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큰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전교생이 70여 명이다. 2 학교 체육대회 날 줄다리기. 3 큰아이의 학부모 공개수업. 아이들 모두 자신감 넘치고 적극적이다. 4 학교에서 열린 아트컬처 축제날, 3학년 친구들이 다 함께 중국어로 노래와 율동을 선보였다. 5 큰아이의 방과 후 수업 승마.
제주 이주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가 아이들을 사교육 스트레스 없이 뛰어놀게 하고 싶은 마음이었기에 처음부터 제주시에 있는 학교 대신 시골에 있는 초등학교 위주로 알아봤다. 제주교육청 홈페이지(www.jje.go.kr)를 통해 초등학교 사이트에 하나하나 들어가 자율형 초등학교(창의적인 교육과정과 특성화 교육과정을 위해 도에서 예산을 지원해주는 학교)를 따로 정리하고, 학교마다 특성화 교육과 방과 후 교육을 살펴 후보를 정한 뒤 직접 학교에 방문해 분위기를 살폈다.
제주의 시골 초등학교들은 학교마다 중점 특성화 교육이 다르긴 하지만 골프, 플룻, 바이올린, 독서논술 등 정말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가장 큰 장점은 학생 수가 적다 보니 아이들이 참여할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시와 가까운 몇몇 학교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학교가 전교생이 60~100명 내외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도 학생 수 70여 명에 ‘1인 1악기’ 교육과 승마, 탁구, 중국어, 토요 스포츠 교실, 창의력 수학 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무료 혹은 저렴한 비용으로 배울 수 있다. 다만 승마는 희망하는 학생 중 추첨을 통해 인원을 제한적으로 받고 있다.
밝고 건강한 학교 분위기
사실 제주도 시골 초등학교는 다 좋다. 자율형 초등학교가 아니어도 다양한 지원을 받아 특성화 교육을 실시하고 야외 수업이나 견학도 많다. 무엇보다 대부분 학년당 한 학급이 있고 그대로 진급을 해서 6년을 함께 지내다 보니 모두 사이가 좋고, 자연을 만끽하며 자라니 특별한 기준이 없다면 어디라도 추천하고 싶다. 실제로 아이들의 만족도도 크다. 지금 초등학교 3학년인 큰아이는 늘 입버릇처럼 “제주도로 데려와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말한다. 처음 전학을 간 것이 1학년 때였는데, 다툼이 제법 많았다. 하지만 그 시기를 넘기고 나니 아이들끼리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큰 다툼 없이 모두 친하게 지낸다. 여기서는 집단 따돌림이나 학교폭력이 먼 나라 이야기 같다. 우리 아이는 방과 후 수업이 끝나고도 6시까지 학교 운동장에서 흙바닥을 뒹굴며 구슬치기를 하고 얼음땡 놀이를 하면서 땀을 뻘뻘 흘리다 온다.
1년에 두 번 정도 있는 학부모 참관수업에 가보면 아이들 모두 발표도 잘하고 밝은 모습이다. 선생님도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고 가족적인 분위기라 더 밝고 자신감 있게 자라는 것 같다. 처음 전학 왔을 때 불과 11명이던 학급 아이들이 지금은 17명으로 늘었는데, 대다수가 육지에서 전학 온 친구들이다. 많은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제주 시골 학교생활에 꽤 큰 만족도를 나타내고 있다.
체험 위주의 유치원 프로그램
이런 분위기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시골 초등학교가 병설유치원을 갖추고 있는데, 한글이나 수 같은 학습 위주가 아니라 만들기, 그리기, 창의력 위주의 수업으로 진행되고 야외 수업이나 견학 등을 통해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게 한다. 하지만 요즘 대부분의 병설유치원이 정원이 가득 찬 상태. 어린이집은 병설유치원보다 학습적인 부분을 좀 더 강화한 편이지만, 기본적으로 각종 체험학습과 야외활동을 통해 정서 위주의 수업을 하는 것은 비슷하다. 여섯 살 난 둘째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데 무척 만족스럽다. 바다와 밭이 한눈에 보이는 한적한 곳에 위치해 일주일에 한 번씩 견학을 통해 제주 오름과 바다를 만나고 각 계절마다 농작물을 직접 수확한다.
부족한 학습량에 대한 대비
이렇게 좋은 제주도 교육에서 가장 큰 단점이라면 도시 아이들에 비해 부족한 학습량이 아닌가 싶다. 시와 거리가 먼 시골 학교는 사교육을 시키고 싶어도 차량 운행이나 거리상 문제로 어려워 대부분은 특별한 사교육 없이 학교 교육에 믿고 맡기는 편이다. 이런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는 부모 역할이 중요하다. 큰아이는 하루 20여 분 학습을 꾸준히 시키는데 그마저도 늘 불만이다. 그래도 이것이 향후 진학을 위한 최소한의 대비책이라 믿고 아이에게 늘 꾸준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이주민 중 정서적인 측면만 신경 쓴 나머지 중학교에 진학한 뒤 낭패를 보는 경우를 종종 봤다. 제주도는 대학 진학률이 높은 인문계 고교 진학이 매우 힘든 편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제주시로 이사를 나가거나 육지로 가는 경우도 있다. 공부와 행복한 유년의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라고나 할까. 향후 진학 문제가 닥쳤을 때의 대비도 필요한 것 같다.
![[징징이 송희영의 행복한 제주살이]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제주 학교와 유치원](http://img.khan.co.kr/lady/201601/20160111153539_2_wpwn2.jpg)
[징징이 송희영의 행복한 제주살이]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제주 학교와 유치원
아이들 교육을 위해 무작정 제주도로 떠난 열 살 우용, 여섯 살 유희의 엄마. 블로그 ‘징징이 제주에 살다(blog.naver.com/song141479)’를 운영 중이다. 자연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은 이들을 위해 2년간 제주살이의 흑과 백을 솔직하게 전한다.
■기획 / 이은선 기자 ■글&사진 / 송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