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 교내 대회 바로 알기
부모 세대가 초등학교를 다녔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당시에는 교내 대회보단 교외 대회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컸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에는 교외상 수상 내용을 상세하게 기재했던 터라 특목중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겐 교외 대회 참가는 필수 항목이었다. 그에 비해 교내상은 덜 중요하게 인식된 게 사실. 하지만 어릴 적 경험과 기억만 갖고 최근 교내 대회 상을 바라봐선 안 된다. 교내상의 위상이 달라져도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 2011년부터 초·중·고등학교 모두 학생부의 ‘수상 경력’란에 교내상만 입력하도록 하고 교외상 입력을 법으로 금지했다.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인을 막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교 현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었다. 또 교외상 수상은 학생부 어떠한 항목에도 기재하지 못하게 했다. 창의적 체험 활동이나 교과 학습 발달 상황의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 등에 수상 실적에 대한 내용을 조금이라도 적을 수 없도록 ‘입력 불가’를 원칙으로 내세웠다. 교육부, 시도교육청 등에서 주관·주최하는 상이라고 해도 역시나 기재 불가다. 한때 학부모들 사이에선 교육부장관상이나 교육감상 등은 수상 실적으로 기재될 수 있다는 말이 있었으나 교육부 관계자에게 확인해본 결과 사실 무근이었다. 교외 상 중 학생부 수상 경력에 기재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교내상의 경우 수상 경력을 기재할 수는 있지만 그 외에 창의적 체험 활동 상황 등 다른 항목은 입력할 수 없다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대회별 상장 수여의 제한 규정이 없고, 학교장이 최종 결정하게 돼 있는 등 교내상을 변칙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실제로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서는 특목중, 국제중 입시를 위해 교내 대회 수상 실적에 치열하게 매달리는 학생과 학부모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이에 2014년 12월 교육부는 다시 한번 각 시도교육청으로 교내 상 운영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지침서를 내려보냈다. 학교에서 주는 상이 수십 개에 달하며 이를 통해 소위 스펙을 쌓는 사례들을 막겠다는 것. 실제로 그동안 학교에서는 각종 대회를 만들어 무분별하게 상을 주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게다가 교외 대회나 인증 대회와 유사한 교내 대회를 만들어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따라서 교육부는 경시 대회 및 공인인증시험과 유사한 대회를 금지시키고 학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대회별 참가 인원 20% 이내로 수상자를 제한하는 ‘수상 인원 적정 비율제’, 학년 초 학교 교육계획에 연간 대회 및 수상 내용 등의 실시 계획을 반드시 등록해야 하는 ‘학교장상 사전등록제’가 2015년부터 시행됐다. 대회 실시 최소 10일 이전에 학생 및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이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대회 요강을 공개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이로 인해 지난해 교내 대회는 크게 변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Part 2 종류별로 알아보는 교내 대회
학교마다 1, 2개는 꼭 있을 만큼 중요한 독서&국어 관련 대회
초등학교에서 독서와 국어 과목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이는 대회에서도 마찬가지. 이 나이 때 아이들에게 반드시 익혀야 할 학습적 역량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엔 서술형 문제가 늘어나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이와 관련된 대회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먼저 독서를 주제로 한 독서 퀴즈 대회, 독서 감상문 대회, 독서 감상화 대회, 독서 토론 대회, 독서 신문 대회가 열린다. 책을 읽고 난 후 제대로 된 독후 활동을 돕기 위한 대회들로, 특정 학년으로 대상을 국한하지 않고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모두 참여하는 것이 특징. 다만 독서 토론은 내용의 난이도나 대회 운영 등으로 인해 대상이 고학년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초등 교내 대회 바로 알기
국어 관련 대회로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는 글씨를 바르게 쓰는 연습을 하기 위해 경필 대회가 치러진다. 또 우리말 그림 글자 꾸미기 대회, 우리말 이름 짓기 대회 등 한글이 딱딱하고 어려운 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며 흥미를 이끌어내기 위한 대회도 있다. 고학년은 표준어와 맞춤법을 확인하는 우리말 바로 알기 대회를 많은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다. 축약어나 은어, 인터넷 용어 등을 많이 쓰는 요즘 아이들은 이 대회를 어려워하는 편이다. 벼락치기를 한다고 해서 갑자기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니 아이에게 꾸준히 책을 읽게 하며 표준어와 맞춤법을 익히도록 지도하는 게 좋다.
대회 형식이 바뀌거나 축소·폐지되고 있는 수학&영어 대회
경시 대회, 인증 제도라는 단어를 쓰지 못하게 되면서 작년에 수학이나 영어 관련 대회가 대폭 축소됐다. 아무래도 이 두 과목의 대회는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선 형식을 달리해 치러지는 게 현실. 작년에는 교육부 교내상 가이드라인이 바뀌고 맞는 첫해여서 이곳저곳에서 혼란스러운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수학이나 영어와 관련된 대회가 줄어들거나 폐지되는 수순으로 가지 않을까, 예상되고 있다.
영어 말하기 대회의 경우 폐지율이 높긴 하지만 여전히 시행 중인 학교가 많다. 3~4학년은 영어 동화책을 읽고 인상적인 부분 말하기, 5~6학년은 정해진 주제에 대해 말하기 등 학년별로 다른 주제를 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 영어 말하기가 유창하지 않은 아이의 참여를 위해 영어노래 대회가 함께 치러지기도 한다. 또 외국 체류나 연수 등 경험이 많은 아이들이 상을 독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체류 기간에 따라 파트를 나눠 진행하는 학교도 있었다.
수학과 영어 대회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경시 대회를 탈피하고 축제나 잔치로 접근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는 점이다. 가령 영어는 학급별 영어 연극 발표 대회나 영어 자랑 대회(이야기부, 의사소통부 등), 영어 팝송 대회, 영어 낱말 만들기 대회 등이 있고, 수학은 교구를 이용한 놀이로 기본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수학 축제 대회 등 재미에 초점을 맞춘 대회가 많았다. 이런 경향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창의력과 자기주도학습에 목적을 두는 과학 대회
과학도서 독후감 대회나 공상과학 그리기 대회, 과학 발명품 만들기 대회까지는 부모 세대들도 익숙하다. 하지만 최근 교내 과학 대회는 ‘탐구 대회’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사례가 많다. 과학 탐구 대회란 학교 학습을 통해 배운 내용 중 아이 스스로 주제를 선택해 탐구하고 결론을 얻는 것으로, 쉽게 말하자면 연구 보고서를 내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에서만 탐구 주제를 찾아야 한다고 명시하는 것도 특징. 보고서 심사, 발표 심사 두 단계를 거치거나 보고서만 단독으로 심사하기도 한다. 따라서 보고서를 잘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사시 학교마다 조금씩 비율을 달리할 수 있으나, 대부분 창의성과 탐구성, 실용성, 이론적 타당성, 노력도 4개 영역을 기준으로 골고루 평가한다. 따라서 창의성만 있고 이론적 타당성이 떨어지면 좋은 점수를 얻기 힘들기 때문에 심사 기준에 모두 부합해야 한다.
창의력 계발 및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 같은 대회는 점차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회에 앞서 과학 보고서 쓰는 양식과 과학 용어를 익혀두는 게 좋고, 주제 설정하는 법부터 연구 과정, 과학 이론에 맞는 결론을 깔끔하게 적는 연습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과학 탐구라고 해서 포괄적인 분야를 다루기도 하지만 환경, 에너지 등 특정 분야를 지정하기도 한다.
다양한 대회들로 아이들 참여가 늘고 있는 예체능 대회
한창 줄넘기 인증 바람이 불었다. 줄넘기 실력에 따라 급수를 나누거나 등급을 인정해주는 형태로 진행됐는데, 요즘엔 기세가 한풀 꺾였다는 평. 그 자리를 다양한 체육 대회들이 채우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민속경기 대회.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과 소중함을 깨닫고 민속놀이의 즐거움을 통해 신체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제기차기, 투호, 공기, 굴렁쇠 굴리기, 줄다리기, 비사치기 등 교육적 가치와 놀이 문화 계승의 의미가 뛰어나며 초등학생 발달 단계에 적합한 민속놀이 종목을 선정해 운영한다. 그 외에 육상 대회, 걷기 대회는 많은 학교들이 하고 있는 체육 관련 대회로 1등 외에도 학교장 운영 방침에 따라 다양한 상이 수여된다.
그림 대회는 앞서 말했듯 특정 과목과 결합한 형태로 운영되거나 행사의 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환경의 날 그리기 대회, 개교기념 학교 사랑 그리기대회 등 행사 목적에 맞게 변주된다. 이는 글짓기 대회도 마찬가지. 예전에는 그림과 글짓기 대회가 동시에 열리기도 했으나 요즘에는 그런 경우는 적다. 이 두 대회는 지역, 학교, 시기와 상관없이 꾸준히 열리며 독서와 관련해서는 글짓기 대회가 좀 더 많이 열리는 경향이 있다. 독서 감상문 대회, 독서 기록장 대회, 독서 논술문 대회 등이 있으며 고학년의 경우엔 논설문을 바탕으로 한 대회도 제법 열린다.
마지막으로 음악 관련 대회는 개인별 음악 대회도 열리지만 학급별 합주 대회나 합창 대회 등 단체가 함께 화음을 만들어가는 형태도 많이 운영되고 있다. 또 아름다운 우리 동요 부르기 대회, 영어 노래 부르기 대회 등 아이들의 참여를 높이고 즐거움을 주는 대회들도 있다.
Mini Iinterview
“교내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가 성장하는 데 초점”
한승모(강원 인제남초등학교 교사)

초등 교내 대회 바로 알기
최근 교내 대회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대회 명부터 기념 대회나 축제, 잔치 이런 단어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1등을 뽑는 대회보다는 아이들에게 골고루 칭찬과 격려가 돌아갈 수 있는 시상 문화로 바뀌고 있고요. 결과물의 경우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포트폴리오식 심사로 봅니다. 어떤 식으로 변화를 겪고 도전을 했는지, 전에 비해 얼마나 성장을 했는지 등을 평가하는 거죠. 확실히 예전에 비해 교내 행사가 활발해졌고 학부모의 관심도 많아졌습니다. 아이들의 교내 대회 참여도 점점 높아지고 있고요.
이전부터 교외상을 금지하는 문화가 있었다는데 아직 잘 모르는 학부모들도 많습니다. 어릴 때 경험을 비춰 말씀하시거나 언론에서 나온 잘못된 자료를 보고 교외상을 기재해달라고 하시는 학부모도 간혹 있습니다. 알고 있음에도 먼 훗날 아이의 대학 입시에 유리하도록 기재를 요청하는 분도 있고요. 예체능 분야 전공을 준비하는 아이가 힘들게 시간과 노력을 들여 대외 수상을 했는데 학교에서 그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하시기도 하고요. 학생부에 기재해주거나 학교에서 유사한 대회라도 열어달라고 요구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교내 대회에서 상을 많이 받는 아이들의 특징이 있는지요? 아무래도 적극적인 아이가 많습니다. 똑같은 능력이 있다고 해도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드러내는 걸 꺼리는 아이는 참여율이 낮지요. 반면 적극적인 아이들은 도전하는 데 두려움이 없으니 상대적으로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습니다. 또 선생님과 관계가 좋고 반 아이들과 잘 지내는 특징도 있습니다. 반 아이들이 교내 대회 참가자를 추천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친구들에게 심한 장난을 치거나 상처 주는 말을 많이 하는 아이는 추천이 적으니 참여 기회가 줄어듭니다. 달리 말하면 성격이나 교우 관계 등 아이의 능력과는 또 다른 고려 사항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아이의 순수 능력이 아닌 학원이나 부모의 도움을 받은 결과물을 심사한 적도 있나요? 있습니다. 또 주변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꽤 많고요. 교사는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생활하면서 아이가 어떤 기질을 갖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파악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 책 읽는 것을 싫어하고 산만하며 학교에서 한 줄의 문장을 쓰는 걸 어려워하던 아이가 시 한 편을 써왔다면, 더욱이 그 시가 뛰어나다면 당연히 외부의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게 되죠.
그렇다고 아이의 교내 대회를 부모가 아예 모른 척하기도 쉽지 않은데요. 먼저 교내 대회를 경쟁의 도구로 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결과물을 도와주기보단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시는 게 좋고요. 실패를 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있고, 자신의 생각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런 아이라면 학교에서도 선생님과 친구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을 테고, 기회가 왔을 때 스스로 방법을 찾아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초등생 자녀를 둔 부모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교내 대회의 목적은 1등을 뽑는 게 아닙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주고 그것을 연마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과 보상을 받는 경험을 주기 위함입니다. 초등생 자녀를 둔 부모님께서 이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부모 세대가 어릴 때 경험한 교내 대회로만 바라보지 마시고요. 대회를 준비하고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아이가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 것인가에 관심을 갖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ducation Tip
학부모가 알아둬야 할 초등학교 학생부 수상 경력 기재 방침
1 교외상은 학생부 어떠한 항목에도 입력하지 않는다.
2 그리기 활동에만 치우쳐 있지 않은가 확인해본다.
3 교내 체육 대회 응원상과 같은 학급, 학년 단위의 단체 수상, 임명장은 입력하지 않는다.
4 예선과 결선이 이어지는 교내 동일 대회는 최상위 수상 실적 하나만 입력한다.
5 학교 스포츠 클럽의 경우 교외 대회에 참가한 내용을 창의적 체험 활동의 특기사항란에 입력할 수 있지만 수상 실적은 입력할 수 없다.
6 표창장인 경우 어떤 내용의 표창인지 알 수 있도록 세부 내용을 입력한다. 예) 표창장(선행 부문)
7 대안교육기관 위탁교육, 직업과정 위탁교육 학생과 국내 학교 간 교환학생(도농 교류 등)이 위탁기관 및 교환학교에서 받은 수상은 교내상으로 등록할 수 있다.
8 영재교육기관(영재학교, 영재학급, 영재교육원) 관련 수상은 입력하지 않는다.

초등 교내 대회 바로 알기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이선희(프리랜서) ■사진 / 김동연(프리랜서) ■도움말 / 한승모(강원 인제남초등학교 교사) ■자료 제공 / 교육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