ‘고교10대천왕’의 마지막 녹화가 예정돼 있는 7월 중순. 함께 출연하며 정이 꽤나 많이 든 친구들과도 작별 인사를 해야 할 때가 됐다. 그래도 반장으로서 소임을 다한 것 같아 속이 후련하다. 프로그램의 주요 인물로 연일 기사에 오르내리던 화려한 생활도 이제는 안녕이다. 방송에 출연하는 동안 대형 연예기획사에서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는데, 182cm의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를 보면 당장 아이돌로 데뷔해도 손색없기는 하다.

“그냥 기분 좋은 제안으로 생각하고 넘겼어요. 좋은 취지의 방송이라 출연했지만 앞으로 방송 계획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스무 살 때 잊지 못할 뜻깊은 경험을 한 걸로 만족할래요.”

당장은 대학교 첫해를 어떻게 보내야할 지가 최대 고민거리다. 인류학이나 사회학 쪽을 전공할 생각이지만, 입학 후 수업을 듣다 보면 마음이 바뀔 것도 같다. 프린스턴에서만 들을 수 있는 과목들을 수강하며 진짜 원하는 공부가 뭔지 찾아보려고 한다.

“진화론에도 관심이 많은데 나중에 인류학과 융합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처럼 입시를 위한 공부를 하는 게 아니니까 좀 더 여유 있게 생각하고 있어요. 더 큰 세계에서 많이 보고 듣고 느끼며 자극받고 싶어요.”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될지는 모르지만 학자로서 공부 자체를 즐기는 삶을 살고 싶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일까. 마음 한구석에 교수가 되고 싶다는 꿈도 오래전부터 품어왔다.

“한 분야를 깊게 공부하면서 희열도, 좌절도 느껴보고 싶어요. 아직 정확하게 꿈이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 학계에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미국에서 공부도, 운동도, 음악도 열심히 하면서 제 길을 잘 꾸려나갈게요!”

■글 / 서미정 기자 ■사진 / 신우(프리랜서) ■헤어&메이크업 / W퓨리피(02-549-6282)

화제의 추천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TOP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