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BS 수능 교재 분석 요약집 무료 배포한 권기하 영어 교사의 수능 실전 대비법
서울 성심여자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권기하(55) 교사는 올 7월 아주 특별한 인터넷 카페를 열었다. 본인이 만든 EBS 영어 교재 자료를 무료 배포한 것. 덕분에 ‘권기하쌤의 English Cafe(cafe.naver.com/kwonkiha)’에 고3 수험생과 재수생은 물론 부모, 현직 영어 교사, 영어 강사 등 많은 이들이 가입했다. 그리고 하나같이 ‘고맙다’라는 댓글을 남길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그중에서도 EBS 교재에 나온 전 지문을 분석해 요약, 정리해놓은 파일은 조회 수가 3,000건이 넘을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수능이 EBS 교재에서 70% 출제된다고 해서 책에 실린 지문만 달달 외워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실제로는 시중에 나와 있는 교재가 여러 권이고 분량도 어마어마해요. 학생이 끝까지 제대로 다 보기엔 현실적으로 어렵죠. 그래서 수능 교재를 요약해주되, 핵심적인 표현과 제대로 된 분석을 돕는 자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권 교사는 6년 전부터 매년 EBS 교재를 요약한 문제집을 출판했었다. 출판사는 물론 학생들 반응도 좋은 터라 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그런데 올해는 출판 대신 카페에 공개했다. 제법 목돈이 되는 인세를 포기하고서 말이다. 무료 공개하는 자료라고 해서 대충 만들었다는 편견은 오산. 교정, 교열은 물론 출판용 편집까지 마쳤다. 그대로 인쇄해서 제본하면 바로 시중에 내놓을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본인이 만든 자료를 절대 공유하지 않고 감춰두는 배타적인 교사들이 많은 것 같아요. 공교육이 살아나기 위해선 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활발하게 공유하면서 수업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봐요. 내가 먼저 오픈소스로 내놓은 뒤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죠.”
그래서 카페에 교사나 강사가 많이 들어오길 바랐다는 말을 덧붙였다. 게시물에 ‘학원이나 학교에서 교사가 이 자료를 토대로 용도와 시기에 맞게 편집해서 사용해도 된다’라고 적어놓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런 ‘기대’와 달리 혼자 공부하는 수험생들이나 지방에 있는 학생들이 그의 자료를 가장 반겼다. 이런 반응은 단순히 그의 자료가 ‘무료’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학습 자료가 무엇인지 면밀히 분석하고 연구한 권 교사의 노하우가 집약됐기 때문. 수업 시간마다 직접 만든 자료를 부교재로 사용하는데, 이번에 공개한 자료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반 학생들은 “선생님 공개하지 마세요!”라고 웃으며 말렸다는 후문.
“시중에 EBS 교재를 정리해놓은 문제집은 꽤 있어요. 하지만 출판사는 ‘팔릴 만한 책’을 만드는 거지 아이들에게 도움 될 책을 만드는 건 아니에요. 디자인을 예쁘게 해서 눈에 띄게 하는 등 다른 쪽으로 시선을 잡으려고 하죠. 정작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게 아닌데 말이죠.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로서 안타까웠어요.”
권 교사는 대한민국에 있는 교육 현장은 모두 경험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화려한 이력을 지녔다. 학원 단과 강사 및 대학 강사로 15년, 성심여고 교사로 18년, EBS 수능 강사로 5년 경력에 지금까지 출간한 책만 13권이다. 사교육과 공교육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터라 출판사의 장난에 흔들리고 사교육의 폐해에 끌려다니는 학생들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중하위권 학생을 위한 참 쉬운 요점 정리
수능 과목 중에서 영어만큼 교재가 세분화돼 나오는 과목이 또 있을까. 어휘, 문법, 독해, 문장 분석, 문제 풀이 기술 등 각종 교재를 보면 다 봐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종류가 어마어마하다. 권 교사는 이 중에서도 문법책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시중에 있는 문법책들은 지나치게 어려운 내용까지 다루거나 아니면 분량을 늘려 시리즈로 엮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 학원에서는 이 문법책을 교재로 채택해 6, 7개월 정도 문법 강의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학원 등록 기간을 늘릴 수 있으며, 어려운 문법으로 인해 학생들이 학원에 의지하게 만드는 일종의 ‘꼼수’라는 것.
“많은 사람들이 수능 영어를 대비하기 위해선 문법을 다지고, 어휘를 익히고, 문장을 분석하는 게 순서라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진짜 이렇게 준비를 마친 학생들은 정말 별로 없어요. 특히 중하위권 아이들에게 문법책 1장인 품사부터 가르치면 대부분 흥미를 잃고 영포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죠. 중하위권 학생들을 위해선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해요.”
EBS 교재에서 수능 영어 70%가 출제된다고 공포한 이상 수험생이라면 교재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상위권 학생들은 EBS 교재를 보든, 안 보든 실력에 크게 차이가 없겠지만 중위권, 그중에서도 특히 중하위권 학생들이라면 그 70%에만 집중해도 수능 등급이 달라진다. 이것조차 보지 않는다는 것은 쉽게 말하면 ‘떠먹여주는 문제’를 받아먹지 못하는 것과 같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어느 날 갑자기 수능 영어를 공부하게 돼요. 수능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도 없이 시작하죠. 솔직히 고3이 되면 초반에는 조바심에 다들 열심히 공부해요. 하지만 중하위권 학생들은 기본기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바로 수능 유형 공부부터 하니 영어가 어려울 수밖에요.”
그가 이번에 공개한 파일은 ‘수능 특강’, ‘인터넷 수능 1, 2’, ‘수능 완성’ 등 EBS 수능 영어 교재 네 권에 나온 모든 지문을 분석해 정리한 것이다. 상위권은 물론 중하위권 학생들도 이 자료를 보면서 혼자서도 충분히 공부할 수 있게 구성했다. 한 페이지를 정리하는 데 1시간이 걸릴 정도로 공을 많이 들인 것도 이 때문.
“중하위권 학생들은 기본에 충실해야 해요. 고3이 되면 시간은 없고 마음은 급하니 문제 풀이 스킬, 문제 변형 유형 풀이, 해석본 외우기 등 ‘기교’를 공부하는데요. 이럴수록 어휘력을 포함해 문장 하나하나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과 지문을 읽고 주제와 결론을 알아챌 수 있는 독해 분석력을 갖춰야 해요. 이 두 가지 기본만 충실하면 문제 풀이 스킬 같은 건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저절로 익히게 돼요.”
권 교사가 정리한 파일을 살펴보면 핵심 내용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깔끔하다. EBS 교재에 실린 지문 중 글의 주제를 담은 핵심 문장을 끊어 읽기로 표시해 한 문장, 한 문장 정확하게 해석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바로 아래에는 해석이 어렵거나 문장의 중요 부분을 흔히 함께 쓰이는 단어들의 결합인 연어 형태로 정리한 것이 특징. 이 표현만 알면 전체 문장을 쉽게 해석할 수 있는 문장 해석력을 키울 수 있다. 옆에는 중요 어휘를 발췌해 마무리 암기용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EBS 수능 교재 분석 요약집 무료 배포한 권기하 영어 교사의 수능 실전 대비법
교육부는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쉬운 수능을 표방해왔다. 수학을 포기하는 ‘수포자’와 영어를 포기하는 ‘영포자’가 줄어들 것이라 예상했지만 막상 현실에선 기대만큼 파격적으로 줄어들지 않았다. 대신 중상위권 학생들에게 만점 혹은 무조건 1등급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과장된 공포심을 갖게 했다. 결국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과 선행학습으로 몰아넣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쉬운 수능’임에도 여전히 사교육 시장이 성행하는 이유다. 고3을 앞두고 있는 고2 학생들도 불안한 마음에 사교육에 현혹되기 쉬울 터. 어떻게 ‘쉬운 수능’을 준비해야 좋을까.
“수능 영어는 듣기를 제외하고 어휘 1문제, 문법 1문제 그리고 나머진 다 독해 문제예요. 독해 문제를 살펴보면 글의 목적, 내용 파악, 글의 순서나 연결사를 묻는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어요. 목적, 요지, 요약은 달리 말하면 글의 주제를 묻는 것이고 내용 파악 역시 주제를 알아야 하죠. 즉 고3이 되기 전에 영어 지문을 읽고 주제 문장을 찾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수능 영어를 준비한다면서 제일 먼저 문법책을 펴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최근 문법 문제는 점점 쉬워지고 있기 때문.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난도가 높은 빈칸 채우기 문제 역시 주제와 연동돼서 나오게 마련이다. 따라서 글 서두에 나오는 핵심어를 파악하고, 주제를 강조하는 문장과 주제를 찾을 줄 안다면 독해 문제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셈.
“물론 문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배우고 익히면 도움이 되죠. 하지만 더 이상 수능에서 문법을 강조하는 시대도 아니고, 학생들에게 부담만 가중시키므로 문법책에 연연하지 말라는 거예요.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수능 영어를 공부할 수 있으니까요. 문법 공부는 끊어 읽기로 대체할 수 있어요. 끊어 읽기 연습을 하다 보면 문법을 몰라도 문법 단위를 익힐 수 있거든요.”
학생들이 끊어 읽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는 것, 또 트레이닝을 통해 습득을 하려면 수능 지문과 비슷한 문장이어야 할 것. 권 교사가 EBS 교재로 영어 자료를 만든 것도 바로 이 2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EBS 교재는 1년마다 바뀐다. 즉 그가 이번에 만든 자료도 2016학년도 수능 종료와 함께 힘을 잃는다는 말이 된다. 2017학년도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도 이 자료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예비 고3 학생들은 수능 기출 문제를 보는 게 우선이에요. 그다음 수능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매개체로 제 자료를 보는 거예요. ‘아 작년에는 이 정도 수준이었구나’를 알 수 있고, 문장 해석 능력과 어휘력을 그 수준에 맞추는 용도로 활용하는 거죠. 또 어휘력을 높인다고 단어집을 사서 달달 외우는 것보단 EBS 지문을 읽고 거기에 나온 어휘를 외울 것을 추천해요.”
권 교사는 중하위권 학생의 경우 1학기 때는 문장 해석 능력과 독해 분석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2학기부터 시간을 분배해 문제 푸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는 2018학년도 입시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부터는 새로운 평가 시스템이 도입된다. 학생들의 불필요한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뀐다. 90점 이상이면 1등급, 80점 이상이면 2등급, 70점 이상이면 3등급 등 10점 단위로 총 9등급으로 나뉜다. 이렇게 되면 운에 따라 등급이 좌우되는 일은 없으며 수능은 점점 더 쉬워지게 될 것이다. 사교육 시장과 언론에서는 영어는 쉬워질 테니 중학교 3학년 때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고 고등학교 때는 수리와 언어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능 영어가 더 쉬워질 수는 있어도 이와 별개로 학교 내신 시험은 어려워질 거예요. 절대평가로 바뀌는 이상 대학들은 우수한 학생들을 뽑기 위해 지금보다 더 내신을 중요하게 볼 겁니다. 학생의 영어 실력을 판단할 수 있는 강력한 기준이 될 테니까요. 따라서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부터는 학교생활에 정말 충실해야 해요.”
권 교사는 대학이 요구하는 수준의 내신 변별력을 갖기 위해선 지금보다 평가 기준이 까다롭고 형식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상위권 학생일지라도 영어를 중학교 3학년 때 끝낸다는 건 어렵다는 것이다. 수업 진도에 맞춰 출제되는 학교 시험을 잘 봐야 하며, 수업 참여도를 평가하는 수행평가까지 놓치지 말아야 하기 때문. 즉 수능 영어는 쉬워져도 내신은 한층 더 깐깐하게 관리해야 한다.
“앞으로 학생들은 선행학습보다는 내일 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미리 공부하는 예습을 해야 해요. 그래야 학교 수업에 호기심이 생기고 그에 따른 궁금증을 질문할 수도 있고요. 이런 적극적인 모습이 수업 참여도 평가에서 좋게 작용할 겁니다. 학교 시험은 지금처럼 수능 스타일로 출제될 거예요. 다만 영어 작문 문제가 출제돼 상위권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앞으로 학교 입장에선 고난도 문제를 내는 것이 고민이 될 터. 상위권 학생들은 이런 문제를 맞힐 수 있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 권 교사는 앞으로는 학교 경시 대회 참여는 물론 축제, 동아리 활동 등을 열심히 하라고 조언했다. 학교를 마치고 바로 학원으로 달려가는 학생은 더 이상 대학이 선호하는 인재가 아니기 때문. 밖에서는 공교육이 무너졌다며 비관적으로 보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조금씩 공교육이 살아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영어 절대평가는 학교 현장에 힘을 실어주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권 교사는 힘줘 말했다. 따라서 2018년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학교 수업과 생활에 집중하고 부모는 바뀐 입시 제도에 맞는 인식 변화가 필요할 때다.
예비 고3을 위한 권기하 선생님의 EBS 교재 분석 요약집 활용 팁
1등급이 목표인 상위권 학생이라면
문제 푸는 시간이 부족하진 않지만 가끔 어휘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EBS 지문의 어휘나 내용은 수능 수준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따라서 주제와 가까운 주요 문장, 어려운 표현, 어휘에 익숙해야 한다. 특히 글상자 안에 있는 내용은 주요 문장이기 때문에 문장 완성으로 출제되기에 딱 좋다. 어떤 표현이 어떻게 쓰였는지 꼼꼼히 읽어본 뒤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그 아래 제시된 덩어리 표현은 반드시 정독해야 하며 오른쪽 어휘를 한 번 암기한다는 자세로 읽는다. 하루 8페이지 분량을 2번 정도 읽으며 1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3등급이 목표인 중위권 학생이라면
문장 완성이나 문장 순서와 같은 3점짜리를 자주 틀리고 시간이 부족한 것이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 글을 정확하게 읽지 않고 시간에 쫓겨 대강 읽으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 문장 하나하나를 정확히 읽는 연습을 해야 하며, 동시에 글의 주제와 흐름을 염두에 두고 읽는다. 키워드나 강조 표현에 표시를 하는 것도 하나의 팁. 글상자 안의 주제와 덩어리 표현, 오른쪽 어휘까지 소리 내어 읽으며 어휘와 글의 구조에 익숙해지도록 연습한다. 교재는 하루에 1시간씩 3개월에 걸쳐 3번 반복하면 실전 감각을 익히게 돼 영어 실력도 향상된다.
5등급이 목표인 하위권 학생이라면
이론적으로 EBS 교재만 열심히 공부하면 원점수 70점을 받을 수 있다. 7월 말까지 EBS 교재 4권을 한 번 읽어야 한다. 하루 8페이지를 70분 동안 3번 정도 반복해서 읽는다. 주제 문장, 덩어리 표현, 어휘까지 모두 집중해서 읽도록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부족한 독해 시간을 안배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키우고 기본 어휘를 암기할 수 있다. 또 듣기 평가에서 틀리는 것을 막기 위해 기출 문제나 EBS 영어 듣기 파일을 매일 듣도록 한다. 듣기 감각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므로 꾸준히 반복해서 들으며 만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이선희(프리랜서) ■사진 / 김석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