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조기 입학, 해도 될까요?

초등학교 조기 입학, 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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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빠른 생일 입학이 폐지되며 조기 입학은 많이 줄었지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아이의 입학 시기를 두고 고민하는 부모들이 있다. 대다수의 학부모들과는 다른 고민을 하는 터라 어디에서도 속 시원한 답을 얻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다양한 시선을 모아봤다.

초등학교 조기 입학, 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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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조기 입학을 생각 중인 부모들의 속마음

지난 1월 SBS-TV ‘영재발굴단’에는 일곱 살에 벌써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의 학습 능력을 가진 영재 아이를 둔 부모의 고민이 소개돼 화제가 됐다. 영재의 아버지는 또래에 비해 워낙 학습 능력이 뛰어난 아이를 초등학교에 조기 입학시킬 계획이었다. 반면 어머니는 학습은 앞서가나 생활 습관이 아직 어리다는 점을 염려해 아버지와 팽팽한 의견 차이를 보였다. 꼭 이런 영재의 부모들만 조기 입학을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 저마다 다양한 이유에서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시기를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다.

Case 1 유치원을 월반해 다닌 아이, 친구들과 같이 학교 가겠다네요
우리 아이는 원래 제 나이에 맞게 유치원을 다녔는데, 이사 온 곳에서 어쩌다 보니 유치원을 나이보다 1년 월반해 다녔어요. 여러 곳을 비교해보다가 마음에 드는 유치원으로 보내려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전혀 다른 동네로 이사 온 거라 우리 집을 아는 엄마들이 없어서 아이가 여섯 살이라고 같은 반 엄마들에게 말하진 않았어요. 아이는 반 친구들의 나이가 자기보다 한 살 많다는 것에 처음에는 조금 혼란스러워했지만, 제가 차근차근 설명해주기도 했고 선생님께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다행히 친구로 잘 지냅니다.

그런데 같은 반 친구들이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 입학 시기가 돼서 학교 이야기가 자주 나오다 보니 어느 날은 우리 아이가 “저도 내년에 학교 가는 거예요?”라고 묻더라고요. 처음에는 1년 더 유치원을 다니게 될 거라고 이야기했더니 자기는 절대로 친구에게 형이나 누나라고 부르긴 싫다고, 본인도 학교에 갈 거라고 강하게 주장하네요. 처음부터 유치원을 제 나이에 맞게 다녔으면 모르겠는데 월반했다가 다시 제 나이로 돌아가라고 하니 아이가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아이의 의지도 강하고 더 혼란을 주는 게 아닐까 싶은 걱정에 조기 입학하는 쪽으로 마음이 점점 기울고 있습니다.
(서울, 여섯 살 아들 엄마 박○○)

Case 2 또래보다 똑똑해 조기 입학 고려하지만 왕따는 걱정돼요
영재까지는 아니어도 아이가 제법 똑똑한 편입니다. 한글은 일찌감치 뗐고 수학도 또래보다 앞서고요. 무엇보다 워낙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터라 온갖 종류의 책을 손에 붙잡고 놓을 줄 몰라요. 지식 습득에 대한 욕구도 강하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히 학습적인 면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많이 발달된 것 같아요. 남편이나 제가 보기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학습 수준이 껑충껑충 뛰어오르는 게 느껴집니다. 그런 모습을 보니 뒷받침을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초등학교 조기 입학을 시키려고 해요. 두뇌 발달이 한창 이뤄지는 시기인데, 뛰어난 아이를 제자리걸음하게 만들어 더 성장할 수 있는 아이를 붙잡아두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유치원 선생님도 아이가 워낙 똑 부러지고 똘똘하니 부모가 초등 1, 2학년을 함께 보내주면 잘 적응하지 않겠냐고 하시는데, 주변에서는 많이들 만류하네요. “제 나이에 보내도 늦지 않다”, “자기보다 어리다는 걸 알면 왕따를 시킬 수도 있다더라”라면서요. 다른 것은 염려하지 않는데, 따돌림을 당하면 어떻게 하나 싶은 걱정은 마음 한편에 있습니다. 사회성이 그다지 떨어지는 아이는 아니라서 괜찮을 것 같기도 하지만요. 8:2 정도로 조기 입학 쪽으로 마음은 기울었는데, 여전히 갈팡질팡 중이네요. (대전, 다섯 살 아들 엄마 김○○)

Case 3 유치원 다 떨어졌어요! 1년 데리고 있느니 학교 보낼까요?
아이가 유치원 추첨에 다 떨어져버렸어요. 그런데 가까운 주변에 마땅히 보낼 곳이 없더라고요. 제 고민은 그때부터 시작됐어요. 1년 동안 데리고 있으면서 미술이나 음악, 운동 같은 예체능 체험 교육 위주로 시킬까, 문화센터에 몇 과목 등록해서 다닐까 생각해봤지요. 그런데 어느 쪽도 마음에 딱히 들지는 않았어요. 사실 형편이 된다면 1년 동안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싶었죠. 그런데 주위 엄마들이 1년 다녀서는 영어유치원 효과를 못 본다고 하네요. 그 말을 들으니 비싼 학비에 별 효과가 없다면 보내지 말아야 하나 싶더라고요.

이쪽도 저쪽도 딱히 끌리지 않다 보니 자연스레 초등학교 조기 입학을 신청했어요. 무엇보다 집에서 데리고 있으면서 1년이라는 시간을 어영부영 흘려보내게 될까 봐 걱정이 되더라고요. 다행인 건 아이가 키도 크고 사회성도 좋은 편이라는 점이에요. 공부를 특출하게 잘하는 건 아니지만 모자라지도 않고요. 초등 저학년 때는 공부를 많이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다들 고만고만한 실력이니 나중에는 잘 따라잡지 않을까요? (서울, 일곱 살 딸 엄마 안○○)

Case 4 빠른 생일의 야무진 딸, 잘 적응하지 않을까요?
1월생인 딸아이는 아주 야무져요. 의사 표현도 잘하고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친구들과도 두루두루 잘 어울리고요. 유치원에서도 친구들이 딸아이를 잘 따르고 인기가 제일 많을 정도로 리더십도 어느 정도 있습니다. 어렸을 때 남자아이들은 여아에 비해 발달이 좀 느린 편이잖아요. 만약 아들이었다면 별로 고민하지 않고 여덟 살에 학교를 보냈을 텐데, 여자아이라 그런지 빠릿빠릿하고 영리해 조기 입학해도 잘 적응하겠다 싶어요. 1월 초가 생일인데 거의 1년을 더 기다려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고요.

사실 예전에 빠른 생일 입학이 있을 때는 자연스럽게 일찍 들어갔잖아요.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적응 못한 것도 아니고요. 저도 빠른 생일이라 학교를 일찍 들어갔는데, 1학년 때는 조금 힘들었지만 그 이후부터는 한 살 많은 친구들과 똑같이 잘 다녔거든요. 그래서인지 아이가 능력이 된다면 1년 일찍 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딸아이도 좋다고 하고요. 이제부터 집에서 차근차근 알림장 쓰기나 생활 습관 등 학교생활 적응 연습을 시키고 보내려고요. (경기, 여섯 살 딸 엄마 고○○)

Case 5 첫째에 이어 둘째도 일찍 보낼까 고민 중이에요
2년 전에 첫째 아이가 일곱 살에 일찍 학교를 들어갔어요. 저희 부부가 늦게 결혼해서 아이를 남들보다 꽤 늦게 낳은 편인데요. 그래서 처음부터 아이를 학교에 빨리 보내고 싶다고 생각해왔어요. 다행히 아이가 늦되지 않은 편이어서 생각대로 진행했죠. 처음에 좀 힘들어한 건 사실이에요. 그래도 이왕 결정한 거니 아이가 잘 적응하도록 함께 노력했어요. 아이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학교 다녀와서 지쳐하면 스킨십도 많이 하고 토닥토닥 다독여주는 시간을 많이 가졌어요. 무엇보다 엄마인 제가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될 것 같아서 엄청 애썼고요. 마음의 안정을 위해 제일 신경 썼습니다. 처음 1년 동안은 학교생활에 아주 잘 적응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시간이 약이었는지, 아님 노력한 보람이 있었던 건지 2학년이 되니까 부쩍 나아지더라고요. 아이도 1학년 때만큼 크게 힘들어하지 않았고요.

그래서 이제 여섯 살이 된 둘째도 내년에 큰아이처럼 조기 입학을 시킬까 생각 중이에요. 언니가 학교에 일찍 들어갔다는 걸 잘 아는 둘째가 자기도 일곱 살에 입학하고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무엇보다 저도 첫째 아이 때의 경험치가 쌓여서인지 처음보다 걱정이 크게 되진 않네요. 아이들은 믿어주는 만큼 해내는 것 같거든요.
(경기, 아홉 살 딸·여섯 살 딸 엄마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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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부모들의 팽팽한 반대 vs 찬성 의견
초등학교 입학 시기를 둘러싼 부모들의 시각은 제각각이다. 원래대로 여덟 살에 입학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가장 많다. 다른 한편에서는 아이의 의향과 능력이 따라준다면 조기 입학도 괜찮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물론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는 할 수 없다. 각각 장단점도 분명 존재한다. 선택과 책임은 부모의 몫이다.

조기 입학, 나는 반대!
1 공식 초등학교 입학 연령인 여덟 살 때가 가장 적합한 시기다. 이 나이를 입학 연령으로 정한 것은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따른 것이므로 일리가 있다.
2 무엇보다 친구 관계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요즘은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왕따 문제가 생기는 추세다. 아무래도 나이가 한 살 어리면 키나 체구가 작게 마련인데, 초등학교 1학년 시기에는 이런 신체적인 요소가 교우 관계에서 의외로 중요하게 작용한다. 모든 경우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체구가 유독 작은 아이들은 큰 아이들에게 치이는 경향이 많다.
3 나이가 한 살 어리다는 것이 알려지면 아이가 혹시 놀림을 받을지도 모른다.
4 부모들이 아이의 학습 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유에서 조기 입학을 결정하는 경향이 많은데,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관건이지 공부는 생각보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5 한 살 차이가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어릴 때는 1년 차이로 발달 수준 차이가 크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때 분위기 파악을 잘 못하고 이해를 못하는 아이들도 종종 있다.
6 굳이 학교에 일찍 보내서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다.

여건이 된다면 일곱 살에 입학해도 OK!
1 아이의 의향이 중요하다. 아이가 싫다는데 부모가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면 일찍 학교에 가고 싶다는 아이의 의사도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2 한 살 어리면 얕볼까 봐 걱정돼서 여덟 살이라고 말하라고 설명해줬다. 굳이 제 나이를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알아듣도록 충분히 이야기해주면 된다.
3 마흔 넘어 본 늦둥이 아이, 부모인 우리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뒷바라지를 해주고 싶다.
4 학교 적응 연습을 충분히 하면 크게 무리는 없다. 단, 아이에게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처음부터 모든 면에서 잘하길 바라면 안 된다.
5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지만 그건 초등학교에 입학한 여덟 살짜리들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세상에 입성한 것인데 처음에 힘들어하는 건 당연하다. 미리 염려하기보다는 부모가 옆에서 격려해주고 아이가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게 도와주면 된다.
6 워낙 다른 아이들보다 학습 능력이 뛰어나고 생활 습관도 잘 잡혀 있다. 개인마다 능력 차이가 있는 것이니 뛰어난 아이들은 일찍 입학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7 아이들마다 성격도, 능력도 각각 다른데 왜 꼭 모든 아이들이 같은 나이에 학교에 가야 하나? 국가에서도 조기 입학을 허용하는 만큼 원한다면 안 될 이유는 없다.

Expert Interview
‘영재발굴단’ 자문위원 노규식 원장의 조언
“아이의 신체 발달, 사회성 먼저 고려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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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조기 입학을 결정하기 전 부모들이 반드시 주의해야 하는 점은 뭔가?
첫째로 아이가 얼마나 큰지, 즉 신체 발달이 얼마나 됐는지 봐야 한다. 유독 또래보다 작고 어려 보이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경우는 조기 입학을 반대한다. 키나 체구가 작으면 동생으로 비쳐지기 쉽다. 심지어 같은 나이라도 동생 취급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한 살 어리다는 걸 알게 되면 더 동생 취급할 수 있기 때문에 권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오로지 지적인 능력이 뛰어난 것, 그것이 조기 입학을 결정하는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 많은 부모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그것이다. 지적인 능력보다는 사회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

Q 사회성을 중요하게 봐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가 궁금하다.
반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능력, 선생님의 지시를 이해하고 따르는 능력, 이런 능력 중요한데 이건 똑똑한 것과는 별개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자기가 생각하기에 좀 이해가 안 되는 규칙이라도 따라야 할 때가 많다. 단체 생활인 만큼 규칙을 지키는 게 중요한데, 아이들의 발달 과정상 이게 만 6세경부터 가능하다. 물론 개인차는 있다. 빨리 되는 아이들도, 늦게 되는 아이들도 있다. 결국 조기 입학을 해서 초등 1학년에 적응하느냐, 못 하느냐의 키포인트는 학교 공부가 아니라 또래와 학교 선생님에게 내 아이가 적응할 수 있느냐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것이 사회성이다. 부모님이 학교 다니던 시대보다 요즘은 사회성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쉽게 얘기하면 아이들도 세상 살기가 훨씬 어려워졌다. 학원도 일찍, 경쟁도 일찍 배우다 보니 스트레스를 일찍부터 받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Q 여자아이들은 발달이 빠른 편인데, 그런 경우라면 괜찮을까?
여자아이들이 순응적인 면이 있고, 규칙을 따르는 것을 남자아이들보다 좀 더 수월하게 할 확률이 높다. 그런 면에서는 괜찮지만 반면 여자아이들이 자기주장이 약한 경우가 있다. 부모가 알아서 미리미리 뭐든 결정해주는 딸들이 그런 경향을 보인다. 그런 여자아이들은 일찍 입학했을 때 아이들에게 치일 수도 있다. 실제로 아이가 똘똘하다고만 생각해서 일찍 보내놓고 예상치 못한 문제에 봉착하는 부모들이 많다. 부모 세대와는 달라진 것이, 과거에는 아이들의 능력 편차가 컸다. 한 반에 아직 콧물 흘리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이미 한글도 떼고 많은 양의 독서를 한 아이까지 차이가 꽤 컸다. 그런데 요즘은 능력의 차이가 별로 없다. 대부분의 부모가 한글을 익혀주고 책도 많이 읽혀 보낸다. 보고 배운 것이 엇비슷하다. 그러니 능력의 차이보다는 친구들과 여러모로 잘 어울릴 수 있는가 하는 것을 깊게 고민해야 한다.

Q ‘영재발굴단’에 소개된 일곱 살 영재 박윤호군의 경우처럼 매우 뛰어난 아이라면 그 부모들처럼 조기 입학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보기에도 무척 뛰어난 아이였다. 하지만 방송에는 다 나가지 못했는데, 사회적으로는 무척 어린 아이였다. 지적인 나이가 초등학교 5학년 수준이었다면 사회성 나이는 만 5세 수준이었다. 나는 일찍 보내는 걸 반대했다. 아이가 이렇게 뛰어난데 구태여 제도권 공교육을 왜 그리 일찍 시키려 하느냐고 아이의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 공교육이 아이들을 줄 세우고 정답을 묻는 시스템이 강하다. 이렇게 뛰어난 영재의 영재성을 해칠 가능성도 있다. 그보다는 차라리 데리고 있으면서 자유로운 자극을 많이 주라고 조언했다. 특히 아버지들의 경우 자녀가 뛰어나면 그것만 너무 믿고 다른 것은 고려하지 않은 채 조기 입학을 밀어붙이는 사례가 있어 안타깝다. 우리 아이가 뛰어나다는 것이 내가 양육을 잘하고 있다는 표시이며 성과라고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Q 확실히 또래보다 영리한 아이들이 있긴 하다. 그런 아이들도 조기 입학 적응이 어려울까?
이런 부작용을 걱정해봐야 한다. 머리로는 친구들이 나에게 친절하게 안 하고 합리적이지 않게 구는 것도 아는데 이에 대해 대항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학교생활을 하게 되면 아이는 사회 전체에 대해 부조리하다고 해석을 한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이 시기에 정말 중요한 사회성을 발달시키는 데 오히려 장애물이 된다. ‘친구들은 믿을 수 없어’, ‘친구들은 다 이상해’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아이가 머리가 좋으니까 그런 것들도 다 헤쳐 나갈 것이라 기대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지적 능력과 실제로 삶을 살아가는 능력을 혼돈하면서 오는 현상이다. 언어적인 기능, 문제 해결 능력도 필요하나 제일 중요한 건 사회성이고, 사회성의 밑바탕이 되는 정서적 안정이 중요하다. 이게 안 되면 설령 지금 아이가 반짝거려도 입학하고 1~2년 지나면 학교 가기 힘들어 하거나 싫어한다. 스트레스를 받다 보면 인성 좋은 아이가 되기 힘들다.

Q 부모들이 학교에 가서는 여덟 살이라고 말하라고 시킨다. 아이가 혼란을 겪진 않을까?
이상과 현실이 다른 것이다. 이상적으로는 자기 나이를 분명하게 밝힐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그게 힘들다. 일곱 살이라고 말하라는 부모는 거의 없다. 또 아이 스스로도 자기 나이를 밝히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면 약점이 잡힌다는 걸 아이들도 아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나이를 바꿔 말하는 것에 대해 아이가 크게 혼란스러워하진 않는다. 그보다 아이가 뭔가 부적절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는 있다. ‘내가 여기 있을 자리가 아닌데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이건 매우 좋지 않다. 오히려 위축되거나 예민한 아이로 만든다. 아이가 조마조마하고 불안한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Q 혹시 조기 입학을 권하는 경우도 있나?
아이가 덩치가 크고 성숙하다면 조기 입학을 생각해보라고 한다. 왜냐하면 아이가 덩치가 크면 놀림을 받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특히 여자들 경우 좀 더 그렇다. 남자아이는 덩치가 크면서 운동을 잘하면 인기가 많은데 운동 능력이 더디면 놀림을 받기 쉽다. 또 아이의 입장에서도 정서적으로 많이 성숙하면 1학년 꼬마들이 하는 장난이 재미없다고 느낀다. 친하고 싶은 친구가 별로 없게 된다. 오히려 그런 경우에는 지적 능력이 평균 이상이거나 우수한 편이라면 조기 입학을 권유해보기도 한다. 과거에는 나이가 어린 것만으로도 놀림의 대상이 됐지만 요즘은 나이가 어린 것 하나만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체구가 작다거나 눈에 띄는 무엇 하나가 있으면 그렇게 되기 쉽다.

Q 잘 적응을 못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해줘야 할까?
사실 제도적으로 유급이 안 되지는 않는데 남들한테 보이기도 그렇고 하니 유급을 시키는 부모는 별로 없다. 적응을 잘 못한 경우 사실은 잘 해결이 안 된다. 대신 이사를 가면서 학년을 낮춰 가는 식으로 학년을 바꾸는 경우가 있다. 치료적인 측면에서도 해결한다기보다는 시간을 버는 치료를 한다. 아이에게 뭔가 재능이 보이고 능력이 있는 것 같으니 일찍 보냈을 것이다. 그러니 잠재력이 있긴 한 건데 아이가 지금 자기 재능을 내보일 상황이 안 되니까 그런 힘이 생길 때까지 이 아이를 지켜주기 위한 심리치료를 하는 것이 전문적인 기관에서 할 수 있는 정도다. 부모의 역할도 비슷하다. 뭘 가르치는 과정보다는 아이가 상처받았을 때 기댈 수 있게 품어주고 같이 견뎌주는 것밖에 없다. 혼자라고 느끼지 않게 해주고, 아이와 어떤 가능성이든 열어놓고 이야기해야 한다. 사실 초등 5학년이 되면 아이들의 능력은 일찍 들어간 아이나 여덟 살에 입학한 아이나 별 차이가 없어진다. 아이가 이걸 극복하고 버텨내기만 한다면 전화위복이 되는 면도 분명히 있다. 부모와 아이의 신뢰가 아주 탄탄해지니 좋고, 할 수만 있다면 그 아이는 역경을 극복하는 힘도 터득한 셈이다. 그렇다면 아주 큰 선물이다.

Q 조기 입학에 대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실 이런 고민들은 경직된 교육과정, 사회 분위기도 한몫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교육과정에 좀 더 많은 유연성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조기 입학, 지연 입학, 월반, 유급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었으면 한다. ‘여덟 살은 1학년, 아홉 살은 2학년이 돼야 한다’라는 것들은 마치 호봉제 같지 않나? 그보다는 아이가 현재 준비된 정도에 따라 좀 더 일찍 들어갈 수도 있고, 늦게 들어갈 수도 있고, 학교에 들어가서도 월반해서 더 일찍 올라갈 수도, 늦게 갈 수도 있다면 더 많은 아이들에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한 영재 커리큘럼을 만들어서 그 아이들을 옆으로 빼는 것보다는 그 안에서 유연하게 하면 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 사회가 나하고 다른 걸 아직 잘 못 받아들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학교나 우리 사회의 문화가 “아, 너는 학교에 일찍 왔구나, 너는 늦게 왔구나”라고 폭넓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좋겠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정성민(프리랜서) ■사진 / 김석영 ■도움말&사진 제공 / 노규식(SBS ‘영재발굴단’ 자문위원, 노규식 공부두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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