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읽은 100권의 책보다 제대로 읽은 한 권이 더 좋다

공독쌤의 공부머리 독서법

대충 읽은 100권의 책보다 제대로 읽은 한 권이 더 좋다

최승필|독서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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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양보다 질’입니다. 대충 읽은 100권의 책이 아니라 제대로 읽은 한 권의 책이 독자를 성장시킵니다. 언어능력의 향상이나 독서를 통한 생각의 성장 측면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재미있는 독서가 중요하고, 슬로리딩·반복독서·필사가 훌륭한 독서법인 이유도 이 독서법들이 독서의 질을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독서의 질을 끌어올리는 특별한 독서법’에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특별한 방법인 만큼 거창하고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기 쉽다는 점입니다. 이런 선입견을 갖게 되면 ‘거창하고 어려운 방식’으로 이 독서법들을 실행하게 되고, ‘거창하고 어렵기’ 때문에 실패하게 됩니다.

슬로리딩의 일종인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 때 고전 명작이나 수준 높은 책을 수업 도서로 지정했다가 수업이 엉망이 돼 버린 적이 있습니다. 3~4개월 동안 고작 한 권을 읽는 것이니 수준이라도 높은 책을 읽어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오해 때문에 학생들 대다수가 읽을 수 없는 책을 고른 탓입니다. 물론 책의 난도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책의 난도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독서의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초보 독서가가 독서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는 어려운 책보다 쉬운 책이 훨씬 유리합니다. 전체 구조가 단순하고 텍스트 양이 적어야 꼼꼼히 따져 읽기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그림책은 어른의 독서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훈련을 하기에 좋은 책입니다.

방법은 단순합니다.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질문을 던지면서 읽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동화 속 주요 설정에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주인공이나 배경, 직업, 인물 간의 관계 등에 의문을 품어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똥’을 읽는다면 ‘왜 소똥도, 닭똥도, 개똥도 아닌 강아지똥일까?’라는 의문을 품어 보고, 그 답을 동화책의 내용을 토대로 꼼꼼히 따져 스스로 답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그림을 보고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라는 작품을 읽는다면 주인공 한나와 고릴라가 함께 있는 장면과 한나와 아빠가 함께 있는 장면이 유사하게 표현된 것을 보고 ‘왜 유사하게 그렸을까?’ 하고 의문을 품어보는 식입니다.

세 번째는 ‘나라면 어땠을까?’ ‘나에게도 비슷한 상황이 없었나?’ 하고 그림책의 상황을 나에게 적용해 보고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이태준 선생님의 ‘엄마 마중’을 읽었다면 ‘나는 누군가를 그렇게 간절하게 기다린 적이 있었던가?’ ‘우리 아이들이 나를 간절히 기다린 적이 있었던가?’ 하고 내 삶을 되돌아보거나 ‘내가 아이였다면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고 내 감정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식입니다.

본질적으로 슬로리딩은 책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의문점을 찾아내고, 의문점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생각을 이어가는 과정을 통해 성장을 이루는 독서법이면서, 동시에 책 속 상황을 통해 내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는 독서법입니다. 그림책으로 가볍게 시작해 보세요. 생각지도 못한 깊이의 즐거움과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공독쌤의 공부머리 독서법] 대충 읽은 100권의 책보다 제대로 읽은 한 권이 더 좋다

‘공독쌤’ 최승필은?

독서교육전문가이자 어린이·청소년 지식 도서 작가다. 전국 도서관과 학교 등지를 돌며 독서법 강연을 하고 있다.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쓴 책으로는 ‘공부머리 독서법’(책구루)과 ‘아빠가 들려주는 진화 이야기, 사람이 뭐야?’(창비) 등이 있다. 교육 잡지 ‘우리 교육’에 독서문화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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