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메이드 성교육, 부모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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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남자친구들 앞에서도 개의치 않고 치마를 훌렁 올려버리는 딸, 제 고추를 만지고 노는 아들을 보면 난감하다. 거기다 학교 다녀온 큰아이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 아기가 만들어진다고 배웠는데, 정자와 난자는 대체 어떻게 만나냐고 물어 말문까지 막히게 한다.

Part 1 성에 대한 인상을 결정하는 영·유아기 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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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의 시작은 시작이 아닌 관계다
성은 부모와의 관계로 시작돼 영·유아기부터 형성된다. 아이에게 성적인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어른들의 생각처럼 자극만 있는 게 아니다. 부모와의 관계가 탄탄하면 성에 관련된 모든 문제는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애착이 잘 형성된 아이들의 경우 긍정적인 스킨십과 부정적인 스킨십을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부모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할 때다. 이럴 경우 성이라는 문제가 생기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아이를 충분히 사랑해주는 것이 성교육의 시작이다.

자위하는 아이, 끝날 때까지 모른 척해라
영·유아기의 아이들도 자위를 한다. 부모 입장에선 매우 당황스럽다. 그리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매뉴얼을 가장 알고 싶어 한다. 매뉴얼은 예상외로 간단하다. 누구나 그런 성적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아이의 자위는 자연스러운 거라고 인정하고 들어가는 것이다. ‘쟤 왜 저러지?’, ‘계속하면 어쩌지?’와 같은 마음으로 불안하게 바라보면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귀신같이 눈치 챈다. 그럼 아이가 멈출까? 천만의 말씀, 숨어서 몰래 하게 된다. 악순환의 시작이 되는 셈이다. 아이의 자위를 바라보는 부모의 불안한 시선은 아이의 성을 금기로 만들어버린다. 금기의 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 건강할 수 없다. 우선 아이의 자위를 본다면, 아이를 놀라게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또 아이가 자위를 하고 있다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자. 이유는 어른과 같다. 아이의 자위를 줄이려면 스포츠와 같은 몸 놀이를 충분히 하도록 해주거나, 아이가 재미있어 하는 활동으로 관심이 흩어지게 하면 된다. 또 아이가 어떤 때 자위를 하는지 관찰해 자위 시작 전에 다른 활동으로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이들이 친근하게 여기는 베이비 언어로도 충분하다
성교육이라고 하면 무턱대고 정자, 난자, 음경, 요도, 자궁 등의 단어들을 쏟아내며 성 이론을 가르쳐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부모가 많다. 물론 정확한 성 지식을 가르쳐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영·유아기는 그런 성 용어를 사용해가며 성 지식을 알려줄 때는 아니다. 공교육에서도 성교육은 초등 4학년 시기에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점을 참고하자. 아이가 어릴 때는 신체의 기능과 남녀의 차이 등을 알려주고, 아이가 충분히 친근하게 느끼는 ‘꼬추,’ ‘찌찌’ 등과 같은 베이비 언어를 사용해 이해를 돕는 것이 낫다. 하지만 유독 궁금해하는 아이가 있게 마련. 그럴 경우는 ‘음경’, ‘질’처럼 정확한 명칭을 알려줄 필요도 있다.

아이와의 스킨십, 갑자기 끊지 마라
아이는 엄마와 함께 목욕을 하고, 젖은 몸을 같이 닦고, 잠이 들 때면 엄마의 젖을 만진다. 하지만 언제부터 아이와의 목욕부터 스킨십까지 분리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부모가 많다. 대개 8세 전후가 적당한 시기다. 하지만 아이가 성에 대한 호기심이나 부끄러움 등을 확실하게 표현하고 느끼는 듯하면 바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초등 3학년 때까진 무방하다. 그리고 성에 대한 자각이 조금 늦되더라도 초등 4학년 정도에는 어느 정도의 스킨십은 마무리해야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이 갑자기 끊지는 말라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서운함을 느끼고 배신감마저 느낀다. 감정을 담지 말고 덤덤하게 설명하면서 서서히 끊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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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정확한 지식을 배우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성교육

초등 3학년 이전까지는 수준에 맞춰 답을 해준다
초등 성교육은 4학년 전후로 구분한다. 4학년부터는 학교에서도 성에 대한 정확한 개념과 임신과 출산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으로 배운다. 하지만 초등 3학년 이전의 아이라면 굳이 앞서 가르쳐주기보다는 아이가 성에 관련된 질문을 해오면 “너는 어떻게 알고 있니?”라고 되묻고, 아이가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파악한 다음 아이 수준에 맞는 정도의 설명을 한다. 부모들은 성을 이야기할 때는 이론적인 지식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관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야동’ 문제라면 그 안에는 남녀의 성행위만 있고 애정 관계가 없다. 바꿔 말하면 부모도 성교육이라면 ‘행위’만을 알려줘야 한다고 여겨 어려운 것이다. 아이의 성에 대한 모든 궁금증은 ‘관계’부터 알려주는 게 맞다.

스킨십부터 목욕까지 생활 분리를 시작하자
전문가들은 8세까지는 엄마와 아들이, 아빠와 딸이 함께 목욕하는 것은 괜찮다고 한다. 또 초등 3학년까지도 성적 호기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무방하다. 그러나 초등 4학년이 된다면 목욕이나 벗은 몸을 보이는 것 등은 분리하는 게 맞다. 아이에게 어떤 의도가 없어도 말이다. 이 시기가 되면 남자아이의 경우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남성호르몬이 최고 20배까지 증가한다. 사춘기의 최고조인 중학교 2학년이 되면 최고 50배까지도 늘어난다고.

초등 자위, 중간에 끊지 말고 집에서 하게 하라
초등학교 자녀가 자위하는 사실을 알거나, 자위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면 “미안” 하고 얼른 나온다. 그리고 모른 척하고 자위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준다. 절대 중간에 끊지 않게 한다. 일단 그것만으로도 집에서 하는 성교육의 첫 발을 잘 뗀 것이다. 절대 놀라거나, 불안한 시선을 보내거나, 야단을 치거나 하지 않는다. 차분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집에서만 해라. 아무도 보지 않는 데서 혼자 있을 때 해라” 등을 말해준다. 그러면 아이는 인정받은 느낌이 들고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난다. 무조건 하지 말라는 식으로 대응하면 집이 아닌 밖에서 몰래 하게 되고, 이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아이의 자위를 줄이고 싶다면 어떤 때 아이가 자위를 하는지 관찰해 사전에 막는 것이 좋다. 특히 공부와 같은 정적인 활동보다 스포츠처럼 몸을 쓰는 동적인 활동이 효과가 좋다.

‘야동’ 본 아이, 부모가 먼저 사과하자
야동을 봤다고 절대 혼내선 안 된다. 당연히 볼 수도 있고, 그럴 수도 있다고 인정하고 시작하자. 그리고 아이에게 왜 봤는지, 어떻게 봤는지 꼬치꼬치 캐묻지 말자. 물어서 대답을 한다면 고맙지만 대부분 위축돼 답을 하지 못한다. 그런 아이에게 질문을 쏟아내는 건 추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야동을 본 아이와의 대화 시작은 사과가 돼야 한다. 야동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 “기성세대로서 엄마, 아빠가 미안하다”라고 사과하자. 그럼 아이들은 위축감, 부끄러움, 수치심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부모에게 믿음을 가진다. 계속 생각이 나거나 야동 때문에 힘들어지면 언제든 도움을 청하라고 말하며, 이는 야동의 공격을 받은 탓이라고 마무리한다.

성관계 개념 정리, 부모의 연애 시작부터 스토리텔링하라
섹스나 성, 이런 단어만 나와도 ‘야한 것’이란 인상을 가지고 아이와 부모 모두 난감해한다. 하지만 집에서 하는 성교육은 생각보다 쉽다. 부모의 연애 시절, 처음 만났던 때부터 시작하면 된다. 처음 어떻게 만났는지, 지금의 엄마, 아빠 관계와는 다르게 당시에는 떨려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 건넸다든지 등의 에피소드부터 시작해 호감을 표시하고, 고백을 하고, 서로 신뢰를 쌓고, 스킨십을 하고, 결혼을 생각하게 된 계기까지 설명한다. 이런 과정은 성이 ‘관계’로부터 시작하는 것을 알게 하고, 홈메이드 성교육의 가장 큰 장점이 된다. 성이란 이런 애정 관계 속에서 있다는 것을 알게 하면 아이는 올바른 성 개념을 가지게 된다.

Mini Interview

“우리 모두는 기본적으로 성적인 존재라는 걸 인정하고 시작하세요!”
이정우(사단법인 푸른 아우성 성교육 전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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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성과 관련해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것과 부모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다를 것 같아요.
초등학교 아이들은 보통 사춘기에 관련된 걸 궁금해해요. 몸의 변화에 관심이 많고 “야동 보면 왜 나빠요?” 같은 질문도 하죠. 남자아이들은 포경 수술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하고요. 부모님들은… 일단 아이들과의 관계 자체를 힘들어하세요(웃음). 특히 사춘기 아이를 뒀을 경우가 그렇죠. 아이가 야동 봤을 때 혹은 자위하는 걸 목격했을 때 등등의 고민을 말씀하시는 편이에요.

Q 특히 영·유아기의 자위에 대한 부모들의 고민이 많아졌어요.
영·유아기 자위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게 사실이에요. 그건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 탓으로 보고 있어요. 스마트폰이 없을 때는 부모의 시선이 아이에게 가 있었어요. 그런데 스마트폰 등의 기기가 생활화되면서 아이를 안고 있어도 부모의 시선은 아이에게 가 있지 않고 화면에 가 있어요. 아이가 엄마를 보면서 방긋 웃어도 엄마가 스마트폰 보느라고 아이를 안 쳐다보니 아이는 뭘 할까요? 그냥 쉽게 자기 몸에 관심을 가지는 거예요. 한마디로 자기 것 만지고 노는 거죠.

Q 아이의 성 관련 행동을 처음 대하는 순간 부모의 올바른 대처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 순간 부모는 일단 당황하시죠. 그리고 어떻게 뭘 말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시고요. 아이의 성을 성인처럼 성적인 것으로 보면 당연히 부모는 당황하고 눈빛부터 불안해지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두 성적인 존재예요. 성관계를 통해 아이도 만들었잖아요. 아이들은 엄마 배 속에서부터 자기 성기를 만져요. 성기를 만지면 뭉근한 느낌도 들고요. 이런 성적인 에너지를 모두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해요. 당연한 것, 자연스러운 것으로 말이죠. 그러면 성교육 지식이 없다 할지라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으실 거예요. 아이에게 불안한 눈빛을 보내지 않는 것만으로도 성교육의 시작은 잘한 거예요.

Q 아이들의 성 문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는 언제일까요?
운동이나 다양한 신체 활동을 충분히 하는데도 자위나 성적 이상 행동을 계속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이어진다면 전문가를 찾아 상의하는 것이 좋아요.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이 일주일에 두 번 정도면 성욕 관리나 생활에 지장이 없어요. 면역력도 좋아지고요. 하지만 너무 자주 하면 피곤하고 지치게 마련이죠. 아이에게는 평소에 대화를 통해 자위든 야동이든 충분히 설명을 해주고, 그래도 스스로 통제가 안 된다면 “네가 야동한테 공격을 받은 거야”라고 말해주며 도움을 청하라고 하세요. 부모가 감당이 안 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죠. 섣불리 대응하다가 서로 상처를 입는 것보다 나아요.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은진(객원기자) ■사진 / 이소현 ■도움말 / 이정우(사단법인 푸른 아우성 성교육 전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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