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어른이’를 위로하는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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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은 더 이상 아이들을 위한 전용 장르가 아니다. 어린이보다 ‘어른이(어른+아이)’가 더 열광하는 애니메이션의 치명적인 매력 탐구.

지친 ‘어른이’를 위로하는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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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해도 괜찮아! ‘인사이드 아웃’
기발한 캐릭터 아이들은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깔깔대며 웃었지만, 어른들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SNS에는 “나도 모르게 눈물방울이 툭 떨어졌다”, “최고의 힐링 무비다”, “유년 시절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등 어른들의 각양각색 감동 후기가 쏟아졌다. 사춘기 소녀 라일리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의 감정이 라일리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겪는 모험을 그린 ‘인사이드 아웃’은 극장가에서 ‘어른이’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던 심리학을 애니메이션답게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덕택이다. 제작진은 성장기 청소년의 행동을 연구하고 감정 연구로 유명한 심리학자와 뇌과학자의 자문을 받아 어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치밀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유년의 기억 옛 추억을 떠올릴 여유가 없었던 어른이들에게 ‘인사이드 아웃’은 ‘너의 유년 시절은 어땠니?’라고 가만히 속삭인다. 바쁘게 살면서 기억 저편에 묻어뒀던 어린 시절의 순수했던 나를 떠올리게 한다. 열두 살 라일리가 겪는 감정의 소용돌이도 누구나 한 번쯤은 성장하면서 경험해봤음직한 일이라 더 공감이 간다. 기쁨과 슬픔이 전부였던 아기 라일리의 모습, 엉뚱하고 천진난만한 어린 라일리의 모습, 상상 속의 친구 빙봉이 나오는 대목에서는 미소가 번진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싶어 마음 한편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에 휩싸이는 것이다.

슬픔의 재발견 어른이들이 이 영화를 힐링 무비라고 칭송하는 결정적 이유는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바로 ‘모든 감정은 다 소중하다’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슬픔을 전면에 내세워 슬픔의 재발견을 이뤄낸 것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든다. 기쁨 같은 긍정적인 감정은 사회적으로 좋은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라는 감정은 부정적으로 여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 감정을 드러냈다가는 ‘별로’인 사람으로 찍히기 십상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어른이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속으로 감추기 일쑤인데, ‘인사이드 아웃’은 역설적이게도 슬픔의 힘을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 빙봉이 망각의 골짜기에 떨어진 뒤 주저앉아 울 때 기쁨은 답답해하며 다그치지만, 슬픔은 빙봉을 토닥이며 공감해준다. 실컷 운 빙봉이 다시 일어선 건 슬픔의 공감 덕분이다. 결국 기쁨도 슬픔의 힘을 절실하게 느낀다.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슬픔 감정을 인정해야 한다는 걸 기쁨이도, 영화를 본 어른이들도 깨닫는 것이다.

지친 ‘어른이’를 위로하는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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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지갑을 열게 하는 ‘심쿵’ 비주얼 ‘미니언즈’
못났지만 귀여워! 미남, 미녀도 아니다. 노랗고 짤막하고 괴상한 언어까지 쓰는 못난 매력이 풀풀 풍긴다. 그럼에도 푹 빠져버린 어른이가 수두룩하다. ‘미니언즈’는 ‘인사이드 아웃’과 쌍벽을 이루며 올여름 내내 어른이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굳이 비교하자면 전자는 어른이들의 마음을 위로했고, ‘미니언즈’는 어른이들의 동심 회귀 취향을 자극하는 시각적 재미를 선사했다. ‘미니언즈’ 애니메이션은 캐릭터로 모든 것을 말한다. 요상한 비주얼의 미니언 삼총사가 시종일관 통통거리며 몸개그를 선보이고,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정체불명의 외계어로 꽥꽥거리는데, 이 모습이 희한하게 귀엽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감독이 어른이들의 취향을 제대로 간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친 ‘어른이’를 위로하는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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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 욕구 자극 ‘미니언즈’ 캐릭터 피규어는 어른이들의 소유욕을 제대로 자극해 지갑 사정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누구라도 엔딩 크레디트까지 모두 보고 나면 이 괴물 같지만 사랑스러운 ‘미니언즈’ 피규어를 꼭 손에 넣고 말겠다는 의지가 활활 불타오른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피규어를 검색했다는 어른이들이 부지기수. 극장 밖에서도 열광적인 인기가 이어졌다. 맥도날드에서 출시한 미니언즈 해피밀 세트는 매장별 선착순 100세트 한정으로, 한 사람당 1개의 세트 구매만 가능했는데 오픈과 동시에 전 매장에서 품절 사태를 빚었다. 해피밀 세트가 판매된 다음날에는 어렵게 ‘득템’한 미니언즈 피규어를 자랑하는 글들로 SNS가 도배됐다.

악당을 좋아하는 신선한 주인공 미니언들은 “비켜, 이 구역의 악당은 나야!”라고 천연덕스럽게 외친다. 대다수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은 선량하고 정의로운데 얘들은 정반대다. 우주 최고의 악당을 주인으로 섬기고 싶은 것이 미니언즈의 최대 목표일 정도. 그간 착한 애니메이션에 지루했던 어른이들은 이런 반전 설정에 환호를 보냈다. 흔한 ‘권선징악’이 아니라 분명 나쁘긴 한데, 가볍고 코믹하고 허술한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라서 말이다.

제작진 전격 공개! 캐릭터 비하인드 스토리

지친 ‘어른이’를 위로하는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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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폭죽이 터지는 것처럼 밝고 빛나게!
기쁨을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본부의 대장으로 택한 이유는 라일리란 인물이 본질적으로 행복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기쁨은 축하 자리에서 샴페인을 터트리는 느낌이다.

폭죽 이미지에 얼굴, 팔, 다리를 더한 느낌의 캐릭터”라고 전했다. 에너지가 넘치고 사랑스러운 성격을 살리기 위해 영화 내내 빛을 발하는 입자를 표현해내는 데 공을 들였다. 노랗고 파란 기쁨의 예쁜 눈은 지금까지의 픽사 캐릭터들보다 두 배 이상의 노력이 들어간 결과물이라고.

지친 ‘어른이’를 위로하는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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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뚝뚝 떨어지는 눈물 모양
파란 빛깔과 눈물이 거꾸로 된 모습이 잘 어울리는 슬픔은 자신이 잘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캐릭터. 라일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자신이 없고, 오히려 망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하는 게 슬픔이다.

우유부단하고 무슨 일이든 망설이지만 오직 라일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사랑스러운 특성을 갖고 있다.

특유의 순진함이 묻어나는 얼굴을 표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움직임을 느리게 해 차분함과 무기력한 느낌을 줬다.

지친 ‘어른이’를 위로하는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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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럭’-머리끝까지 화가 난 모습
불같은 성격의 버럭은 일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으면 폭발하는 성향을 가진 화끈한 캐릭터.

짤막한 팔과 다리, 목이 없어서 고개를 돌릴 수 없는 ‘웃픈’ 몸매를 가져 화를 내도 어딘가 귀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제작진은 “버럭은 빨간색이 잘 어울린다. 화가 날 때 머리에서 불꽃이 나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지친 ‘어른이’를 위로하는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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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얼굴 찡그리는 브로콜리
매우 독선적이며 라일리가 신체적, 사회적으로 독이 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캐릭터가 까칠이다.

라일리가 만나는 사람들부터 작년에 유행했던 패션 트렌드까지 모든 장소와 물건들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예리함을 지녔다.

제작진이 ‘까칠’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브로콜리! 브로콜리를 먹이면 질색하면서 뱉어내는 아이들의 모습이 연상되지 않는가?

지친 ‘어른이’를 위로하는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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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덜덜 떠는 불안한 모습
라일리를 안전하게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 소심의 주요 임무. 제작진은 “모든 사람들은 어느 시점에서 소심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소심이가 가장 유대감이 먼저 생긴 캐릭터였다”라고 말했다.

기진맥진하고 심리적으로 불안해 보이도록 하는 동시에 가늘고 긴 외모로 코믹 요소를 더했다.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소심의 꼬불꼬불한 머리카락은 수시로 모습이 바뀐다. 강아지의 꼬리처럼 슬플 땐 아래로 처지고 아플 땐 번개 표시처럼 바뀌는 깨알 같은 디테일이 숨어 있다.

‘어른이’에게 추천하는 핫 스폿

지친 ‘어른이’를 위로하는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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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놀이터 이마트 일렉트로마트
이마트 킨텍스점 내에 있는 일렉트로마트는 어른이들의 로망 중 하나인 피규어를 구경할 수 있는 유일한 대형 마트다. 장소 특성상 아내와 함께 장 보러 온 남편들이 주요 방문객. 피규어는 물론 드론, 액션캠, 스마트빔까지 직접 체험해 볼 수 있게 꾸며 남자 어른이들의 호기심을 200% 충족시킨다는 평.
주소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로 171 이마트타운 지하 1층 문의 031-936-1138

지친 ‘어른이’를 위로하는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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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4만 점이 한자리에 토이키노 뮤지엄
2005년 국내 최초 장난감 전문 박물관으로 출발한 곳. 장난감을 뜻하는 토이(Toy)와 영화를 뜻하는 키노(Kino)의 합성어인 토이키노에는 손원경 대표가 어린 시절부터 전 세계를 오가며 직접 모은 희귀한 장난감이 4만여 점이 전시돼 있어 뮤지엄이라는 이름에 걸맞다.
주소 서울 중구 정동길 3 경향아트힐 2층
문의 02-722-2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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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어른이’를 위로하는 애니메이션

슈퍼히어로 총집합! 피규어 뮤지엄 W  
어른이들의 취향을 간파한 대규모 장난감 테마파크다. 일본 최초 TV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한 아톰부터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리얼 로봇의 시초인, 건담, 현재까지도 연재가 끝나지 않은 FSS(The Five Star Stories)의 모터헤드 피규어까지 다양한 피규어가 있다. 전 세계 한정판 피규어도 상설 전시중.
주소 서울 강남구 선릉로158길 3 문의 02-512-8865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정성민(프리랜서)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사진 제공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마트, 피규어 뮤지엄W, UPI(제콘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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