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자는 무엇이 잘못됐다고 여기나?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

20대 남자는 무엇이 잘못됐다고 여기나?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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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 20대 남자는 무엇이 잘못됐다고 여기나?

intro

청년 제원은 똑똑한 세희와 사랑에 빠졌다. 세희는 제원에게 단 하나의 연애 조건을 요구한다.

‘존중할 것!’

처음에는 이 조건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조건이었다.

‘알 수 없으면 읽으면 되지!’

세희와 제원은 연애를 위한 독서를 함께 해 보기로 한다.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는 스물한 살 페미니스트 대학생 세희와 기독교학을 전공한 스물일곱 살 제원의 연애독서일기다. 세희와 제원이 함께 읽은 여덟 번째 책은 ‘20대 남자’(천관율·정한울 지음 / 시사인북)다. 이번엔 제원이 쓴다.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 20대 남자는 무엇이 잘못됐다고 여기나?

▶2020년 5월 초순. 세희와 제원의 대화

제원:세희야, 누가 그러더라. 명절에 3시간씩 혼자 설거지하면서 페미니스트가 됐다고. 또 어떤 사람은 ‘소공녀’를 읽으면서 페미니스트를 결심했다고. 그런데 너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페미니스트 공부를 했잖아. 나는 가끔 네가 페미니스트로서 가장 힘든 순간이 언제일까 생각해 보는데….

세희:페미니스트로서 가장 힘든 순간? 사실 매순간 편치 않아. 그래도 굳이 고른다면 혐오가 난무하는 페미니즘 관련 댓글을 볼 때지.

제원:증오와 혐오의 현장을 마주하는 일…. 맞아! 끔찍한 기분이 들지.

세희: 아무렇게나 내뱉는 그 말들을 보다 보면, 미친 듯 같은 동작만 무한 반복하는 뇌 없는 풍선 인형에게 내가 화를 내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어. 너무 지치고 힘들어.

제원:공감이 된다.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무차별적인 혐오를 쏟아내는지, 그럴싸한 이유라도 있는지, 나는 그게 정말 궁금해.

세희:결핍이 욕망을 만들듯이 이 시대의 반지성이 우리를 지성적인 존재가 되도록 만든다는 생각도 들어!

20대 청년들의 뒷모습. 문재인 정부의 적극 지지층이던 20대가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사진 | 시사인북 제공

20대 청년들의 뒷모습. 문재인 정부의 적극 지지층이던 20대가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사진 | 시사인북 제공

▶내 속의 그들, 그들일 수 없는 나

어느 날 세희가 물었다.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알아?” 연애 2년 차 세희를 이제는 꽤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느닷없이 훅 치고 들어오는 질문을 받을 때면 순간 머리가 하얘진다. 그럴 때면 세희가 또 묻는다. “네가 뭘 잘못했는지 정말 몰라?” 웃으며 세희의 얼굴을 보고 있지만, 속으로 ‘세희의 정답은 뭘까’를 열심히 궁리한다. 내 식은땀을 눈치챈 세희는 친절하게도 내게 힌트를 제공한다. 연인들의 이런 다툼은 곤혹스러운 시작과 달리 훈훈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다. 서로 달랐던 관점을 이해하기만 하면 된다. 이런 논쟁은 더 깊은 이해로 향해 가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우리의 관계에 더 몰입하게 만든다. 생산적인 다툼이다.

한국의 20대 남성을 비판하는 세희와 오늘도 잠시 투닥투닥했다. 나는 20대 남자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내가 나와 같은 세대 남자들의 성향과 특징을 정확히 알고나 있는지 궁금해졌다. ‘20대 남자’는 그래서 선택한 책이다. 이 책은 한국 20대 남성들의 특징을 객관적이고 새로운 시각으로 파악하도록 도와준다. 내 속의 그들, 그들 안의 나, 또는 그들이 될 수 없는 나를 이해하기 위해 나는 이 책을 읽었다.

20대 남자들의 다양한 생각을 보여주는 그래프.  시사인북 제공

20대 남자들의 다양한 생각을 보여주는 그래프.  시사인북 제공

20대 남자들의 다양한 생각을 보여주는 그래프.  시사인북 제공

20대 남자들의 다양한 생각을 보여주는 그래프.  시사인북 제공

20대 남자들의 다양한 생각을 보여주는 그래프.  시사인북 제공

20대 남자들의 다양한 생각을 보여주는 그래프.  시사인북 제공

20대 남자들의 다양한 생각을 보여주는 그래프.  시사인북 제공

20대 남자들의 다양한 생각을 보여주는 그래프.  시사인북 제공

20대 남자들의 다양한 생각을 보여주는 그래프.  시사인북 제공

20대 남자들의 다양한 생각을 보여주는 그래프.  시사인북 제공

20대 남자들의 다양한 생각을 보여주는 그래프.  시사인북 제공

20대 남자들의 다양한 생각을 보여주는 그래프.  시사인북 제공

▶20대 남자의 분노는 사회구조를 겨냥한다

‘남성 마이너리티 자의식의 탄생’이라는 부제가 달린 ‘20대 남자’는 ‘20대 남자 현상’이라는 말이 비롯된 사회정치적 이유를 독창적 데이터와 해설을 통해 설명한다. ‘20대 남자’는 20대 여성에 비해 20대 남성에게서 유독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낮게 나오는 징후를 포착, 설문을 통해 그 원인이 사회구조가 남성에게 차별적이라는 인식에 있음을 밝힌다.

설문은 ‘우리 사회는 남성 차별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 잘못하고 있다’ 등의 질문으로 구성되며 20대 남성은 각각 68.7%와 75.9%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20대 남성은 30대 남성에 비해 젠더와 권력이 만나는 거의 모든 질문에 부정 응답이 20% 정도 더 높았다. 이 수치는 페미니즘에 대해 묻는 6문항에 모두 강한 부정을 보인 20대 남성의 비율 25.9%와 근접한 수치다.

구체적인 통계를 보자 이런 추론이 가능했다. 20대 한국 남성이 가진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은 어떤 사실에 근거했다기보다는 20대 남성들이 느끼는 사회구조에 대한 분노와 불만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여성 혐오가 사회 구조에 대한 자신들의 부정적 인식을 확대 재생산할 일종의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했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나서 모든 의문이 다 풀린 것은 아니다. 동기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혐오라는 비이성적인 행위를 개선할 방법은 무엇인지와 같은 구체적인 대안까지 다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문제의 근원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수확이었다. 여혐이 개인적 취향 따위가 아니며, 사회구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출발한다면, 문제의 해결도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20대 남성을 지난 세대의 20대와는 완전히 다르게 이해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것은 질병을 치료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증상과 원인을 구분해야만 한다. 증상을 없애는 것이 곧 치료가 아닌 것이다. 완치를 목표로 한다면 반드시 ‘원인’을 찾아내야만 한다. ‘여성 혐오’는 이 사회가 병이 들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증상’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원인은 아직 명백하지 않다. 우리는 여전히 여성 혐오’라는 증상에만 매몰돼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페미니즘 논의는 일시적인 유행으로 소비돼서는 안 된다. 완전한 성 평등이 이루어질 때까지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지속시켜야 한다. ‘20대 남자’는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문명 진화의 방향임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 책이다.

■세희의 한마디

이번 책이 너에게 참 많은 생각을 갖게 했을 것 같아. 너도 이 페미니즘 서평을 쓰기 시작하면서 친구들에게 ‘페미물’들었다고 욕 많이 먹고 있잖아? 그런데 ‘20대 남자’라는 책은 확실히 너를 더 용감하게 만들어 줬다는 생각이 드네. 역시 지성의 힘이란!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일단 안타까움이야. 사회에 대한 불만은 누구나 가지고 있잖아? 그런데 그 불만을 ‘혐오’로나 표출하는 것은 너무 소아병적이지 않나? 페미니즘 논쟁에서 가장 힘든 지점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어. 수준에 절망하게 될 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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