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공부는 “책읽기로 시작해 수학으로 완성된다”라고 한다. 이처럼 공부의 방점을 찍는 중요성 때문에 지나친 선행 학습과 문제 풀이가 계속된다. 이것은 많은 아이들을 수포자(수학 포기자)로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흔히 중·고등학교 때 많은 수포자가 양산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수학을 포기한다. 전문가들은 천편일률적인 수업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국수학교사모임의 대표인 숭문고 이동흔 수학 교사는 “아이들마다 문제 접근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성향에 따른 수학 공부법을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조언했다. 계획대로 학습지를 푸는 것이 적합한 아이가 있는가 하면, 땅따먹기와 퍼즐 맞추기 같은 놀이로 접근하는 게 훨씬 효율적인 아이가 있다. 아이의 성향을 파악하면 수학 약점도 쉽게 보완할 수 있다. 이때는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모가 수학에 대한 바른 식견과 판단력을 가지고 길잡이가 돼주면 아이들은 수학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수학이 무섭고 두려워요!”
‘나는 수학을 못해’, ‘수학은 어렵고 재미없어’라고 생각하는 타입이다.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 수학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손사래까지 친다. 심리적인 거부감 때문에 선생님의 설명을 들어도 이해를 못하고 문제를 풀어도 번번이 틀린다. 좋지 않은 결과 때문에 수학이 싫고 수학책도 보기 싫다. 심지어 수학이 무섭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학습 진단
시간 제한을 두지 마세요 수학은 아이들이 배워야 할 여러 과목 중에서 불안뿐 아니라 공포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과목 중 하나다. ‘수학불안’이라는 심리 용어가 등장할 정도다. 수학불안은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것부터 공포를 느끼는 것까지 수학에 대한 다양한 감정을 일컫는다. 수학불안이 있는 경우 연산이 어려워질수록 연산 속도가 오히려 빨라지기도 한다. 답이 맞든 틀리든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큰 것이다. 수학불안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수학 시험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 자체가 공포를 더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수학을 처음 배우는 과정에서만이라도 시간 제한을 없애는 것이 좋다. 손가락, 발가락을 동원하는 원시적인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문제를 다 풀고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놀이로 연산에 대한 흥미를 자극해요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을 위한 학습 목표는 수학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줘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수학이 쓸모없는 과목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생활 곳곳에 수학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려줘 흥미를 자극하는 것이 좋다. “네가 하루에 마시는 우유의 양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봐”라고 말하거나 “학교 운동장의 둘레는 어떻게 하면 잴 수 있을까?”라는 식으로 익숙한 주변의 사례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생활 속에서 수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했다면, 물건을 사러 갔을 때 돈 계산을 통해 사칙연산을 깨닫게 한다. 100원짜리 동전 10개를 아이와 5개씩 나눠 들고 “네가 사려는 과자가 700원이네. 그럼 엄마가 100원짜리 동전 몇 개를 더 줘야 할까?”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물건을 사고 얼마의 거스름돈을 남겨오라는 식으로 점차 난이도를 높여간다.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것은 공부의 첫걸음이다. 강요하지 않고 수학이 가진 무한한 힘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공부가 된다.
가장 효과적인 교육법은 칭찬입니다 아이들에게 수학이 두려운 또 다른 이유는 체벌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하나 틀리면 한 대’라는 식의 체벌은 실수와 두려움의 원인이 된다. 부모들은 수학을 가르칠 때마다 아이와 다퉈서 사이가 틀어진다. 알 만한 것을 모르거나 여러 번 알려줬는데도 기억하지 못할 때 화를 내는 것이다. 싸우지 않으면서 아이를 가르치려면 수학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한꺼번에 문제를 해결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수학은 이해했거나 배웠다고 아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여러 번 알려줘도 금방 잊어버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 예전에 가르쳤다고 생각하지 말고 항상 처음 알려주듯 말해줘야 화가 나지 않는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기억을 하면 오히려 칭찬거리가 생긴다. 실수를 줄이는 것은 체벌보다 칭찬이다. 아이를 주눅 들게 해봐야 자신감만 잃을 뿐이다. 칭찬은 편한 마음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현명한 방법이다.
“실수로 틀린 거예요!”
“덜렁거려서 꼭 한두 문제 틀려요”, “연산에서 종종 실수를 해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다. 어쩌다 한 번 하는 정도는 실수라고 여기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실수는 실력이다. 이런 현상은 연산을 우습게 여길 때 많이 발생한다. 틀린 문제를 실수라고 치부하면 교정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개별적인 연산이 잘된다고 기초가 튼튼하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오답을 수정하지 않고 실수로 치부하고 계속 넘어가면 오답을 연습하는 꼴이 된다.
학습 진단
검산 습관을 들이세요 연산 원리나 과정이 잘못 형성된 경우를 제외하면 연산 실수는 대부분 집중력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저학년 아이들의 연산 실수가 잦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집중력이 매우 약하기 때문에 40분 동안 계속 집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소한 실수라고 해도 중·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좌시해서는 안 된다. 이럴 때는 다시 한번 점검하는 검산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좋다. 완벽하게 푼 것 같아도 자신도 모르는 실수를 저지르게 마련이고, 검산 습관은 이런 오류의 발견을 돕는 최고의 안전장치다.
문제를 소리 내서 읽는 연습이 필요해요 수학 문제는 숫자 하나, 토씨 하나 모두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실수가 잦은 아이들은 지문을 제대로 읽지 않거나 숫자를 바꾸는 것이 다반사다. 틀린 것을 고르라는데 맞는 것을 고르는 경우도 있다. 2개 이상 답을 쓰라는데 1개만 써서 틀리기도 한다. 엉뚱한 숫자로 계산을 하기도 하고 중간에 하나를 빼먹기도 한다. 그만큼 집중해서 읽지 않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문제를 끝까지 차분하게 읽는 훈련이 필요하다. 눈으로 읽기보다 소리 내서 읽는 연습이 좋다. 문제 읽기를 계속하면 소리 내서 읽지 않더라도 글자 하나 빼먹지 않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오답 노트를 이용하세요 산만한 아이라면 오답 노트에 틀린 것을 적는 과정을 통해 왜 틀렸는지 알게 되고 적는 과정에서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힐 수도 있다. 오답 노트에는 틀린 문제와 풀이 과정 등을 적는다. 또 왜 틀렸는지에 대한 원인까지 간단히 적도록 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오답 노트에 문제만 적어둔 뒤 일정 시간이 지나서 풀이 과정을 다시 쓰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오답 노트는 70점 미만에게는 해당되기 어려운 대안이다. 많이 틀릴수록 오답 노트의 양이 많아지고, 만드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70점 이상의 경우에도 틀린 문제를 다 적기보다는 중요한 것만 선별해서 기록하는 것이 좋다.
3 서술이 어려운 단답형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문제에 제시된 단어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연필 2다스의 개수는 모두 몇 개인가?’ 하는 질문에서 ‘다스’가 무슨 뜻인지 몰라 엉뚱한 답을 쓰기도 한다. ‘원기둥을 그림과 같이 잘랐을 때, 단면의 모습을 그려보시오’라는 질문을 보고 단면이 무엇인지 몰라서 틀리는 경우도 있다. 의외로 많은 아이들이 어휘력과 이해력 부족으로 문제를 틀린다. 평소 독서량이 부족하거나 대화를 많이 하지 않는 아이, 또 어휘 능력이 조금 느리게 발달하는 아이들에게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어휘력이 부족할 때는 아무리 공식과 개념, 원리에 대해 숙지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최근 문제 유형이 서술형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반드시 어휘력과 이해력을 길러줘야 한다.
학습 진단
독서로 어휘력을 늘려주세요 서술형 문제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의 대표적인 문제가 어휘력 빈곤이다. 예를 들어 ‘오빠의 책가방 무게는 1.9kg이고, 영미의 책가방 무게는 1.3kg입니다. 오빠의 책가방 무게는 영미의 책가방 무게의 약 몇 배입니까?(몫을 반올림해 소수 첫째 자리까지 나타내시오)’처럼 문장이 길어지기만 해도 문제를 포기하는 아이들이 있다. 아이의 수학 점수가 낮을 때는 어휘력을 점검해보는 것이 첫째다. 물론 어휘력을 늘려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다. 어휘력은 단시간에 쌓을 수 없기 때문에 가르치면서 불안할 수도 있지만, 상위권 진입을 위한 원동력이 되니 꾸준히 신경 써야 한다.
독서량이 풍부한 아이 중에서도 이런 문제 유형을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수학적 어휘력을 의심해봐야 한다. 수학 문제는 일상적 어휘와 수학적 어휘로 나뉘는데, 예시 문제에서 ‘오빠, 영미, 책가방, 무게’와 같은 어휘들이 일상적 어휘라면 ‘1.9kg, 1.3kg, 몇 배, 몫, 반올림, 소수 첫째 자리’와 같은 어휘들이 수학적 어휘다. 이런 수학적 어휘가 부족한 아이들은 독서보다 수학 개념 사전 등을 통해 익혀 나가는 것이 좋다.
문제를 그림으로 요약해 이해력을 높여요 전체적인 문맥을 이해하지 못해 서술형 문제를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다. 서술형 문제는 보통 다섯 줄 이상인데, 이런 아이들은 문제가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는다. 문제를 풀려면 문장을 읽으면서 그 상황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문제에서 요구하는 답이 무엇인지, 해결할 방법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다. 고학년의 경우 문장을 하나씩 끊어 읽으면서 조건을 적는 것이 좋다. 조건 중 식이 될 수 있는 것은 식으로 만들어보게 한다. 저학년의 경우 글로 쓰인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도록 한다. 한 컷의 그림으로 보면 문제의 상황이 잘 이해되고 해결의 실마리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어려워하면 부모가 먼저 시범을 보여도 좋다. 아이는 그림을 그리면서 문제를 이해하고, 부모에게 설명을 해주며 잘못된 부분을 발견할 수도 있게 된다.
“잘할 때와 못할 때의 차이가 너무 커요!”
수학은 다른 과목에 비해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의 점수 차가 크다는 것이다. 잘하는 아이는 문제가 어려워도 100점을 받지만, 못하는 아이들의 점수는 하한선이 없다. 어려울수록 하한선이 0점에 근접한다. 아이에 따라서는 점수 차가 매번 크게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중간고사에서는 96점을 받던 아이가 기말고사에서는 70점을 받아오는 것이다. 이런 아이를 보면 부모는 당황스럽다. 어느 것이 진짜 실력인지 헷갈리는 것이다.
학습 진단
오답 점검으로 약점을 보완해요 초등 수학은 수와 연산, 도형의 영역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아이에 따라 강한 영역과 약한 영역이 있게 마련인데, 시험별로 특정 영역의 문제가 치중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아이가 좋아하거나 잘하는 영역에서 문제가 많이 출제되면 시험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은 수학 시험지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오답을 확인했을 때 특정 영역에 치우쳐 있다면 그것이 바로 아이의 약점이다. 이뿐만 아니라 평소 특정 단원을 유독 싫어한다면 그 단원과 관련된 영역이 취약할 확률이 높다. 이런 경우에는 취약한 영역을 집중적으로 공부시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단원으로 인해 다른 부분까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잘하는 부분에서도 마음 놓고 실력 발휘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난이도 높은 문제를 풀어 응용과 심화에 대비해요 수학은 다른 과목에 비해 난이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시험의 난이도는 점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최상위권 아이들은 그렇지 않지만 중위권과 중상위권 아이들은 난이도에 의한 타격이 크다. 이런 아이들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지만 수학경시대회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시험 난이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은 응용문제에 약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평소에 수준 높은 문제들을 꾸준히 풀어 응용 및 심화 문제를 극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특히 여자아이들의 경우 점수의 낙폭이 큰 편이다. 남자아이들은 모르는 문제가 나와도 특유의 도전 정신으로 덤비지만, 여자아이들은 당황하고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여자아이들의 경우 시험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에 시험 전후로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지나친 관심이나 질책은 모두 불안감을 가중시키므로 부모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보라(프리랜서) ■사진 / 김동연(프리랜서) ■도움말 이동흔(숭문고 교사·전국수학교사모임 대표) ■참고 서적 ■「우리 아이 수학 약점」(송재환 저, 글담), 「초등 수학 만점 공부법」(조안호 저, 행복한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