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맘을 울컥하게 만드는 일 중에서도 멘탈 붕괴 수준의 것이 있다면 아마도 아이의 이유식 거부가 아닐까 한다. 무엇 때문에 먹기 싫어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숟가락만 들이대면 우는 아이를 보며 엄마도 따라 울고 싶어지는 전쟁 아닌 전쟁.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을 터득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흘렀다.
처음 이유식을 시작할 때는 시중에 판매되는 이유식 책을 보고 따라 만든 다음 아이를 전용 의자에 앉히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동요를 열심히 따라 불러가며 먹이는 아주 평범한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맛이 없어서일까, 낯선 목 넘김이 싫어서일까. 아이는 엄마의 마음처럼 맛있게 먹어주지 않았다. 이유식에 달콤한 고구마나 바나나를 섞어보기도 하고, 고기의 양을 늘렸다 줄였다도 해봤지만, 이유식만 보면 통곡을 하는 통에 엄마는 졸지에 아이 고문하는 마귀할멈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이렇게 우리 모녀의 이유식 밀당은 2개월간 계속됐다. 초기 이유식은 거의 건너뛴 셈. 밀당 기간이 길어진 만큼 어떻게든 먹여보자 오기가 생겨 반드시 내 손으로 성공하고 싶었다.
![[열정 맘 조나영의 내공 가득 육아 고수 되기]이유식 전쟁에서 승리하는 꿀 팁](http://img.khan.co.kr/lady/201601/20160111153953_1_dldbtlr1.jpg)
[열정 맘 조나영의 내공 가득 육아 고수 되기]이유식 전쟁에서 승리하는 꿀 팁
우선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자 싶어 여기저기서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했고, 이것들을 정리하다 보니 아이가 이유식을 거부하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바로 이유식의 맛과 먹는 분위기, 식사 도구. 이 세 가지를 매 끼니마다 조금씩 바꿔가며 다양하게 시도해봤다. 효과가 보이는 듯하다가 실패하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먹을 때 기분 좋게 해주려고 아이 의자 맞은편에 스탠딩 모빌을 설치했다. 좋아하는 모빌이어서 그런지 의자에 앉아 집중하는 아이를 보며 일단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동요보다는 낫다는 것을 확인. 그러고는 이유식을 담은 숟가락 위에 크림치즈를 얹었다. 처음에는 인상을 쓰던 아이가 놀랍게도 입맛을 다시더니 이유식을 향해 고개를 쭉 내밀고 입을 벌리는 게 아닌가. 이유식에 단맛을 낼 때 주로 사용하는 바나나, 단호박, 고구마에는 꿈쩍 않던 꼬마 어르신 입맛에 맞았나 보다. 평소 10g을 채 먹지 않던 아이가 처음으로 100g을 먹은 감격스러운 날이었다. 바닥까지 싹싹 긁은 빈 그릇을 보며 아이에게 “고맙다”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던지. 이로써 이유식 먹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메뉴가 입맛에 맞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책에서 알려주는 레시피에서 벗어나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재료 안에서 맛있게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사실 육아도, 요리도 초보인 엄마에게 소금, 설탕 같은 조미료나 향신료 없이 적은 양의 채소와 고기만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재료를 오래 끓여 채소의 단맛 같은 재료의 깊은 맛을 끌어내는 것이었다. 채소가 푹 익어 뭉개질 정도까지 끓이면 어른이 먹어도 맛이 꽤 괜찮기 때문. 역시나 아이는 이 육수를 사용한 뒤로는 다른 재료가 무엇이 들어가든 이유식을 언제나 맛있게 잘 먹고 있다. 이 작은 아이에게도 입맛과 기호가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된 2개월간의 전쟁은 결국 엄마의 승리로 끝이 났다. 가끔 주변 또래 맘들이 이유식 때문에 힘들어할 때 무용담처럼 나의 레시피를 공유했는데 대부분 성공적이었다. 우리 아이만 안 먹는 줄 알고 혼자 전전긍긍했는데 알고 보니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이유식을 거부하고 있었다. 이럴 때 이 육수를 한번 사용해보기를 권한다. 책에서 알려주는 것보다 번거로울 수 있지만 맛은 보장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만능 육수 만들기
재료
쇠고기(안심) 200g, 양배추 1/4통, 양파 1개, 배 1/2개, 무 1토막(3cm 두께), 다시마(5×5cm) 2~3장, 물 15컵(3,000ml)
※ 약 12~14회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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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맘 조나영의 내공 가득 육아 고수 되기]이유식 전쟁에서 승리하는 꿀 팁
1 쇠고기는 찬물에 30분간 담가 핏물을 뺀다. 이보다 길어지면 오히려 육즙이 빠져나가니 시간을 지킬 것. 2 다시마는 표면의 하얀 염분을 제거하고 분량의 물에 30분간 담가둔다. 3 양배추, 양파, 배, 무는 손질 후 국물이 잘 우러나도록 적당히 토막 낸다. 4 냄비에 ②의 다시마 국물을 붓고 ①의 쇠고기와 ②의 다시마, ③의 채소를 넣어 센 불에 끓인다. 물 위로 올라오는 불순물은 바로 건져내야 잡내가 나지 않는다. 5 물이 끓으면 다시마를 건져내고 중간 불로 줄여 채소가 물러질 때까지 1시간 30분 이상 끓인다. 6 완성된 육수에서 쇠고기를 건져 잘게 다져 1회 분량씩 담아 냉동시키고 필요할 때마다 해동해 사용한다. 7 무는 건져내고 나머지 채소는 건져서 믹서에 간다. 8 육수를 충분히 식힌 다음 ⑦의 간 채소와 섞으면 완성. 1회 분량씩 나눠 냉동시키면 편리하다. 쇠고기, 채소 등 각종 재료와 이 육수를 섞어 이유식을 만들면 어떤 재료를 넣어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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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맘 조나영의 내공 가득 육아 고수 되기]이유식 전쟁에서 승리하는 꿀 팁
아이가 안 먹는 이유는 다양하기 때문에 육수를 바꿔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다음의 방법들을 활용해볼 것. 이것저것 시도하다 보면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포기하고 싶어도 단 몇 숟가락만이라도 꼭 먹여보자. 책과 인터넷, 선배 맘, 어른들을 통해 얻은 이유식 먹이기 팁을 정리하면 이렇다.
맛 살리는 조리법
● 분유 한 스푼 타서 조리해보자. 아이에게 익숙한 맛이라 효과가 좋다.
● 묽거나 되직하게 변화를 주면서 아이가 좋아하는 농도를 찾는다.
● 숟가락 위에 사과나 배 간 것 등의 과일이나 유아 치즈를 얹어준다.
● 쇠고기 누린내 제거는 필수. 조리할 때 양파와 배 등을 활용한다.
● 덩어리에 대한 거부감일 수 있으니 초기 이유식처럼 갈아서 미음으로 만들어 먹여보자.
● 쇠고깃국에 밥을 말아서 주거나 진밥, 으깬 밥도 먹여본다.
● 이유식에 참기름을 한 방울 떨어뜨려보자.
먹고 싶은 분위기 만들기
● 눈앞에 아이가 좋아하는 모빌을 설치한다.
● 항상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먹인다.
● 아이가 식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식사 시간에는 장난감을 주지 않는다. 대신 익힌 고구마나 당근, 바나나 등의 덩어리를 아이 손에 쥐여주자. 스스로 만지고 놀면서 자연스럽게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다.
●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할 때 아이도 식탁 한쪽에 앉히고 다 같이 과하게 쩝쩝거리며 먹으면 아이가 어른들의 행동에 관심을 갖고 따라 하게 된다.
● 낮잠 자고 일어나 기분이 좋을 때 먹이는 것도 좋은 방법.
호기심 자극하는 식사 도구 준비
● 예민한 아이는 숟가락도 가린다. 실리콘이나 플라스틱 외에 스테인리스스틸 숟가락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으니 다양한 숟가락으로 먹여보자.
● 숟가락 자체를 싫어하는 아이도 많다. 미음이라면 젖병에 담아 젖꼭지를 십자로 갈라서 먹여보자.
● 숟가락에 익숙해지도록 평소 숟가락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게 한다.
● 턱받이도 패브릭과 실리콘 등 종류가 다양하니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자.
기타 먹이기 팁
● 달콤한 과일이나 과자 등의 간식을 먹기 시작하는 시기에 상대적으로 맛이 덜한 이유식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으니 이유식을 잘 먹을 때까지 간식은 주지 않는다.
● 1회 수유량을 늘리고 충분히 먹여서 서서히 수유 간격을 늘린다. 반면 하루 총 수유량은 줄이는 것이 이유식 먹이는 데 도움이 된다.
● 이유식을 먹인 뒤 바로 수유해서 뱃고래를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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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맘 조나영의 내공 가득 육아 고수 되기]이유식 전쟁에서 승리하는 꿀 팁
1 이유식 재료를 잘게 다져 아이스큐브에 담아 냉동 보관하면 편리하게 다양한 메뉴를 만들 수 있다.
2 명절이나 여행 등 며칠간 집을 떠날 때는 냉동해둔 육수와 채소, 쇠고기 등의 큐브를 끼니별로 챙겨 가면 편하다.
3 재료를 비롯해 완성한 이유식을 보관할 때는 마스킹 테이프에 이름과 날짜를 적어 붙여둔다.
4 육수는 남는 모유 저장 팩에 보관하면 냉동실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5 압력밥솥에 모든 재료를 넣고 만능 찜 기능을 이용하면 20분 안에 간편하고 맛있는 이유식을 만들 수 있다. 냄비에 조리할 때보다 구수한 향이 돌아 아이도 잘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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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맘 조나영의 내공 가득 육아 고수 되기]이유식 전쟁에서 승리하는 꿀 팁
홈쇼핑 의류 담당 MD로 11개월 된 예원이를 키우느라 잠시 육아휴직 중. 블로그 ‘스페셜엔제이 (blog.naver.com/jogabi_go)’를 운영하고 있다. 자칭 정보 수집에 일가견이 있고 실험 정신이 투철한 열정 맘으로 아이 출산 후 지금까지 겪어보고 터득한, 혼자 알기 아까운 깨알 육아 정보를 공유한다.
■기획 / 이은선 기자 ■글&사진 / 조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