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 테라피스트 김소영 선생님의 유형별 독서 교정법&책 처방전
독서 교정법 “한 권을 스스로 다 읽었다는 성취감을 맛보게 해주세요!”
그림책 자체는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장르이므로 꼭 초등학생이 됐다고 해서 결별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연령에 구애받는 전집 그림책보다는 어른이 돼서도 볼 수 있는 단행본 그림책이 더 좋겠지요. 책을 교구로 접해온 아이들 중에는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책과 멀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글의 양이나 내용의 변화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지요. 보통 ‘글의 양이 적고 그림이 많은 책’으로 접근하는데, 좋은 방법 중 하나이지만 자칫하면 계속 그런 책만 찾게 돼 더 난감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목표를 ‘책 읽는 재미를 붙여주는 것,’ ‘한 권을 스스로 다 읽었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잡고 오히려 내용을 잘 살펴 골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책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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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게 말하고 때리고 부수는 것이 예절인 괴물들 사이에서 로지는 고운 말을 써서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버릇없는’ 로지의 이상한 예절은 꼭 필요한 순간에 빛을 발합니다. 글과 그림이 잘 어우러진 만화 같은 책입니다. 곳곳에 유머가 넘쳐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분량은 그림책 정도인데, 판형은 초등 ‘읽기책’과 같아서 아이에게 작은 성취감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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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는 뭐든지 잘 먹어서 탈이고 오빠는 음식을 잘 가려서 탈입니다. 급기야 정이는 오빠의 한약까지 탐을 냅니다. 정이가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은 장면에서 아이들은 침을 삼켜가며 함께 식욕을 느낍니다. 문장이 짧고 어려운 단어가 없어서 ‘읽기책’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적합합니다.
북 테라피 추천 도서 집으로 가는 길 (히가시 지카라 글·그림 / 개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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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02 제대로 정독하지 않고 대충 읽고 말로 알은체만 하는 아이
독서 교정법 “분량 채우기보다는 원하는 속도로 읽게 하세요!”
책을 대충 읽는 것, 즉 정독하지 않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수준에 맞지 않거나 관심 영역이 아닌 경우 등이지요. 그리고 많은 경우 ‘억지로 읽기 때문에’ 정독할 수 없습니다. 독서는 문제집 풀기처럼 의무감으로 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책을 붙잡고 앉는 것까지야 억지로 한다 해도, 읽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순전히 자기 힘으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율성에 맡기는 게 제일 좋지만 부모님 입장에서는 언제까지나 내버려둘 수도 없지요. 이런 경우 ‘몇 권 읽기’로 목표를 세우기보다 ‘30분 읽기’ 식으로 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분량의 압박 없이 원하는 속도로 책을 읽도록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의외로 등장인물을 헷갈려 할 때가 많으니 이야기책이라면 인물 관계도를 그리거나 각각의 성격을 파악하면서 읽도록 가이드를 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고학년이라면 연필을 들고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문장에 밑줄을 긋도록 하는 것도 집중에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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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 아니라 탐견, 즉 개가 탐정인 이야기입니다. 냄새를 잘 맡는 대신 사람과 달리 행동에 제약이 따라서 머리를 잘 써야 사건을 해결할 수 있지요. 추리 동화는 대부분의 어린이가 좋아하는 장르이고, 범인을 잡기 위해서는 정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야기 세 편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돼 있어 한 편씩 읽어도 재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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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책이라면 밑줄을 그을 문장을 만나기 어렵겠지요. 이 책은 톨스토이가 사랑과 용서라는 진리를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낸 동화집입니다. 어렵지 않은 말로 깊은 생각을 담아낸 명문장이 가득합니다. 차근차근 읽으면서 좋은 문장을 찾고 공책에 옮겨 적으면서 뜻을 새기다 보면 책을 대하는 자세도 달라질 것입니다.
북 테라피 추천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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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실린 깨알 같은 글자에 지친 어린이에게 글자가 없는 그림책을 선물해주세요. 놀 친구도 없고 가족도 바빠 심심해하던 소녀가 무엇이든 그리면 실제가 되는 마법의 펜으로 문을 만들어 여행을 떠납니다. 한 번 읽고 다시 보면 놓쳤던 단서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책을 꼼꼼하게 읽을 때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책입니다.
Case 03 무조건 어려운 책만 읽으려 하며 뽐내려고 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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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물론 어지간한 동화도 시시하게 여기고 어려운 책만 읽으려고 하는 아이들이 간혹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설명이 명료한 과학 서적은 이런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분야입니다. 아는 것이 많아지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게다가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어른들이 이를 기특하게 여기면 신이 나서 더 어려운 책을 읽고 싶어 합니다. 해당 분야에 관심이 많고 지식이 충분하다면 일부러 수준을 끌어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지식 위주로만 책을 읽다 보면 스스로 생각하는 힘, 사안을 보는 올바른 관점을 키우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또 어떤 아이들은 잘난 체하고 싶은 마음에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을 보기도 합니다. 책은 두께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 때로는 홀로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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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주신 호박 3개는 크기가 다릅니다. 아이들은 각각의 호박에 씨가 몇 개나 들어 있을지 가늠해봅니다. 큰 호박에 당연히 제일 많은 씨앗이 들어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씨앗의 개수와 호박의 크기는 상관이 없습니다. 겉모습보다 내용이 중요함을 알려주는 책으로, 이야기는 짧지만 주제는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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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태어나 모르는 것투성이이지만 뻔뻔할 정도로 자신만만한 애벌레 말캉이가 숲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생물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세상과 스스로에 대해 알아간다는 내용입니다. 에피소드마다 네 칸 만화로 그려져 쉽게 읽을 수 있고 곳곳의 유머가 재미를 주면서도 존재와 관계,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묵직한 책입니다. ‘진짜 어려운 것’을 어떻게 알아가야 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북 테라피 추천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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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체하는 아이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는 것을 말했을 뿐인데 친구들한테는 잘난 체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지요. 협동, 인내, 겸손 등의 덕목도 익혀야 하는 상황일 때가 많습니다. 이 책은 협동은 쿠키를 함께 굽는 것, 겸손은 쿠키를 진짜 잘 구웠어도 자랑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주 세련된 충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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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교정법 “교과 위주 책은 되레 역효과, 교양서적을 만나게 해주세요!”
부모님들의 걱정과 달리 많은 아이들이 사회 과목을 재미있어 합니다. 3학년 무렵이면 나와 가족뿐 아니라 동네와 도시, 세계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질 때죠.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준비가 충분히 된 것입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학습에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로 얄팍한 학습만화를 안겨준다거나 교과 위주의 책만 읽게 한다면 흥미가 금방 식을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사회 교과를 공부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즉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공부라는 것을 알려주세요. 예를 들어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우리나라를 이해하기 위한 것, 지도를 배우는 것은 여러 고장의 생활을 이해하기 위한 것임을 알게 하는 것이지요. 교과서의 맥락을 참고하되 단원에 얽매이지 말고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교양서적을 읽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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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의사소통’에 대해 알려줍니다. 의사소통 수단의 발달 과정은 물론,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에서 현명하게 소통하는 방법까지 알차게 구성돼 있고 그림도 친근합니다. 사회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이 우리 삶과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 있는지 배울 수 있는 점도 높이 살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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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어린이들이 새 교과서를 받아들고 가장 낯설게 여기는 것이 바로 「사회과부도」입니다. 두꺼운데다 낯선 기호가 가득해 아무래도 부담을 갖게 되지요. 이 책은 지도의 역할과 구성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직접 그려볼 수도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습자지에 비치는 선을 따라 그리고 색칠도 하면서 지리 감각을 익히게 해주세요. 또 그림을 그리는 기술보다 자신감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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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테라피스트 김소영 선생님의 유형별 독서 교정법&책 처방전
공부할 내용이 많아지는 이 시기에 아이들은 ‘공부를 왜 해야 하나’ 하고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생각만큼 공부가 잘되지 않으면 겁을 내고 자신감을 잃거나 아예 포기하기도 합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는 물론 아프리카의 식량난 해결에도 큰 공을 세워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올랐던 ‘옥수수 박사 김순권’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공부란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 세상을 위해서 하는 것임을 말해줍니다. 사실 아이들은 김순권 박사의 실패담을 더 좋아합니다. 위안을 얻는다는 의미겠지요.
Case 05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필독서를 미리 읽어두길 원하는 아이

북 테라피스트 김소영 선생님의 유형별 독서 교정법&책 처방전
책을 아주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 전략적인 읽기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현실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돼 있고, 이른바 ‘필독서’로 알려진 책들도 그 가짓수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학습과 연결되는 것에만 치중하면 이미 공부에 지친 아이들이 독서마저도 그 연장으로 생각해 거부감을 갖겠지요. 어떤 부모님은 고학년으로 올라가 시간이 부족해지기 전에 분량이 많은 책들을 읽어둬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합니다. 그런데 그림책만 읽던 아이들이 갑자기 이야기책으로 넘어가기 어렵듯이, 예비 중학생이라고 해서 갑자기 입시 필독서를 읽을 수는 없습니다. 조금 서둘러 읽는다고 해도 중학교 1학년 교과 수준의 책이면 충분합니다. ‘예비 중학생 필독서’ 목록이 많지만 동서양 고전/현대 청소년문학/지식정보책 등으로 카테고리를 나눠 관심 있는 책의 목록을 작성하고 하나씩 지워가는 방법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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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와 달리 중학교는 과목별로 교과서를 내는 출판사가 여러 군데 있습니다. 교과서에 실린 문학 작품도 제각각이지요. 이 책은 여러 종류 교과서에 실린 시, 소설, 수필을 모은 것입니다. 학습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축약본이나 발췌문이 아니라서 읽는 것 자체가 감동을 주는 것도 장점입니다. 부모님도 함께 읽어보시면 ‘아이가 커서 이제 이런 작품을 읽을 수 있게 됐구나’ 하는 감회를 느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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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식이 싹트기 시작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권하는 역사 만화입니다. 주인공 피터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소년인데 마법 덕분에 죽지 않는 아이가 돼 세계사를 탐험하면서 역사적 격변기 10대들의 삶을 체험하지요. 정보가 쏟아지기 전에 그것을 담을 그릇을 만들어주는 책입니다.
북 테라피 추천 도서

북 테라피스트 김소영 선생님의 유형별 독서 교정법&책 처방전
독일의 작가와 음악가 거리를 청소하는 아저씨. 처음에는 자신이 닦는 거리 간판이 무엇을 뜻하는지 별생각이 없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음악에 호기심을 갖게 된 아저씨는 스스로 예술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책을 찾아 읽으면서 공부를 시작하지요. 공부의 양이 방대해 유명해진 아저씨는 대학교수가 돼달라는 요청을 받지만 거절하고 청소부로 남습니다. 이미 행복하기 때문이지요. 행복해지는 공부를 하라고, 아이를 응원하고 싶을 때 함께 읽어보세요.
Expert Interview
“읽어 ‘치우는 데’만 익숙한 아이들, 정독하지 못해요”
김소영(북 테라피스트, 김소영 독서교실 대표)

북 테라피스트 김소영 선생님의 유형별 독서 교정법&책 처방전
책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잘못된 읽기로 인한 문제라고 보는 게 정확해요. 책과 아이가 어떻게 처음 만나는가, 즉 도킹을 어떻게 하는가에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엄마들이 ‘전집을 수십 권 넣어주면 한 권은 읽겠지?’라고 생각한다면, 아이들은 ‘1권부터 10권까지만 읽으면 나가서 놀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지요. 책과 나, 이렇게 일대일로 만나야 하는데 책을 읽으면 무엇을 가질 수 있다거나, 할 수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엄마가 의도를 가지면 독서는 다른 목적의 매개일 뿐이고, 이 경우 모두 문제가 생깁니다. 책 자체가 좋고 재미있어야 스스로 읽게 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다양한 책 읽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언컨대 책밖에 방법이 없어요. 책으로 생긴 문제는 책으로만 고칠 수 있습니다.
Q 현장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대표적인 책 읽기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정독하지 못하는 경우가 제일 많아요. 그 이유는 많지만 그중에서도 권수에 집착해온 독서가 가장 문제예요. 30권 읽으면 스티커를 받고 상을 받고 선물을 받는 식이죠. 이럴 경우 아이들은 책을 ‘읽어 치우는 데’만 익숙해집니다. 정독이 될 리 만무하죠.
Q 아이를 정독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권수보단 시간으로 책을 읽게 해야 합니다. “30분 동안 읽어라, 1시간 동안 읽어라” 하는 식이죠. 읽었던 책을 또 읽든, 쉬운 그림책을 다시 읽든, 아니면 성경책을 가져다 읽든 내버려두세요. 시간만 지키면서! 그러면 아이들은 이전에는 몰랐던 단어나 복선 등을 알게 되고, 책에 비밀이 많다는 점을 느끼며 재미를 찾고 정독하게 됩니다. 또 학년과 상관없이 짧은 이야기책을 읽게 한 뒤 그 책보다 더 길게, 최대한 길게 그 책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주인공이 무슨 옷을 입었는지, 훔친 물건은 무엇인지 등등 디테일을 최대한 기억해내게 하세요. 그러면 말하는 과정을 통해 읽었던 것을 되새기게 되고 다음부터는 책을 더 세밀하게 읽으려고 합니다.
Q 엄마들에겐 문제인데 선생님에겐 문제가 아닌 게 있을까요?
편독입니다. 물론 독서 관련 전문가마다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저는 엄마들이 걱정할 만큼 편독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이가 어떤 책을 싫어하는가보다 어떤 책을 좋아하는가에 집중해보세요. ‘우리 애는 과학책을 싫어해서 큰일이다’가 아니라 ‘우리 애는 동화책을 좋아해!’가 맞는 것이에요. 좋아하는 분야를 원하는 만큼 깊숙하게 파고들 수 있도록 내버려두시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편독은 편식보다 덜 위험해요(웃음). 다만 다른 분야에도 호기심을 열어놓을 수 있을 정도로만 균형을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만약 편독을 문제시하면 엄마는 엄청난 고민에 휩싸일 수밖에 없어요. 이것도 읽히고 저것도 읽혀야 하는데 아이가 안 읽으니까 말이죠. 엄마도 질리고 애도 질리게 됩니다.
Q 독서 읽기 교정을 받은 학생의 구체적인 사례를 듣고 싶어요.
사립초등학교를 다니던 6학년 여학생이었어요. 학교에서 제공하는 독서 목록은 학교의 명성만큼이나 훌륭했죠. 엄마 입장에서는 학교 독서 목록도 잘 읽었으면 좋겠는데 아이가 책을 안 좋아하니까 나름 논술 선생님도 붙여주고, 글쓰기 수업도 받게 하며 노력을 하다 독서교실을 찾아오셨어요. 직접 아이를 만나보니 6학년이라지만 읽기 수준은 4학년 수준에 불과했어요. 6학년과 4학년은 그 차이가 작다면 작고, 크다면 커요. 4학년은 내용을 이해하는 수준이고, 6학년은 예전에 읽었던 책과 연결할 수 있는 통합 능력이 생깁니다. 그런데 이 학생은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수준이었어요. 엄마는 학교 지정 필독서를 읽어야 한다고 하고, 또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으니 「삼국지」도 읽히고 싶다고 했죠. 아이는 다시 책이 좋아져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Q 어떤 방법으로 아이가 책을 좋아할 수 있게 됐나요?
첫 수업 시간에 아이에게 가장 좋아하는 책과 싫어하는 책을 가져오라 했더니 좋아하는 책으로 「클로디아의 비밀」을, 싫어하는 책으로는 엄마가 선물했다는 「손도끼」를 가져왔어요. 「손도끼」는 미국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모험을 다룬 성장소설이었어요. 고등학생 정도가 읽기 무난한 수준인데, 엄마는 이 책이 좋다니 사서 읽으라고 준 것이죠. 아이는 이 책을 읽어보려 했지만 10장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몰라 읽을 수가 없었다고 고백했어요.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클로디아의 비밀」은 주인공 여자아이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가출을 하면서 미술관의 비밀을 풀어가는 얘기로 무척 재미있어서 몇 번이고 읽었다고 해요. 아이에게 왜 이 책이 재미있냐고 물었더니 비밀을 풀어가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이 학생은 낮은 단계의 추리소설부터 점점 난도를 높여 추리소설을 다시 읽기 시작했어요. 효과가 아주 좋아서 지금은 학교 필독서 읽기는 물론 글쓰기 수준도 뛰어나요. 읽기 갈증이 해소되니까 마음을 열고 다른 분야의 책도 읽는 것이죠.
Q 이 사례에서는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손도끼」는 미국 개척시대에 고난을 극복해내는 이야기예요. 엄마는 아이가 이 책을 읽고 고난을 극복해내는 아이가 되길 바라셨어요. 즉, 엄마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을 골라주신 거죠. 그럼 그 아이가 책을 좋아할 수 있을까요? 그건 엄마의 ‘잔소리를 읽는 것’에 지나지 않아요. 책이 좋아지려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나온 책이어야 해요. 이건 어른도 마찬가지예요. 그 아이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가출하고 싶은 아이이지, 고난을 겪고 이기고 싶은 아이가 아니었죠. 재밌는 건 「클로디아의 비밀」이 겉보기엔 「손도끼」보다 좀 더 두껍다는 점이에요.
Q 아이들 독서와 관련해 엄마들에게 이것만은 삼가자고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현장에서 발견한 가장 큰 문제는 독서기록장에 집착하는 것이에요. 물론 학교 선생님들의 요구도 있겠죠. 하지만 독서교실에서 만난 아이들을 대상으로 일대일 인터뷰를 하면 20명이면 20명 모두 이를 싫어해요. 그중에는 책을 싫어하는 아이도 있지만 책을 많이 읽고 아주 좋아하는 아이도 있어요. 비유를 하자면 독서기록장에 집착하는 건 자연 관찰 일기 쓰느라 관찰 식물의 화분에 물주는 걸 잊는 것과도 같아요. 책도 똑같아요. 그리고 책 읽고 난 뒤 아이들에게 단순히 ‘검사’ 차원에서 책 내용을 묻지 마시라고 부탁하고 싶어요. 책의 내용을 묻는 것은 고도의 준비가 필요한 대화입니다. 이 정도를 물으시려면 엄마가 최소한 그 책은 읽었어야 해요. 엄마가 읽었나, 안 읽었나 지나치게 확인하려 든다면 아이들 입장에선 책 읽기를 좋아하기 어렵습니다.
Q 어떤 책이 좋은 책일까요? 책 고르는 요령을 알려주세요.
책을 고르는 방법, 특히 내 아이에게 필요한 책을 고르는 방법은 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불특정 다수의 엄마들에게 좋은 책 고르는 법을 알려드린다면 책의 겉모습을 보시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제품으로서의 완성도 말입니다. 책의 표지가 예쁜지, 제목이 표지에 아름답게 들어갔는지, 뒤표지 소개 글이 어린이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고심해서 썼는지 등등 어른이 보기에 좋은 제품으로 잘 만들어진 책인지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 책이 추천 도서나 필독서 목록에 있는지 없는지는 크게 연연하지 않았으면 해요.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서는 작가, 화가, 최소 2명 이상의 편집자, 디자이너, 제작 담당, 영업 담당 등등 많은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사랑받고 자란 아이가 다르듯, 책도 마찬가지죠.
Profile 김소영 선생님은…
이화여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시공주니어, 창비에서 그림책과 동화책 전문 편집자로 일해 왔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연감 동화분과 기획편집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책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다양한 독서의 문제점을 교정해주는 김소영 독서교실을 통해 북 테라피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또 어린이 책 전문 편집기획자로 다양한 기획을 하며 여러 잡지에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은진(객원기자) ■사진 / 강은진(객원기자), 경향신문 포토뱅크 ■도움말&자료 제공 / 김소영 독서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