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정신과 전문의 이호분 원장의 초등 1학년 진단

소아정신과 전문의 이호분 원장의 초등 1학년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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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은 소아정신과가 가장 붐비는 달이다. 신학기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묻어뒀던 크고 작은 문제들이 한 달이 지나 분출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문제는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사회생활이 시작되는 초등 1학년들의 SOS 신호에 부모는 즉각 응답해야 한다.

소아정신과 전문의 이호분 원장의 초등 1학년 진단

소아정신과 전문의 이호분 원장의 초등 1학년 진단

엄마들의 따뜻한 조언가로 불리는 소아정신과 전문의 이호분 원장이 「아이 1학년 엄마 1학년」을 펴냈다. 진료실에서 만난 부모들의 다양한 고민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초등 입학 관련 책은 많지만 이처럼 생생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담은 책은 드물다. 이 원장은 초등 입학 전후 아이의 정서, 심리 발달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지, 부모의 양육 태도나 양육 환경이 원인은 아닌지 꼼꼼하게 짚어준다.

“엄마들에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아이가 1학년이면 엄마도 1학년이니까요. 참 아이러니한 게 엄마 손길이 절대적인 영유아기에도 직장은 잘 다니잖아요. 그런데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힘들게 유지했던 커리어를 포기하는 엄마들이 많아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것은 경쟁 사회로 진입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에 ‘아이의 숙제는 엄마의 숙제, 아이의 점수는 엄마의 점수’라는 말들이 엄마를 옭아맨다. 학교생활이 경쟁의 시작이라는 두려움 앞에서 엄마들은 힘들게 쌓아온 경력을 포기한다. 이것은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만 보이는 기현상이다.

“초등 1학년은 수많은 문제 행동이 나타나는 시기예요. 100명의 아이가 있으면 100개의 문제를 찾을 수 있을 정도니까요. 대개 큰 문제는 없지만 실제 치료가 필요한 경우 정확한 진단과 초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해요. 결과가 드라마틱하게 좋아지는 것도 이 시기거든요.”

초등 입학 후 소아정신과를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의외로 많은 아이들이 분리불안 장애, 틱 장애, 말을 하지 않는 함묵증, 강박증과 같은 정서 장애를 앓는다. 분리불안 장애는 엄마와 떨어지는 데 심각한 불안감을 느끼고 여러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손톱을 심하게 물어뜯기도 하고 야뇨증이나 유분증처럼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문제를 보일 수도 있다. 이런 정서 장애의 상당 부분은 아이의 불안한 마음에서 온다. ‘엄마와 떨어져 있는데 괜찮을까?’ ‘선생님은 무섭지 않을까?’ ‘수업시간에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어떡하지?’ 등 온갖 생각이 아이를 걱정과 불안에 떨게 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과도하게 아이를 짓누르면 이상 행동이 나타나게 된다. 부모는 학교에 첫발을 내딛은 아이의 불안감을 이해하고 다독여줘야 한다. 부모와 안정적인 애착이 정서적인 편안함을 선사하고, 이것이 아이의 학교생활에 큰 버팀목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상 행동에 대처하는 대응 매뉴얼
사람은 불안감이 적당할 때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불안감이 지나치면 무의식적으로 문제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부모가 아이의 문제를 방치하거나 부정하면 초기에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더 크게 키울 수 있다. 선천적인 장애로 인한 문제일 때 상황은 더 심각하다. 주의력 결핍이 있어 엄마의 훈련에도 아이가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나 선천적인 학습 장애가 있는 경우, 또 엄마와의 관계가 극도로 나빠져 반항과 적대감으로 일관할 때는 전문의의 도움 없이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문제의 해결은 정확한 진단에 있어요. 원인을 알아야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리거든요. 그런데 소아정신과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아동 상담소나 한의원을 전전하다가 문제를 더 크게 키워서 오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 이호분 원장의 초등 1학년 진단

소아정신과 전문의 이호분 원장의 초등 1학년 진단

이호분 원장은 증세가 심각해진 뒤에야 소아정신과를 찾는 풍토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병의 조기 발견과 치료에 대해 아는 사람들도 소아정신과는 가장 마지막에 방문해야 하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아정신과를 1차 기관으로 인식하고 아동상담소, 언어치료실 등을 2차 기관으로 생각해야 적기 치료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원장은 아이가 이상 행동을 보일 때 가장 먼저 담임선생님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문제의 징후를 가장 먼저 파악하는 사람이 학교 선생님이에요. 부모는 자신의 아이밖에 볼 수 없지만, 학교 선생님은 또래의 많은 아이들을 살피기 때문에 발달이나 학습에 대한 평균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시거든요.”
문제를 회피하거나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리기보다 학교 상담을 통해 문제를 적극 해결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현명한 방법이다.

“초등학교 1학년은 아이의 딴 짓을 좀 더 여유 있게 바라봐도 되는 시기예요. 문제 행동이 있더라도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셔야 합니다. 단번에 눈에 띄지는 않겠지만 아이는 부모가 기다려준 만큼 마음과 생각의 근육을 키우니까요.”

학교생활은 마라톤이고 초등 1학년은 이제 막 출발선에서 워밍업을 하는 단계다. 운동화 끈을 매고 바지를 추스르며 목을 축이는 일은 긴 경기를 위한 작은 준비인 것이다. 조금 서툴고 느리더라도 자기 속도에 맞춰 잘 달릴 수 있도록 응원해줘야 한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이호분 원장의 초등 1학년 상담실


소아정신과 전문의 이호분 원장의 초등 1학년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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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면 배가 아프다면서 꼼짝도 안 해요. 어느 날은 머리가 아프고, 어떤 날은 배가 아프대요. 처음에는 진짜 아픈 줄 알고 걱정이 됐는데 자꾸 반복되니 꾀병 부리는 것 같아 짜증이 나요.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의 대표적인 핑계가 “배 아파,” “머리 아파”입니다. 아이의 스트레스는 통증, 질병뿐 아니라 정신과적 질환까지 유발합니다.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해소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이상 행동이나 증세로 SOS 신호를 보내죠. 소아정신과에서는 분리불안을 느끼는 아이들이 이런 증상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초등 입학 후 분리불안을 느낀다면 단계적으로 떨어지는 행동 요법을 실시합니다. 아이에게 휴대폰을 주고 “네가 연락하면 언제 어디서든지 엄마가 달려오겠다”라고 약속을 해보세요. 그리고 복도에서 대기하기, 운동장에서 기다리기 등으로 점차 시간과 공간을 늘려가며 아이의 분리불안을 줄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2 제 아들이 야무진 여자아이들에 비해 여러모로 떨어지는 것 같아요. 남자아이들이 대체적으로 발달이 느리다는데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드네요.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에 비해 몸으로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참을성이나 자제력이 부족한 듯 보이기도 하고 공격적으로 여겨지기도 하죠. 이것은 발달의 차이에서 옵니다. 여자아이가 소근육 능력을 키우는 동안 남자아이는 몸으로 놀며 대근육을 키웁니다. 따라서 ‘낫다’ ‘우월하다’보다 ‘다르다’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남자아이들의 에너지를 그대로 받아주고 놀이나 학습을 통해 긍정적으로 표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습니다. 두뇌 발달에도 남녀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남자아이들은 듣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보다 시청각 자료 등을 활용한 공부가 보다 효과적입니다. 또 한 번에 여러 가지를 지시하는 것보다 한 번에 한 가지 일을 지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학습을 할 때도 해야 할 일을 순서대로 적어주고 간략하게 언급하도록 하세요.

3 아이와 함께 등하교를 하고 있는데 가만 보니 우리 아이만 혼자 다니는 것 같아요. 입학 한 달이 되니 1학년 아이들도 삼삼오오 몰려다니기 시작하더라고요. 혹시 교우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네요. 혼자 다니는 일이 서너 달 이상 지속되고 늘 침울해한다면 원인을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친구들을 차단하는 것인지, 친구들이 따돌리는 것인지 양방향에서 살펴봐야 합니다. 부모가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때는 아이에게 ADHD가 있어 지나치게 산만하거나 공격적인 경우, 또래에 비해 사회성이나 운동 능력, 쓰기, 읽기, 말하기와 같은 학습 능력 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입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 중에는 아스퍼거 장애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나이에 비해 행동이 미숙하고 감정 표현이 서툴러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분리불안 장애를 보이는 경우에도 친구들에게 집중할 수 없습니다. 몸은 학교에 있어도 마음은 집에 있기 때문이죠. 겉으로 드러나는 이상 증세나 문제 행동은 같아도 원인은 아이마다 다릅니다. 따라서 부모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1차적인 관찰자가 되고 원인에 따라 해결 방법을 달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 이호분 원장의 초등 1학년 진단

소아정신과 전문의 이호분 원장의 초등 1학년 진단

4 저랑 같이 문제를 풀 때는 다 맞는데 학교에서는 자꾸 틀려요. 아는 건데 실수를 하니까 속상하기도 하고, 실수도 실력이라는 말이 떠올라서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네요. 학교는 집과 다릅니다. 집에서는 받아쓰기를 하더라도 엄마가 옆에서 도와주고 응원하며 연습을 하지만 학교에서는 온전히 혼자 힘으로 해야 하죠. 주의력 결핍에 문제가 없다면 긴장 때문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긴장하는 이유는 부모가 주는 심리적인 압박 때문입니다. 물론 그러지 않는다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부모들이 간과하는 중요한 사실은 우리 아이들이 말보다 표정이나 분위기, 뉘앙스에 더 민감하다는 것입니다. 90점짜리 받아쓰기 공책을 보여주고 아이는 엄마의 기색을 살핍니다. 이때 엄마의 작은 한숨도 아이에게는 천둥처럼 느껴집니다. 혹시 부모의 사소한 행동이나 말이 아이에게 지나친 긴장과 압박감을 주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세요.

5 우리 아이가 순해서 그런지 친구들에게 이용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모둠 과제에서 준비 과정이 힘들거나 돈이 많이 드는 건 우리 아이 차지거든요. 한번은 심심하다는 친구랑 놀아주느라 학원 시간도 놓치더라고요. 아이가 고분고분하면 엄마는 화가 나지요. 자기 몫을 챙기지 못하고 손해볼까 봐 걱정도 되고요. 물론 즐거운 마음으로 친구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문제는 싫은데도 친구의 요구에 따르는 것이에요. 요구하는 아이가 공격적이거나 강압적이라면 상대 부모와 담임선생님의 개입도 감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내 아이가 지나치게 순종적이라면 양육 환경과 방식을 점검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아이가 친구들의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자아 정체감이나 자신감 결여가 원인일 수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대개 자존감이 낮습니다. 부모의 잣대로 아이를 평가하고 아이가 하는 일마다 칭찬보다는 잘못을 지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아이 스스로 ‘나는 모자란 아이,’ ‘부족한 아이’라고 여기게 됩니다. 이런 아이들은 부모의 따뜻한 애정에 목말라 있기 때문에 부모의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합니다. 자신의 의사를 자신 있게 표현하고 친구들을 이끌기 위해서는 스스로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인정해주세요.

6 아이가 수업시간에도 화장실을 자주 가서 수업에 지장이 있을 정도라고 하네요. 사실 근래에 대변 실수도 몇 번 한 터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아이의 스트레스는 생리적인 현상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빈뇨(오줌소태), 야뇨(밤에 소변을 못 가리는 것), 유분증(만 4세 이후에도 변을 못 가리는 것) 등은 초등 1학년 아이들이 심리적인 문제를 겪을 때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이전까지 정상적으로 대소변을 봤다가 갑자기 그런 증상을 보인다면 아이에게 큰 스트레스가 작용했다고 봐야 합니다. 이런 증상은 아이에게 수치심을 주기 때문에 행동치료나 약물치료로 조기에 치료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고의로 거실이나 속옷, 베란다 등에 대변을 보는 행위가 최소 한 달에 한 번 이상 석 달간 지속된다면 유분증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유분증은 분노와 반항심의 표현이며 불안과 적대적 반항 장애, ADHD 등을 동반하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는 대처하기가 까다롭고 힘듭니다. 이런 생리적인 실수는 처음 증상이 나타났을 때 비뇨기과를 통한 검사와 치료가 우선입니다. 거대결장 같은 신체 기관의 문제나 신경학적 요인, 선천적 문제는 없는지 먼저 점검해보세요. 심리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2차성 증상이라면 소아정신과를 통한 치료가 뒤따라야 합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 이호분 원장의 초등 1학년 진단

소아정신과 전문의 이호분 원장의 초등 1학년 진단

Check List

초등 1학년의 문제 행동 대처 매뉴얼
1단계-아이 마음과 행동을 세밀히 관찰한다
문제 행동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원인은 부모의 무관심이나 지나친 간섭으로 인한 정서 불안이다. 가벼운 문제 행동은 부모 스스로 양육 태도를 개선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아이의 문제 행동을 관찰해 부모의 해결 방법이 잘못되거나 부족하지 않은지 돌아본다.

2단계-학교 담임교사에게 조언을 구한다
아이를 지도하는 담임교사로부터 객관적인 관찰 결과나 평가를 들어본다. 아이의 문제 행동이 학교생활에서 어떤 식으로 드러나는지 알게 되면 원인을 파악하는 데 좀 더 수월해진다. 다양한 기질과 성향의 아이들을 많이 경험해본 선생님의 조언은 부모의 양육 태도를 개선시키거나 병원 상담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

3단계-소아정신과의 정확한 진단이 우선이다
일반적으로 문제 행동이 발생했을 때 아동상담소를 찾는다. 하지만 ADHD, 투렛 장애, 틱 장애처럼 선천적인 기능과 신경학적 이상 등은 정신과적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원인에 대한 포괄적인 평가 없이 치료를 시작하면 시간과 비용 낭비가 크고 치료 시기도 놓치기 쉽다. 따라서 소아정신과 전문의에게 진료 받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

4단계-아동상담소에서 상담과 검사 후 해결책을 찾는다
소아정신과 진단 후 문제 행동의 원인이 생물학적 진단이나 심각한 증세가 아니라면 가까운 아동상담소나 언어치료실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상담할 때는 반드시 아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 양육자가 동행해야 한다. 엄마가 직장에 다녀 아이의 상황을 단편적으로 알고 있다면 상담 내용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Profile 이호분 원장
연세누리소아청소년정신과 원장으로 현실적이고 따뜻한 조언을 해주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부모들의 양육 고민 해결을 위해 노력하며 「내 아이의 평생 습관 미운 일곱 살에 끝내라」, 「차라리 자녀를 사랑하지 마라」 등의 교육 관련 서적을 집필했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보라(프리랜서) ■사진 / 김석영, 경향신문 포토뱅크 ■참고 서적 / 「아이 1학년 엄마 1학년」(이호분·남정희 저, 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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